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부터의 수기 펭귄클래식 16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조혜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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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영혼 속에 지하실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날 어떻게든 만나고 알아보는 것이 너무도 두려웠다. 난 어두운 곳으로만 다녔다. (74)

 

도스토옙스키. 1821 7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직업작가의 뜻을 두고 제일 처음 발표한 작품이 <가난한 사람들>(1846). 고등학생 때 읽고 가슴 아릿했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는 책이다. 반정부 역할을 했다는 죄목으로 한때 사형선고까지 받았다가 처형직전 황제의 특사로 감형되어 시베리아로 유형 되었다. 시베리아 감옥에서 지내는 동안 그는 공상적 혁명가에서 신비주의자로 사상적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투옥 생활을 하는 동안 밖에서는 크림전쟁이 일어났고, 석방된 후 일병으로 강제 복무하는 동안 만난 여자와 나중에 결혼하게 되지만 (1857) 석방 후 시간들도 평탄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는 정치적 변동의 시대였고 개인적으로는 첫 유럽 여행을 하였고 아내와 형이 연달아 죽었으며 (1862) 이러한 사건들을 겪는 가운데 그의 정신 세계가 어떠했을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 <지하로부터의 수기>(1864)라고 하겠다. 이 작품을 계기로 하여 도스토옙스키는 문학의 전환점을 이루게 되고, 이 소설 이후로 <죄와 벌>(1865~66)을 포함하며, 관념적 소설들로 이어지는 작품 제2기를 맞게 된다. <백치>(1869), <악령>(1871),  <카라마조프의 형제들>(1880) 등이 이 시기에 발표된 소위 그의 위대한 소설들이다. 정치검열법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다시 체포되어 수감되기도 하였고 두 번째 결혼한 여자와의 사이에 딸, 아들을 두지만 셋 중 둘이 어릴 때 죽는다. 1881 6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의 평탄하지 않은 삶이다. 그 자신이 20대부터 신경성 병과 간질병을 앓기 시작했고, 사형선고, 그 추운 시베리아에서 투옥 생활, 석방되고도 한동안 시베리아를 떠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자유롭지 못한 생활 등. 이런 삶의 경로를 거치는 동안 자연스럽게 그만의 지하세계가 만들어졌는지 모른다.

해설에 의하면, 의식의 지하세계에 살면서 어둡고 자폐적이며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감정 속에서 쾌락을 찾는 작품 속의 지하인은 어떤 한 사람을 나타낸다기보다 획일적, 도덕적, 이성적인 그 당시 새로운 인간에 대응하여 도스토옙스키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인물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인간상인 것이, 냉소적이고 고립적이긴 하나 주인공은 고립된 세계에 살면서도 학문적인 논리를 펼칠 줄 알고 고독을 즐길 줄 알며 나름대로 소통의 대상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의식적인 무기력함이 오히려 더 낫다! 그러므로 지하실 만세! 비록 내가 마음속 깊은 곳까지 정상적인 사람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을 보는 상황에서도 결코 그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를 부러워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니,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지하실이 더 이롭다!). 적어도 지하실에선 가능하다. ! 난 이 시점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하실이 더 나은 것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 내가 열망하지만 결코 찾을 수 없는 완전히 다른 것이 더 낫다라는 사실을 마치 2x2=4처럼 내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지하실이라니, 악마에게나 가라지! (59)

 

주인공의 이중성과 모순이 잘 나타나고 있는 구절을 뽑아보았다.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구차스럽고 불만스러워하지만 않는다. 오히려 정상적인 삶이 이루어지는 지상보다 오히려 지하라는 고립된 세계에서 더 가능한 것들이 있다고까지 말하고 있지 않은가.

 

집에서 난 무엇보다 독서를 많이 했다. 계속해서 내 안으로 파고드는 외부의 자극들에 빠져보고 싶었다. 외적인 자극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독서 하나였다. 물론 독서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독서는 날 흥분하게 만들거나 위로해주기도 하고 또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때론 미치도록 외로웠다. 어쨌든 움직이고 싶었고, 그래서 갑자기 지하의 어둡고 혐오스러운 일에 빠졌다. 그것은 거창한 타락이 아니라 조그만 어긋남이었다. 내 안의 열정들은 강렬했고 늘 그래 온 병적인 초초함 때문에 들끓고 있었다. 눈물과 경련을 동반한 히스테리컬한 발작이 있었다. 독서하는 것 말고는 아무데도 갈 데가 없었다. 그 당시 내 주위에는 호의를 가질 만한 일도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우수가 찾아왔다. 모순과 역설에 대한 히스테리컬한 열망이 있었다. 그래서 난 어긋나기 시작했다. 난 결코 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말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아니다! 거짓말을 했다! 난 내 자신을 정당화하고 싶다. 여러분, 이건 나를 위한 거짓말을 지적하고 싶다, 난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다. 약속한다. (74)

