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살때 그림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물론 엄마의 권유에 의해서.

문방구에서 위에 스프링달리고 줄 안쳐져 있는, 지금의 A4 크기의 작은 스케치북을 사서 가운데 줄을 좍 그어 위에는 그림을 그리고 아래는 다시 여섯 칸 정도 줄을 그어 거기엔 글을 썼다. 직장생활을 하시던 엄마는 매일 퇴근하시면 내가 쓴 일기를 보고 얘가 오늘 어떻게 지냈구나 하셨으리라.  틀린 글자는 바로 잡아주시고 그림에 성의가 없으면 그것도 지적해주시곤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되면서부터는 그림을 빼고 그냥 글로만 일기를 써도 좋다고 하셨다. 그림을 잘 못그리던 나는 날아갈 듯 기뻤다. 문방구에서 파는 알록달록 예쁜 일기장을 사서 쓰고 싶은데 아빠께서 누런 종이에 줄이 쳐진 종이를 여러장 인쇄해오셔서는 위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철끈으로 묶어서 일기장이라고 주셨다. 하루도 빠짐없이 거기에 일기를 썼다.

 

중학교 들어가서야 내맘대로 알록달록 일기장을 사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중학교때부터의 일기장은 지금도 다 가지고 있다. "또록아 안녕? 거기서 잘 지내니?" 이렇게 시작하는 중학교 1학년때 첫 일기장, 첫 페이지는 그 무렵 키우다가 세상을 떠난 어린 고양이에게 쓴것이다.

 

요즘도 일기장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열심히 쓰지 않는다. 아주 드문드문 쓰는 탓에 한해가 다가도록 아직 메꿔지지 않은 흰 공간이 더 많은 채 다음 해 일기장으로 넘어가기 일쑤이다. 대신 틈틈이 찍어놓는 사진들이 지나간 날의 기록을 대신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사진이라도 잘 정리를 해놓아야지.

 

 

 

 

 

 

 

 

 

 

요즘 버섯이 한창이다. 이 사진들은 모두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을 넘지 않는 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것이다. 아파트 둘레 화단 한구석에 저런게 있어서 봤더니 버섯이었다. 황금색 버섯. 더 넓적하고 진한 색의 버섯도 있고, 아마 더 가보면 다양한 버섯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2003년 아이 사진 찍어주느라 처음 디지털 카메라라는 것을 구입해서 아주 잘 써오고 있었다 바로 며칠 전 까지.

아직도 더 쓸 수 있는데 새로 카메라가 생겼다. 새 카메라 손에 익히려고 이렇게 저렇게 마구 찍어보고 있다. 특히 꽃 사진 ^^

 

 

 

 

 

 

 

 

 

이것도 우리집 앞 공사판 한 구석에서 찍었다. 공사판 안 보이게 하늘을 향해서 ^^

물 없는 곳에 있으니 갈대가 아니라 억새. (틀렸으면 서재 친구분들께서 알려주시겠지)

 

 

 

 

지금 내 책상 바로 옆.

 

 

 

 

 

접사 찍어보려고 했는데 아직 서툴다.

 

 

 

 

이웃이 마당에 도토리를 말리고 있었다.

도토리 키재기라더니, 고만고만한 도토리들, 귀엽다.

 

 

 

 

 

 

 

나무 진액의 점도가 얼마나 크기에, 떨어지지 않고 저 상태로 정지해있네.

 

 

틈틈이 돌아다니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담아놓아야겠다.

일기를 대신해서.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놀 2014-10-14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사진기로
새롭게 바라보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이야기 길어올리시겠군요~

hnine 2014-10-14 10:02   좋아요 0 | URL
즐거운 이야기만 길어올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야 않겠지요. 솔직한 기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새로운 사진기는 아직도 손에 잘 인익어서 이렇게 잡았다 저렇게 잡았다 그러고 있어요 ^^

2014-10-14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4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4-10-1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중학교때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장이 있는데 어쩌다 가끔씩 펼쳐 보면 그땐 참 순진무구했구나, 참 `단순하게`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나중에 대학에 다닐 때뿐 아니라 직장생활 초창기까지도 꽤 열심히 일기를 쓴 듯한데, 그게 어느 순간부턴가 고작 몇 달에 한 번 쓰는 걸로 점차 바뀌면서 어느덧 `일기장`은 도무지 낯을 바꿀 줄 모른 채 십 년 이상이나 옛 모습을 꿋꿋이 지키며 `낡았지만 채워야할` 그런 이상한 일기장으로 남고 말더군요. 나중엔 결국 자꾸만 손가락으로 두드려서 뭔가를 쓰는 쪽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필기구의 변천에서 비롯되는 온갖 다양한 글꼴을 지닌 나 자신의 육필들도 결국은 구경하기 힘들게 되었고, 가끔씩 뜨거운 눈물로 얼룩지게 했던 참회의 부끄러운 기록들조차 다시 마주칠 기회를 영영 세월 속에 묻어버리고 지나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 늘 그런 `은밀하고도 생생한` 일기장을 아쉬워 하곤 한답니다.

