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를 썰어넣고 설탕 부은 후 할 일은 숙성될때까지 기다리는 일

 

 

밀가루, 소금, 설탕, 우유, 계란, 이스트 섞고 나서 해야할 일은 1.5배 정도 부풀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다

 

 

씨를 뿌리고 잎이 나기까지 해야할 일, 역시 기다리는 일

 

 

배추와 속을 버무려 용기에 차곡차곡 담고 또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지 않고 되는 일이란게

 

 

있었던가?

 

 

세상을 잘 살아가는 비법이란게 혹시 있다면

 

 

그건 아마 기다리기를 잘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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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2-0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는 동안 즐거운 마음 되어
hnine 님한테 찾아올 아름다운 냄새와 빛과 무늬 한껏 누리셔요~

hnine 2013-12-10 21: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하늘바람 2013-12-10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글에 용기 얻어 다시금기다리기를 해봅니다 저에대한 기대 시간이 흐르니 자꾸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hnine 2013-12-10 21:29   좋아요 0 | URL
포기라기 보다는 때로는 놓아주는 것도 꼭 나쁘지만 않은 것 같아요.
놓는 것도 아니면서 빨리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조바심 내는 것, 저에겐 그게 더 중증이랍니다 ^^

2013-12-10 0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12-10 21:34   좋아요 0 | URL
학교다닐 때는 남자 친구로부터의 연락도 기다려봤고, 그러다 실망하고 (^^), 실험할 땐 결과가 잘 나오기를 기다리고, 졸업을 기다리고, 시험본 후 결과를 기다리고, 아이가 자라길 기다리고...기다릴 일이 있다는 것은 살아있는 한 계속되는것 같지요? 밥이 뜸들길 기다리고, 주전자에 물 올리고 끓기를 기다리고요.
그런데 갈수록 즉각적인 결과, 효과를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저도 그렇지만 사회가 그렇게 부추키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카프카가 그랬대요.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조바심내는거라고요.
다시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기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3-12-10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아침부터 또 좋은 말씀에 기분 좋아져요. 이번주에 고흥유자로 유자차 만들었는데 아주 맛나네요. 향도 참 좋고 노오란 색깔에 마음도 환해지고. 감기조심 하시고 건강한 겨울 나세요^^

hnine 2013-12-13 00:0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 만드셨군요, 유자차! 전 손이 작아서 많이는 못하고 딱 열개만 가지고 만들었는데 냄새가 어찌나 좋던지요. 추위 많이 타고 과일 잘 안먹는 남편도 타주고, 고기 잴때도 쓰고, 고르곤졸라 피자 만들어서 (이건 아직 한번도 안해봤지만^^) 꿀 대신 유자청 발라서도 먹어보고, 만들면서 혼자 즐거운 상상을 했답니다.

프레이야 2013-12-12 23:40   좋아요 0 | URL
호호~ 잘하셨어요^^
유자청 올린 카나페도 최고!
화이트와인이랑요.

hnine 2013-12-14 06:51   좋아요 0 | URL
아하, 또 하나 아이디어 얻어갑니다. 유자청 올린 카나페! ^^

울보 2013-12-10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림,
정말 마음속에 확 와닿는 말이네요,
기다림,
저도 그 기다림을 배워야 겠어요., 배워서 될일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도전해보려고요,,

hnine 2013-12-10 21:40   좋아요 0 | URL
자식을 키우는 사람은 '기다림'이라는 말이 또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지지요 ^^
잘 안되니까 자꾸 노력할 밖에요. 노력하면 조금은 달라지더라고요.
경험상, 늦어서 손해보는 것 보다, 조바심내고 불안해해서 손해보는 것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경험으로 배웠으니 실천을 하면 되는데 제가 성질이 무척 급한 편이라서요. 저에게 해주는 말이었답니다.

sangmee 2013-12-1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식도 그런거 같더라.
볶아치는거 보다 기다려 주는게 훨씬 어렵더라.
문제는 나이 들면서 성격은 더 급해진다는거....

hnine 2013-12-10 21:41   좋아요 0 | URL
그치? 우리들에게 기다림의 제1 실천 대상은 멀리 있지 않아 ^^
난 느긋한 남편과 10년 넘게 한집에 살다보니 그 영향인지 쪼금은 느긋해진 것 같기도 해. 그래도 아직 모자라지만.

