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연주회였는데, 큰 실망으로 돌아왔다. 연주회가 끝난 후 집에가는 전철 안에서 내내 메모를 했다. 내가 왜 2시간이나 걸려 이 연주회에 왔나 자책아닌 자책까지 했다. 물론 다른 볼일이 있어 오긴 했지만... 정확한 음악적 지식에 의한 분석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에 따른 'feel'에 따른 글이니 혹 오해아닌 오해는 하지 마시길. 난 구자범 지휘자를 좋아한다. 그의 광주시향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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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범 지휘자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첫 지휘 그러나...
2011.5.13 22:06 정발산역 플랫폼에서
사진 찍을 일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정발산역에 오게 되었다. 미리 계획을 세우며 아람누리도 한번 오고 일산호수공원도 가 볼 참이었다. 그리고 마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구자범 지휘자의 취임 첫 정기연주회가 아람누리 음악당에서 있어 고민(집에서 너무 멀다)끝에 표를 예매하게 되었다. 프로그램도 내가 좋아하는 말러 교향곡 1번이 포함되어있어 기대되는 마음이었다. 아람누리의 분위기는 아니 정발산역 주변의 도시 분위기, 환경은 정말 Good이다. 이곳으로 이사오고 싶을 만큼!! 그러나, 이날의 공연의 불운을 알리는 좋지 않은 경험 둘.
때를 놓쳐 저녁을 먹지 못해(사진을 찍느라 공연 30분 전에야 음악당에 도착했다) 김밥으로 때워야 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라하는 참치김밥을 먹으려 생각하고 김밥집을 찾아 이리저리 해멨다. 그렇게 많이 보이던 김밥집이 이럴때는 왜이리 보이지 않는지...ㅠ.ㅠ 그런데 김밥을 사려 보니 지갑에 현금이 천원 밖에 없는게 아닌가! 동전까지 탈탈 털어보니 2천 300원이 모였다. 참치김밥은 2천 500원인데. 그래서 '그냥 김밥'을 먹었다. 배가 고파 꾸역꾸역 먹기는 했으나, 너무 짠 '그냥 김밥'이었다. 두번째 사건. 내가 예매한 자리는 2층 맨 앞줄이었다.(개인적으로 예당 콘서트홀도 그렇지만 2층 앞줄을 선호한다) 아람누리 음악당을 처음왔기에 호기심이 생겨, 1층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나 궁금해 직원에게 사정을 애기했다. 그런데 직원은 그 특유의 사무적인 웃음을 지으며 '표가 없으시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라고 하는게 아닌가. 뭐 내부 방침이나 자신들이 그렇게 교육을 받았을테지만, 솔직히 이런 사소한 행정적 편의주의는 나를 '빈정' 상하게 한다. 이때도 물론 그랬다.
2층 자리에 가 주변을 살펴보니 규모는 예당 콘서트홀의 절반 정도되어 보였다. 세종문화회관은 너무 크고 예당 콘서트홀은 약간 소리가 먹는 기분이 들었는데, 아람누리 음악당은 규모가 음악감상에 딱 좋은 정도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기대를 했다. 기대를...
경기필하모닉의 첫 느낌은 뭐랄까? 역사있고 전통있는 악단의 느낌을 내려는 가벼운 무거움이 느껴진다라고나 할까? 공연 시작이 오후 8시인데 시간이 다 되도록 단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8시가 조금 넘어서야 단원들이 한꺼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난 살짝 또 빈정이 상했다. 시간을 지켜야 하는게 아닌가?(공연은 5분 가량 늦게 시작되었다) 그런데 악장이 들어와 자리에 앉는게 아니라 청중을 향해 서있더니 모든 단원들이 자리에 앉지 않고 기립해 있는게 아닌가? 모든 단원들이 자리 정리가 된 후에야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송에서 본 경기필하모닉의 예전 모습은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상임지휘자의 변화로 인한 변화일까 궁금하다? 시간만 지켰다면 상당히 좋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프로그램은 R. 슈트라우스, 오페라 "살로메" 일곱베일의 춤"과 R. 바그너, 악극"트리스탄과 이졸데" 서주와 종주 그리고 G. 말러의 교향곡 제1번 "거인"이었다. 슈트라우스와 바그너의 곡으로 구성된 1부는 상당히 좋은 느낌이었다. 주변의 분위기도 초기의 나의 우려와 달리 상당히 조용한 분위기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2부 공연은 결론부터 애기하면 20%의 만족에 180% 실망이었다. 물론 구자범 지휘자가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아 악단에 대한 이해와 장악, 그리고 단원들의 기량 자체의 한계일수도 있겠지만 이날 말러 교향곡 1번 공연에 대한 내 주관적인 감상은 '설득력'이 없는 연주였으며 목관파트의 실수와 앙상블이 너무나 귀에 거슬리는 연주였다.