hnine 님께서 찍은 사진들이 다들 좋지만 오늘만큼은 `반들반들 빛나는 도토리들`이 유난히 인상적이네요. 저 녀석들이 떨어진 제자리에서 썩어 다시 새로운 싹을 내밀 수 있었더라면 나중에 얼마나 거대한 숲을 일궈낼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드네요...

hnine 2014-10-14 17:3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oren님 니코마코스 윤리학 읽으시며 올리신 글 읽으며 `나도 읽어야하는 책인데...` 자극받고 있었답니다. 아마 학창시절 일기도 열심히 잘 쓰셨을 것 같아요. 저도 요즘 일기를 예전만큼 자주 안쓰면서도 해가 바뀌면 꼭 잊지 않고 새일기장을 마련한답니다. 오래전부터 써오던 버릇이 있어서 그런가봐요.
빛나는 도토리들 사진, 나중엔 쟤네들이 다 가루로 되어 묵으로 만들어져 식탁위에 오를까, 사진찍으며 그 생각을 하자 마음이 좀 짠 했더랍니다 그런데 oren님도 비슷한 말씀을 해주셨네요.
이제 조금 있으면 카메라에 겨울 사진이 담기겠지요.
함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늘바람 2014-10-14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토리 나무진액 사진 참 멋져요

hnine 2014-10-14 17:38   좋아요 0 | URL
도토리나무 아니고 소나무 진액이랍니다. 꼭 눈물 흘리는것처럼 보이지요? ^^
하늘바람님, 요즘 주위에 버섯이 아주 많아요. 아이들 데리고 산책하시다가 눈여겨 보시면 아마 주위에 어렵지 않게 찾으실 거예요. 아이들이랑 버섯 찾기 놀이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 다린이 데리고 했던 기억이...^^

icaru 2014-10-14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소름이 돋아요,, 잘 찍은 사진들을 보면,,, 혹은 뭔가를 떠오르게 하는 사진들을 보면 그러하옵죠 ㅎ
버섯사진도 그래요~ 저는 일전에 구우신 빵들 야외로 들고 나가 모아놓고 설정샷 찍으신줄 알았네요 ㅋ

중학교1학년 때부터의 일기장은 잘 간직하고 계신다고요 우아,,, 저도요 ㅎ 집에서 독립해 나오면서,, 중1때부터의 일기장은 목숨처럼 챙겨들고 나왔어요 ㅎ

hnine 2014-10-14 17:31   좋아요 0 | URL
아주 잘 찍은 사진은 아닌걸요. 칭찬해주시니 저는 신나지만요 ^^ 미러리스 카메라라고, 크기는 보통 디카 크기정도인데 성능은 DSLR 수준이라고 선전하는 카메라를 새로 장만했어요. 망원렌즈는 아직 개시도 안해봤고요. 한손에 잘 안잡혀서 아직도 어색하게 들고 어색하게 찍고, 그런답니다.
저도 중1때 일기장부터 목숨처럼 챙겨서 이사 다니고 있지요. 그전 일기장은 엄마께서 이사하시면서 다 버리셨대요 ㅠㅠ 그런데 지금 읽으면 아주 재미지답니다. 중1인데 어쩜 이렇게 애들같을까 생각이 들어서요.
위에 다른 분도 버섯 사진이 일전에 구운 빵과 너무 비슷하다고 하셨는데 icaru님도!! 정말 그런가봐요. 버섯아니고 빵이라고 한번 장난쳐볼까 하는 생각이...ㅋㅋ

비로그인 2014-10-14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장만하신 카메라, 정말 축하드려요.
이런 생생한 일기도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페이퍼를 찰칵찰칵 찍어나가시길 바랄게요. 정말 기대만발..^^

hnine 2014-10-15 00:42   좋아요 0 | URL
네, 카메라와 제가 한몸이 되도록 열심히 갖고 다니고 찍고 올리고 그러겠습니다 ^^

서니데이 2014-10-15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참 잘 찍으신다만 생각했었는데, 댓글을 읽다가 다시 분문을 읽고 알았습니다. 사진 무척 선명하고 예뻐요.
(집에서 휴대폰으로 찍는 건 아무래도 이렇게 선명하게 나올 수는 없을 거예요. )

