하드 러브 메타포 8
엘렌 위트링거 지음, 김율희 옮김 / 메타포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인 잡지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혼자 글을 써서 얇은 잡지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배포하는 것이다. 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져다 놓으면 관심있는 사람들이 집어다 읽고, 계속 구독하고 싶으면 잡지에 있는 주소로 우표값 정도 보내면 발송해주기도 한단다. 재미있는 아이디어이다. 

나는 감정 결핍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 책의 주인공 존은 소설가를 지망하는 고등학생으로서 '바나나피시'라는 제목의 총 열 두쪽 짜리 1인 잡지를 펴내기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1인 잡지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탈출속도'라는 제목의 1인 잡지를 펴내는 마리솔을 만나게 되고 점차 이 4차원 영재 소녀에게 빠져들지만, 스스로 동성연애자임을 밝히고 다니는 마리솔은 존의 감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른바 하드 러브 (Hard love) 의 시작이다.
여기에 존과 마리솔의 가족 상황도 심상치 않다. 존의 아버지는 단조롭고 가족에 매여사는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엄마와 이혼을 단행하여 집을 나갔고 엄마는 그 이후로 스스로의 동굴에 갖혀사는 생활을 수년간 해왔다. 그런 엄마를 측은해하면서도 동시에 부담스럽고 한심하게 생각하는 존은 막상 엄마에게 새로운 남자가 나타나자 자기의 갈 길에 대해 혼란을 겪으며 더욱 시니컬해진다.
한편 마리솔은 어릴 때 친엄마로부터 버림을 받고 지금의 양부모 밑에서 비교적 이해와 사랑 속에 성장해가지만 자기를 버리고 간 엄마를 늘 잊지 못하면서 원망하기 보다는 이해해보려고까지 노력한다. 그러면서 아빠에게 분노하고 엄마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존에게, 보내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하더라도 부모에게 편지를 써보라고 권한다. 마리솔의 그 충고에 따라 존이 아빠에게 쓴 편지 중 일부가 다음과 같다.

아빠에게

엄마에게 편지 쓰기는 쉬웠어요. 수많은 이유로 엄마한테 화가 나지만 말하고 싶다는 생각은 드니까요. 엄마는 아직도 내가 하는 말을 들어 줄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뜻이죠. 아빠는 내 말을 절대 듣지 않겠지만 이건 그냥 연습일뿐이니까 아빠한테도 하고 싶은 말을 써보려고 해요. (...) 아빠를 미워하지는 않아요. 증오는 강한 감정인데 아빠에게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가봐요. 당신은 누구세요? 자신이 바라는 이기적인 생활 방식에 맞지 않는다며 아내와 아들을 떠난 남자. 매주 금요일 밤 아들과 저녁을 먹지만 아들에게 할 말이 없는 남자. 아들이 여자 애를 집으로 데려와서 마리솔의 청바지를 샤워봉에 걸쳐 놓을 때까지는 아들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남자(...) 난 언젠가 정말 멋진 소설을 쓸 거고, 그제야 아빠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질 테고, 세상 사람들에게 "내 아들이에요!" 라고 말하고 싶겠죠. 그럼 난 말할 거예요. "기억나요. 예전에 금요일 저녁 베르투치에서 피자를 먹을 때마다 봤던 사람이군요 (이 아빠는 아들과 만나는 날이면 늘 이 식당에 가서 말없이 저녁을 사주곤 했다). 거기서 나 혼자 저녁을 먹을 때 말이에요."

-아빠를 꼭 닮아 자기 밖에 모르는 아들, 존 프란시스 갈라디 주니어. (188쪽)

멋진 소설가가 될 자질이 보인다는 말 밖에.
마리솔과의 힘든 사랑, 부모 사이에서의 갈등. 어떻게 보면 식상한 주제이지만 작가는 재치있는 대사와 개성있는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살림으로써 이 소설을 아주 읽을만한 소설로 완성해놓았다.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나름대로의 개성이 살아있다.
자기정체성, 진실,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상황으로부터의 탈출, 곧 성장. 이것들을 독자들에게 던져 주는 이 소설에서, 힘든 사랑은 성공 여부를 떠나 그 사람의 인생의 퍼즐 일부를 완성시킨다. 더 완성된 사람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다. 주인공 존과 마리솔 뿐 아니라, 존의 엄마 역시 자기의 상처에서 힘겹게 빠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또 언제 어떻게 힘든 사랑을 통해 인생의 퍼즐을 맞춰 나갈지 모르는 일.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주 등장하여 궁금해지는 노래와 시와 소설이 있다. 존이 펴내는 1인 잡지의 제목 <바나나 피시>의 유래라고 여겨지는 샐린저의 소설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 이 실려 있는 <아홉가지 이야기>와 시인 John Berryman의 시 Dream song 14, 그리고 밥 프랑케의 노래 Hard Love이다.
<13> 이란 소설집의 필자로 참여한 저자의 글이 재미있어 그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다가 읽은 책인데 재미있다. 아마도 그녀의 또 다른 책을 찾아나설 것 같다.  