마녀고양이 2013-12-10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어려운 일이 바로 기다리는 일인거 같습니다.
그냥 막연한 불안감, 게으름이 현재 제 무기력을 자초하고 우울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실은 거꾸로일지도 몰라요, 우울하고 무기력해서 게을러지는건지....

기다림, 실은 그게 인생인데, 잘 기다리는게 너무 어려워요.

hnine 2013-12-10 21:46   좋아요 0 | URL
어렵지요. 저도 사실은 한달 넘게 결과를 기다리던 일이 있었어요. 기다리는 동안 완전 정서불안 상태였답니다.
그러다가 결국 결과가 나왔는데, 딱 예상한대로 결과가 나왔어요 (꽝! ㅋㅋ). 요행수를 바라느라 그렇게 불안했었나봐요. 결과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가다듬고, 그러는데 꽤 걸리더군요.
한편 생각해보면 뭐가 되어가느라고 조바심내고 우울하고, 그런건지도 모르니까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것도 아니지 않나 싶네요. 느긋하게! 마녀고양이님, 화이팅!

페크pek0501 2013-12-13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책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 알라딘 책이 배송된다는 문자를 받았어요. ^^

hnine 2013-12-14 06:45   좋아요 0 | URL
지금쯤 받으셨겠네요?
전 오늘 배추김치 담가보려고 재료 주문해놓고 배송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오기 2013-12-14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취업서류 넣고 다음주 발표를 기다려요~~~~^^
기다리는 걸 잘 하는 일.... 세상을 잘 살아가는 법, 깊게 새겨 봅니다!

hnine 2013-12-14 08:55   좋아요 0 | URL
인재를 알아보는 곳이라면 순오기님을 그냥 두지 않을 겁니다 ^^
잘 기다리는 법 중엔 작은 일로 너무 깊게, 너무 오래 실망하지 않는 법도 포함되는 것 같아요.

하양물감 2013-12-15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기다리며 사는 것. 맞아요. 그렇지만 그냥 기다리는건 아니죠 ^^
준비없이 마냥 기다려서는 안된다는것, 철저한 준비 후에 기다림의 결과를 기대할수있겠죠.

hnine 2013-12-15 13:50   좋아요 0 | URL
저도 쓰고 나서 그 생각 했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냥 저절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만 하면 안된다는거요. 다시 덧붙여쓰자니 그것도 그렇고 해서 그냥 두었어요. 하양물감님처럼 다 그렇게 알아서 이해하시리라 믿었지요 ^^

같은하늘 2013-12-18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려서 좋은글 담고 갑니다.
기다리다 지쳐서 포기해 버린 것들에 대해 다시한번 마음을 전해 볼까봐요...
아래 쓰신 <달에 울다>도 바로 대출신청했어요. ㅎ

hnine 2013-12-18 07:44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오랜만이시네요. 아이들도 많이 컸으리라 생각되는데 지금쯤 아이들과 촘촘한 방학 계획 세우고 있지 않으실까요?
기다리는 것보다 포기하는게 더 쉬울 때가 많지요. 아니, 포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기다리는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잘때마다 쇠약해진다.

그들은 실컷 먹고 마시는데도, 오히려 살아갈 힘을 잃어간다. 이제 그들에게는 누군가를 몰아붙여 숨통을 끊어놓을 터무니없는 힘조차 없다. 사람들은 죽지 않기 위해 사는 것도, 살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 사건이, 야에코가 아버지를 잃었던 그날에 일어났던 일이 가슴속에서 아직도 꼬리를 늘어뜨리고 있다. 그러나 30년에 이르는 그 긴 꼬리도 이제 곧 끊어질 것이다. (102쪽)

다른 리뷰를 읽어보니 이 소설의 첫문장이 많이 인용되어 있기에 다른 문장을 골라보았다.