저희집에는 저의 예전 일기장을 엄마가 가지고 계셨는데, 얼마전에 그게 없어졌다는 걸 알았어요. 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시기라서 아마 가지고 계셨던 것 같은데, 많이 아쉬워 하셨어요. 저야 그게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 학교에 들어가서 부터는 제일 싫은게 매일 일기쓰는 거였어요.^^ 그래도 그 때 정성껏 썼다면 지금은 제게는 소중한 것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거에요.

hnine 2014-10-15 00:47   좋아요 0 | URL
요즘 휴대폰도 사진 잘 나오던데요. 며칠 전 까지 쓰던 제 카메라는 요즘 웬만한 휴대폰보다도 화소수가 낮았거든요.
서니데이님도 그 귀한 일기장을 잃어버리셨군요 ㅠㅠ 쓸때는 귀찮고 쓰기 싫고 도대체 뭘 일기로 써야하나 고민하며 억지로 쓸때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마치 예전의 시간들이 형체로 남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지요. 우리 지금이라도 열심히 기록을 남겨보아요. 나중에 보면 재미있을거예요.

세실 2014-10-15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때의 일기를 가지고 계시다고요? 와.....그땐 이렇게 살거라고 상상도 못했겠지요?
저는 카메라 장만하겠다는 마음뿐입니다. 집에 있는 카메라 잊어버리고, 깨트리고, 고장내고...해서 3개나 헤치웠어요.
제 손은 아마도 도끼손? 그래서 사고 싶은 카메라 다칠까봐 고민만 하고 있답니다.
님 사진 보니 욕심이 납니다. 참 잘 찍으셨네요^^ 특히 마지막 진액 사진....가까이보니 우담바라(?)가 피었어요. 곰팡이라고도 하던데.....

오늘 아침 씽크대에서 가위 만지다가 떨어뜨렸는데 아끼는 접시에 떨어뜨려 접시가 반토막 났어요. 아깝긴 했지만 그냥 주문처럼 `오늘 아침 액땜했네.....`이런 초긍정의 자세가 되네요. 제가 대견했어요. ㅎ
그나저나 접시 세트인데 ㅜㅜㅜ


hnine 2014-10-15 20:22   좋아요 0 | URL
저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도끼손˝이랍니다. 접시깨는건 일도 아니고요, 프라이팬 부엌 바닥에 떨어뜨려 바닥이 다 패일 정도고요 ㅋㅋ 제가 성질이 급해서 그런 것 같아요. 이거 하면서 다음꺼 생각하다보니 지금 하고 있는것에 집중 못해서 오히려 떨어뜨리고 놓치고... 그래도 가위 떨어뜨려 어디 다치지 않으셨으니 천만 다행이네요.
사진 잘 찍었다고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잘 찍었다기보다 카메라가 잘 찍은거죠 ^^ 지금은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찍는데 앞으로 저만의 주제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중학교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공부, 시험, 그런거 없이 먹고, 뒹굴고, TV보고, 놀고, 어른은 그래도 되는줄 알았지요. 참 철 없지요 ^^

백화산 2014-10-1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늦게나마 사진일기를 써보렵니다, 잘보고 갑니다.

hnine 2014-10-19 15:19   좋아요 0 | URL
혼자서도 심심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것 같아요. 사진만큼 사실적인 기록도 없을테니 일기로서 제격이기도 하고요. 백화산님, 잘 써보시기 바랍니다.
 
F.book 신경옥이 사는 법 - <작은 집이 좋아>에서 못다 한 이야기 F.book 시리즈
신경옥 지음 / 포북(for book)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내 손으로 구입해놓고도 시간이 좀 지나고나서 보면 무슨 맘으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을까 싶을 때가 있다. F.book이라는 식의 제목도 별로 내 스타일이 아니다 싶었으면서도.

별로 오래전 일도 아니기에 다시 되돌이켜 생각해보니, 내 나이쯤 되면 비슷한 관심사, 비슷한 헤어 스타일, 비슷한 옷차림화 되어 가는 것을 보며 스스로 어긋나보고 싶었던 것 같다. 2, 30대 때야 어떻게 하고 다니던 개성으로 봐주지만 4,50대로 가면 화장 안하고 외출하다가도 이래도 되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되고, 퍼머를 잘 안하고 자르기만 해오다가도 혹시 이게 남보기에 꼴불견은 아닐까 문득 생각해보기도 한다. 외출할 때 가방은 편하고 큼지막한 것을 들고 나가기를 수십년 해오고 있는데 이제는 가끔 이게 내 나이에 안어울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때서야 남들은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어떻게들 사는지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데 아마도 그러다가 이 책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이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자기 스타일대로 살면서도 그게 다른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의 스타일로 제대로 읽혀지고 있는 듯 했고, 그런 사람에게는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일까 엿보고 싶은 심리랄까. 이 책이 눈에 띈 더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 웬만하면 그냥 이대로, 내 편한대로 쭉 살고 싶은 마음에 있었을 것이다.