 

독서에 대한 집착과 지하세계를 은근히 연결 짓는 이 구절에서도 주인공의 내면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이것이 소설인가 수필인가 할 정도로 주인공의 생각을 설명한 부분이 많고, 주인공과 도스토옙스키를 동일시하여 읽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중성과 모순. 지하인은 어쩌면 시대를 불문한 인간의 내재적인 모순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고 해설자는 덧붙이고 있는데 그것이 이 작품이 갖는 의의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예술이란, 시인들과 낭만주의자들에게서 훔쳐와서 모든 가능한 서비스와 요구에 응하기 위해 준비된 존재의 아름다운 형식 (87)

이것은 예술을 정의한, 나름 매력 있는 문장이란 생각이 들어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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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4-10-0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졸업 후, 말 그대로 책만 읽던 시절에 이 책을 읽었었지요. 구구절절 가슴에 콕콕 박혔던 책이었어요. 그 아픈 시절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 있어서...늙는 것도 나쁘지는 않네요.

hnine 2014-10-03 15:13   좋아요 0 | URL
전 지금도 가끔 지하와 지상을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드는데 이 작가가 말하는 지하세계와는 정도와 수준이 다른거겠지요. 이 책 다음으로 읽고 있는 책에 그런 말이 있더라고요. 상처를 재료로 우리는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는거라고요. 도스트옙스키의 굴곡많은 일생이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게 했나봐요.
독서와 관련된 구절을 읽으면서는 책 속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씩 다 지하생활인의 은둔적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제발 저리기도 했답니다.
 
날짜변경선 문학동네 청소년 9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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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은 알고 있었으나 그녀의 작품을 읽어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느 웹사이트에 올린 나의 글을 그주의 당선작으로 뽑아준 사람이 전삼혜 작가였고, 몇주 후 상품으로 배달된 몇가지 물건 중에 이 책이 들어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행운과 용기를 빌어요 2014 여름 전삼혜" 라는 작가의 손글씨와 함께.

1987년생. 내가 대학 3학년때 태어난 젊은 작가이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작가도 고등학교 재학시 백일장 키드로 살았고, 그 특혜로 대학에 입학했으며, 졸업후 이젠 더 이상 백일장에 나가지 않아도 될때 처음 써본 장편소설이 이 책이라고 한다.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고등학생인 것도 그렇고, 작가의 고등학교때 경험이 이야기 전반에 스며있다고 짐작된다.

글로 대화하고, 글로 만난 세 사람. 이들의 공통점은 백일장에 참가하여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지만 그 이유까지 모두 같지는 않다.

우진, 그는 기형도 시를 계기로 시에 빠져 한동안 시 쓰기에 열을 올려보지만 한계를 느껴 소설 쓰기로 방향을 바꾼다. 백일장에 참가하기 위해 수업까지 빠져가며 전국 이도시 저도시 다녀야 하는 일이 짜증스럽다고 하나 글 쓰는게 너무 좋은 우진의 마음을 꺾어놓진 못한다.

학교에서 이유 없이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몸과 마음 모두 상처를 받은 후, 그 아이들로부터 미안하다는 형식적인 사과를 받긴 했지만 학교로부터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백일장에 참가하게 된 윤희. 이유야 어쨌든 나가는 백일장마다 거의 수상을 한다.

그리고 또 한사람 현수. 이 소설의 화자인 셈인데 우진과 윤희보다 한살 어리기 때문인지 글 쓰기를 좋아하면서도 나는 왜 글쓰기를 좋아하는지 자신에게 물어보고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등의, 답 없는 물음을 던지며 혼란스러워한다.

화자는 현수이지만 아마 독자의 호기심을 끝까지 끌고 가는 건 이 중 윤희가 아닐까.

"미안, 나는 네가 계속 왕따였으면 좋겠어."

학교에서 가방이 없어져 찾고 있는 윤희에게, 조용히 가방이 있는 곳을 알려주며 같은 반 아이가 한 말이다.

그녀 역시 윤희 이전에 반 아이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었고, 자기가 당했던 것을 윤희가 지금 당하고 있는 것을 보며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얘기한 것이다. 윤희가 아니었다면 계속 왕따가 되었을 애.

결말이 섬뜻한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하며 끝페이지까지 갔던 건 아마 대개 이런 소설들이 그렇게 결말을 맺고 있더라는 것이 학습되었기 때문인지.

제목 '날짜변경선'은 세 사람이 처음 만났던 인터넷 카페 이름이고, '변경'이란 단어는 마지막으로 참가한 백일장에서 제시된 제목이기도 하다.

