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 공주 마곡사.
나는 결혼 전에 한번, 또 2년 전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두번째 방문을 해본 적 있다.
어제, 나로서는 세번째 마곡사를 찾았다 남편, 아이 데리고. 이젠 집에서 1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
도착해서는 옛날에 남편 단골집이었다는 태화식당에서 산채정식을 점심으로 먹고 (이 시점에서 자기는 배불러서 밥 안먹겠다고 하는 아이를 한번 야단 치고),
이번엔 대웅전보다 영은암, 백련암, 샘골 등을 찾아서 걸어 돌아다녔다. 예전엔 여기로 길이 있었는데 어쩌구 하는 남편의 말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길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여름 같은 찌는 햇빛, 아카시아, 찔레꽃 향기를 내내 맡으며, 아마 어제 제일 많이 본 풀 중의 하나일 '애기똥풀' 에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학교 다닐 때 식물분류학 시간에 배운대로 아이에게 얘기도 해주고.
남편이 아이에게 아빠 어릴 때는 저 아카시아 꽃을 따서 먹었었다고 하자, 밥을 안 먹고 꽃을 따 먹었냐고 한다. "아니, 밥도 먹었지." 하자, 아이가 "아하~ 밥 먹고 디저트로 먹은거구나." 한다. 밥 이외의 음식은 밥을 잘 먹었을 경우 디저트로만 먹을수 있다고, 군것질 하고 끼니를 소홀히 못하게 하려고 내가 평소에 그랬더니 하는 말인가보다. 그러면 자기는 오늘 아카시아 꽃을 밥 대신 먹어야겠다고 장난을 친다. 아까 길에서 구운 알밤을 사달라고 하는걸 내가 다린이는 오늘 점심 밥을 잘 안 먹었으므로 디저트도 없다고 했더니 하는 말이다. 요즘 아주 몸장난에 말장난까지 늘어가지고.
암자들을 둘러보고 오는 길에 마곡사 초입의 계곡에서 신발 벗고 신나게 놀면서 땀을 식혔다. 물속의 바위 사이를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위험하다고 못하게 하려는 남편을 내가 말렸다.
입구에 얼레빗 파는 곳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파는 빗을 꼭 사야겠다고 떼를 쓰는거다 아이가. 꼭 필요하다면서. 결국 제일 작은 나무로 만든 빗을 하나 사주었더니, 손에 들고 다니며 걸으면서도 계속 머리에 수시로 빗질을 하는 모습이란...
마무리는 역시 동네 대중탕에 가서 목욕하는 것으로 하고, 밖에서 저녁 먹고 들어가자는 남편 달래서 집에 와서 후다닥 저녁 해 먹고, 배부르다고 저녁 산책까지. 계속 업어달라는 아이를 또 야단 쳐가며...
그렇게 우리의 일요일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