 

저자의 모습을 보니 숏커트 중에서도 숏커트. 화장기 없는 얼굴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메이크업을 완벽하게 했다기 보다 포인트만 살린 깨끗한 화장. 육십이 낼모레인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바로 그려지는 이미지, 소위 사모님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 우선 반가웠다. 옷 입은 스타일이 어딘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낡지는 않았으나 오래 입은 티가 나는 옷. 확실히 누구를 흉내낸 모습은 아니었다. 신경옥 그녀의 스타일이니 꼭 내 맘에 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 누구에겐 좋아보이기도 하고 또 누구에겐 아니다 싶기도 하겠지. 하지만 누구를 따라한 차림새는 아니라는 인상을 주는 이유는 한가지. 자기 손이 많이 갔다는 데에 있다. 천을 끊어다가 직접 만들어 입는 것 까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 할지라도 내 맘에 드는대로, 있는 옷을 이렇게 바꿔 입어보고 때로는 작아진 남편의 웃옷을 자기 옷으로 응용해서 입을 줄 아는 융통성. 옷이 없으면 만들어진 옷을 구입하러 나서는 대신 입고 있는 옷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는 노력. 이렇게 나온 스타일이 어찌 걸려있는 옷 구입해서 입는 것과 같을 수 있으랴.

 

유명잡지사 편집인으로 경력을 쌓은 여섯명이,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 그들만의 작은 편집기획 회사를 차렸다. 바로 이 책을 만든 '에프북 (forbook)'이라는 회사이다. 회사가 먼저 기획을 하여 저자 신경옥을 설득하여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과연, 편집인의 전문적인 글솜씨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그래서 책을 티없이 매끄럽게 만들기는 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옥의 티로 느껴지기도 했으니 어쩔까. 저자 신경옥은 인테리어 전문가이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닌데 책 속의 글은 마치 여성월간지의 기사를 읽는 듯 재치있고 가독성이 있다. 구슬이 서말까지 되지 않아도 기막힌 목걸이로 꿸 수 있을 솜씨들이다. 저자가 아니라 편집인들 말이다.

 

신경옥 그녀의 옷입는 스타일도 그렇지만 집과 작업실도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빈티지 스타일에 가까웠으며 그녀의 취미는 백화점 쇼핑이 아니라 구제시장 나들이라고 한다. 자식 공부에 신경쓰는 일보다, 맛있는 음식을 차려내는 일보다, 자신의 일이 좋아 그것에 몰두하며 살았다는 저자. 살아온 길에 대해 후회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내 좋은 방식대로 살아온 사람에게 '깊은' 후회는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십년쯤 후,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보일 것인가. 아마 그것에 신경쓰지 말고 오늘을 열심히, 내가 좋은대로 내 일에 열중하며 살다보면 그때쯤 어떤 스타일이 생겨나있지 않을까.

 

 

 


댓글(6)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4-10-1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제 옷은 누가 입나 했는데 이런 분도 찾는군요. 이것도 하나의 편견이겠지요^^
주변 사람들도 가치관이나 추구하는 바는 다르지만 나름 나름 열심히 살고 있네요.
그저 책 대화가 통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박웅현이 말한 `순간에 집중하면 살자`를 요즘 떠올리고 있습니다.
단순해지면서 꽤 괜찮은 방법이더라구요. 규환이에게 세뇌처럼 하고 있답니다.

hnine 2014-10-13 17:04   좋아요 0 | URL
과거에 매여살기 보다, 미래를 계획하느라 현재를 저당잡히기 보다, 지금 이순간 `순간`에 집중하며 살자는 말씀에 동의해요. 규환이에게 강조하고 계시는군요 ^^
저는 구제옷 종종 이용하는 편이었어요. 저자처럼 나에게 맞게 수선하고 150% 효과를 내며 이용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제옷, 다린이옷, 또 장난감 등, 덕을 톡톡히 봤었지요. 이분 따님이 요즘 엄마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대요. 작업실도 멀리 있지 않아요. 집에서 방 하나를 아주 근사한 작업실로 꾸몄지요. 주로 집에서 일하는 저도 종종 제 방을 내 사무실이라며 큰소리 땅땅 칠때 있는데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