변경. 우리 삶의 어느 대목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이것때문에 우리는 절망하기도 하고, 또 마지막 희망을 품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난 후 그때가 인생의 한 변곡점이었음을 깨닫기도 한다.

 

섬찟한 결말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읽고 난 후 기분이 좋다. 고등학생 시절을 다 거친 후에 썼음에도 마치 지금 고등학생이 쓴 것처럼 자연스러운 문체와 표현때문에 아마 지금 고등학생들이 읽으면 한글자, 한줄 글마다 피부로 쏙쏙 스며드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다.

 

"전삼혜 작가님, 계속 좋은 작품 써주세요. 책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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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9-2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날것같네요 학창시절 이야기는 언제나 와닿습니다. 작가가 참 섬세하네요

hnine 2014-09-29 13:58   좋아요 0 | URL
작가 자신의 경험이 모자이크 식으로 이야기 여기 저기 들어가있답니다. 따돌림에 대한 책은 이미 많이 나와있는데 그들이 나름 다 다른 걸 보면 신기하지요. 전 우연한 거짓말보다 이 작품이 더 좋았어요. 어른의 목소리가 아니더라고요 이 작품은.

노이에자이트 2014-09-29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와 독자가 이런 인연을 맺을 수도 있군요.부럽습니다.

hnine 2014-09-29 20:02   좋아요 0 | URL
일찍 등단해서 큰 상도 받았는데 요즘은 작품 활동이 뜸한 것 같아서 궁금해요.
이 책엔 특별히 충격적인 대목이 있거나 표현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마치 고등학생 저자가 쓴 양 자연스러워,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았답니다.

세실 2014-09-30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전삼혜....삼삼하다는 단어가 맴도네요~~~
이른 나이에 촉망받는 작가군요. 부럽다^^
우아한 거짓말처럼 섬뜩한 결말은 아니라니 다행입니다^^

hnine 2014-10-01 00:45   좋아요 0 | URL
청소년소설중에 섬뜩한 결말인 것들이 꽤 있지요. 이 책에서도 따돌림 이야기와 함께 은둔형 인물이 나오길래 혹시 또 충격적인 끝을 보게되나 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작가 이름이 독특하지요? 본명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른 웹사이트에서 보니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일찍 능력을 인정받았으니 앞으로 그 능력을 맘껏 발휘했으면 좋겠어요.

icaru 2014-10-0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솔직히 말하면, 나이가 어린 작가가 쓴 소설은 다소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고는 읽기가 쉽지가 않거든요. ^^;;;;;;
시라면, 또 모를까요..
제가 나이가 들어가니까, 생긴 증상이어요,, ㅎㅎ ㅅ
그런데, 이 작가의 작품 읽어보고 싶네요~ 진짜... 그리고 계속 작품을 내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고요..
문재가 있어서 잠깐 반짝하는 게 아니구요...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무슨 문학상에서인가 수상작이었던, 남상순의 ˝흰뱀을 찾아서˝를 읽고, 너무 좋아가지고, 기존에 읽었던 것들,,, 자아는 팽배에 있고, 시대의식은 비장하고 그런 일련의 작품들이랑 너무 다르게 정답고 신선해서,, 그런데 그 작가 작품을 이후에 찾아 읽어보기가 어렵더라고요 ;; 작품은 계속 내셨을 텐데,, 제가 못 찾아 읽은거지만, 왜 갑자기 남상순 작가가 생각났을까요? ㅎㅎ

hnine 2014-10-02 21:55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라서 다른 작품들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일찍 등단한데서 그치지 않고 계속 그 여세를 잃지 않는 김애란 같은 작가도 있지요. 저도 솔직히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면 이 나이에 벌써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마치 겪어본 것 처럼...하면서 감탄할 때가 많아요. 그러니까 작가이겠지요.
전 남상순 작가의 ˝사투리귀신˝이라는 책을, 독서 모임에서 읽기로 해서 읽었는데 남상순이라는 이름에서 기대하던 것에 비해 많이 실망스러웠어요. 그러고 보니 정작 ˝흰뱀을 찾아서˝는 읽지 않았네요. 하도 많이 들어서 읽은 줄 착각하고 있었어요.
 

 

15일, 신형철이 진행하는 문학동네 팟캐스트를 듣는데,

세명의 일본 작가에 대한 이날 내용은 한마디 한마디 흘려들을 게 없었다.

방송 듣는게 일 하는데 방해되는게 아니라

일이 방송을 듣는데 방해가 된다고 느껴질 정도.

그래서 일부러 한가한 틈을 내어 오늘에서야 들었는데 이런.

다음 회 한번 더 진행하고 이제 그만 한다는 슬픈 소식.

내가 얼마나 좋아하고 기다리는 방송인데.

