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비오는게 참 싫었다.
비가 오는 날은 학교도 가기 싫을 만큼.
온 세상이 축축하게 젖은 것이, 웬지 깔끔, 정돈 상태와는 거리가 먼, 뭔가 산뜻하지 못한 풍경에다가
물이 튀지 않을 곳을 잘 봐가며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는 것도 탐탁치 않았다. 발을 잘못 디디어 옷에 물이 많이 튀었다 싶으면 학교가던 길을 다시 되돌아 와 집에 와서 옷을 갈아 입고 가고 싶은 걸 꾹 참고 가느라 입이 쭈욱 나와 있기 일쑤였다.
비오는게 싫은 이유를 다 쓰자면 아마 한참을 더 쓸수 있다. 비오는 날 만원 버스나 전철 타고 출근하는 것부터, 젖은 우산에서 떨어진 물기가 사무실 여기 저기 떨어져 있는 것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서 다녀야 하는 것, 길 막히는 것...
그래서 비오는게 좋다는 사람을 참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는 평생 비를 좋아하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사람의 좋고 싫은 감정이란 영원 불변이 안 통한다. 늘 변한다. keep changing. 왜냐하면 사람이 늘 같은 환경과 상황에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사람의 느낌도 늘 같을 수는 없는 것.
새벽에 일어나 부엌으로 난 쬐그만 창을 통해 보니, 벌써 바깥 세상이 비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안그래도 파릇한 나무 색깔들의 명도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어있다. 우산을 받쳐들고 좀 천천히 걸었다. 그래도 바지에 물이 좀 튀었다. 어제의 그 후덥지근함과 비교되는 신선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이제는 비오는 날이 예전처럼 그렇게 싫지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