순오기 2014-10-13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스타일대로 사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을 듯해요.
어디선가 나를 보는 시선을 생각한다면...
내 이웃에도 요렇게 사는 분 있어 부러워하면서 살아요.
늦깍이로 공부하고 초빙교수로 일하며 손수 옷도 만들어 입고 인테리어도 전문가처럼 잘하고...

hnine 2014-10-13 17:10   좋아요 0 | URL
와, 순오기님 이웃에 그렇게 사시는 분이 계시는군요. 더구나 늦깍이라는 것에 개의치 않고 자기가 하고 싶던 일을 소신있게 하는 분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저도 나름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사는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냥 귀찮아서 그러는 것일 뿐 이 책의 저자처럼 자기만의 멋을 창조하며 사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때로는 내 방식대로 산다는 것이 독선적이고 폐쇄적이고 답답하게 보일 때도 있다는 것이 가끔 의식될 때도 있어요.
저도 제 옷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주기적으로 재봉틀을 살까 말까 하고 있답니다.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거의 빵점이고요 ^^

2014-10-13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4 0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 - 17명의 대표 인문학자가 꾸려낸 새로운 삶의 프레임
백성호 지음, 권혁재 사진 / 판미동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은 <인문학에 묻다>라고 되어 있지만 여기 실린 열일곱 명이 모두 인문학자는 아니다. 그럼 왜 제목을 그대로 고수했을까. 인문학자와의 인터뷰만 실으려던 계획이 중간에 틀려진 것일까.

힐링이 유행어가 되어버린 시대. 더 잘 살고 잘 먹고 더 편한 세상에 살지만 힐링이 이토록 주제어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질 문명과 기계 문명의 한계, 진정한 소통의 부재, 내면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 빠름이 강조되는 시대, 이런 사회에 살아나가느라 예전보다 알게 모르게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틀리지 않은 말이지만 그보다 나는 다른 데서 원인을 찾아본다. 우리는 정작 상처를 받기도 전에 우선 상처받을까, 상처가 생길까 두려워하는 심리가 '힐링'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고. 우리는 과연 힐링이 필요할만큼 치열하고 용기있는 도전을 시도나 해보았을까? 잠깐 뜨거운 물에 손끝, 발끝만 담그어보고 화들짝 놀라 어떡하냐고 발 동동거리며 치료해줄 무엇을 찾는 것은 아닐까. 그 누구도 뜨거운 물에 덴 사람은 없는데도 말이다.

 

행복은 어디에도 없다. 슬픔이 따로 없는 것 처럼. 어딜 가면 항상 무지개가 있던가? 지금 보이는 무지개가 얼마나 지속되던가.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제목처럼 그게 알고 싶어서 읽은 건 전혀 아니었다. 제목이 무엇이든, 예전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힘든 고비를 어떻게 딛고 일어났는지 그런 얘기 듣는 것을 좋아한다.  이 책도 그런 차원에서 읽게 되었다. 일종의 소극적인 대화인 셈이다. 그러니 제목따윈 아무래도 좋다. 책 속 열일곱 사람이 모두 인문학자가 아니더라도.

 

상처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닌 인간적 성숙을 위해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 그 이유는 상처를 재료로 우리는 뭔가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한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우리가 자기의 고민을 혼자 가지고 있지 않고 누구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 실마리를 찾게 되는 이유는 '객관화'에 있다고 했다. 남에게 말하기 위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문제를 어느 정도 객관화 시키게 되는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상처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모독 훈련'이라는 것을 소개한 진중권. 먼저 흥분하면 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무리 상대로부터 모독을 받아도 흥분하기 보다 게임으로 받아들이는 훈련이라고 한다. 그에게 행복에 대해 묻자, 동태전에 술국 곁들여 막걸리 한잔 하는데 너무 맛있더란다. 그리고 삶이 막 아름다워지더라면서, 행복이 뭐 대단한거냐고, 그냥 내게 이미 있는 걸 찾으면 된다고 한다.

지나온 삶을 얘기하면서 한번도 상처를 언급하지 않은 황병기는, 아무리 부인하려해도 천재성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반면 범인에서 시작한 비범인이라고 부르고 싶은 최재천의 "땀흘리며 살되 욕심내지 않기"란 말. 땀 흘린 만큼 기대하고 욕심을 내는 것이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범인일 텐데 말이다.

다른 학문에서 대답할 수 없는 것, 그래서 던져 버린 것, 그걸 담아야 하는게 철학이기때문에 철학은 휴지통이어야 한다고 말한 장하석.

