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 파랑새 사과문고 64
김소연 지음, 김동성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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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혜'라는 저자의 작품을 읽었던 적이 있다. 이듬 해 이 책 '꽃신'이 나왔을 때 김동성 화가의 고운 표지 그림과 더불어 사람들 사이에 많이 알려지고 읽혀졌었는데 그때 미처 못 읽고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었다. 그런 책들은 언젠가 기어이 읽게 되는가보다.  
작가가 세가지 보물이라고 말했듯이 이 책에는 역사 속에서 캐내어진 보물같은 작은 이야기들을 씨앗으로 하여 만들어진 세가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맨 처음 나오는 이야기가 꽃이 수노아 진 비단신을 뜻하는 '꽃신'이다. 양반집 딸 선예의 아버지가 나들이 갈 때 신으라고 딸에게 사준 꽃신, 그리고 나중에는 짚신에 민들레를 꽂아 만든 또 다른 종류의 꽃신이 나온다. 양반집 딸 선예와 부모를 잃고 짚신을 삼으며 화전마을에 살고 있는 여자 아이 달이, 그리고 선예의 꽃신과 달이의 짚신이 대조를 이루며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다가 나중에는 그 둘이 대립이 아닌 서로 하나로 어울리게 되면서 이야기를 맺는 구성이 돋보였다. 지금은 더 이상 신지 않는 꽃신이라는 말을 입으로 소리내어 읽어 보기만 해도 그 고운 형태와 글 속의 두 여자 아이들의 고운 마음이 느껴지는 듯 하는, 그야말로 꽃신같은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것은 다음에 실린 '방물고리'인데,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서 돼지를 키우고, 장터 주막 일을 도우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소녀 덕님이의 이야기이다. 시름시름 앓던 어머니는 어린 덕님이를 혼자 남겨둔 채 결국 세상을 떠나고, 슬픔에 빠져 주저 앉는 것이 아니라 키우던 돼지를 팔아 돈을 마련하여 등짐 장수 홍석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방물 장수의 길을 나서는 꿋꿋한 덕님이가 대견하고 기특해서 그 뒷 모습을 그린 마지막 페이지의 그림을 담아 보았다. 어린 딸을 혼자 남겨두고 간 덕님의 엄마도 하늘 나라에서 그녀를 향해 응원을 보냈으리라.

 



 

 

 

 

 

 

 

 

 

 

 

 

 

 

마지막 이야기는 조선 후기 정 약용의 고독한 유배 생활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는 '다홍치마'인데 역시 애잔한 마음과 의리심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정 약용의 딸에게 다홍치마를 전해 주려 한달 넘어 걸린다는 먼 길을 마다 않고 혼자 떠나는 큰돌이의 마음은 의리이자 진심이고, 앞으로 자기의 나아갈 길을 용기와 소신을 가지고 꿋꿋하게 내딛겠다는 의지이다.
작가의 전작 '명혜'에서와 같이 이 책 역시 어린 주인공의 조용하면서도 결연한 의지가 잘 드러나있어 읽는 어른들의 마음까지 움직여 놓는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동화를 읽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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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3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네요.

hnine 2009-12-31 15:04   좋아요 0 | URL
김 동성 화가의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 같아요. 일단 너무나 정성이 들어간 그림이라는 것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으니까요.

꿈꾸는섬 2009-12-3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너무 보고 싶었던거에요. 그림이 너무 예쁘죠.

hnine 2009-12-31 20:08   좋아요 0 | URL
예,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을 정도로요. 고운 이야기와 고운 그림이 담긴 책이었어요.

비로그인 2009-12-3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감 좋은 그림, 보고 있자니 살짝 웃음나는 책 구경하면서

살짜쿵 인사드리고 갑니다. ^^
훈훈한 밤, 맑고 밝은 아침 되세요!!

hnine 2009-12-31 20:09   좋아요 0 | URL
맑고 밝게 라는 말은 제가 참 좋아하는 말이어요.
바람결님도 함께 '맑고 밝게'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bookJourney 2010-01-0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내내, 읽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아린 책이었어요.
그림이 이렇게 글과 잘 어울릴 수 있구나 감탄도 했구요.
hnine님과 hnine님 가족 모두, 새해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빕니다.

hnine 2010-01-04 07:47   좋아요 0 | URL
책세상님, 읽고 싶은 책이 나올 때마다 바로 사기보다는 웬만하면 두고 보는 편이라서 이 책도 그러다가 지금에 이르렀답니다. 마침내 읽게 되어 뒤늦게 리뷰를 올리게 되었지만 그래도 읽는 동안 참 좋았습니다.
책세상님도 새해 몸과 마음 두루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모네에서 피카소까지>를 보러 대전에서 서울까지를 마다 않고 갔다 왔다. 

