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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들이 한 5년 쯤 후에 어떻게 기억될지 모르겠다.

아니, 10년 쯤 후로 잡아야할까. 5년 정도, 얼마나 후딱 지나가던지.

거꾸로 5년 전을 되돌아보니, 그 해 다린이를 낳았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일 배우랴, 집에 와서는 경험없는 초보 엄마 노릇 하랴, 보람을 느끼기 보다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치고 힘들었었고, 이런 시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생각하며 우울했었다. 잘 모르는 길을 가면서 주위에 누군가 어느 길로 가라고 가르쳐 줄 사람 없나 자꾸 두리번 거리는 그런 심정이었다. ‘그래도 내 힘으로 버텨보련다!’ 하는 씩씩함은 아마 나랑은 거리가 멀었었지 싶다. 그런 씩씩함 보다는 ‘그래도 버텨야지 어쩌겠어...여기까지 와서 어쩌겠어.' 뭐, 이런 심정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많이들 하는 말로, 몇 번씩 다른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면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련만, 인생은 딱! 한번 뿐인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가치를 두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무엇인지, 나의 내면에서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나중에 후회가 없도록.

마흔이란 나이가 일러준다. 네가 바라는 길로 가라고. 그렇게 일러주는 이 나이가 좋다.

지금 이 시간들이 5년 후에 어떻게 기억될까? 적어도 후회는 안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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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6-13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후회하지 않는 삶이 가장 멋진 삶이죠....님의 앞길에 박수를..짝짝짝!
한번뿐인 내 인생 멋지게 살아야죠~~~

물만두 2006-06-1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흔 만세~!!!

hnine 2006-06-1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물만두님!! ^ ^

비자림 2006-06-13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산과 새 일.. 참 바쁘고 힘드셨겠네요.
마흔. 적지 않은 나이라고 하지만 원숙한 눈으로 인생을 바라볼 수 있는 나이인 것 같아요. 저도 만두님 따라 마흔 만세! 생생히 느끼고 생각하며 사는 님의 마흔 만세!

가을산 2006-06-13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흔 클럽에 들어오심을 환영합니다. ^^

해리포터7 2006-06-13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의 이야길 들으니 저두 그때가 되면,내가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고 다짐해봅니다.

울보 2006-06-13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저도 종종 생각해보아요 앞으로 오년후 난 어떤모습으로 지난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

마태우스 2006-06-13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hnine님 아홉살 아니셨어요??? 앳되 보여서...
조크였구요 저랑 동갑이시네요 반갑습니다.

hnine 2006-06-1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다 겪는 일을 혼자 겪은 양 썼지요? ^ ^ 불혹의 나이가 되니 정말 유혹이나 의혹은 줄어드는 것 같은데, 또 다른 종류의 고민도 없진 않네요.
가을산님, 마흔, 좋은 나이 맞지요?
해리포터님, 미래의 자기 모습은 현재의 자기가 사는 모습에서 알수 있다네요...
울보님, 5년후면 류도 많이 컸겠지요?

hnine 2006-06-13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아홉살이라니요...제 아이가 이제 여섯살인데 ㅋㅋ

씩씩하니 2006-06-2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싸~ 오늘 읽구 넘 기쁜 마음이요..ㅋㅋ
근대..전 불혹이란걸 믿을 수가 없어요,,,아직도 이 곳 저 곳 궁금한 것 투성이고 고민도 엄청 많구.....
하지만 좋은 나이란건 정말 확실해요..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느근해지고 그리고 아 저 사람과 내가 다를 수 있구나 이런 세상의 차이들을 인정할 수 있게 된 것 같구요...
둘이 함께..브라보 한번해요..ㅋㅋㅋ

hnine 2006-06-23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브라보!! ^ ^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마음이 원하는 결정을 내렸다.

돌이켜보면 늘 마음보다는 머리가 하는 소리를 들었더랬다.

근래 어떤 결정을 앞두고,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평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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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6-09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음이 하는 소리라......넘 정신없이 살고 있는 요즘.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글입니다. 평안해져요......

hnine 2006-06-0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요즘 많이 바쁘시군요.
그래도 서재에서 뵙는 세실님은 늘 활기차 보이세요. 저도 기운이 난다니까요 ^ ^
 

작은 가방에, 물이랑 수건이랑 지갑, 카메라 정도 챙겨 메고 산에 오르고 싶은 날이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저 걸음 걸이 자체에 집중하면서, 흙을 다져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가고 싶다. 걷다가 눈에 띄는 꽃을 보거든 접사 사진도 찍어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땀이 나겠지. 나는 유난히 땀이 많은 편이니 아마 산에 오르기 시작하고 얼마 안 돼어 땀 범벅이 될지도 몰라.