자식은 부모의 교과서라고 말한 유미숙. 아이는 언젠가 부모의 곁을 떠날 것이고, 나는 아이에게 책임이 있지만 아이는 나를 위해서 뭔가를 해 줘야 할 책임이 없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이거 잊고 나이 들어가면 노년이 구차해진다.

뇌과학자들은 화가 났다는 느낌이 들면 초콜릿을 먹어 보라고 한다고 한다. 뇌과학자 김대식의 말이다. 진짜 화났을 때와 배고팠을 때의 신체 반응이 똑같아서 초콜릿 하나를 먹음으로써 화가 풀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굳이 화가 날 필요가 없는데도 마음이 아픈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복이란 단순한 만족이 아니라 창의성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비록 지금은 만족스럽지만 더 나은 만족을 위해서 '나와 세상 사이'를 일부러 불일치하게 만드는 것이고, 이때의 불일치는 자아를 새로운 레벨로 업그레이드해야만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설명은 신선하고 설득력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때는 삶의 문제도 즐기며 한다. 얼굴은 고통으로 찡그리고 있을지라도 그 문제를 파고드는 동안 살아있음을, 자기가 무가치한 인간이 아님을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 실린 열일곱사람은 모두 다른 분야의 관심사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공통점은 거기 있었다.

 

400쪽이 좀 못되는 분량에, 열일곱명의 생각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담을 수 있겠느냐고, 어차피 피상적인 기술 밖에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한 저자는 최종적으로 이 책에 실린 만큼만 인터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분량을 쓰고 모아야 했고 그중에서 고르고 다듬어 이 책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시간과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음을, 그만한 효과가 드러나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즉, 한번 읽어볼만 하다고.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우울, 슬픔/그리고 어떤 순간적인 깨달음이/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혹여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휘젓고/ 가구들을 몽땅 쓸어 가 버리더라도/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며 대접하라/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그대를 청소하는 것일지 모른다//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원한/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히 여기라/모든 손님은 저 너머에서 보낸/안내자들이니까" (메블라나 잘랄루딘 루미)

 

- 책 마지막 페이지에 인용되어 있는 글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4-11-1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리뷰 덕분에 이 책이 읽고 싶어졌어요~ ^^

hnine 2014-11-16 20:42   좋아요 0 | URL
전 순오기님께도 같은 질문을 드려보고 싶어요. 행복은 어디에?
대답이 궁금한 분 중의 한분이시랍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한번 물어봐요.
행복은 어디에?
--> 행복은 ˝행복은 어디에?˝라고 묻지 않는 그 마음에.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인데 시간이 흐르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어요.

날이 많이 쌀쌀해졌는데 건강 주의하세요.
 

 

 

 

 

 

 

 

오늘 아침 동생이 보낸 메일:

 

 

 

누나,

 

 


마감하느라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다가 우연히 보고서 한참 울컥했음.....

링크는.....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8666.html?_fr=mt2


 

 

 

 

 

 

 

 

 

내가 보낸 답장:

 

 

나도 중학교 체력장때 오래달리기 이미 다 마치고 들어온 친구들이 아직도 달리고 있는 (^^) 내 옆에서 같이 달려준 기억 있어.

기사에 나온 아이들 모두, 그 마음 그대로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운동회가 열리고 있는 저 운동장 뿐이 아닐거야. 우리 주위에 보면 우리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도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이 꼭 있지.
울컥하느라 마감 못지킨건 아냐?

여긴 가을색이 완연.
건강하고!

누나가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14-10-0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먹으러 가는 길. 차안에서 듣다가 눈물 찔끔 흘렸어요.
도처에 멘토가 있죠.
나인님 친구들도 훈훈 합니다.

hnine 2014-10-09 14:45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이나 그때나 몸 움직여하는 것을 참 못했어요 ㅠㅠ 막 달리고 들어와 힘들었을텐데도 옆에서 같이 달려준 친구들, 같은 반 아이들이었는데 평소에 저와 아주 친한 아이들도 아니었기때문에 지금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아요 그냥 고마울 따름이지요.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오늘도 날씨가 참 좋네요.

순오기 2014-10-10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교육이 경쟁이 아닌 함께 달릴 줄 아는 아이들을 키워냈군요.
제가 자연에서 배우고 숲해설로 전하고자 하는 것도 함께 사는 자연의 지혜랍니다~ ^^

hnine 2014-10-10 07:31   좋아요 0 | URL
기사 속의 저 아이들은 이 경쟁사회 속에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해내었을지 어른인 제가 신기할 정도였답니다. 아직 어린이이기때문에 가능했을지.
순오기님께서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두시고 숲해설을 하신다하니 아이들의 저런 생각이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아이들에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애쓰신 분들이 있었겠지요.

