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어찌어찌 하다 보니 관심가는 책들이 많이 생겼다.
우선, 노이에자이트 님이 추천해주신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 예술론>책이다. 무네요시의 <조선 예술론>는 제목만 알고 있던 책이었다. 무네요시란 이름도 그렇고. 최근에 보니 <야나기 무네요시의 두 얼굴>이라는 책도 나왔다. 제목에서 풍겨지는 이미지와 같이, 야나기 무네요시에 대한 국내 평판은 왜곡되어 있고 과장되어 있다는 취지의 글이다. 나야 뭐 그 어떤 판단을 내릴 수는 없기에, 우선 그의 글을 직접 읽어보고 싶다. 특히 <조선과 그 예술>, <조선을 생각한다>는 꼭 읽어보고 싶다.(그런데 <조선을 생각한다>는 절판이다.)
어찌보면 우리의 것에 대해 정작 내부자인 우리들은 관심이 소홀하지 않았나 한다. 그러기에 야나기 무네요시가 진정 '두 얼굴'의 모습이 존재했다 하더라도 그건 외부자이기에 어찌보면 당연한게 아니었을까? 그의 '업적'이 존재한다면 그것만은 객관적으로 평가해줘야 하지 않을까?
두번째 책들(?)은 최영미 시인의 책들이다. 책이 아니라 책들이다. 찾다보니 관심가는 이분의 쓴 책이 꽤 많다. 시집과 내가 좋아하는 산문도.
최영미 시인을 내가 처음 알게 된건 아주 최근이다. 시인의 첫 시집이 나온거와 무관하게. 강신주의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작년에 읽으면서 알게되었다. 이 책은 국내 시인들의 시들과 푸코, 들뢰즈, 바디우 같은 외국의(대부분) 현대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때로는 서로 횡단하며 시를, 사상을 풀어내고 있느 책이다. 최영미 시인이 나오는 꼭지는 이렇다.
|
|
|
|
13. 애무의 비밀 - 사르트르와 최영미
비극적 사랑의 씨앗, 자유 /
사랑에 빠질 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
육체가 살로 태어날 때
|
|
|
|
|
책이 학교에 있어 내용을 다시 살펴 볼 수는 없으나, 뇌리를 스치는 짧은 느낌은, '야하다' 였다. 여기에 나오는 최영미 시인의 시 하나가 "차와 동정" 이다.
차와 동정
내 마음을 받아달라고
밑구녁까지 보이며 애원했건만
네가 준 것은
차와
동정뿐.
내 마음은 허겁지겁
미지근한 동정에도 입술을 데었고
너덜너덜 해진 자존심을 붙들고
오늘도 거울 앞에 섰다
봄이라고 개나리가 피었다 지는 줄도 모르고...
근데, 다시 찬찬히 시를 찾아 읽어보니, 하나도 '야'하지 않다. 오히려 그냥 그런거 같다. 그냥... 웃기게도 왜 하필 그 남자는 '커피와 냉대'가 아니라 '차와 동정'을 주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ㅠ.ㅠ
세번째 책은 박상진 경북대학교 명예교수의 <우리 나무의 세계 1.2>이다. 이 책은 단순한 나무의 사진이 나오고 특징, 이름이 나오는 그런 책이 아니다. 부제에서 알 수 있다.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나무에 관한 책이다. 우리들은 숭례문을 보면서, 숭례문이 불타는 모습을 보며 경복궁의 그 수많은 건조물들을 보며 그 외관에 대하여 관심을 가 질 뿐이지, 그 존재를 이루고 있는 켜켜이 시간이 쌓여있는 '나무'는 보지 않았다. 누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을 보면서 또는 생각하면서 팔만대장경이 존재하게 해주는 그 나무에 대해 궁금했겠는가? 그러기에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더 클 것이다. 우리에게 소중하지만 미처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을 일깨워주는 글과 책들이 그러기에 소중하다.
