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고 있는 시집이다. 맘 가는 시가 있어 올려본다.



신 벗고 들어가는 그곳

                                 황지우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린 독신녀,
그곳에 가보면 틀림없이 베란다에
그녀의 신이 단정하게 놓여 있다
한강에 뛰어든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시멘트 바닥이든 시커먼 물이든
왜 사람들은 뛰어들기 전에
자신이 신었던 것을 가진런하게 놓고 갈까?
댓돌 위에 신발을 짝 맞게 정돈하고 방에 들어가,
임산부도 아이 낳으러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정돈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뛰어내린 곳에 있는 신발은
생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것은 영원히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다만 그 방향 이쪽에 그녀가 기른 熱帶魚들이
수족관에서 물거품을 뻐끔거리듯
한번의 삶이 있을 따름이다 

돌아보라, 얼마나 많은 잘못 든 길들이 있었는가
가서는 안 되었던 곳,
가고 싶었지만 끝내 들지 못했던 곳들;
말을 듣지 않는, 혼자 사는 애인 집 앞에서 서성이다
침침한 밤길을 돌아오던 날들처럼
헛된 것만을 밟은 신발을 벗고
돌아보면, 생을 '쇼부'칠 수 있는 기회는 꼭 이번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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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6-02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빛눈물도 요즘 시집에 푹 빠지셨군요, 저는 시집 안 읽어본지 오래된거 같아요.
기말시험이 끝나는대로 여유가 생기면 시집도 읽어봐야겠습니다. ^^

햇빛눈물 2011-06-04 08:24   좋아요 0 | URL
대학은 지금 기말시험이겠군요. 고등학교는 아직 한달 남았는데...학교에 가다보면 대학생들이 많이 타는데 요즘 공부(?)을 하는 학생들이 부쩍 있던것 같은데, 시험기간이었군요. ㅋㅋ 전에는 소설이나 시를 전혀 읽지 않았는데 요즘 너무 좋네요. 문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