-- > 작가 홈페이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1-03-12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바나나피쉬라는 유명한 만화도 있어요, 꽤 충격적인.
바나나피쉬가 마리화나의 은어이지요? 아니면 다른 마약이던가?
그래서 청소년의 반항과 직결되는 용어로 자주 나오나봐요.

편지가 참 좋았어요. 코알라가 제게 쓰는 편지는 어떨까여?
자기 멋대로 하는 엄마, 저기서 별로 나을거 같지두 않아요. ^^

hnine 2011-03-12 16:18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바나나피쉬라는 만화가 있는 것도 몰랐고, 마리화나의 은어라는 것도 몰랐어요. 바나나피쉬라는 물고기가 정말 있는데 좀 특이하긴 하지요. 전 그것만 알고 있었네요. 청소년의 반항과 직결되는 용어라...
저 책에서 캐릭터가 잘 살아있다고 했는데 저는 아빠의 입장도, 엄마의 입장도 이해가 아주 안되지는 않더라고요. 주인공 남자아이의 입장은 물론이고요. 작가가 글을 잘 썼어요.

하이드 2011-03-12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나나피쉬, 셀린저 단편 중에도 있지 않나요? 뭔가 바닷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바나나피쉬, 전쟁때 군인들이 썼던, 마리화나보다 더 강한 그런 마약.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가물가물하네요.

쨌든, 1인잡지 같은거 늘 하고 싶어하고 있어요. 링크해주신 페이퍼 가봐야겠어요.

hnine 2011-03-13 06:45   좋아요 0 | URL
바나나피쉬, 샐린저의 <아홉가지 이야기> 에 실린 단편 중 하나라고 안그래도 위에 적어놓았어요.
1인 잡지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은데 요즘은 워낙 블로그가 대세라서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지 않나 싶네요. 더 편하고, 반응이 빠르니까요. 그래도 활자화된 것이 가지는 매력이 있는데 말이지요. 자기가 쓰는 글에 대한 책임감도 좀 더 할 것 같고요.
 

 

 제6회 푸른 문학상 동화집 조태백 탈출사건 외

우리 나라 창작 동화 중에 등장하는 식물원이나 정원을 찾아보다가 알게 된 책이다. <엄마의 정원> 을 비롯하여 모두 일곱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모두 읽을만 했다. 
<구경만 하기 수백번> 조 향미 작
반에서 태준이 일당에게 집중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진우를 보며, 나서서 말리거나 선생님에게 알릴 용기를 내기 어려워하는 아이의 심리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꿈틀하는 지렁이를 보고 감정 이입을 하는 비유가 좋았다.
<상후, 그 녀석> 공 수경 작
열성 혹은 극성 엄마 덕에 시험, 학원 등 얽매인 생활을 하고 있는 상후의 잠재된 소망이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어느 대상에게 투사되어 대리 만족을 한다는 설정이 특이하다.
<조태백 탈출사건> 황 현진 작
부모와 한집에서 살고 있으나 사실 부모의 부재를 느끼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침에 바쁘게 출근하는 엄마, 택시 운전일을 하여 오후나 되어야 일어나는 아빠를 둔 태백이는 숙제장 살 돈을 급하게 구할 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 결국 생각해낸 것이 집에 도둑이 들어서 숙제장을 못가져왔다고 거짓말을 한것. 결국 거짓말이 들통나고 아빠로부터의 욕을 피해 집을 나온 태백이는 교장 선생님과 형의 이해로 마음을 돌려먹는다. 아이들의 거짓말은 그 자체를 야단치고 벌주기 보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 동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해주는 작품이다.
<누구 없어요?> 조 현실 작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빠마저 사고로 잃고 장례가 끝난 후 빈집에 혼자 돌아온 아이는 엄마의 전화를 기다리지만 집안은 고요하기만 하다. 옆집에 역시 혼자 사는 아저씨의 발자국 소리만 들리고 배가 고팠던 아이는 아저씨가 끓이는 된장국 냄새에 침이 고이며 식욕을 느낀다. 제목에서부터 누군가의 관심과 돌봄을 요청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독자에게도 확실히 들린다.
<엄마의 정원> 김 화순 작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간호하던 아이는 어느 날 병원 옥상에서 정원을 발견하는데, 식물인간이 되어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이, 평소에 자기가 좋아하던 진짜 식물로 변해 이루어진 정원이다. 아이의 손길이 닿으면 그 식물은 원래의 사람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알고 아이는 엄마가 좋아하던 식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해내려고 애쓴다. 아이의 절실한 바램과 환타지 세계가 접목된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식물인간이라고 이름 붙여질 때와 달리 실제 식물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 글 속에 묘하게 대조되어 있다.
<낯선 사람> 김 일옥 작
내 가족이 아니면 일단 낯선 사람으로 보고 경계해야 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내용이다. 이웃에서 도난 사고가 일어난 물건을 친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그 친구의 아버지를 좀도둑으로 의심하기 까지 아이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고 얼마나 주의를 들었을까.
<마니의 결혼> 이 혜다 작
맹랑하다고 해야하나, 순진하다고 해야하나. 식구들이 많아 복작거리는 집에서 자기의 의지는 무시당하기 일쑤라고 생각한 여자 아이 '마니 (형제가 많은 집안의 막내라서 지어진 이름)'는 맘에 드는 남자 친구인 성준이와 결혼해서 자기들끼리 따로 살기로 했다고 식구들 앞에서 선언한다.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는 대신 순순히 그렇게 하라고 반응하는 마니의 식구들. 실제 살림을 차릴 준비를 하다가 마니가 깨닫는 것은? 가족의 의미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알려주는, 재미있는 소재의 작품이다.  

