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에서 피카소까지>를 보러 대전에서 서울까지를 마다 않고 갔다 왔다.
아래는 이번 전시의 표지 모델 격이 된 르느아르의 그림 '르그랑 양의 초상'
아직 어린 소녀 같은데 반지, 귀걸이, 목걸이, 머리리본, 스카프에 어여쁜 미소까지, 완벽한 모델이 되어주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관심이 떨어졌던 그림 ^^
그보다는 아래의 네 그림 중 왼쪽 위의 르느아르 부인의 초상에 더 눈길이 오래 머물렀으니, 아마 나도 세월에 찌든 모양. 아이보고 이 아줌마 인상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별로 행복해보이지 않는단다. 억지로 웃는 것 같다나? 그리고 뚱뚱하단다 허걱~

오른 쪽 위는 세잔의 부인의 초상인데 기울어진 고개, 무표정이라고 읽는 사람도 있겠고 나처럼 무기력한 우울함이라고 읽는 사람도 있겠다.
왼쪽 아래는 모딜리아니의 부인의 초상 '푸른 눈', 그 옆은 마네의 '카르멘으로 분장한 에밀 앙브르의 초상'인데 평상복이 아닌 무대의상이 무척 화려하다. 옆에서 도슨트가 어린이들에게 설명하는 것을 잠깐 들었는데 "이 여인의 얼굴 반쪽이 색깔이 무척 다르게 칠해져 있는데 왜 그럴까요?" 하고 물으니 어린이들이 입을 모아 "빛 때문에요~" 그런다.
마네의 에트르타의 해변 그림인데, 똑같은 곳을 같은 제목으로 그린 부댕 (Boudin)의 그림도 전시되어 있었다.
해가 지는 석양의 센강을 그린 모네의 작품.
해가 뜰 때 (아래 그림)와 질 때의 빛이 주는 느낌은 이렇게 그림에서도 다르게 느껴진다.

피카소의 '여인과 아이들'
보자 마자 아이가 하는 말, "역시 웃기군." 뭐가 웃기다는 것인지 참 웃겼다.
"오른 쪽 아이를 보면 눈, 코, 입도 없지?" 그랬더니, 피카소가 그리다가 말아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한다.
보라, 초록, 파랑, 회색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구나.
앞의 그림들을 쭉 보아오다가 이 그림에서 분위기가 확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갱의 '신성한 산'. 타히티에 위치한 어느 신전을 그린 그림이라는데 꼭 숨은그림찾기를 해야 할 것 같이 풍경에서 토끼의 모습도 보이고, 사람의 머리 형상도 보인다.
그 유명한 브랑쿠시의 '키스'
이 모양의 열쇠고리도 기념품 가게에서 팔고 있었는데 그건 별로 예쁘지 않아서 사지 않았다.
계속 그림을 봐오다가 이 작품을 보고 아이에게 한 면에서만 볼 수 있지 않고 이렇게 빙 돌아서 모든 방향에서 다 볼 수 있게 만든 작품을 조각이라고 한다고 설명해주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조각이 아니라 '소조'가 맞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조각, 조소, 소조가 예전에도 그렇더니 지금도 여전히 혼동되어서.
마네의 이 그림은 '키어사지 호와 앨라배마 호의 해전'이라는 작품인데, 침몰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바다 위에서 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는데 배에 국기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 어느 나라 배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파워 오브 아트 책에도 나온 터너의 '노예선' 그림을 비교, 연상.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 중 총 96점이 전시되어 있는 이번 전시는 모두 한 층에 전시되어 있어서 그런지 다 둘러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나 물론 그건 관람객이 얼마나 몰려있는 때인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전시 품목 96점이 모두 수록되어 있는 대도록은 30,000원, 40점이 수록되어 있는 소도록은 10,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나는 손에 들기에도 부담없는 소도록으로도 충분했다.
이 전시는 내년 3월 28일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 위의 작품 사진들은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pm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