네번째 책들은 세 권이다. 어제 모임이 있어 종로3가에 있는 삼겹살 집에 갔다. 아주 지루한 회의와 내용의 연속. 옆에 있던 분의 가방을 보니 접혀있는 주간지가 보이더라. 한겨레21이다. 슬쩍 꺼내 보니 에두아르 로네의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에 관한 리뷰 기사가 있더라. 제목이 재미있어 읽어보았다. 책은 뭐 그렇게 복잡한 내용은 아닌 듯 하다. 부제가 이렇다.' 법의학이 밝혀낸 엉뚱하고 기막힌 살인과 자살'. 저자가 법의학자들의 글과 논문을 통해 알게된 여러가지 기발한 죽음의 방식에 관한 책이다.(어떤해 독일에서는 전기드릴로 죽은이가 2명 있다고 한다. '전기드릴'로 말이다.) 구입하기는 그렇고 도선관에 주문해봐야 겠다.
그 다음 책들은 아주 관심가는 저자들의 책들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출판사들이 몇 있다. 그 중 대표적 출판사가 '후마니타스'이다. 이 출판사의 대표가 박상훈씨이다. 정치학 전공자로 <어떤 민주주의인가>, <미국의 헌법과 민주주의>같은 책들을 공저, 공역했다. 이 중에서 로버트 달의 <미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는 아주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들은 으레 '미국=민주주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로버트 달은 이 책에서 미국 헌정체제의 비민주성, 대표적으로 상원의 불평등한 대표성, 연방대법원의 과도한 파워 등을 들으며 조목조목 애기하고 있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싶다. 박상훈씨의 <정치의 발견>은 진보정치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이들과의 다섯 차례의 강연을 엮은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적어도 진보라 하는 이들에게 허무주의에 지지 않고 조금씩 실천해갈 수 있는 실천적, 이론적 힘이 되어 주리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서문이 이렇다.
|
|
|
|
인간이 선하기만 한 것은 아님을 잘 알고 있고, 또한 늙고 병들고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인간 운명의 비극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어떻게 우리는 삶의 조건을 바꿔 보려는 적극적 사회 개혁의 의지를 견지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인간 현실 속에서도 바람직한 정치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어떻게 해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의 세계와 대면하는 것을 회피하지 않고 또 정치가 제공하는 긍정적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정치에 참여하고 누구에게 기대를 걸까를 즐겁게 상상해 볼 수 있을까?
|
|
|
|
|
마지막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이 시대의 지식인 전남대학교 김상봉 교수이다. 이 분을 어찌하다 보니 가까이서 몇 번 뵌적이 있다. 공식적인 강연회 자리에서. 키가 작으시고 왜소해 보이지만, 목소리와 표정에서 강단이 있어 이는 분이었다. 책에 싸인을 해달라는 나의 요청에도 아주 친절히 대해주셨다.(내 취미 하나가 책에 저자의 싸인을 받는 건데, 싸인을 받다보면 책은 좋았는데 저자를 통해서 기분 나쁜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닌 경우가 더 많긴 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싸인도 받은 적이 있는데 이 사람은 아주 유쾌한 사람 같았다.) <다음 국가를 말하다>는 한겨레신문에서 박명림 연세대 교수와 서신교환의 형태로 연재된 글들을 정리한 책이다. 난 김상봉 같은 이가 진정한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 생각한다. 그 분이 앞으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여러 어설픈 이(나 같은)들에게 조금씩 깨우침을 주셨으면 한다. 건강하시길... 책 소개글은 이렇다.
|
|
|
|
사유하는 정치학자 박명림, 실천하는 인문학자 김상봉이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정치 교과서. 과연 민주공화국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시작일 뿐,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공동체’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다음 국가를 말하다>는 이제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공화국’의 의미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목적을 새롭게 정의한다. 공화국의 기본 정의에서부터, 법, 경제, 교육 등 모두 13가지의 주제로 나눈 논쟁과 대담 끝에 지나온 우리 역사의 가치를 일깨우고 오늘의 한국에 필요한 합의와 연대의 기준을 묻는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