 


최나미 작 <셋 둘 하나> 외 

아이들이 등장하는 책을 어른이 쓸때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어른의 목소리가 아니라 아이들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가라는 소개를 듣고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았다. 제일 먼저 읽게 된 책인데 <수호 천사>, <마술 모자>, <셋 둘 하나> 이렇게 세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수호 천사>
자기는 태어날 때부터 행운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며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자혜의 반에 선우가 전학을 오면서 그 인기도는 선우쪽으로 기울게 된다. 작가는선우라는 아이의 특이한 캐릭터 설정을 잘 해 놓았다. 그 아이를 통해 미움과 호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자혜의 심리 묘사가 섬세하게 잘 그려져 있다.

<마술 모자>
외로운 아이와 외로운 아줌마가 등장하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떨어져 아빠와 할머니, 고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는 아이는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고집이 세어 식구들과 늘 충돌한다. 우연히 동네 공터에서 만난 리어커에서 물건을 파는 아줌마와 가까와 지고 그 아줌마의 집까지 따라가서 알게 된 것은 자기보다 더 외롭고 딱한 아줌마의 상황이었다. 아줌마가 리어커에 가지고 있던 물건중 팔지 않는 것이라고 하던 마술 모자를 아줌마는 선물로 남기고 다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셋 둘 하나>
열 세살 아이가 등장하는 국내 창작을 찾아보다가 읽게 된 책이다. 셋이 친구일 때와 둘이 친구일 때, 그리고 혼자 다닐 때, 한 사람씩 인원이 많고 적고의 차이뿐 아니라 그 분위기는 무척 다르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다. 원래 셋이서 친하게 지내다가 반에서 왕따 당하고 있는 은혜를 동정하는 마음으로 함께 그룹에 끼워주고 어울려 다니지만 정작 은혜가 느낀 것은 단순히 고마움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이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의도가 너무 드러나는 작가들도 있다. 아마도 최 나미 작가는 아이들의 내면 심리를 연구하고 묘사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타입이 아니가 생각된다. 어른들이 모르거나 놓치기 쉬운 아이들의 결핍, 아픔, 소망을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을 글 쓰는 이유로 삼고 있지 않을까 혼자 추측해보게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3-11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3-11 12:17   좋아요 0 | URL
어쩌면 당연할지도...위의 책은 거의 처음 등단한 작가들이 대부분이니까요. 아래 최 나미 작가는 저도 이름만 들어보았는데 아는 분이 추천하시길래 읽어보았어요. 어린이책을 읽기는 하지만 저는 솔직히 그냥 소설이 더 재미있어요 ^^

어서 건강이 회복되어서 왕성한 활동을 재개하셔야 할텐데요.
 
후편도 계속 내주셔야해요.

 

끝까지 웃는 모습을 보여준 조 수진씨의 소식을 오늘 들었다.
항암 치료 받던 중 증세가 악화되어 사망했다고. 

귀여운 얼굴, 또랑또랑한 인터뷰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은데,
일부러 블로그에 찾아가 화이팅 댓글도 남기고 왔더랬는데, 
이제는 후편을 볼 기회는 영영 없게 되었다.
 

마음이
안좋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11-03-07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침마당에도 나왔던 것 같은데...
결국 유명을 달리했군요. 안타깝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nine 2011-03-08 22:37   좋아요 0 | URL
장난꾸러기 소녀 같은 인상을 주는 아가씨였어요.
제가 한참 우울할때 그녀의 책을 보게 되었는데 제가 어찌나 부끄럽던지,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책을 보며 배우기도 했는데...
죽음을 눈 앞에 두고서도 참 밝고 맑았어요.

sangmee 2011-03-08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 글 보고 검색해보니까, 참 곱게 생긴 아가씨였네...
맘이 안좋다 정말.

hnine 2011-03-08 22:39   좋아요 0 | URL
얼굴도 예쁘고, 재능도 있고, 말도 잘하고, 성격도 밝고, 그런 사람으로 보였어. 감기가 어째 낫지 않고 오래간다고 생각했던 것이 암으로 판정받고 얼마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을텐데. 그 긍정적인 마음과 오기로 이겨내기를 바랬는데.