산 꼭대기에는 조그마한 절이 있었으면 좋겠네. 법당에 들어가 잠시 부처님과 눈인사도 하고, 뭐라고 혹시 말씀하시나 귀도 귀울여 보고.

산에 오르는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내려 와서는 오르기 전보다 깨끗해진 마음이리.

어느분 서재에서 보고 들은 말, 일독에는 땀이 최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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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6-01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산에 가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서 산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힘이 덜 드는 가까운 산은 참 좋으네요~~~
향일암 가시면 참 좋을텐데~ 좀 멀긴 하죠?

하늘바람 2006-06-02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나이들면 산이 좋아지는 걸까요? 저도 못간지 참 오래 되었어요

hnine 2006-06-02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여수 향일암 말씀하시는거죠? 얘기만 많이 듣고 가보지 못했어요. 이름도 마음에 드네요 '향일암'.
하늘바람님, 어딘가 닿을 곳이 있는 길을 무던히 걷는다는 행위가 우선은 좋아요. 머리가 복잡할때 걸으며 땀도 흘리고 나면 그것 만한 보약이 없는 것 같아요.
 

남편과의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 공주 마곡사.

나는 결혼 전에 한번, 또 2년 전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두번째 방문을 해본 적 있다.

어제, 나로서는 세번째 마곡사를 찾았다 남편, 아이 데리고. 이젠 집에서 1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

도착해서는 옛날에 남편 단골집이었다는 태화식당에서 산채정식을 점심으로 먹고 (이 시점에서 자기는 배불러서 밥 안먹겠다고 하는 아이를 한번 야단 치고),

이번엔 대웅전보다 영은암, 백련암, 샘골 등을 찾아서 걸어 돌아다녔다. 예전엔 여기로 길이 있었는데 어쩌구 하는 남편의 말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길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여름 같은 찌는 햇빛, 아카시아, 찔레꽃 향기를 내내 맡으며, 아마 어제 제일 많이 본 풀 중의 하나일 '애기똥풀' 에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학교 다닐 때 식물분류학 시간에 배운대로 아이에게 얘기도 해주고.

남편이 아이에게 아빠 어릴 때는 저 아카시아 꽃을 따서 먹었었다고 하자, 밥을 안 먹고 꽃을 따 먹었냐고 한다. "아니, 밥도 먹었지." 하자, 아이가 "아하~ 밥 먹고 디저트로 먹은거구나." 한다. 밥 이외의 음식은 밥을 잘 먹었을 경우 디저트로만 먹을수 있다고, 군것질 하고 끼니를 소홀히 못하게 하려고 내가 평소에 그랬더니 하는 말인가보다. 그러면 자기는 오늘 아카시아 꽃을 밥 대신 먹어야겠다고 장난을 친다. 아까 길에서 구운 알밤을 사달라고 하는걸 내가 다린이는 오늘 점심 밥을 잘 안 먹었으므로 디저트도 없다고 했더니 하는 말이다. 요즘 아주 몸장난에 말장난까지 늘어가지고.

암자들을 둘러보고 오는 길에 마곡사 초입의 계곡에서 신발 벗고 신나게 놀면서 땀을 식혔다. 물속의 바위 사이를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위험하다고 못하게 하려는 남편을 내가 말렸다.

입구에 얼레빗 파는 곳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파는 빗을 꼭 사야겠다고 떼를 쓰는거다 아이가. 꼭 필요하다면서. 결국 제일 작은 나무로 만든 빗을 하나 사주었더니, 손에 들고 다니며 걸으면서도 계속 머리에 수시로 빗질을 하는 모습이란...

마무리는 역시 동네 대중탕에 가서 목욕하는 것으로 하고, 밖에서 저녁 먹고 들어가자는 남편 달래서 집에 와서 후다닥 저녁 해 먹고, 배부르다고 저녁 산책까지. 계속 업어달라는 아이를 또 야단 쳐가며...

그렇게 우리의 일요일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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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5-2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곡사 다녀오셨군요~~~
절로 들어가는 내내 이어지는 주변 풍경이 참 멋지지요.

hnine 2006-05-22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세실님.
그런데 남편은 예전에 비해 너무 많이 상업화 되었다고 하더군요. 옛날 같은 분위기가 안난다면서.