마루야마 겐지. 최근 에세이를 통해 그 이름을 처음 알게 된후, 아무래도 그 책 한권으로 성이 차지 않아 읽어보게 된 소설이다. 많은 분들이 그러하셨듯이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아니, 첫 문장 들어가기 전 제목부터 그냥 넘어가지지 않았다. '달에 울다' 라니, 무슨 뜻일까?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중편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 한 쪽을 넘지 않는 단락. 그림 같은 묘사.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고 있는 동안 누군가의 깊고 낮은 울음 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작가의 피와 살이 글자 속에 녹아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두 편의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외톨이이다. 스스로 세상을 등졌거나 세상으로부터 등돌림을 당했다. 그래도 세상과 이어져있는 어떤 끈 하나를 잡고 구도의 길을 가듯이 생을 이어간다. <달에 울다>의 주인공에게 그 끈이 야에코였다면 <조롱을 높이 매달고>의 남자에게 그것은 조롱 속의 피리새였을까? 자의식의 대변으로 등장하는 법사와 무사, 다른 이와의 대화보다는 또다른 자기에게 말을 건네고 대답을 듣는 모습.

이 소설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인물들, 다른 세상, 다른 방식의 삶을 구경하게 된다고 생각했다가 그게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우리,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가 모르던 우리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는 생각은 섬찟하기까지 하다.

올 해 읽은 최고의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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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7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12-07 18:26   좋아요 0 | URL
이 작가의 등단작이라고 하는 소설을 오늘 배송받아서 읽을 참입니다.
그동안 제가 읽어본 몇권 안되는 일본 소설과 참 달랐어요. 일본 소설 읽을 때 저의 문제점 하나가 이름이 입에 잘 붙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 책에는 등장 인물이 많지 않아서 그 점을 피해갈 수 있었고요 ^^
<물의 가족>에도 야에코가 나오나요? 이 책도 보관함에 넣어두었답니다. 그동안 발표한 작품이 꽤 많더라고요.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파란놀 2013-12-08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의 각오>라는 책도 쓰고,
무엇보다, 저는 마루야마 겐지 작품으로 <산 자의 길>이 재미있었어요.
이 사람이 왜 시골에서 곁님이랑 둘이 살고, 아이를 안 낳으며,
머리를 박박 밀고... 그렇게 '제멋'대로 살아가는가 하는
모든 이야기를 솔솔 잘 풀어냈어요.
그런데, <산 자의 길>은 절판이 되었군요. 흠...

hnine 2013-12-08 06:59   좋아요 0 | URL
예, 한권 한권 찾아 읽어가려고요.
절판된 책은 도서관에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하늘바람 2013-12-08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읽은 최고라고 하시니 저도 올해가기전에 빨리 봐야겠어요

hnine 2013-12-08 13:41   좋아요 0 | URL
제가 올해 읽은 중 최고라고 했을 뿐 올해 나온 책도 아니랍니다. 시간 나실때 한번 읽어보세요.

2013-12-11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12-11 10:16   좋아요 0 | URL
궁금했는데 들러주셨네요. 반가와요.
제가 일본 소설을 잘 못 읽는데 이 책은 그 징크스를 무너뜨렸습니다. 지금도 저자의 다른 소설을 읽고 있는 중이랍니다. 내용이 무겁긴 하지만 충분히 읽어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기다리는 일이 쉽지 않지만 아무것도 기다릴게 없는 삶이란, 상상만 해도 그게 더 끔찍하지 않나 싶어요.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거죠? ^^
 
인격적 우주와 인간 에너지
삐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 지음, 이문희 옮김 / 분도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작년 이맘때, 평소에 한번 만나보고 싶던 한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을 만난 자리에서, 샤르뎅 신부의 책을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저자의 이름을 메모해놓고 1년여만에 읽게 된 책이다.

 

제목부터 얼른 의미가 와닿지 않더니 한권 끝까지 다 읽도록 이해하기 어려움은 계속 되었다.