진주 2011-03-0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얼굴 그러니까 떠오르는 얼굴이 있네요.
오방떡 소녀 말이지요?
만화 보면서 힘내라고 응원도 많이 했는데...ㅠㅠ

hnine 2011-03-08 22:40   좋아요 0 | URL
오방떡 소녀 맞아요. 얼굴형을 보고 그렇게 별명이 붙었다지요.
여러 사람의 응원을 받고서 힘을 많이 냈을텐데, 스물 일곱에 암 판정을 받고 서른 둘의 나이로 세상을 떴네요.

하늘바람 2011-03-08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에고 참~

hnine 2011-03-08 22:41   좋아요 0 | URL
누구나 한번은 죽게 마련이라지만, 이럴 때의 허무함이란 쉽게 지나가지지가 않아요.

잘잘라 2011-03-08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워요.
저도 TV에서 보고 참 밝다, 이겨내겠다 했는데...
웃는 모습으로 기억하겠습니다.
오방떡소녀..

hnine 2011-03-08 22:41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도 TV에서 보셨군요.
맞아요. 많은 사람에게 웃는 모습으로 기억될 사람이어요.
오방떡 볼때마다 생각나면 어쩌죠? ㅠㅠ

카스피 2011-03-08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턴 의사와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간다고 하던데 참 안타깝더군요ㅜ.ㅜ

hnine 2011-03-08 22:43   좋아요 0 | URL
이 세상 사는 동안 더 많은 것을 누리고 갔어야했는데, 사람은 가고 책만 남았네요.
 

 

 

어릴 때의 기억은 때때로 얼마나 끈질기게 뇌 속에 박혀있는지, 새삼 우리의 기억 시스템이 신기하기만 하다.
중학교 2학년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음...30 여년 전. 난 팝송을 무척 좋아했다.
TV의 영어 교육 방송에서 가끔 팝송 가사를 해설과 함께 소개해준다는 것을 알고는 열심히 찾아서 시청하고 있던 어느 날 이 노래가 소개되었다. 이 노래는 그 당시에도 이미 올드 팝송에 속하는 노래였는데 상큼한 리듬과 여자 싱어의 투명한 목소리가 절로 따라서 부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여기에 가사까지 의미있게 와닿으면 완전 몰입하게 되는건데, 이 노래 가사가 지금 봐도 그렇지만 열 다섯살 나에게도 참 좋았었나보다.

한쪽에서만 보시나요? 이쪽 저쪽에서 보고 생각해보세요. 좋은 면만 있지도 않고 나쁜 면만 있지도 않아요. 난 인생이라는 것을 그런 식으로 본답니다.

내맘대로 다시 써본 가사 일부이다. 원래 Joni Mitchel 이 부른 노래인가본데 그 날 방송에선 Judy Collins의 노래로 들었다. 그래서 난 지금도 Both sides now 하면 Judy Collins의 목소리를 먼저 떠올린다.  

이렇게 배운 팝송으로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keep ~ing 형태 구문을 소개하기 위해 채택된 노래 같지만 사실 내게는 여기서 raindrop이란 단어가 단순히 빗방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고난, 어려움을 의미한다는 설명을 듣고서 그 날 이후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노래가 되었다. You've got a friend도 있구나. If I needed you도 있고. 

당시 그 방송을 담당한 강사는 서강대 객원교수라고 소개되던 서 승현 교수. 얼마전에 EBS를 보다가 영어가 아닌 관광 매너인가? 그런 프로그램을 하고 계신 걸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30년전 마음에 와서 박힌 노래들을 지금 다시 불러도 좋다.
한때 열광하다가 금방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들도 많은데, 어떤 기억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뭉클했던 감동 그대로 남아서 추억하게 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11-03-0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중학교 2학년때 촌에서 도시로 전학했고, 팝은 고등학교 때나 알게 됐어요.
그때 친구들과 흥얼거렸던 올드 팝이 생각나네요.
음악이든 영화든....추억을 불러오는 게 좋지요!^^

hnine 2011-03-07 05:02   좋아요 0 | URL
중학교 2학년이면 한참 사춘기때였겠네요. 저는 중학교 입학전 아버지께서 사주신 라디오 덕분에 음악을 듣기 시작해서 라디오 키드가 되었어요. 저렇게 어느 한 노래가 떠오른 날은 하루 종일 그 노래만 흥얼거리게 되더라고요.

kimji 2011-03-07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oth Sides Now는 Joni Mitchell곡으로 좋아해요. http://youtu.be/tKQSlH-LLTQ Joni Mitchell의 노래라면 어떤 노래라도 좋아하지만요.