페크pek0501 2014-10-11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감동적인 영화보다 더 감동적인 이야기에
저도 울컥~ 하고 갑니다.
세상의 온기가 전해집니다. ^^

hnine 2014-10-11 17:42   좋아요 0 | URL
아홉번 절망해도 열번째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저런데서 나오지 않나 싶어요.
멀리 있는 동생인데, 기사를 보고 제게 이메일로 보내준 마음도 따뜻했고요.
때로는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을때가 있고, 또 영화에서만큼 따뜻한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기도 하지요.
해가 지려고 하는 즈음입니다. 오늘 하루 잘 지내셨어요? ^^
 

 

 

청주의 공예전시회에 다녀왔다.

2014 청주공예비엔날레 라고 되어 있는데 몇년전 갔을때보다 전시 기간도 짧고 규모도 작다.

'비엔날레'니까, 2년에 한번씩 열리는 행사. 올해는 본행사는 아니고 가볍게 이름만 빌어 열리는 전시회라 그런가보다.

청주의 구 연초제조장에서 열렸다.

 

 

 

 

 

 

 

 

 

 

 

 

 

 

 

 

 

 

 

 

 

 

 

이 작품 제목이 <Karma> 란다.

 

 

 

 

 

 

 

 

 

 

 

 

 

밥과 반찬을 담아 먹는 그릇, 즉 식기인데 모양도 빛깔도 마음에 들었다.

촉감은 어떨까 궁금했지만 눈으로만 구경하라는 푯말이 있어, 옆에 누가 지키고 앉아있는 것도 아닌데 진짜 눈으로만 보고 사진만 찍어온 나란 사람.

 

 

 

 

 

 

 

 

호두나무다! ---> (nama님과 qualia님께서 알려주셔서 수정합니다.) 오동나무다!!

 

 

 

 

 

 

 

 

 

 

집에서 청주까지 차로 40여분.

다 보고 집에 돌아왔는데도 해가 남아 동네 한바퀴 또 돌았다 강아지 데리고.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14-10-0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주 다녀가셨군요^^
저도 모르는 전시회에......ㅎㅎ

hnine 2014-10-06 16:03   좋아요 0 | URL
엇! 모르셨어요? 홀수해가 공식 전시해인것 같아요. 안가보셨으면 내년에 한번 가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열리는 시기도 어제처럼 덥지도 춥지도 않을 때라서 잠깐 나들이 하기 좋더라고요. 청주가면서 물론 세실님 생각, 했지요 ^^

nama 2014-10-06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주공예비엔날레 날짜를 몇 번인가 꼽아보고 꼽아본 만큼의 반의 반 정도는 가봤었지요.
첫 전시회(7~8년 전?)가 제일 인상적이어서 챙겨가며 보려고 노력하지만 기회가 많지는 않네요.
갈수록 전시회가 밋밋해지는 경향도 없지 않아요, 제 얄팍한 눈으로 볼 때 ^^

hnine 2014-10-06 16:08   좋아요 0 | URL
첫 전시때 가보셨군요. 전 2011년에 처음 가봤어요. 작년은 제가 가족이랑 떨어져있느라 건너뛰었고요. 2011년에 가보고 참 좋았거든요. 전시 규모도 생각보다 컸고, 규격화된 전시장이 아닌, 예전 건물을 꾸미지 않고 그대로 전시공간으로 사용하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제가 워낙 비사회적 인간인지라 가끔씩 이렇게 평소와 다른 볼거리를 구경하고 오면 마음이 확 트이는 느낌이랍니다. 알면서 왜 좀 더 자주 몸을 움직일 생각을 안하는건지 참...^^

nama 2014-10-06 16:2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저 위의 호두나무...오동나무가 아닐까 싶은데요...

qualia 2014-10-06 18:23   좋아요 0 | URL
오동나무가 맞아요.
봉황새가 유일하게 내려앉는 나무라는 전설이...
정말 신성한 나무죠.

근데 오동나무 열매는 사람이 먹을 수는 없죠.
오직 봉황새한테만 허락된 열매라는 전설이....^^
마치 아기 방울 같이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나죠.

근데 오래전부터
“왼갖 풀/나무 가운데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초목은 없다”는 사실을
나름 터득했는데요.^^
hnine 님 찍어주신 저 사진보니까
급 오동나무 열매 먹어보고 싶어진다는...ㅋㅋㅋ
언제 함 시식해봐야겠어요. ㅎㅎㅎ

아무튼 오동나무는 영물 중의 영물이란 거...
어느날 봉황이 홀연 오동나무에 나타나
시대의 예언처럼 한울움 울고
저 먼곳으로 훨훨 날아갈 그날이 오리니...