 아래는 이번 전시의 표지 모델 격이 된 르느아르의 그림 '르그랑 양의 초상'

 

 아직 어린 소녀 같은데 반지, 귀걸이, 목걸이, 머리리본, 스카프에 어여쁜 미소까지, 완벽한 모델이 되어주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관심이 떨어졌던 그림 ^^  

그보다는 아래의 네 그림 중 왼쪽 위의 르느아르 부인의 초상에 더 눈길이 오래 머물렀으니, 아마 나도 세월에 찌든 모양. 아이보고 이 아줌마 인상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별로 행복해보이지 않는단다. 억지로 웃는 것 같다나? 그리고 뚱뚱하단다 허걱~

 

 

 

오른 쪽 위는 세잔의 부인의 초상인데 기울어진 고개, 무표정이라고 읽는 사람도 있겠고 나처럼 무기력한 우울함이라고 읽는 사람도 있겠다. 

왼쪽 아래는 모딜리아니의 부인의 초상 '푸른 눈', 그 옆은 마네의 '카르멘으로 분장한 에밀 앙브르의 초상'인데 평상복이 아닌 무대의상이 무척 화려하다. 옆에서 도슨트가 어린이들에게 설명하는 것을 잠깐 들었는데 "이 여인의 얼굴 반쪽이 색깔이 무척 다르게 칠해져 있는데 왜 그럴까요?" 하고 물으니 어린이들이 입을 모아 "빛 때문에요~" 그런다.

  

 마네의 에트르타의 해변 그림인데, 똑같은 곳을 같은 제목으로 그린 부댕 (Boudin)의 그림도 전시되어 있었다.

 

해가 지는 석양의 센강을 그린 모네의 작품. 
해가 뜰 때 (아래 그림)와 질 때의 빛이 주는 느낌은 이렇게 그림에서도 다르게 느껴진다. 

 

 

 

 

 

 

 피카소의 '여인과 아이들'
보자 마자 아이가 하는 말, "역시 웃기군." 뭐가 웃기다는 것인지 참 웃겼다.
"오른 쪽 아이를 보면 눈, 코, 입도 없지?" 그랬더니, 피카소가 그리다가 말아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한다.
보라, 초록, 파랑, 회색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구나.

  

앞의 그림들을 쭉 보아오다가 이 그림에서 분위기가 확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갱의 '신성한 산'. 타히티에 위치한 어느 신전을 그린 그림이라는데 꼭 숨은그림찾기를 해야 할 것 같이 풍경에서 토끼의 모습도 보이고, 사람의 머리 형상도 보인다.

 

   

그 유명한 브랑쿠시의 '키스'
이 모양의 열쇠고리도 기념품 가게에서 팔고 있었는데 그건 별로 예쁘지 않아서 사지 않았다.
계속 그림을 봐오다가 이 작품을 보고 아이에게 한 면에서만 볼 수 있지 않고 이렇게 빙 돌아서 모든 방향에서 다 볼 수 있게 만든 작품을 조각이라고 한다고 설명해주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조각이 아니라 '소조'가 맞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조각, 조소, 소조가 예전에도 그렇더니 지금도 여전히 혼동되어서.

 

 

 

 마네의 이 그림은 '키어사지 호와 앨라배마 호의 해전'이라는 작품인데, 침몰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바다 위에서 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는데 배에 국기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 어느 나라 배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파워 오브 아트 책에도 나온 터너의 '노예선' 그림을 비교, 연상.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 중 총 96점이 전시되어 있는 이번 전시는 모두 한 층에 전시되어 있어서 그런지 다 둘러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나 물론 그건 관람객이 얼마나 몰려있는 때인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전시 품목 96점이 모두 수록되어 있는 대도록은 30,000원, 40점이 수록되어 있는 소도록은 10,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나는 손에 들기에도 부담없는 소도록으로도 충분했다. 