저도 초등생때부터 라디오를 통해 팝송을 즐겨듣고 자랐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께서 팝송으로 영어를 가르치시는 시간이 있어서, 많은 올드팝을 해석할 수 있게 되었더랬죠. 그때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곡은, 'Dick And Jane' 였어요. http://www.youtube.com/watch?v=7teCYJRNV1I 뭐랄까, 인생이라는 것은 내 마음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흐른다는 것을 깨달았달까요. 아, 겨우 열일곱살짜리가 말이죠^^ 그리고 'Starry Starry Night' 도요. 생각해보면, 그 당시 참 개혁적인(?) 영어선생님이셨던 거 같아요.
아무튼, 덕분에 저도 오래전 노래를 찾아 다시 듣는 아침입니다!

hnine 2011-03-07 10:08   좋아요 0 | URL
지금 막 노래 듣고 왔습니다.
위에 말씀하신 노래들은 저도 다 아는 노래라서 반갑네요. 인생이란 것은 내 마음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흐른다는 것을 깨달은 열일곱살 고등학생이라니, 우린 이미 그때 다 커버렸는지도 모르겠어요.
노래는 좋아하면서 여전히 한 방향에서, 한 가지 안목으로만 보고 판단하고 절망하는 제 모습이라니...이제는 both sides를 넘어서 multi sides로 세상을 봐야하는 때인지도 모르는데 말이지요.

마녀고양이 2011-03-0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곡 너무너무너무 좋아해요.
첫머리만 들어도 달콤하잖아요. 목소리도 사라락하게 부드럽고.
아...... 너무 좋아요. (고개 까닥이며 듣는 중 이예요~ 나인 언니)

hnine 2011-03-07 20:57   좋아요 0 | URL
난 구세대라 그런지 가사가 마음에 와닿는 노래가 좋던데, 요즘은 그런 노래를 내가 못찾는건지, 별로 없는건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노래로, 영화로 위안 받으며 지내고 있어요. 어제는 하루에 영화를 두편이나 봤답니다 ㅠㅠ
 
13: Thirteen Stories That Capture the Agony and Ecstasy of Being Thirteen (Paperback)
Howe, James / Atheneum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재 활동하고 있는 미국 작가 열 세명이 모여 열 세살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담아 책으로 펴냈다.
우리 소설 중에도 열 세살이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들이 있고, 제목은 아니더라도 그 나이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있는데 다른 나라의 작가들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냈을까 궁금했다.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나이, 동시에 어린이이면서 어른이기도 한 나이.
"13이 그토록 재수없는 숫자라면서 그 숫자 나이의 한 해 전체를 그대로 겪어내야 하다니. 그냥 건너 뛰어 열 네살로 가면 안될까? "
"다른 누군가를 인정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울까?"
"다른 아이들 모두 신고 있는 운동화를 나도 신고 싶어하는게 잘못된 것일까?"
"다른 남자 아이에게 키스하는 것이 왜 변태야?"
이 책의 내용을 암시하는 물음들이 이 책을 편집한 James Howe가 쓴 서문에 나온다. 열 세살의 나이로 산다는 것은 이리 저리 왔다 갔다 균형을 못잡는 배에 타고 있는 기분과 같다고 한다. 때로는 흥분되고, 때로는 미슥거리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갈피를 못잡는. 

나의 열 세살 시절을 되돌려 보는 것은 별로 재미없고 답답하기만 한데, 다른 이들의 이야기 속의 열 세살은 왜 이리 웃음도 나오고 뭉클해지기도 하며 120% 공감이 되는지. 읽는 동안 마음 속으로 울고 웃었다. 열 두편의 단편과 한 편의 시가 묶여 있는데 이 중 열 두편의 단편들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두고 싶다. 

What's the worst that could happen? (by Bruce Coville)
소심하기 짝이 없는 Murphy가, 마음 속에 두고 있는 여자 친구Tiffany의 권유로 용기를 내어 학교 연극에 참가하던 중 일어난 일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Tiffany와 좀 더 가까와 질거라는 애초의 예상과 달리,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만큼 눈에 띄지 않던, 말없는 여자애 Laurel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Murphy는 미래는 정말 예측 불허라는 것을 알아간다. 

Kate the Great (by Meg Cabot)
Jen은 13살이 된 기념으로 귀 뚫는 것과 아기보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부모로부터 허락을 받는다. 처음으로 아기를 봐주러 간 집이 한때 절친이었으나 지금은 관계가 소원해진 Kate의 옆집이었다. Kate는 Jen이 자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아이 봐주는 일에 매달리는 것을 질투하고 계속 방해하고자 한다. 그런 행동을 하는 Kate의 본심을 Jen은 Kate의 남자친구인 Patrick을 통해 마침내 알게 된다.
이맘때 아이들의 행동은 진심보다는 진심을 숨기기 위한 행동일때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인데 어디 아이들만 그런가? 어른들도 그러지 않는가.