'요즘은 어디 정붙이기가 겁난다니까!'

서운함이 화로 변질되어갈 즈음,

'에잇, 빵이나 굽자!'

 

화나서 반죽을 해서 그런가?

다른 날보다 발효가 빵빵하게 잘 되었다.

맛은?

그냥 빵 맛.

버터, 우유도 생략하고,

기본 재료로 밀가루, 물, 이스트, 소금, 설탕, 식용유만 가지고 만들었으니.

 

내일 아침엔 세 식구가 이거 한덩이씩 먹으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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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14-09-19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 제 발효빵은 발효가 잘되어서 처음엔 부드럽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딱딱해져서 먹을수가 없어요 ㅜㅜ 뭔일일까요 ? ㅜ 저는 오래간만에 화이트 와인 마시며 혼자 음악듣고있어요 ! 빵을 굽고 와인마시고 금요일밤은 사랑입니다 ^^

hnine 2014-09-19 23:21   좋아요 0 | URL
춤추는인생님이 잘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빵은 원래 구워놓고 시간이 지나면 딱딱해지지 않나요? 저희 집은 만들기가 무섭게 없어져서 딱딱해질때까지 가본적이 없어서요 ㅠㅠ
1차 발효, 중간휴지기, 2차 발효, 다 하시는거죠?
지금 무슨 음악을 듣고 계실까...궁금하네요 ^^

파란놀 2014-09-20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시는 방송이 끝나도, 다음에 새롭게 좋아할 방송이 나오리라 생각해요.
언제나 즐겁게 여러 이야기도, 맛난 빵도 누리셔요~

hnine 2014-09-20 13:48   좋아요 0 | URL
한시간이 넘는 방송 분량의 원고를 혼자 써서 2주에 한번씩 방송을 한다는게,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에게 무리는 무리였을거라는걸 알면서도 그만 둔다는 말에 서운함을 느끼는건 듣는 사람의 이기심이겠지요. 문학을 잘 모르는 저도 문학에 대한 애정이 마구 샘솟게 만드는 방송이었어요.

icaru 2014-09-20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노릇하니,, 잘 구워졌어요! 우리 인생도 저 빵처럼 구워졌으면,, 폴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가 생각나는 오전입네당^^!

hnine 2014-09-20 14:13   좋아요 0 | URL
인생을 빵에 비유하자면 제 인생은 음... 바게뜨? 겉은 딱딱, 속은 몰랑몰랑 ^^
폴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 아직 안읽어봤어요 부끄럽게도.
제가 20대 후반, 아직 결혼 전에 사람들에게 그랬어요. 이 직장 딱 50살까지만 다니고 빵집 차릴거라고.
그 직장은 50세 되기도 전에 사표내고 나왔고, 빵집은 커녕 이제 겨우 발효식빵 만드는 정도랍니다 . 50이 낼 모레인데^^

하늘바람 2014-09-20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븐두 없지만 빵도 만들지 몰라서 넘 근사해요. 빵도 맛나보여요 빵순일 울리네요

hnine 2014-09-20 14:13   좋아요 0 | URL
오븐없이도 빵 만들 수 있긴 해요. 제가 빵을 좀 더 근사하게 잘 만들수 있게 되면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빵 가지고 가서 수다떠는게 제 희망사항중 하나여요.

울보 2014-09-2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딸이 로망인데 엄마가 빵만들고 쿠키 만드는것 그런데 전 정말 그런쪽에는 소질이 없는듯해요,,갓구운 따끈한 빵에 따스한 커피한잔 너무 좋아요,

hnine 2014-09-20 14:14   좋아요 0 | URL
울보님, 만들기 쉬운 빵이나 쿠키 부터 한번 도전해보세요. 저도 책이랑 인터넷 보고 혼자 배웠는데 발효빵보다는 조그만 머핀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해드려요. 머핀은 중간에 기다리는 시간도 없고 그냥 그릇에 재료 다 쏟아 붓고 섞어서 정해진 온도에 굽기만 하면 끝! 나중엔 류와 함께 만드셔도 좋아요.