이 전시는 내년 3월 28일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 위의 작품 사진들은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p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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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12-30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가봐야겠는데요.
저는 루오전도 완전 눈독들이고 있는데 말이죠. ㅋㅋㅋ

hnine 2009-12-30 20:24   좋아요 0 | URL
예, 루오전도 하고 있어요.
루오전은 2년 전인가 대전에서 한번 했었기에 패스했어요.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 갔더니 그동안 많이 달라졌더군요. 사람들도 많아지고요.

Kitty 2009-12-30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것도 가야겠네요 ㄷㄷ
예술의 전당인가요? 월요일날 근처에서 약속있는데 들렀다 와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당 ㅎㅎㅎㅎ

hnine 2009-12-30 20:23   좋아요 0 | URL
약속 장소를 근처로 잡으셨다면 아마 kitty님 그냥 못 지나치실걸요 ^^

2009-12-31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30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9-12-30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익은 그림들이다 했더니, 뮤지엄 오브 아트, 필라델피아에서 온 거군요. 으아- 저 이 미술관 서른번도 더 갔어요. 심지어 직원공짜로도 가곤 했는데, 가봐야겠네요. 한국에서 보는 그곳의 그림들은 어떤 느낌일까 기대되네요.

hnine 2009-12-30 21:48   좋아요 0 | URL
인상주의 이후의 작품들이어서 그런지 필라델피아 미술관 근처에도 안 가본 저에게도 낯익은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띄는 전시였어요. 하이드님은 전시도록이 따로 필요 없으시겠네요 ^^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하는데 윗층, 옆방 등에서 볼만한 다른 전시들도 하고 있어 하루 날 잡아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younglee 2009-12-3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림 설명이 잘못 된 게 있네요. 모딜리아니의 '푸른 눈' 옆의 그림이 코로의 '샘터의 집시 여인'이라고 하셨는데, 그 그림은 마네의 '카르멘으로 분장한 에밀 앙브르의 초상'입니다.

hnine 2009-12-31 10:04   좋아요 0 | URL
제가 잘못 썼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로의 '샘터의 집시 여인'도 전시되어 있던 작품 중의 하나인데 제가 제목을 잘못 이어다 붙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바로 수정했습니다 ^^
 
요란요란 푸른아파트 문지아이들 96
김려령 지음, 신민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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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리 가족이 살았던 아파트 생각이 났다.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아파트의 3층, 열 평을 겨우 넘는 방 두 개 짜리 아파트. 지은지 오래 되어 재개발 때문에 지금은 값이 엄청 뛰었다지만 우린 그때 월세로 살았으니 값이 뛴 것과 별 상관은 없다. 나중에 그 집에서 이사 나오고도 출근할때면 그 곳을 지나쳐야 했는데, 가끔 그 옆의 차도에서 신호가 걸려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살던 아파트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노라면, 겉으로 표시는 안했어도 낡고 좁은 아파트라고 사는 동안 내심 창피하게 여겼던 것이 참 미안하고 부끄러워지곤 했었다. 더 아끼고 소중하게 지내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고, 마음 속으로 혼잣말도 해보던 일이 생각났다.
김려령의 이 이야기에서는 지은지 40년이 된 아파트들이 말을 한다. 자기 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뽐내기도 하며 서로 장난도 치면서, 건물들이 마치 사람처럼 말을 하고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 3학년인 기동이를 어느 날 엄마 아빠는 이 아파트, 푸른 아파트 2동에 폐휴지를 모아 파시며 혼자 사시는 할머니에게 맡겨 놓고 간다. 형편이 나아지면 데리러 오겠다면서.  
새로 들어간 학교, 새로운 친구들에 그럭 저럭 적응하며 지내지만 할머니는 하루 종일 집에 안계시고 학원에도 안다니는 기동이는 취미인 만화그리는 시간 외에는 심심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같은 아파트의 단아라는 여자 친구, 그리고 만화가 아저씨를 알게 되면서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는데.
어느 잠 안오던 밤, "잠이 안와?" 하고 아파트가 말을 걸어오는 것에 저자는 울컥 눈물이 났고, 그 때 이 동화를 썼다고 한다. 아파트가 말을 하는 설정에 대해서는 역시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는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저자가 가마솥 뚜껑을 쾅 닫으면 "살살해라, 걔, 아푸겄다.", 밥 한공기를 다 먹도록 손도 안댄 반찬에 대해서는 "지도 반찬이라고 상에 올랐는데 그렇게 손 안대믄 운다. 한번 먹어주라." 고 하셨다는 할머니. 생명이 있는 것도 점차 물질적으로 보아가는 요즘. 생명이 없는 것에도 이렇게 배려를 해주던 마음은 다 어디로 갔을까.
푸른 아파트가 결국 재개발에 들어가게 되어 모두 이사를 떠나는 날, 서운해하는 마음으로 자꾸 뒤돌아보는 기동이의 마음을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대신하고 있다.
'5층 녹슨 베란다 선반이 끼극끼극거렸다. 그리고 바닥으로 뚝...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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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2-30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저린 얘기군요..