If you kiss a boy (by Alex Sanchez)
절친 Jarmal과 극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장난을 치다가 자기도 모르게 키스를 하게된 Joe는 이후로 Jamal과의 사이가 서먹해졌을 뿐 아니라 동성애자라고 놀림을 받을까봐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고민 끝에 Joe는 이미 동성애자라고 소문이 나있는 과학 선생님에게 자기의 고민을 털어놓고 용기를 얻어 Jamal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틴에이지 때에는 이성에게도 관심이 많아지지만 동성 친구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이 더 말못할 고민이 되는 경우가 있음을, 그리고 이것에 어떻게 대응해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Thirteen and a half (by Rachel Vail) 
사립학교에 다니다가 전학온 친구 Ashley가 내 옆에 앉게 되고, 하교길을 함께 걸어 집에 가게 된 것을 계기로 Ashley는 내게 이것 저것 물으며 친해지고 싶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열 세살 반이 된 날이라며 집으로 초대한다는 Ashley의 말을 거절할 수 없어 그녀의 집에 간 나는 으리으리한 집의 규모에 놀란다. 큰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Ashley가 세살 때부터 키워왔다고 하는 새가 죽어있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지르며 흥분하는 Ashley를 본 나는 어찌해야할지 모르지만 함께 그 새를 묻어주고 기도를 해주며 그동안 외로웠던 Ashley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간다. 

Jeremy Goldblatt is so not moses (by James Howe)
유태인들의 13세는 특별하다. Bar mitzvah라고 하는 소년 성인식을 치르기 때문이다. 이 성인식에서 일어난 예상 외의 사건에 대해 가족, 친구, 랍비 등 관련된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화자가 되어 이야기하는 짧은 토막글의 모임으로 되어 있다. 특이한 형식, 특이한 주제가 돋보이는 글이었다. 

Black holes and basketball sneakers (by Lori Aurelia Williams)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많은 형제들과 어렵게 살고 있는 흑인 소년 Malik은 다른 친구들이 모두 신고 있는 신상 운동화를 자기도 신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학교에서 Malik이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그를 도와주며 호의적으로 접근한 Carl은 Malik에게 자기네 그룹에 들어오라고 권유한다. 운동화가 너무 갖고 싶어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말해보지만 그 비싼 운동화를 사줄 형편이 못되어 미안하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실망에 빠진 Malik은 기분도 풀겸 Carl이 말한 그들의 아지트를 찾아가는데, 그가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운동화를 Carl과 그의 친구들이 어떻게 돈 없이도 얻어내는지를 알게 된다.
운동화를 매개로 하여 작가는 결핍과 소외 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누구는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내 잘못도 아닌데 나는 늘 결핍과 부러움 속에 살아야 한다는 불공평과, 그 감정을 어긋난 방식으로 해결하고 그 결과 새로운 미움과 증오를 낳게 하는 이 세상의 한 면을 열 세살 소년의 경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Picky eater (by Stephen Roos)
자기가 다니는 학교 식당에서 일을 하는 엄마가 차려주는 음식에 늘 이런 저런 불평을 하며 먹기를 거부하는 Woody. 그의 버릇은 음식 자체보다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불만과 거부를 나타낸다고 보여진다. 친구 사귀는 것 역시 아무하고나 친하게 지내기 보다는 차라리 혼자 있기를 즐기는 편인 Woody에게 어느 날 같은 동네 사는 Nelson이 호감을 보이며 가까와지고 싶어하지만 감옥에 수감중인 Woody아버지 얘기까지 Nelson이 꺼내자 Woody는 Nelson을 멀리하며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몸이 늘 허약해보였던 Nelson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듣고 Woody는 쓸쓸함을 느끼고, 학교 식당에서 남은 음식이라며 엄마가 가져온 스파게티를 자신은 먹기를 거부했지만 감옥에 있는 아버지에게 면회가면서 싸가지고 간다는 엄마를 기꺼이 동행해준다. 

Noodle soup for nincompoops (by Ellen Wittlinger)
아마도 이 책에 실린 글 중에서 재미로 치자면 제 1순위로 뽑고 싶은 글이 아닐까 한다.
마음을 위로하는 책 중 Chicken soup (닭고기 수프)시리즈가 있다. 그것에 착안하여 학교 신문의 고민 상담 코너를 익명으로 맡게 된 Maggie가 붙인 코너 이름이 이 글의 제목인 Noodle soup for nincompoops. 여기서 nincompoop은 우리말로 하자면 뭐라 해야할까, 약간 제 정신이 아닌 사람, 멍청이라고 할까?
재치가 번뜩이는 이 코너는 단박에 학생들의 인기와 관심을 끌고, 쓰는 사람이 누군지 모두들 궁금해하는 가운데 Maggie의 절친 Liza는 그 코너의 집필자가 Maggie라는 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실제 Maggie와의 사이에 생겨난 고민을 투고하는 식으로 Maggie의 의견을 알고 싶어하는데.
서로의 오해와 갈등이 풀어지는 과정이 톡톡 튀는 문장으로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서 빌려온 <하드 러브>라는 책이 지금 내 옆에. 