아이 참, 잘 나가다가 이건 또 뭥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nine 2014-10-06 21:01   좋아요 0 | URL
nama님, qualia님, 두분 덕분에 확실히 알겠습니다. 안그래도 어제 남편이랑 얘기하면서 오동나무가 아닐까 얘기도 나왔더랬어요. 그런데 어쩌다가 호두나무로 (엉터리)결론을 내렸던거지요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분 댓글 보고 남편에게 오동나무가 맞다고 알려주었더니, ˝맞아, 호두나무는 열매가 저렇게 모여서 열리지 않아.˝ 이러네요. ^^
qualia님께서 말씀해주신 이야기는 저도 오늘 처음 알았어요. 봉황새가 유일하게 내려앉는 나무라는 전설, 아기 방울 같이 달그락 소리가 난다는것. 저도 궁금한데요. 오동나무열매는 왜 사람이 먹으면 안되는지.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배탈이 날까요? 아니면 그보다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질까요?
영물중의 영물이라...멋져요 ^^

상미 2014-10-0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홈페이지 찾아보니, 네가 간 곳이,
우리 외가 근처, 울 아들 기숙사 근처네 ㅎㅎㅎ
한국은 진짜 가을이구나~~~

hnine 2014-10-07 04:47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가는 길에 학교 정문 봤어. 저기구나~ 네 아들 생각했지. 번잡하지 않고 좋더라. 청주를 다 둘러본 것은 아니지만 번잡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도시 분위기가 나면서 동시에 역사가 오래된 곳 느낌이 나는 게 청주 지날때마다 느끼는 거야.
한국은 이제 가을이지. 이제 단풍 절정기가 오고, 논에 벼가 더 누렇게 익은 것을 보면 (우리 집에서 조금만 나가도 볼수 있어^^) 가을도 절정에 이르겠지.

2014-10-07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7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7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8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4-10-0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날씨가 너무 좋지요? 그와 더불어 hnine 님의 사진도 참 좋네요.

hnine 님께서 담은 오동나무 사진을 보니 문득 어릴 적 시골에서 많이 보았던 `그때 그 풍경들`이 좌르륵 떠오르네요. 시골에서 자랄 땐 꼭 이맘때쯤 가을 햇살이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빛나던 날이 참 많았지요. 초등학교 다닐 때 방과 후에 넉넉하게 남는 시간 동안 친구들과 함께 동네 산자락을 둘러 보면 저런 모습의 오동나무 뿐만 아니라 빨갛게 익은 대추나무, 밤나무, 감나무, 오동나무 등등을 참으로 많이 구경하며 배도 좀 채우고 했는데 말이지요. 어릴 때 시골에서 가을 햇살이 눈부신 날엔 늘 먹을 게 참 풍성했던 듯해요. 땅 속을 헤집어 고구마도 캐 먹고 땅콩도 캐먹고요. ㅎㅎ

오동나무와 봉황 얘기를 들으니 이외수 님의 『벽오금학도』라는 소설도 떠오르고, 김도향의 `벽오동`이란 노래도 떠오릅니다.

* * *

김도향 - 벽오동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잤더니
어이타 봉황은 꿈이었다 안 오시뇨
달맞이 가잔 뜻은 님을 모셔 가잠인데
어이타 우리님은 가고 아니 오시느뇨

하늘아 무너져라 와르르르르르 르르르르르
잔별아 쏟아져라 까르르르르르 르르르르르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잤더니
어이타 봉황은 꿈이였다 안오시뇨
꿈이였다 안오시요


hnine 2014-10-08 18:00   좋아요 0 | URL
아, 김도향의 이노래 저 알아요. 옛날에 투코리안스라는 듀엣으로 활동할때부터 부르던 노래잖아요.
그러고보니 이 노래 가사에도 위에 qualia님이 말씀해주신 봉황 얘기가 나오네요. 갑자기 벽오동 노래에 봉황이 왜 나오나 했었는데, 이제야 알겠어요.
어린 시절 추억이 많으신 oren님이 진정한 부자이십니다. 대추나무, 밤나무, 감나무, 말씀하신 열매들이 지금 다 한창인 것들이네요. 그런데 땅콩도 캐어드셨나요? 그냥 먹으면 배탈나지 않는지 ^^
이외수의 벽오금학도도 읽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하도 오래전이라서.
별스럽지않은 사진을 칭찬해주시니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