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푸른 문학상 동화집 조태백 탈출사건 외
우리 나라 창작 동화 중에 등장하는 식물원이나 정원을 찾아보다가 알게 된 책이다. <엄마의 정원> 을 비롯하여 모두 일곱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모두 읽을만 했다.
<구경만 하기 수백번> 조 향미 작
반에서 태준이 일당에게 집중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진우를 보며, 나서서 말리거나 선생님에게 알릴 용기를 내기 어려워하는 아이의 심리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꿈틀하는 지렁이를 보고 감정 이입을 하는 비유가 좋았다.
<상후, 그 녀석> 공 수경 작
열성 혹은 극성 엄마 덕에 시험, 학원 등 얽매인 생활을 하고 있는 상후의 잠재된 소망이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어느 대상에게 투사되어 대리 만족을 한다는 설정이 특이하다.
<조태백 탈출사건> 황 현진 작
부모와 한집에서 살고 있으나 사실 부모의 부재를 느끼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침에 바쁘게 출근하는 엄마, 택시 운전일을 하여 오후나 되어야 일어나는 아빠를 둔 태백이는 숙제장 살 돈을 급하게 구할 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 결국 생각해낸 것이 집에 도둑이 들어서 숙제장을 못가져왔다고 거짓말을 한것. 결국 거짓말이 들통나고 아빠로부터의 욕을 피해 집을 나온 태백이는 교장 선생님과 형의 이해로 마음을 돌려먹는다. 아이들의 거짓말은 그 자체를 야단치고 벌주기 보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 동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해주는 작품이다.
<누구 없어요?> 조 현실 작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빠마저 사고로 잃고 장례가 끝난 후 빈집에 혼자 돌아온 아이는 엄마의 전화를 기다리지만 집안은 고요하기만 하다. 옆집에 역시 혼자 사는 아저씨의 발자국 소리만 들리고 배가 고팠던 아이는 아저씨가 끓이는 된장국 냄새에 침이 고이며 식욕을 느낀다. 제목에서부터 누군가의 관심과 돌봄을 요청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독자에게도 확실히 들린다.
<엄마의 정원> 김 화순 작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간호하던 아이는 어느 날 병원 옥상에서 정원을 발견하는데, 식물인간이 되어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이, 평소에 자기가 좋아하던 진짜 식물로 변해 이루어진 정원이다. 아이의 손길이 닿으면 그 식물은 원래의 사람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알고 아이는 엄마가 좋아하던 식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해내려고 애쓴다. 아이의 절실한 바램과 환타지 세계가 접목된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식물인간이라고 이름 붙여질 때와 달리 실제 식물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 글 속에 묘하게 대조되어 있다.
<낯선 사람> 김 일옥 작
내 가족이 아니면 일단 낯선 사람으로 보고 경계해야 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내용이다. 이웃에서 도난 사고가 일어난 물건을 친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그 친구의 아버지를 좀도둑으로 의심하기 까지 아이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고 얼마나 주의를 들었을까.
<마니의 결혼> 이 혜다 작
맹랑하다고 해야하나, 순진하다고 해야하나. 식구들이 많아 복작거리는 집에서 자기의 의지는 무시당하기 일쑤라고 생각한 여자 아이 '마니 (형제가 많은 집안의 막내라서 지어진 이름)'는 맘에 드는 남자 친구인 성준이와 결혼해서 자기들끼리 따로 살기로 했다고 식구들 앞에서 선언한다.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는 대신 순순히 그렇게 하라고 반응하는 마니의 식구들. 실제 살림을 차릴 준비를 하다가 마니가 깨닫는 것은? 가족의 의미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알려주는, 재미있는 소재의 작품이다.

최나미 작 <셋 둘 하나> 외
아이들이 등장하는 책을 어른이 쓸때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어른의 목소리가 아니라 아이들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가라는 소개를 듣고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았다. 제일 먼저 읽게 된 책인데 <수호 천사>, <마술 모자>, <셋 둘 하나> 이렇게 세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수호 천사>
자기는 태어날 때부터 행운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며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자혜의 반에 선우가 전학을 오면서 그 인기도는 선우쪽으로 기울게 된다. 작가는선우라는 아이의 특이한 캐릭터 설정을 잘 해 놓았다. 그 아이를 통해 미움과 호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자혜의 심리 묘사가 섬세하게 잘 그려져 있다.
<마술 모자>
외로운 아이와 외로운 아줌마가 등장하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떨어져 아빠와 할머니, 고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는 아이는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고집이 세어 식구들과 늘 충돌한다. 우연히 동네 공터에서 만난 리어커에서 물건을 파는 아줌마와 가까와 지고 그 아줌마의 집까지 따라가서 알게 된 것은 자기보다 더 외롭고 딱한 아줌마의 상황이었다. 아줌마가 리어커에 가지고 있던 물건중 팔지 않는 것이라고 하던 마술 모자를 아줌마는 선물로 남기고 다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셋 둘 하나>
열 세살 아이가 등장하는 국내 창작을 찾아보다가 읽게 된 책이다. 셋이 친구일 때와 둘이 친구일 때, 그리고 혼자 다닐 때, 한 사람씩 인원이 많고 적고의 차이뿐 아니라 그 분위기는 무척 다르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다. 원래 셋이서 친하게 지내다가 반에서 왕따 당하고 있는 은혜를 동정하는 마음으로 함께 그룹에 끼워주고 어울려 다니지만 정작 은혜가 느낀 것은 단순히 고마움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이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의도가 너무 드러나는 작가들도 있다. 아마도 최 나미 작가는 아이들의 내면 심리를 연구하고 묘사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타입이 아니가 생각된다. 어른들이 모르거나 놓치기 쉬운 아이들의 결핍, 아픔, 소망을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을 글 쓰는 이유로 삼고 있지 않을까 혼자 추측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