호랑녀 2006-05-2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봄에 마곡사 처음 가봤는데 참 좋더군요. 올해도 가야지 하면서 시간만 흐르네요 ^^

싸이런스 2006-05-2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치나인님은 참 따뜻하고 편안해요! 주말 여행 축하드려요!

hnine 2006-05-22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1시간밖에 안 걸려요. 계곡에 제가 빗 파는 집에서 산 카드를 두고 왔는데 가시거든 바위위에 아직도 있나 좀 봐주세요 ^ ^

싸이런스님, 아니랍니다. 윗글에도 보세요 그새 아이를 야단치기를 두번씩이나. 화도 잘 내고 야단도 잘 치는, 변덕이 죽 끓는 듯하는 아줌마랍니다. 하지만 이렇게 토닥토닥, 울리고 울고 하는 가족이 있다는걸, 전 혼자 지내보고서 아주 감사하게 생각한답니다.
 

잠결에도 비가 오는 것 같은 느낌에 평소보다 좀 일찍 잠이 깨었다.

소리로 알았을까 아니면 습도로 감지되었을까.

마루로 나와보니 보슬보슬 내리고 있는 비.

보슬보슬보슬보슬...

지금 오후로 넘어가는 이 시간에도 아주 조금씩 계속 내리고 있다.

화창한 주말이 되려나

아침부터 몇번을 감정이 위로 끓어올랐다가

간신히 가라앉을만하면 다시 끓어오르고

그러기를 두어 차례

점심 먹고 앉아서 남은 시간, 노래 들으며 (앙드레 가농 음악을 듣고 싶었는데 김 윤아의 노래를 들었다) 마음을 진정시킨다

어떤 사람이 어떤 성격, 성향을 가지게 된데에는 다 그럴 만한 배경과 상황이 있겠지

여러 가지 요인이 만들어낸 결과이려니

나도 내 성격에 대해서 과히 자부 못하는데

악한 사람 아니라면 그냥 너그럽게 보아 넘기자, 저 사람 잘못이 아니야, 보아 넘기자...이러고 있다

공식적으로나마 주5일제가 시행되고 있는 기관에서,  노골적으로 토요일에 나와서 일하라고,

그런 지시 받는게 싫을 뿐이야 이 나이에. 토요일에 나와서도 해야할 일의 분량인지, 일의 성격상 그러한지, 그렇게 시급을 다투는 일인지, 그건 내가 알아서 결정할 일인데 말이다

자~ 1시 하고도 5분.

일어나서 일하자!

아이가 엄마 가지라고 준, 책상 위의 알록달록 샤프 펜슬을 보고서 한번 씽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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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김삼순 2006-05-1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곳은 비는 그쳤는데 날은 어두컴컴,,아주 찌뿌둥하답니다;;ㅎ

하늘바람 2006-05-1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샤프펜슬 탐나요. ^^ 여긴 아직 비 안오는데

치유 2006-05-1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싱긋~~!

물만두 2006-05-1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비 안와요~

세실 2006-05-1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정에서보다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직장인들.
그 안에서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울 권리가 있는데 다들 소중한 것을 모르고 사는 것 같습니다. 겸손과 배려! 이 둘만 지켜진다해도 지금보다 10배는 행복하겠죠?

hnine 2006-05-1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이름은 김삼순님, 여기 대전도 이제 비가 그친 듯 합니다 현재 시간 4시 5분 ^ ^

하늘바람님, 샤프 펜슬, 제 아이 방문 교사 선생님께서 주신 것인데요, 글쎄 여자들 쓰는 것 같다고 엄마가 써야한다는거예요 . 여섯살 남자 아이가, 벌써 여자꺼 남자꺼 가릴려고 하네요.
배꽃님, 사소한 것 가지고 기운 차리는, 우리 이름은 '엄마'! 맞지요? ^ ^
물만두님, 오늘 비, 으흠...괜찮은 분위기였어요. 하루 이상 오지 않는한, 비 오는거 이제 개의치 않게 되었어요.
세실님, 제가 그동안 지나치게 겸손하고 그 분 입장만 배려했나, 오만방자한 생각까지 해보고 있습니다 ㅋㅋ

싸이런스 2006-05-19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어떤 나쁜 넘이 에치나인님을 열받게 했단 말입니까! 나빠요 그분!

hnine 2006-05-1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 제 편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흑 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