Squid girl (by Todd Strasser)
일명 자연친화 가족인 Sierra의 가족.
아빠를 Mr. Nature Man, 엄마를 the Bird Woman이라고 부르는 Sierra는 자연탐사를 좋아하는 부모와 함께 여름 휴가차 오지의 바닷가를 찾는데 그곳에서 역시 휴가차 와있는 멋진 남자 아이를 발견하게 되고, 맘대로 Travis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 놓고 가까와질 기회를 노린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자연과 과학에 대한 상식이 풍부한 Sierra는 오히려 이런 자기가 Travis에게는 잘난 척이나 하는 아이로 비춰질거라 생각하며 걱정하지만 Travis (그 아이의 실제 이름은 Bob -정말 평범한-인 것으로 나중에 밝혀진다) 는 오히려 Sierra의 그런 점에 매료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아빠, 엄마의 이름을 저렇게 붙여 부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름 지어서 붙이는데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parents를 pair-o-rents라고 한 것도 그 예.
제목이 Squid girl인 이유는 cuttle fish와 squid (우리말로는 둘다 오징어) 를 정확히 구분하여 설명해준 Sierra에게 감탄한 Travis가 붙여준 닉네임이기 때문이다.  

Angel & Aly (by Ron Koertge)
소극적이고 허약하고 의존적이어서 늘 쌍동이 언니인 Mona의 보호와 보살핌을 받아야 하던 쌍동이 동생 Angel에게 어느 날 악어 인형이 생기게 된다. 그날부터 Angel은 이 인형에게 Aly라는 이름을 붙이고 마치 사람 친구를 대하듯이 행동하며 말도 하고, Aly가 말하듯이 대신 말해주기도 하며 평소엔 새모이처럼 먹던 음식을 Aly가 먹듯이 엄청나게 먹어치우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걱정이 된 Mona는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늘 바쁜 부모는 신경쓸 시간과 여력이 없다. 뒤늦게 문제점을 알게 된 엄마와 아빠는 Angel과 Mona에 대한 그동안의 자신들의 태도를 바꾸게 되고 마침내 Angel은 더 이상 Aly를 사람처럼 대하는 이상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데에는 행동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바탕에 깔린 문제를 볼 줄 알아야 한다. Aly라는 인형에 자신을 투사하여 행동하는 Angel의 문제점이 다름 아닌 부모의 관심과 애정이었듯이. 

Nobody stole Jason Grayson (by Carolyn Mackler)
자시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nobody 같은 존재라고 여기는 열 세살 여자 아이 Abby는 우연히 같은 반 친구 Daytona의 사물함이 잠겨 있지 않은 것을 보게 되는데 그 안에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 아이 Jason의 사진이 있는 것을 보고 훔쳐서 혼자 간직하게 된다. 뜻밖에 이 일은 학교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물론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Abby는 자기가 더 이상 nobody는 아니라는 만족감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제목의 Nobody는 그러니까 주인공 Abby 자신을 일컫는 말. 

Tina the Teen Fairy (by Ann M. Martin and Laura Godwin)
정말 이런 요정이 있다면 어떨까? 요정은 아이들의 동화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환타지이다. 열 세살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Maia의 열 세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밤, Teen 나라의 요정 Tina는 잠자고 있는 Maia를 Teen 나라로 데려가 틴에이지의 의미에 대해 보여주고 알려준다. 이 시기는 성장 (growing)실험 (experimentation)을 할 수 있는 때라는 것. 즉,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 이렇게 저렇게 시도 (실험)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때이고, 실패는 그 과정의 일부이며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을 Maia는 이해하게 된다. 동화같은 이야기에 담긴 의미와 상징이 돋보인다.

이 책은 답보다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편집자는 말한다. 그 질문은 궁극적으로 '나는 누구인가?' 하는 것. 틴에이지 시기를 출렁이는 배에 타고 있는 시기라고 한 비유를 연장해서, 답이 목적지라면 질문은 그 배를 젓는 노라고 했다. 질문이 없이 닿을 수 있는 곳은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 문장이 짧고 명쾌하다.

Set sail. 계속 항해해나가세요!

책이 통째로 재미있다. 제목은 13살이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면 중학교 3학년 정도 이상이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권해주고 싶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1-03-0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여기서 13살이라면 중학생이겠지요?
그런데 저는 한국나이 13살, 즉 초6 때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저를 너무 편애하셔서, 일부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아이들 사이에서 제일 인기있던 여자아이에게 뺨을 한대 맞았었거든요.
물론 제 잘못도 있었구요.

두고두고 생각이 많았지요, 그때 일은.. ^^. 그런 나이인가봐요, 그때가.

hnine 2011-03-05 19:04   좋아요 0 | URL
이런...혹독한 열 세살을 보내셨군요. 그 당시에도 6학년 정도면 다 컸지요. 5학년때와는 아이들이 많이 달라보였던 기억이 저도 나요. 저는 더군다나 꼬맹이였기 때문에 ㅋㅋ
여기서 열 세살은 우리 나라 나이로 치면 열 네살 정도 되겠지요? 중학교 1학년이요.
이 책 진짜 재미있어요.