세실 2014-09-20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뜯어먹고 싶어지는 먹음직스러운 빵이네요~~
저도 나인님 빵이랑 커피 함께 먹을 기회 오리라 믿어용^^

hnine 2014-09-20 22:40   좋아요 0 | URL
그날까지 너무 오래 걸리지 않도록 해보겠습니다~ ^^

비로그인 2014-09-2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카스테라도 정말 비주얼이 장난 아니었는데 이번 빵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네요.
제빵 능력도 능력이지만, 서운한 김에 화도 한번 냈다가 그참에 우발적으로 냅다 빵을 만들어내시다니..ㅋㅋ
나인님 정말, 능력자..^^

hnine 2014-09-21 11:03   좋아요 0 | URL
대충 만든 빵 티가 팍팍 나는데요. 버터가 들어가줘야 굽는 동안 그 전형적인 빵 냄새가 폴폴 나는데, 그냥 기름 넣고 (올리브유도 아니고 그냥 식용유 ㅋㅋ) 했더니 그런 풍미도 없었고, 깨를 뿌려주려거든 위에 달걀물 발라주고 뿌려야 깨가 흐트러지지 않는데 그냥 뿌려댔더니, 빵 따로 깨 따로, 아래로 떨어져내리는게 대부분이었어요. 알면서 귀찮아 안한거죠.
제빵은 꼼꼼한게 생명이라, 저의 한계는 딱 여기까지인것 같아요. 그래도 잘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소박한 재료이지만 요즘 홈메이드 아무나 먹는줄 아냐고, 식구들에게 큰소리 빵빵 쳤답니다. 누가 만들어달라고 한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

순오기 2014-09-23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먹고 싶다. 색깔이 정말 맛나 보여요!!
지금 점심 먹은 후라 배부른데도... 나는 빵순이!ㅋㅋ

잘 지내시죠?^^

hnine 2014-09-23 17:22   좋아요 0 | URL
여기 알라딘에 빵 좋아하시는 분들 많지요. 저도 물론이고요. 왜 빵은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걸까,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저 빵은 정말 기본만 지킨 빵이라서, 특별한 맛이 있지 않아요. 여러 가지 재료를 더 섞을 수 있는데 저 날은 집에 있는 재료만 가지고 만드느라고요.
저는 염려 덕분에 잘 지냅니다. 이제 거동은 자유로우신거죠?

노이에자이트 2014-09-23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형철이 언급한 세명의 일본작가가 누군지 궁금해요.

hnine 2014-09-23 17:34   좋아요 0 | URL
쓰시마 유코, 미야모토 테루, 시바타 쇼. 이렇게 세 작가랍니다. 쓰시마 유코는 다자이 오사무의 딸인데 자살한, 그것도 다른 여인과, 작가 아버지를 둔 그녀 역시 작가가 되었다네요. 제가 일본문학을 잘 알지 못하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제일 많이 알려진 일본 작가 1,2,3은 아닌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4-09-24 15:58   좋아요 0 | URL
오...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쓰시마 유코는 그 중에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편이죠.

2014-09-25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6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상미 2014-10-0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빵 세덩이만 구워도 반죽한 그릇이며 설겆이 거리는 많이 나오는거 아니야??
난 .... 빵은 빵집에서 돈주고 사먹는거로 아는 사람이야 .
대단~~~~

hnine 2014-10-02 04:26   좋아요 0 | URL
설겆기 거리도 많이 나오고 번거롭고, 맞아. 그러니까 빵을 만들어먹으려면 빵을 무지하게 좋아해야 할수 있어 ㅋㅋ 돈주고 사먹는게 훨씬 맛있기도 하고. 난 달짝찌근한거 좋아하는 식성인데 빵은 달지 않고 아무 특별한 맛이 없는게 더 좋아서 위의 저런 빵이나 치아바타, 포카치아, 바게뜨, 베이글, 이런거 만들고 싶은데, 흠...혼자 독학으로 만들기 쉽지 않더라구.
사람들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대접하는 네가 더 대단하지~~~~
 

 

어제 아이 학교에 다녀왔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처음 있는 학부모 모임이니 참석해달라는 연락을 받고서이다.

매년 있는 일이지만 그런 연락이 와도 한동안 잘 가지 않았다.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하고 자꾸 피하고 싶어하는 나의 사회성 부족 탓도 있고,

지금보다 더 어릴때 얘기이긴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있었던 일을 가지고

엄마들이 나서서 해결해줘야 한다면서 아이들 일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엄마들과 의견을 같이 하기가 어려웠던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그분들은 그것이 아이들의 원만한 학교 생활을 위해 더 낫다는 생각이고, 그것을 내가 옳다 그르다 말할 일은 아니다.

나는 아이들이 직접 부대끼며 해결해나가도록 두고 옆에서 지켜만 보자는 쪽이었는데 아마 다른 엄마들 보기엔 그것이 너무 방관하는 것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다른 엄마들과 의견이 차이나다보니 엄마들 모이는 자리에 더더욱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어제는 모처럼 나가보게 되었는데, 갈때마다 느끼는건 아이가 참 멀리도 학교를 다니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학교 버스가 다니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거의 한시간 거리. 어제 나는 버스를 두번을 갈아타고 가야했다.

