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가져온 아이 문지아이들 85
김려령 지음, 정문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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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야기꺼리가 되는 것이겠지만 김려령의 소설에는 정상적인 가정의 아이보다는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 많다.
2007년 제3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초등학교 6학년 남자 아이 '차근이'. 할아버지는 도시 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시다가  결국 실종되셨고, 그 사건 이후로 엄마 아빠는 이혼하여 엄마 집에서 지내고 방학 때에는 아빠집에 가서 잠시 지내다 오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아빠의 직업은 레크레이션 강사, 엄마는 헤드 헌터이고 외국 출장을 자주 나가는 바쁜 직업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 방학을 아빠와 함께 보내기 위해 아빠가 계신 시골집으로 내려온 차근이는 이웃에 사는 꼬마 무당 다래의 도움으로, 실종된 할아버지를 찾아 이 세상에 없는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170여쪽 되는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질 수 있을 것 같다. 핵가족화에 따른 노인과 자식 세대와의 소통 문제, 사람의 마음에서 기억된다는 것과 잊혀진다는 것의 의미, 무속의 세계, 기억과 관련된 건망증, 착각의 문제, 외로움과 소외에 관한 문제 등등. 이 모든 것들을 얘기하기에는 현실 세계로는 부족했는지 느닷없이 등장하는 기억의 호수라는, 보통 사람들에게 열려 있지 않은 세계는 예상치 않던 흥미를 더 해 주었다. 보통 사람인 차근이를 이 세계에 연결시켜준 것이 무당의 신딸인 어린 소녀 다래였다는 점은 무속의 세계를 단지 비이성적이라고 내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잃어버린 기억의 세계에서 마침내 찾아낸 할아버지는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오고 싶어하지 않아 하고, 차근이는 어린 마음에도 그런 할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 것은, 기어코 할아버지를 모시고 돌아오는 것으로 맺는 것보다 덜 억지스럽고 자신의 가치가 인정받는 곳에서 있고 싶어하는 사람의 본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다.  
글 중에 등장하는 강원도 사투리의 구수함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강원도 사투리의 감수를 위해 도움을 받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는 인삿말도 남겼는데, 정말 귀에 익지 않은 사람에게는 제주도 방언 만큼은 아니더라도 생소한 말들이 많았다. 그래도 가만히 따라 읽어보니 어찌나 구수하고 정감있게 들리던지. 사투리 듣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싫지 않아지기도 했지만 특히 강원도 사투리는 제일 생소해서 더 신기하다. 글 중에 사투리가 사용 되면 저자의 다른 책 '내 가슴 속에는 해마가 산다'에서도 그랬지만 더 토속적이고 우리 본연의 정서가 쉽게 연상이 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책 앞의 작가의 말에서 얘기한, 어릴 때 무당할머니와 함께 살던 남자 아이에 대한 기억이 이 이야기를 쓰게된 동기가 되었을까? 꼬마 무당 여자 아이를 '기억을 부르는 아이'라고 제목으로 붙여준 것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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