저자인 샤르뎅은 1881년 프랑스 출생으로 30세에 신부가 되기까지 신학, 지질학, 고생물학 등을 공부했다. 지질학과 고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에 파견되어 20년 이상 연구에 몰두, 베이징원인 화석을 발굴하기도 했다. 지질학과 고생물학의 발전 속에 함축된 인간의 의미에 대해 알고자 하였고 과학적 진화론을 신학에 도입, 과학과 종교의 조화를 꾀하고자 하였다.

 

과학과 종교라는 문제는 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주제이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하다.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과학과 종교는 각자 그 영역을 따로 갖는다고만 생각하고 있는데 종교란 과학과 달라서 이 세상 모든 것을 종교 안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자연과학자이면서 종교인이기도 한 샤르뎅은 과연 이 두 분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그래서 우주의 미래를 예시하는 차원까지 끌어올려 종교와 과학 두 진영 어디로부터도 내몰리지 않고 오히려 그리스도교 신학계로부터 예언자적 신학자로 추앙받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은 바로 무너지기 시작했으니 한 문장 한 문장이 무척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고가 시작되면서 인간은 정신과 물질의 공존과 대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복수성과 단일성, 이것은 모든 물리학과 철학과 종교의 문제다. 오늘날 우리는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것은 문제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아는 데서 출발한다. 인격화의 흐름에서 보면 복수성과 단일성에는 대립점이 없다. 다면 양면이 있을 뿐이다. 운동하는 실재에 두 방향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신과 물질은 각각 고정시켜서 실현 불가능한 추상적 개념 형태로 상징화할 때 상호 모순된다. 순수 복수성과 순수 단일성은 사물과 본성처럼 서로 뗄려야 뗄 수 없고 어느 것 하나도 다른 하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 하나는 본질적으로 다른 하나와의 종합을 통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떤 정신도 (神마저도) 다수의 결합 없는 구성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 정신과 물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이 되는 물질이 있을 뿐이다. 세계에는 정신과 물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물질이 있다. (18-19쪽)

서로 모순된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본질적으로는 어느 것 하나도 다른 하나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의존적인 것이라는 생각은 노자의 도덕경에서도 읽은 것 같다. 정신과 물질, 따로 보지 않고 서로 연계된 개념으로 보아 '정신-물질' 이라고 표시하였다.

 

사람들이 쉽게 혼동하는데 정신적 사랑과 우정은 전혀 다르다. 얘욕이나 정신적 사랑은 본성상 다른 존재를 배제하거나 접근하는 존재의 수를 제한하며 양면성을 보인다. 우정은 구조적으로 다수에 공개되어 있고, 이 다수는 증가한다. (51쪽)

정신적 사랑과 우정의 차이는 대상의 수의 차이!

 

인간 에너지라는 것은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증가된 우주 에너지의 실제 증가분을 말한다.

'인간화된 에너지'의 기본 상태는 육체 에너지, 제어된 에너지, 정신화된 에너지라는 세 형태다.

1. 육체 에너지는 지상의 완만한 생물학적 진화로 우리살과 신경에 점차 축적되고 조화를 이루게 된 놀라운 '자연 기계'인 육체 안에 있다.

2. 제어된 에너지는 인간의 지체가 주변의 물리적 힘을 교묘하게 지배하여 '인공적 기계'의 도움으로 얻은 에너지다.

3. 정신화된 에너지는 우리의 자유로운 활동 안에 있는 지성과 감성과 의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에너지는 실체를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사물들과 반성적이고 열정적으로 관계 맺기 때문에 실재하는 것이다.

이 세 형태의 에너지는 각기 별개의 것처럼 보이나 사실 그 사이에 경계를 설정하기란 어렵다. 베르그송의 지적대로,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구별도 관습에 의한 것일 때가 많다.

육체에 생기를 주는 힘은 어디서 오며 세계 전체와 밀접한 연관을 맺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75-77쪽)

쪼개고 구분하여 더 개념이 명확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환원주의), 그래서 많은 학문들이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갈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근래 '통합', '통섭' 등의 말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 아닌지.

