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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ook 신경옥이 사는 법 - <작은 집이 좋아>에서 못다 한 이야기 ㅣ F.book 시리즈
신경옥 지음 / 포북(for book) / 2014년 2월
평점 :
내가 내 손으로 구입해놓고도 시간이 좀 지나고나서 보면 무슨 맘으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을까 싶을 때가 있다. F.book이라는 식의 제목도 별로 내 스타일이 아니다 싶었으면서도.
별로 오래전 일도 아니기에 다시 되돌이켜 생각해보니, 내 나이쯤 되면 비슷한 관심사, 비슷한 헤어 스타일, 비슷한 옷차림화 되어 가는 것을 보며 스스로 어긋나보고 싶었던 것 같다. 2, 30대 때야 어떻게 하고 다니던 개성으로 봐주지만 4,50대로 가면 화장 안하고 외출하다가도 이래도 되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되고, 퍼머를 잘 안하고 자르기만 해오다가도 혹시 이게 남보기에 꼴불견은 아닐까 문득 생각해보기도 한다. 외출할 때 가방은 편하고 큼지막한 것을 들고 나가기를 수십년 해오고 있는데 이제는 가끔 이게 내 나이에 안어울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때서야 남들은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어떻게들 사는지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데 아마도 그러다가 이 책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이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자기 스타일대로 살면서도 그게 다른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의 스타일로 제대로 읽혀지고 있는 듯 했고, 그런 사람에게는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일까 엿보고 싶은 심리랄까. 이 책이 눈에 띈 더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 웬만하면 그냥 이대로, 내 편한대로 쭉 살고 싶은 마음에 있었을 것이다.
저자의 모습을 보니 숏커트 중에서도 숏커트. 화장기 없는 얼굴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메이크업을 완벽하게 했다기 보다 포인트만 살린 깨끗한 화장. 육십이 낼모레인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바로 그려지는 이미지, 소위 사모님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 우선 반가웠다. 옷 입은 스타일이 어딘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낡지는 않았으나 오래 입은 티가 나는 옷. 확실히 누구를 흉내낸 모습은 아니었다. 신경옥 그녀의 스타일이니 꼭 내 맘에 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 누구에겐 좋아보이기도 하고 또 누구에겐 아니다 싶기도 하겠지. 하지만 누구를 따라한 차림새는 아니라는 인상을 주는 이유는 한가지. 자기 손이 많이 갔다는 데에 있다. 천을 끊어다가 직접 만들어 입는 것 까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 할지라도 내 맘에 드는대로, 있는 옷을 이렇게 바꿔 입어보고 때로는 작아진 남편의 웃옷을 자기 옷으로 응용해서 입을 줄 아는 융통성. 옷이 없으면 만들어진 옷을 구입하러 나서는 대신 입고 있는 옷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는 노력. 이렇게 나온 스타일이 어찌 걸려있는 옷 구입해서 입는 것과 같을 수 있으랴.
유명잡지사 편집인으로 경력을 쌓은 여섯명이,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 그들만의 작은 편집기획 회사를 차렸다. 바로 이 책을 만든 '에프북 (forbook)'이라는 회사이다. 회사가 먼저 기획을 하여 저자 신경옥을 설득하여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과연, 편집인의 전문적인 글솜씨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그래서 책을 티없이 매끄럽게 만들기는 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옥의 티로 느껴지기도 했으니 어쩔까. 저자 신경옥은 인테리어 전문가이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닌데 책 속의 글은 마치 여성월간지의 기사를 읽는 듯 재치있고 가독성이 있다. 구슬이 서말까지 되지 않아도 기막힌 목걸이로 꿸 수 있을 솜씨들이다. 저자가 아니라 편집인들 말이다.
신경옥 그녀의 옷입는 스타일도 그렇지만 집과 작업실도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빈티지 스타일에 가까웠으며 그녀의 취미는 백화점 쇼핑이 아니라 구제시장 나들이라고 한다. 자식 공부에 신경쓰는 일보다, 맛있는 음식을 차려내는 일보다, 자신의 일이 좋아 그것에 몰두하며 살았다는 저자. 살아온 길에 대해 후회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내 좋은 방식대로 살아온 사람에게 '깊은' 후회는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십년쯤 후,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보일 것인가. 아마 그것에 신경쓰지 말고 오늘을 열심히, 내가 좋은대로 내 일에 열중하며 살다보면 그때쯤 어떤 스타일이 생겨나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