몇년 전 이사를 결정할때 학교에서 가까운 곳으로 갈까 생각 안한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 큰 평수의 아파트에, 공장지대가 가까워 공기가 안 좋다고 알려진 곳이기 때문에 그때만해도 아이의 아토피를 걱정하던 때라서 오히려 학교에서 더 멀어진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사 오고 나니 아직 학교버스 노선이 이곳까지 개설되기 전이라 아이는 혼자서 버스를 갈아타면서 다녀야했다. 아직 초등학생인데 엄마가 차로 좀 데려다주지 그러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나는 차도 없을뿐 더러 그럴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몇번 아이 데리고 연습을 했더니 잘 하기에 그냥 아이 혼자 버스 타고 다니게 했다.

가끔 아이에게 묻는다. 집에서 걸어갈 거리에 있는 학교로 옮기는 건 어떠냐고.

단박에 싫단다. 다니던 곳에 정이 들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1학년때부터 그렇게 다녀서 이미 적응이 되었기도 하고.

 

어제는 학교에서 입은 체육복을 저녁 9시가 다 되어 내놓으면서 오늘 가져가야 한단다. 물론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 것이긴 하지만, 시작은 해주되 세탁이 끝나면 네가 꺼내서 널어놓아야겠다고 했더니 알았단다. 그러고 들어가서 나는 내 할일을 했다. 세탁기가 다 돌아갔다는 신호음이 들리는데 아이는 나와서 널어놓는 기색이 없다. 엄마가 말은 그렇게 해도 널어주겠지 했나보다.

오늘 아침, 아이가 체육복을 찾는다.

"네가 안널었으면 아마 세탁기 속에 아직도 있겠지."

했더니 엄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툴툴거린다. 세탁기에서 체육복을 꺼내더니 급한대로 헤어드라이기로 말리는 것을 보고 그 조차도 나는 도와주지 않았다. 아마 학교갈 시간에 쫒겨 여전히 축축한 채로 가져갔을 것이다.

 

공부하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다가도 아이가 딴청을 피거나 하기 싫어하는 기색이 보이면 가차없이 가르쳐주는 것을 중단한다.

"공부는 네가 하는거야. 엄마는 도와주는 것 뿐이지. 네가 하기 싫어하면 도움 받을 자격도 없어."

그리고서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이아빠는 나와 다르다. 그렇게 부모가 먼저 손을 놔버리면서 아이가 알아서 잘 하기를 기대하면, 알아서 하는 아이가 몇이나 되겠냐고. 아이는 그렇더라도 부모가 계속 끌어줘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게 무슨 공부야. 그렇게 하는 공부가 무슨 소용이 있어."

라는 내 말에 남편은 대답한다.

"이 세상 아이들이 다 당신 같은 줄 알아? 하게 내버려 둬서 제대로 되는 아이가 얼마나 된다고 그래?"

그럴까?

제대로 된다는 것이 뭘까.

아이를 제대로 키운다는 것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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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9-1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잘 키우는 정답은 없겠죠?
그저 부모가 소신있게 키우는 수 밖에는.....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정이 필요하기도 하겠지요?
저두....체육복은 제가 널어주었을꺼 같아요......

hnine 2014-09-17 11:00   좋아요 0 | URL
체육복, 제가 좀 심했지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서 이번엔 제가 좀 세게 나갔지요 ^^

nama 2014-09-1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또 변하기가 쉬워요.
저도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실내화 세탁을 아이에게 일임하고, 중학교 때는 스타킹세탁을 시켰는데...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그 모든 것이 소용이 없는 게, 아이 방에 있는 잡다한 쓰레기까지 제가 치우게되더라구요.
소신이...정말 어려워요.

hnine 2014-09-17 12:17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소신'과 '고집'이 참 아슬아슬하게 맞닿아 있잖아요.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어야 할 때가 분명히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제 아이 방도 아주 볼만 합니다 ^^ 그런데 저는 안치워줘요. 어지럽게 정리안되어 겪는 불편을 본인이 느껴봐야 하고, 그래서 조금씩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매번 엄마가 치워주면 그 버릇이 어른되어서까지 가더라고요. 그럼 또 어떤 한 사람이 대신 치워줘야할 것이고요.
제가 너무 엄격한거 맞지요? ㅠㅠ

nama 2014-09-17 20:20   좋아요 0 | URL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대학 졸업할 때까지 제 속옷 한번 빨아입은 적이 없어요. 물론 학교가 워낙 멀어서 통학하기 힘든 것도 있었지만요. 어차피 살다보면 내 스스로 해야할 때가 끝내 오고야말지요.
그러니 어렸을 때 습관이 잘못 들었다고 해서 그 습관이 영원한 것도 아니에요. 사람은 늘 변하기 마련이에요.
너그러움도 사람을 변하게 만들어요.