 

인격 보존의 법칙

인격 보존의 법칙은 우주 안에서 정신의 상승은 비가역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의식의 새로운 정상은 한 번 도달하면 다시 내려오는 법이 없다. 생명이 물질에서 나왔으므로 우주는 '생명을 없앨 수' 없다. 사고도 생명에서 나오므로 '비인간화'할 수 없다. 전체로 보아 의식은 진전하되 후퇴할 수는 없다. (139쪽)

다른 것보다 우선 '생명이 물질에서 나왔으므로'라는 구절에 주목한다. 신학자로서 이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다니. 정신과 물질을 따로 보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열심히 읽었으나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따라서 위의 별점 세개는 엉터리다. 별점 표시를 안하면 리뷰로 등록이 안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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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6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7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7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런 연서, 이런 고백.

참 오랜만에 읽어본다.

 

 

 

 

전부 당신 같아서 붐비는 빛 한 올도 허투루 받을 수 없습니다.

천지사방 당신이니 암만 발버둥쳐도 나는 당신한테 머뭅니다.

그래요, 당신 만날 날부터 나는 속수무책입니다.

괜스레 내 자신이 못마땅해지더니 여태껏 한 가지 병을 앓으며 좀체 차도가 없습니다.

지금껏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곡진하게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이 아끼는 은바퀴 두 개의 안부를 엉뚱하게 묻는 게 전부였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내 바람은 당신과 함께 가난하게 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헤픈 봄볕을 한 줌도 자루에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되지 않을 일임을 압니다.

그런데도 비워도 비워도 다시 당신이 들어차는 내 속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지천인 저 꽃잎들도 때가 되면 잎을 접을 줄 아는데,

마를 줄도 질 줄도 모르니 나는 어쩐다지요.

차라리, 철없고 씩씩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볕 때문에 눈이 시려 길게 쓰지 못하겠습니다.

각설하고 내 마음 읽으시거든 보리누름에는 걸음해주세요.

난출난출 보리잎 보며 어디쯤에 오시는 줄 알고 가만히 눈감겠습니다.

보리보다 노랗게 내 속 익기 전에 부디 당신이 먼저 와 주세요.

볕이 여간 흔전하지 않습니다.

 

 

 

 

- 김해민, <안부> 전문 -

 

 

 

원래 시집에는 줄바꿈 없이 쓰여져 있는 것을 여기 옮기면서 읽기 편하라고 임의대로 줄바꿈을 하였다.

이 편지의 상대는 사람일수도, 꼭 사람이 아니라도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어떤 꿈, 바람일지도.

'처음부터 내 바람은 당신과 함께 가난하게 사는 것이었습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가난해도 좋다, 당신 하나로 다 채워진다는 뜻으로 읽는다.

'헤픈 봄볕을 한 줌도 자루에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이런 비유,

보리누름, 난출난출, 곡진하게 (이 낱말은 한자이지만), 흔전

이런 말들을 머리 속에 담아놓았다가 마땅한 때 써보고 싶어진다.

 

 

 

 

 

봉오리 터질라치면

득음 못한 팔도의 소리꾼들

선운사 뒷마당에 모여드는데

 

 

소리공부는 뒷전으로

며칠째 무리지어 다니며

빨간 복분자술을 찾는가 싶더니

 

 

오늘 예불 절 새벽 빗속에

더러는 모가지를 꺾으며

고수도 없이

다들 한 소리 얻었단다

 

 

 

 

-김해민, <동백> 전문-

 

 

 

 

시 속에서 제목인 동백이란 말을 한번도 직접 드러내지 않으면서 저렇게 표현했다.

 

 

사실 이 시집에는 가슴 멍해지는 시들이 잔뜩.