날이 일찍 지는, 요즘의 시간에는 더더욱 이런 느낌의 기억들이 많이 떠오르네요.
내년 봄 지금 있는 곳에서 떠날 생각인데 그때가 되면 오늘 이시간, 읽고 있는 이 모습이 생각날듯 합니다~

hnine 2009-12-30 18:21   좋아요 0 | URL
이사를 앞두고 있으시군요.
저도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이사를 참 많이 다녔네요.
어디에 살든 떠난 후가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곳에 좀 더 애착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같은하늘 2009-12-3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표지만보면 신나는 이야기가 있을것 같이 보이는데...

hnine 2009-12-31 08:06   좋아요 0 | URL
그렇게 어두운 이야기는 아니어요. 오히려 유머스런 감각이 살아있어 상황을 비관스럽지 않게 끌어나가고 있고 해피 엔딩이니까요. 김려령 작품을 찾아 읽다가 우연히 알게 된 동화랍니다.
 
기억을 가져온 아이 - 제3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85
김려령 지음, 정문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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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야기꺼리가 되는 것이겠지만 김려령의 소설에는 정상적인 가정의 아이보다는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 많다.
2007년 제3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초등학교 6학년 남자 아이 '차근이'. 할아버지는 도시 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시다가  결국 실종되셨고, 그 사건 이후로 엄마 아빠는 이혼하여 엄마 집에서 지내고 방학 때에는 아빠집에 가서 잠시 지내다 오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아빠의 직업은 레크레이션 강사, 엄마는 헤드 헌터이고 외국 출장을 자주 나가는 바쁜 직업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 방학을 아빠와 함께 보내기 위해 아빠가 계신 시골집으로 내려온 차근이는 이웃에 사는 꼬마 무당 다래의 도움으로, 실종된 할아버지를 찾아 이 세상에 없는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170여쪽 되는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질 수 있을 것 같다. 핵가족화에 따른 노인과 자식 세대와의 소통 문제, 사람의 마음에서 기억된다는 것과 잊혀진다는 것의 의미, 무속의 세계, 기억과 관련된 건망증, 착각의 문제, 외로움과 소외에 관한 문제 등등. 이 모든 것들을 얘기하기에는 현실 세계로는 부족했는지 느닷없이 등장하는 기억의 호수라는, 보통 사람들에게 열려 있지 않은 세계는 예상치 않던 흥미를 더 해 주었다. 보통 사람인 차근이를 이 세계에 연결시켜준 것이 무당의 신딸인 어린 소녀 다래였다는 점은 무속의 세계를 단지 비이성적이라고 내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잃어버린 기억의 세계에서 마침내 찾아낸 할아버지는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오고 싶어하지 않아 하고, 차근이는 어린 마음에도 그런 할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 것은, 기어코 할아버지를 모시고 돌아오는 것으로 맺는 것보다 덜 억지스럽고 자신의 가치가 인정받는 곳에서 있고 싶어하는 사람의 본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다.  
글 중에 등장하는 강원도 사투리의 구수함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강원도 사투리의 감수를 위해 도움을 받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는 인삿말도 남겼는데, 정말 귀에 익지 않은 사람에게는 제주도 방언 만큼은 아니더라도 생소한 말들이 많았다. 그래도 가만히 따라 읽어보니 어찌나 구수하고 정감있게 들리던지. 사투리 듣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싫지 않아지기도 했지만 특히 강원도 사투리는 제일 생소해서 더 신기하다. 글 중에 사투리가 사용 되면 저자의 다른 책 '내 가슴 속에는 해마가 산다'에서도 그랬지만 더 토속적이고 우리 본연의 정서가 쉽게 연상이 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책 앞의 작가의 말에서 얘기한, 어릴 때 무당할머니와 함께 살던 남자 아이에 대한 기억이 이 이야기를 쓰게된 동기가 되었을까? 꼬마 무당 여자 아이를 '기억을 부르는 아이'라고 제목으로 붙여준 것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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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특별히 아이 데리고 휴가 갈 계획도 없고 해서 가까운 박물관, 미술관 전시장을 찾아 돌아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또 방학이 돌아왔다.  

