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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떡소녀의 행복한 날들 - 웃음과 희망을 전해주는 행복 비타민
조수진 글.그림 / 책으로여는세상 / 2010년 11월
평점 :
가끔 알라딘의 추천마법사에 들어가보는데 그냥 들어가보는 것일 뿐 그닥 눈여겨 본적은 없다. 그런데 며칠 전 이 책을 추천마법사 페이지에서 보았을 때 무슨 일인지 꼭 읽고 싶어졌다. 그것도 하루라도 빨리.
그날로 주문해서 오늘 받았고, 오늘 다 읽었다.
과학고, 서울대 졸업, 대기업 취업. 탄탄대로를 걷던 예쁘고 꿈많은 스물 일곱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어느 날부터 심한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은 채 두달이 지났다. 그리고는 무릎 관절이 아파왔다. 병원에 가서 각종 검사를 다 거쳐본 결과 내린 진단은 임파선 암. 이후로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요양원, 골수 이식에 이르기까지 그 힘든 과정을 지금까지도 꿋꿋하게 견뎌내오고 있는 중, 어릴 때부터의 꿈인 만화 그리기를 떠올리고는 투병 일지를 만화로 그리기 시작, 블로그에 올린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계기이다.
그런데, 내용이 이렇게 재미있고 밝을 수가 없다. 내 인생의 어느 시기에도 이렇게 재치있고 밝은 내용의 일기를 써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의 제목도 그래서 무슨 투병 일지, 이런게 아니라 '행복한 날들'. 맞아,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매일 매일 선물처럼 받는데 왜 그 선물을 제대로 풀러서 사용해보지도 않고, 어쩔 줄 몰라하고 남의 손에 쥔 것과 비교하고, 고민만 하며 보내는 것일까.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렸지만, 그래서 저자 역시 '왜 내가'라는 억울함과 속상함의 시기를 거쳤지만, 이제는 '이 암을 다 고치고 나면, 고치기만 하면 무엇 무엇을 해야지.'가 아니라 암과 함께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암을 통해서도 뭔가 배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그녀의 말에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힘든 인생을 살아가고, 누구도 뜻대로만 되는 인생을 살지 않는다고, 인생을 롤러코스터 같은 것이기 때문에 내리막을 갈 때도 낙심하지 않고 언제 이 롤러코스터가 끝날까, 언제 내리막이 끝날까, 그런 생각하느라 허비하지 않아야 겠다는 것. 살아있는 동안, 즉 롤러코스터에 타고 있는 동안 그 순간을 행복하게 즐기면 되는거라고. 표지의 활짝 웃는 그녀 얼굴이 나를 향한 것만 같다. 나보고도 이렇게 웃으며, 행복하게 살라고 귀뜸해주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어떤 시기를 살던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고 소중한 나의 인생인 것을. 언제나 이 시기까 끝날까 불평하고 한탄하고 우울해하고, 이러면서 시간을 허비한다고 또 절망하고...
그녀의 블로그에 가보았다. 골수 이식의 결과가 좋지 않단다. 이식 전 보다 암이 더 퍼져 있더란다. 그런데도 그녀는 정말 남 얘기 하듯이 이럴 수가 있냐고, 뭐 이런게 다 있냐고, 마치 장보러 가서 바가지 쓴 것 정도의 푸념만 할 뿐이다. 여러분, 그래서 이 결과에 대해 우리 가족은 어떤 결단을 내렸을까요? 내일의 만화를 기대해주세요~ 라면서.
행복을 향한 노력은 용기이고 결단이다.
이 책의 후편이 계속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