hnine 2014-09-17 21:58   좋아요 0 | URL
제가 너그러움이 모자란가봐요.
같은 방법도 아이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고,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지니 정답과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네요.
도움 말씀 감사해요. 오늘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마립간 2014-09-1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hnine님.
제가 훈수둘 처지는 아니고 저의 가치관을 말씀드리면 '몰입'이나 '공부하는 힘'에서 언급된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 deliberate practice'을 기준을 삼습니다. 아이가 감당할 수만 있다면 아이에게 좋은 것이고, 감당할 수 없다면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 글로 봐서는 아이가 감당하고 있는 듯합니다만.

hnine 2014-09-17 12:41   좋아요 0 | URL
필요하지만 잘 안되기때문에 하는 것이 practice이겠지요. 그래서 거의 모든 practice는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들어가게 되어 있는 것 같고요. 저도 그렇게 아이를 통제하에 키우는 편은 아닌데 몇가지에 한해서는 좀 강제성을 두고 있어요. 엄마가 해주어야 할 일과 아이가 스스로 해야할 일을 저 나름대로 구분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거기에 아이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았네요. 아이가 지금 열네살이거든요. 이제 어떤 건 엄마가 도와주려고 해도 거부하는 것들이 있답니다. 반면 어떤 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도 엄마가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있고요. 대개 귀찮은 일들이 여기에 속하지요.
마립간님, 의견 주셔서 감사드려요. 부모 입장에 있는 어떤 분의 의견도 귀기울이고 싶어요. 내 의견대로 하라고 강요하지만 않는다면요 ^^

blanca 2014-09-1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하는 고민과 맞닿은 점이 있는 글이에요. 엄마들 모임도 그렇고요. 저는 아이가 아직 초1이라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지만
몇 주 전에 티비에서 부모교육 강연하시는 분이 hnine님과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요즘 아이들은 너무 부모가 많은 것을 해주어 시련을 견디는 힘이 부족하다고. 비가 오면 비도 좀 맞게 하고 학교도 혼자 오가게 하고 그러라고요. 며칠 전 비가 왔는데 가까운 거리임에도 엄마에게 차로 데려다 달라 하는 아이에게 좀 매정할 지도 모르지만 일부러 그건 아니라고 이야기했어요. 자녀에 관련된 문제는 평생 고민하고 배워가야 할 일인 것 같아요.

hnine 2014-09-17 14:54   좋아요 0 | URL
blanca님, '후천성실패결핍증'이라고 저도 어디서 읽은 기억이 있어요.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너무 나서서 다 해주다 보니 실패해보고 그걸 딛고 다시 일어나는 체험을 해볼 기회도 박탈당한다고요.
엄마가 일방적으로 명령조로 얘기하지 않고 blanca님이 그러셨듯이 엄마가 그렇게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면서 너 혼자 한번 해보라고 하면 아이도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끼지 않았을까요?
제가 마지막줄에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것일까 라고 썼지만 쓰면서도 또 아차 했어요. 열네살 짜리를 이제 '아이'로만 봐도 안되겠다 생각이 들어서요.
엄마들 모임은 저처럼 너무 안나가도 안좋은 것 같아요 ^^

파란놀 2014-09-1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게 내버려 두지 않으면 아이는 끝끝내 스스로 할 줄 모르고 끝끝내 기대기만 하겠지요.
부모는 아이를 길들이는 사람이 아닌,
아이가 스스로 서도록 돕는 사람이니,
아이가 오늘 깨닫건 다음에 깨닫건
머잖아 언젠가 슬기롭게 깨달으리라 생각해요.

어버이는 이러한 나날을 먼저 겪었으니
즐겁게 지켜보면서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겠지요.

다 잘 되리라 생각해요.
아이로서는 버스 갈아타고 다니는 길이 무척 재미날 수 있어요.
게다가 그 길을 혼자 다니면 더더욱.

hnine 2014-09-17 17:32   좋아요 0 | URL
너무 제 생각 위주로 하지 않나, 이번 기회에 여러분들 댓글 읽으며 되돌아봅니다.
자식 키우는 사람은 절대 자만하면 안된다는 말도 되새기고요.
조금 있으면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텐데 아마 제가 먼저 아이 표정을 살피겠지요.
자식이 없다면 살아가면서 이렇게 이리 돌아보고 저리 돌아보고 그럴까 생각하니 아이가 곧 스승이네요.