나와 아이는 또 틈틈히 돌아다닌다 구경하러. 

 



 

 

 

 

 

 

 

 

 

 
 

볼로냐 국제 그림책 원화전이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전시를 보러 간 길에 함께 보고 왔는데, 기대보다 더 좋았다.
다 자란 어른들의 마음과 손을 통해 어째 이리 아이들의 마음이 감동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것인지.  

전시장 내에선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전시장 밖의 휴식공간에도 전시그림 몇 점이 벽화로 그려져 있어 담아 왔다.

 



 

 

 

 

 

 

 

 

 


 

배가 어딜 떠가고 있는 것인지, 구름인지 바다인지.
동화 속의 세계는 무한하다. 



 

 

 

 

 

 

 

 

 

 

 

 

 

 

한국작가 한 재희의 작품 '책 속에서'
 



 

 

 

 

 

 

 

 

  



 

 

 

 

 

 

 

 

 

 
 

 

휴게실 벽에 프린팅 되어 있는 것을 사진 찍어 왔다. 그야말로 사진 같은 그림.

 
그림책의 원화들은 글 없이 그림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어도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마 더 말랑말랑한 마음을 가진 사람일 수록 이야기가 더 잘 떠오르지 않을까? 

이 전시장에서 아무리 보아도 제목을 이해못하겠는 그림이 있었는데,
까만 바탕에 아주 작은 날개 달린 곤충이 무지개색 흔적을 남기며 날고 있다.
이 그림의 제목이 '할머니'란다.
할머니? 왜?
  

또래 친구들과 함께 만들기 교육 프로그램에도 잠깐 참여하고, 



 

 

 

 

 

 

 

 

 

 

 

방학들어 두번째 서울 나들이를 마쳤다.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전시에 대한 것은 따로 올려야지. 

오늘은 여기서 사온 전시도록 보면서 자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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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12-30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올라온 따끈한 페이퍼네요.^^
아이와 함께 행복한 데이트하셨군요.
저도 아이들과 좀 더 고상(?)하게 살고싶어요. ㅜㅜ
둘째가 좀 더 크면 가능하겠지요?

hnine 2009-12-30 01:44   좋아요 0 | URL
고상하긴요, 고상한 전시회 다녀오면서도 아이랑 끊임없이 토닥토닥...^^
오랜만에 갔더니 그새 예술의 전당이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세실 2009-12-30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 많이 컸습니다.
모네와 피카소전 저두 1월에 가려고 합니다. 원화전 함께 보고 오면 좋겠군요.

hnine 2009-12-30 09:59   좋아요 0 | URL
방학이라서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주말보다는 평일에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대전 내려오고 나서 예술의 전당을 참 오랜만에 갔습니다. 모네와 피카소전, 그리고 원화전 모두 좋았어요. 세실님도 꼭 가보세요~

상미 2009-12-30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속에서 그림은 좀 음산한 기운이 도네...
사람 많이 나온 그림은 사진 같다 정말.
아들이랑 데이트 좋았겠다...
서울에 와도 일이 있어서 오니, 볼일 보고 내려 가야 하니,얼굴 보기 힘들겠구나.

새해에도 건강하고 평안한 한해 되길...

hnine 2009-12-30 10:01   좋아요 0 | URL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과천과학관 가느라고 서울 갔었는데 돌아오는 표를 사려고 하니 5시에 7시 30분 버스 표를 팔더라고. 어제도 서둘러 오느라 간다 온다 연락도 못했구나. 더구나 경희네는 거기서 가까운 거리임에도...우리 따로 약속해서 한번 만나자.