1악장의 시작은 좋았다. 부드럽게 악기간의 소리도 조화롭게 들렸다. 무리없는 연주였다. 그런데 1악장 후 소심한 환호와 함께 이어진 1층에서의 박수소리가 맥을 끊어 놓더니 2악장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하게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지휘자의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늘어진다는 느낌이었다. 꼭 오래들어 늘어진 테이프에서 나오는 음악처럼. 악장이 좀 느리게 연주된다는 느낌이 아니라 재미없게 늘어진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빠른 주제 전개 부분에서는 앞에서 늘어진 부분을 만회(?)하려는 듯 지나치게 성급하게 연주되는 듯 했다. 그래서 그런지 들으면서 멀미가 나는 듯 했다.(정말 그랬다. 이상하게도)
3악장 콘트라베이스의 첫 주제 연주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부분이라 귀 기울여 듣곤 하는데, 정말 실망이었다. 작년부터 시작된 서울시향의 말러 사이클을 계속 듣는 나로써는 어쩔수 없이 서울시향과 비교하게 되는데, 서울시향의 공연때는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저음이 살아있어 귀가 즐거웠던 반면에 경기필하모닉의 이번 연주는 들으며 '딱'하니 드는 생각은 코맹맹이 여자가 '애앵~~'하며 옆에서 애기하는 듯 했다. 정말로. 튜닝이 제대로 된건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또한 클라리넷, 오보에는 중간중간 '음이탈', '음사라짐' 등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리고 클라리넷은 후반부터 몇 번 쇳소리 비슷한 소리를 내기도 했다.(이 소리가 클라리넷인지 다른 악기인지는 정확하지는 않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했다.
클라이맥스 4악장으로 들어가기 전 나지막히 그 시작을 알리는 3악장의 종반부에서 들려오는 소리 '띠리리 띠링...' 1층에서 핸드폰 소리가 울렸다.(거의 동시에 내 뒷자리에서 핸드폰 진동음까지 울렸다.) 난 결국 그 소리들 때문에 4악장의 그 격정을 놓치고 말았다. 그 찰나의 순간을 말이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아직 20여 분간의 4악장이 남았다하며 좋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기대로 끝나고 말았다. 4악장은 2악장과 3악장에서 나타난 나의 귀에 거슬리는, 나에게 설득력이 없이 진행되던 연주의 총집합체였다. 특히, 심각하게 늘어지는 이완 지나치게 급하게 진행되는 부분은 더 심해진 것 같았다. 무슨 심각한 '조울증' 환자의 자기 고백처럼 들렸다. 웃었다, 울었다, 웃었다, 울었다.(물론 심하게 웃으며 눈물이 나 울기도 한다.) 또한, 마지막 호른이 기립하는 파트에서도 절도있는 동작이 아쉬웠다. 보기에는 호른 연주자들이 일어서는 것을 '귀찮아'하는 듯이 보였다. 특히, 경기필의 호른 연주자 알렉세이나쵸브가 그랬으며, 그날 호른 상태가 좋지 않았는지 몇 번씩 호른을 점검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호른 연주자들이 일어서는 부분에서 트럼펫과 트롬본 연주자까지 합세한 건 처음 본다. 뭐 이유가 있겠지만, 이 부분을 위해서 지휘자의 오른쪽에 있는 트론본 주자가 일어나 연주 도중 이동하는 것은 청중들의 감상에 방해가 된것은 확실한 것 같다.
이번 연주회는 새로운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경험했다는데 의의를 둬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트럼펫 연주자 두명은 상당히 좋은 실력을 보여줬다. 찾아보니 곽봉환 차석과 신정은 연주자이다. 앞으로 기대가 된다. 뭐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겠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납득이 가지 않는 말러 1번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다시 듣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Jascha Horenstein의 London Symphony Orchestra 1969년 앨범인데, 주관적인 부분일 떠나서 연주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다.(연주력의 단순한 차이가 아니다.)
ps 1. : 연주 시작전 난간에 기대어 1층 자리를 보고 있으니 검은색 양복 무리들이 나타나더라, "어라 이상하다." 잘 보니 김문수 경기지사가 나타나더라. 그도 클래식을 좋아하나 보다. 무상급식이나 해주지.
ps 2. : 이 날 여실히 느꼈다. 지나친 '브라보' 정말 이 날 공연이 모든관객이 기립해 '브라보...'할 만큼의 연주였다고 판단을 했을까? 의문이 든다. 난 이날 처음으로 커튼콜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