stella.K 2011-03-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빈은 13살이란 외화가 생각이 나요.
그거 정말 재밌게 봤는데.
특히 주인공 더빙한 성우가 어쩌면 그리도 목소리가 좋던지...!
우리나라 나이론 14살쯤 되겠네요. 전 그때 뭐했을까요?흐흑~
이책 번역되서 나오면 좋겠네요.
아님 13살 때를 생각하며 알리더너를 대상으로 수필이나 단편소설
이벤트 해 보면 어떨까요? 얘기들이 많을 것 같은데...ㅋㅋ

hnine 2011-03-05 17:41   좋아요 0 | URL
와, 지난 번에 영화평론가 고 정 영일님도 그렇고 stella님과 저는 똑같은 TV프로그램을 주로 봤나봐요. 저도 케빈은 열세살 정말 재미있게 봤었어요. 성우가 장유진 아니었나 싶은데, 그건 자신없는 기억이고요.
저의 만 열 세살, 중학교 1학년때는 그야말로 생각은 커지고 몸은 아직 애이고, 그랬어요 ㅋㅋ
이책 읽고나서 국내 창작물도 좀 찾아봤는데 이 책만큼 재미있는 건 못찾았네요. 물론 제 개인적인 느낌이고 책들을 전부 찾아본 건 아니지만요.
열 세편 모두 비슷한 얘기가 하나도 없고 작가의 개성이 뚜렷해요.
이벤트 아이디어는 새겨둘만한데요? 기억해두겠습니다 ^^

순오기 2011-03-06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열세 살의 서로 다른 열두 편의 이야기라니 흥미롭네요.
빌려왔다는 '하드 러브'는 읽은 책이어서 눈이 반짝 뜨였어요.^^
우리 창작 읽은 것 중에
최나미의 '걱정쟁이 열세 살'과 김진영의 '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을 추천해요.

hnine 2011-03-06 05:43   좋아요 0 | URL
제목에 맞게 실린 글도 열 세 편이었는데 그 중 하나는 시였어요. 정말 한 편 한 편 모두 재미있고 감동적이더라고요.
'하드 러브' 읽으셨군요. 지금 읽고 있는 '조태백 탈출 사건' (읽으셨겠지요? ^^) 얼른 읽고 읽어보려고요.
우리 나라 작품 속에서의 열 세 살과 비교해보고 싶어서 어제 도서관에 가서 좀 찾아봤어요. 말씀해주신 책들도 적어놓았다가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순오기 2011-03-06 14:38   좋아요 0 | URL
<조태백 탈출사건>은 00공원에서 우수리뷰 먹었더랬어요.^^

hnine 2011-03-07 05:03   좋아요 0 | URL
<엄마의 정원> 때문에 읽어보게 된 책인데 실린 다른 글들도 괜찮네요.

다락방 2011-03-06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그렇지만 저는 번역되면 읽어볼래요. 아직 번역작품으로 있는건 아닌거죠? 리뷰를 읽다보니 혹시 읽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엠 아이 블루?]라는 책이 생각나요. 그 책도 여러 작가가 모여서 동성애에 대한 소설을 써낸 작품집이거든요.

케빈은 열세살, 은 저도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어요. 케빈이 좋아하던 예쁜 여자애 이름이 아마도 '완다'였죠? 케빈 엄마가 케빈 학교로 찾아와서 아이들 다 있는데 큰 소리로

'여어, 케빈' 하고 불러서 케빈이 엄청 창피해했던 에피소드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소개해주신 이야기들중 저는 [Picky eater]를 가장 읽어보고 싶어요, hnine님.

hnine 2011-03-07 05:09   좋아요 0 | URL
번역서가 나와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락방님도 번역서 없이 읽으실만 한데...
<앰 아이 블루?> 네, 거의 항상 ㅠㅠ ㅋㅋ 저 아직 그 책 안 읽었어요. 제목은 귀에 익네요. 한번 읽어봐야지.
완다! 케빈이 좋아하던 여자 친구까지 기억하시다니, 저보다 한 수 위십니다. 까다롭게 먹는 아이 이야기는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하고 시작했다가 뭉클하면서 끝나는 이야기랍니다. 그 밑에 소개한 noodle soup 도 재미있고, 오징어 소녀도 재미있고...몽땅 재미있어요. noodle soup을 쓴 작가의 다른 책을 지금 읽고 있는데 이것도 재미있네요. <하드 러브> 라고, 힘든 사랑이란 뜻이래요.

starover 2011-04-23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이상한 건 미국이 '13'이라는 숫자를 싫어하는 데 왜 이번에 숫자 컨셉이 '13'이냐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새로운 시도를 보는 것 같네요. 하여튼 전 여러 작가들이 모여서 만든 책들은 대부분 좋더라구요^^

hnine 2011-04-24 08:49   좋아요 0 | URL
말씀 듣고 보니 그렇네요. 글 내용 중엔 그런 구절이 나와요. 골치 아프고 누구나 피해가고 싶은 이 나이를 왜 건너 뛰지 않고 누구나 다 겪어내야 하느냐고요. 어쩌면 이프리트님이 말씀하신 13이란 숫자의 기피성때문에 일부러 책의 컨셉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이 책 권해드릴만 해요. 글 하나하나가 비슷한 것 없이 다 개성있어요. 그런 구성의 책을 좋아하신다면 이란 책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저도 지금 읽는 중이라서, 얼른 읽고 리뷰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