하늘바람 2014-09-17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로는 님이 하신 방법이 옳고 그렇게 하리라 맘 멈고 저도 그런 엄마가 되려 하지만 막상 닥치면 해주게 되더라고요.
엄마라는 직업, 참 어려어요 님
안 해주시는 맘이 오죽 하시겠어요. 아이는 그걸 모르죠.

hnine 2014-09-17 17:34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은 아이 둘을 키우고 계시니 저보다 더 많이 경험이 축적이 되겠지요.
그나저나 지금 막 하늘바람님 서재 다녀오는 길인데, 여러모로 힘드시겠어요.
그래도 하늘바람님이 옆에 계셔서 부모님께서 얼마나 든든하시겠어요.
전 이 나이에도 아직 부모님으로부터 받기만 하고 있는데, 참 대단하세요.

2014-09-18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8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09-23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세대는 자랄 때 엄마들이 무얼 해 줄 수가 없었지요.
어려서부터 내 손으로 밥도 하고 차려먹었고, 교복이나 운동화도 당연히 빨았으니까요.
그래서 우리 언니는 자기는 그런거 하기 싫었다고, 엄마가 돼선 조카들한테 무조건 해줬어요.
나는 즐겨하지 않은 일이라 우리애들에겐 직접 하게 했지만, 안하고 밀쳐두면 모른 척 해주기도 했어요.
그러면 미안해하면서도 좋아했어요.
그래서 가끔은 엄마 좋다는 게 이런 거겠다...나는 그런 거 받지 못했지만,
우리 애들에게 해줄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애들 교육보다는 내가 귀찮아서
정말정말 싫어서 안해주고 스스로 하라고 했던 적이 더 많아요.ㅠ ㅋ

hnine 2014-09-23 17:33   좋아요 0 | URL
저도 고백해요. 저도 정말정말 하기 싫어하는게 정리정돈, 빤짝빤짝하게 청소하는 것, 이런 것들이어요.
그래도 꼭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라면 마지못해 해줄텐데, 이건 그런게 아니라서 몇번까진 해주면서 이게 마지막이다, 선포한 후 다음 부턴 진짜 안해줘요. `무슨 엄마가 그래요!`라는 소리 들으면서도 못들은척 했답니다.
대신 밥은 열심히 해줘요. 이건 엄마가 해줄 일이라고 생각하는거죠 ^^
 

 

 

 

 

 

 

 

 

 

아이들이 당신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것을 염려하지 말라.

 

아이들이 늘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라.

 

 

- 로버트 풀검 (Robert Fulghum) -

 

 

 

 

 

 

 

 

 

 

 

 

인간에게 큰 죄가 두가지 있으며

 

다른 죄는 모두 여기서 나온다.

 

조급함게으름이 그것이다.

 

 

-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

 

 

 

 

 

 

 

 

 

 

 

 

 

 

 

2008년

 

대전 생활 3년차

나 40대 초반. 다니던 직장 사표내고 여기 저기 불러주는 곳으로 뛰어다녀 요일별로 일정이 다르던 때.

다린이 여덟살. 초등학교 2학년. 10월 3일 기록에 키 123.7cm, 체중 27.2kg.

 

 

"시작"이란 단어를 즐겨 사용하자.

그 앞에 "다시"란 단어도 함께.

 

- 이건 내가 쓴 말인가보다. 누구의 말 인용인지 안 적혀 있는 것을 보면.

 

 

 

 

 

 

 

 

 

 

 

 

 

 

 

 

 

작은 크기에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는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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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9-1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하루 이야기도 여섯 해 뒤에는
수많은 이야기나무로 자라겠지요~

hnine 2014-09-14 20:47   좋아요 0 | URL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이 여섯 해 지나면 비로소 보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락방 2014-09-14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당신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것을 염려하지 말라.
아이들이 늘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라.


몇 번이고 읽었어요. 가슴에 새기고 싶어요. 여동생에게도 전해주어야 겠어요.

hnine 2014-09-15 05:29   좋아요 0 | URL
아마 여동생분도 알고 계실거예요. 몰라서 안하지 않는다는 것도요. 그러면서도 저런 글을 대하면 한번씩 찔끔하면서 각성하게 되네요. 부모의 좋은 점도 아이들이 지켜보고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있을거라 생각하면 아주 긍정적인 생각이 될텐데 그 반대 경우부터 떠오르니, 부모 마음이 그런가봐요.

상미 2014-09-15 0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2008년에 다린이가 초등학교 2학년...
병규가 중 1 이었는데....
다린이랑 병규랑 나이차이가 더 많은 줄 알았는데,
크고 보니, 몇 살 차이 아니네 ㅎㅎㅎ

hnine 2014-09-15 05:27   좋아요 0 | URL
초2와 중1, 나에게는 여전히 큰 차이인데? ^^ 형이 중1이고 동생이 초2라고 해봐. 형이 동생이랑 놀아주려고 하겠어? 아이 취급 할테니까. 지금 다린이가 중2인데 키가 큰 편이 아닌데도 할머니 할아버지댁에 가면 많~이 컸다고 신기해하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