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의 기억은 때때로 얼마나 끈질기게 뇌 속에 박혀있는지, 새삼 우리의 기억 시스템이 신기하기만 하다.
중학교 2학년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음...30 여년 전. 난 팝송을 무척 좋아했다.
TV의 영어 교육 방송에서 가끔 팝송 가사를 해설과 함께 소개해준다는 것을 알고는 열심히 찾아서 시청하고 있던 어느 날 이 노래가 소개되었다. 이 노래는 그 당시에도 이미 올드 팝송에 속하는 노래였는데 상큼한 리듬과 여자 싱어의 투명한 목소리가 절로 따라서 부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여기에 가사까지 의미있게 와닿으면 완전 몰입하게 되는건데, 이 노래 가사가 지금 봐도 그렇지만 열 다섯살 나에게도 참 좋았었나보다.
한쪽에서만 보시나요? 이쪽 저쪽에서 보고 생각해보세요. 좋은 면만 있지도 않고 나쁜 면만 있지도 않아요. 난 인생이라는 것을 그런 식으로 본답니다.
내맘대로 다시 써본 가사 일부이다. 원래 Joni Mitchel 이 부른 노래인가본데 그 날 방송에선 Judy Collins의 노래로 들었다. 그래서 난 지금도 Both sides now 하면 Judy Collins의 목소리를 먼저 떠올린다.
이렇게 배운 팝송으로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keep ~ing 형태 구문을 소개하기 위해 채택된 노래 같지만 사실 내게는 여기서 raindrop이란 단어가 단순히 빗방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고난, 어려움을 의미한다는 설명을 듣고서 그 날 이후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노래가 되었다. You've got a friend도 있구나. If I needed you도 있고.
당시 그 방송을 담당한 강사는 서강대 객원교수라고 소개되던 서 승현 교수. 얼마전에 EBS를 보다가 영어가 아닌 관광 매너인가? 그런 프로그램을 하고 계신 걸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30년전 마음에 와서 박힌 노래들을 지금 다시 불러도 좋다.
한때 열광하다가 금방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들도 많은데, 어떤 기억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뭉클했던 감동 그대로 남아서 추억하게 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