 

 

 

어느 밤 응석을 부리고 싶었던지 나는 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외할머니는 낮에 이웃에서

놓고 간 삶은 옥수수 중 하나를 주며 달랬다

뿌리치며 훌쩍거리다 난감한 빛이 역력한 주름

깊은 선량한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그예

울음보를 터뜨렸다

가진 것이라곤 남은 세월뿐인 외할머니

우두커니 앉아 다시 말이 없었다

 

 

 

예순 갑자 다 돌지 못하고

폭설 내리던 어느 새벽녘 버선신은 채

오르골여인과 함께

외할머니 하얀 길 떠나셨다

 

 

 

 

-김해민, <외할머니> 부분 발췌-

 

 

 

 

이렇게.

...

 

 

 

 

 

 

 

 

 

 

 

 

 

 

 

 

 

 

 

 

김해민 <외로울 때는 귀가 더 밝아진다> 2012, 화남의 시집 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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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 2013-12-05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떠한 삶을 살면 저러한 언어를 토해낼 수 있을까... 머리로는 조합할 수 없는, 오로지 가슴에서 솟아 나오는 말들... 새로운 우주를 하나 담아갑니다.
:)

hnine 2013-12-05 11:38   좋아요 0 | URL
Tomek님의 이 댓글도 참 멋진걸요 ^^
시 하나에 새로운 우주...
멋있어요.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어를 모르기에 이 책의 원제가 궁금해도 알 수가 없지만 김난주라는 번역가의 이름과, 책을 읽으면서 번역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 전혀 없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원제도 번역본 제목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짐작한다. 그리고 이 책 속 열개의 작은 장 마지막도 늘 같은 문장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로 끝나고 있기 때문이다.

직설적이라 느껴질 수 있는 이 책의 주제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주체적인 삶'이다. 의존적이고 남의 잣대에 맞춰 사는 바보짓 그만하고 자기주도적 삶을 살라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 곁을 못떠나는 자식, 성인이 된 자식을 여전히 옆에 두고 도와주고 간섭하고 지시하고 싶어하는 부모, 둘 모두 혹독하게 비판을 한다.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라는 1장 제목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그 말의 의미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할 수 있었다.

국가는 결코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으며 국가가 국민의 것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는 말도 반박하고 싶지 않다. 소수 몇명을 위주로 돌아갈 뿐. 국가가 원하는 국민은 똑똑한 국민이 아니라 반항하지 않고 단순한 본능적 욕구에 충실하며, 더 주면 좋아하고 달래주면 말 잘 듣는 국민이라는 것이다.

일정 시간 출퇴근 하는 직장을 가진 사람 입장에선 읽으며 크게 실망할 수도 있을 '직장인은 노예다'라는 내용도 그 문장 하나만 읽지 말고 그 의미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충분히 생각해볼 기회도 없이, 기회를 갖고자 하는 의지도 없이, 남들이 하는 순서대로 남들이 판단하는 좋다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막상 그 직장에 들어가서는 시키는 일에 자기를 적응시키느라 온 힘을 기울이고, 적응할만하면 매너리즘과 무기력에 빠지게 되는 직장은 차라리 사육장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한다.

부모, 국가, 직장에 이어 종교 역시 저자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한다. 신이 인간을 만든게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들어내었으며 오히려 당신 안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기 위해선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기를 거쳐 누구든 완벽하고 훌륭한 생이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정신 바짝 차리고 살라고 한다.

 

심히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삶의 중심이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젊은이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할 시간도 거의 주지 않는다.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취직한다. 게다가 그 직장에 오래 헌신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그렇게 하는 것을 불변의 이념으로 받아들이고 말았다. 이 때문에 많은 젊은이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것에 강박관념 비슷한 불안을 느끼고, 무의식중에 안정을 최고의 목표로 삼게 되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인생의 초기 단계에 이미 다른 길은 봉쇄되고 만 것이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젊은이들은, 확답을 찾을 여유 없이, 기한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짓눌리는 답답한 조직에 헐값으로 자신을 팔아넘긴다. (176쪽)

 

고민하기 싫고, 실패를 경험하고 싶지 않으며, 안정되게 살다 가고 싶은, 어찌 보면 삶의 단물만 맛보고 싶어하는 나약한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70대 노장의 뼈있는 한소리 같은 책이다.

