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라는 존재


언니는 동생보다 먼저 태어난다 언니는 동생보다 먼저 자란다 동생은 늘 언니의 뒤를 따라 자란다 언니의 옷을 물려 입고 언니의 신을 받아 신고 언니의 그늘에서 키가 큰다 언제부터인지 언니는 더이상 자라지 않는다 성장을 멈출 만큼 언니에겐 삶이 무거웠던 것이다 언니는 자기만의 방에서 색색의 구슬 같은 알약을 가지고 논다 무수한 진단서 속엔 언니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자라지 않는 언니 몫까지 동생은 열심히 자란다 성큼 자라서 언니가 된다 어느날 언니는 동생을 보고 언니라 부른다 업어달라고 조른다 언니가 된 동생은 언니였던 동생을 업고 끝없는 슬픔 속을 걷는다 결코 내릴 수 없을 것이다 언니였던 동생이 죽어 살이 문드러지고 흰뼈만 남을 때까지 동생이였던 언니는 업고 걸을 것이다 그 무게 때문에 점점 허리가 굽을 것이다 빨리 늙을 것이다 

- 성 미 정 -  

  

 

 

 

---------------------------------------------------------------- 

 

시의 형식이 '이 상'의 시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훨씬 공감이 쉽게 된다. 

좋아해야지...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9-11-0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의 자매들 이야기일까요?
짠한데요~

hnine 2009-11-05 05:1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위의 시가 실려 있는 시집은 시인의 첫시집인데 절판이라네요.

하늘바람 2009-11-05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해야지 라는 말이 귀엽고 예쁘세요.

hnine 2009-11-05 13:16   좋아요 0 | URL
ㅋㅋ..

2009-11-05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5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