순오기 2009-12-30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위에서 내려다 본 그림이 멋지네요.
님 덕분에 이런 거 구경하기 힘든 촌사람이 호사합니다.^^

hnine 2009-12-30 10:02   좋아요 0 | URL
제가 위에서 내려다 본 것은 아니고요, 저렇게 그려진 그림이었어요.
아이쿠, 촌사람은 제가 촌사람입니다. 순오기님 번개같이 서울 올라가셔서 그 많은 일들을 실수 없이 다 해내시는 것 보면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보다 몇 배 나으시던데요.

무스탕 2009-12-30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께서 부지런하셔서 아드님이 많은것을 보고 듣고 느끼네요.
이 겔뱅엄마를 둔 정성은 뒹굴뒹굴이 일인데..;;;

hnine 2009-12-30 17:05   좋아요 0 | URL
집에서 부대끼느니 이렇게 데리고 나가는 것이 더 나아요. 제가 여력이 되는 한에서요 ^^ 그 외의 시간은 저희도 딩굴딩굴 지낸답니다.

stella.K 2009-12-3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멋져요!
저 어쩌면 어느 날 서재대문에 저 그림 중 하나 걸게 될지도 몰라요.
그래도 미워 안하실거죠?ㅎㅎ




hnine 2009-12-30 17:05   좋아요 0 | URL
미워하다니요, 영광이지요 ^^

울보 2009-12-30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저도 가보고 싶네요,
옆지기 꼬셔셔 한번 가볼까요,
아이는 쑥쑥 무럭무럭 자라는군요,,,,,

hnine 2009-12-30 17:07   좋아요 0 | URL
류도, 울보님도 좋아하실것 같아요. 동화책의 그림은 꼭 물감을 사용해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수 있었고, 그림 속에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있다는 것도 새삼 알았어요. 그리고 그 무한한 상상의 세계에 대해서도요.

ktlove85 2010-01-0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들이 좋아할것 같아요.. 추천하고 갑니다.. ^^

hnine 2010-01-03 19:29   좋아요 0 | URL
거기 도슨트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설명을 정말 재미있게 잘 해주시더라고요. 저도 뒷따라 다니면서 들었는데 그림들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me4345 2010-01-03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ㅎㅎ

hnine 2010-01-03 19:29   좋아요 0 | URL
예, 어른이 봐도 절대! 좋습니다 ^^

ds 2010-01-04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림이 하나같이 다 맘에 드네요 꼭 보러가야겟어요

hnine 2010-01-04 12:42   좋아요 0 | URL
아이들 그림책의 그림이라고 해서 다 예쁘고 고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으로 다시 확인할수 있는 기회였어요. 어떤 그림들은 어른이 보기에도 으시시한 것들도 있었고, 언뜻 봐서 무슨 그림인지 모를 것들도 있었거든요. 시간 되시면 가셔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면 좋을 듯 해요.

김현영 2010-01-0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다녀왔는데 정말 유익한 눈이 즐거웠던 전시회였어요!한국작가들 작품을 볼때면 뭔가 애국심?이 불끈불끈^.^근데 옆에 피카소?전시회에 조금 묻힌것같아 쫌 아쉬웠어요 ㅠ_ㅠ사람들이 많이 보고 함께 좋은걸 즐겼으면 좋겠어요 ㅎ_ㅎ

hnine 2010-01-05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모네에서 피카소 전시회랑 같이 보고 왔어요.
아무래도 그쪽에 사람들이 더 몰릴지도 모르겠지만 또 그 전시회 보러왔다가 볼로냐그림책원화전까지 보게 되는 사람들도 있을걸 생각하면 뭐, 그것도 괜찮겠다 싶어요^^

로리라러 2010-01-18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모네피카소랑 같이 봤는데 2000원이나!할인되서정말 좋았어요~^_^개인적으로 볼로냐전이 더 마음에 들기도했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nine 2010-01-18 20:24   좋아요 0 | URL
한장소에서 이렇게 좋은 전시를 같이 볼수 있으면 기분이 더 좋지요. 할인까지 받으셨다니 더 그러셨겠어요. 저도 그림책 원화전은 볼로냐전이 처음이었기때문에 흥미가 더 하더군요. 흠, 또 가고 싶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