고민없이, 실패없이, 이미 누군가가 닦아놓은 길로 따라가는 '안정된' 인생. 그 중에 자기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나도 살면서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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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3-11-30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알라딘에는 원서 제목을 못찾아서 인터넷 검색해봤는데요. 人生なんてくそくらえ 라고 있더라구요.

hnine 2013-11-30 18:12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인생'밖에 못읽겠어요 ㅠㅠ 무슨 뜻인지 알려줘요.
일부러 검색까지 해주셨는데 이런...

서니데이 2013-11-30 22:54   좋아요 0 | URL
알라딘서재에 일본어 잘 하시는 분이 보시면 해석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잘 몰라서 찾기만 했거든요.
(구차달님이 구글 번역기를 쓰셨다는 걸 보고, 저는 어학사전을 검색해봤는데요. 구차달님댓글처럼 나오는 것도 있고, 한국어판번역처럼 나오는 것도 있던데요. )

oren 2013-12-01 00:29   좋아요 0 | URL
금년 봄에 가족들과 함께 일본에 갔을 때 일본 사람들한테 '스고이네'를 자주 들을 만큼 '일본어'를 제법 잘 한다고 생각했던 제 아내한테 조금 아까 물어봤더랬습니다. 그랬더니 전혀 뜻밖에도 아내가 '일어 사전'을 좀 찾아봐야겠다고 하더라구요. 일본어 통역하는 일로 잠시나마 일본에서 직장생활까지 했던 사람한테도 낯선 단어가 있을 줄은 미처 몰랐어요.

아무튼 일어 사전을 좀 뒤적거리고 난 뒤에 제 아내가 한다는 말도 구차달 님의 해석과 별다른 차이는 없을 듯하네요. 좀 직설적이긴 하지만 제 아내의 해석은 "인생 따위 똥이나 쳐 먹어라"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ㅎㅎ

hnine 2013-12-01 08:44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구차달님, oren님,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번역자가 원문을 거의 그대로 옮긴거네요. 제목이 직설적이어서 혹시 의역을 했나 싶었거든요.
구글번역기는 생각도 못했어요.
아무한테나 아무때나 쓰는 말이 아닐테니까 일본어에 능숙하신 oren님 아내분께서도 낯설수 밖에 없었을것 같아요.

hnine 2013-12-02 08:57   좋아요 0 | URL
와, 구차달님, 단어 하나하나까지 설명을 해주시고.
고맙습니다.
("くそくらえ" 요말은 혼잣말로라도 한번 써먹어보고 싶네요 ㅋㅋ)

icaru 2013-12-02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반가워요! (뭐가?) 삽십대 들어서고 나서는 어떤 계기도 없었는데, 읽지 못하게된 작가네요~

이상하게도 제게 마루야마 겐지는 젊은 시절, 방황 혹은 루저 코드와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소설가의 각오 같은 경우, 다 기울어져 가는 회사에서 틈틈히 소설습작을 하며, 결국에 재직중에 데뷔를 하는 것으로 나오잖아요. 지금 몸담고 있는 여기가 세상의 전체이거나 내 그릇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주게도 하고, 변방을 꿈꾸는 사람에게 등을 두드려주지만, 님 글의 마지막 부분처럼, 자기가 겪지 않고서야 인생을 알아낼 재간이 있겠으며, 마루야마 겐지말만 들었다간 그가 결과를 책임져 주지도 않을테고 말이죰 ㅋㅋ


hnine 2013-12-03 05:50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으로 마루야마 겐지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icaru님은 알고 계시군요. 아무튼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동해서 지금 그의 소설 한권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 배송오면 바로 읽기 시작하려고요.
혹독한 꾸지람과 등 두드려주는 격려가 동시에 느껴지는 책이었지요.
정말 세상을 보는 눈은 사람마다 참 다르다는걸 느껴요. 어떤 사람은 아예 그런 자기만의 눈을 가지고 있지 않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