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륜해장국. 해장국 하나 공기밥 두개. 소주 두병 

내가 먹은 점심 겸 저녁이다. 일이 있어 공주에 왔다. 오랜만에 오니 옛 생각도 나고 기분이 아주 멜랑콜리하다. 사람이 그런듯 하다. 10년 전 그곳에서 풀빵을 팔던 아저씨가 지금도 그곳에서 풀빵을 팔고 계신 모습을 보니 삶이, 사는게 바뀌는 듯 바뀌지 않는 듯 하다는 생각이다. 단지, 바뀌는 것이라고는 예전에 있던 건물이 없어지고 새로운 건물이 깔끔한 모습으로 그 자리를 대치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곳에서 나와 같이 술을 먹고 애기를 나누며 추억을 공유하던 친구들은 모두 각자 자기들의 삶의 공간들을 차지하고 자기만의 삶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듯. 그렇기에 가끔 오늘처럼 과거의 공간, 시간으로 내몰리면 난 여지없이 지금의 내가 아닌 1990년 말 2000년 초반의 나로 돌아가 버린다. 지금의 나를 잠시 잊어버리고.  

내가 술을 먹고 밥을 먹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 옆 테이블에는 갖 제대한 군복을 입는 남자와 그 보다 어려보이는 남자 대학생이 밥을 먹고 있다. 그런데, 군복을 입은 남자의 말이 귀에 너무 거슬린다.(난 참 거슬리는 것도 많다.) 딱 보기에 2-3살 정도밖에(?) 차이나는 것 같은데, 말 끝마다 '형이 군대에서...', '형이 다 아는데...'같은 말을 자주 한다. 괜시리 짜증이 난다. 나도 대학때 저랬을까? 두 입장 모두 겪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가 보다. 내가 한 '짓'은 기억하지 못하고, 지금의 내모습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니 말이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과거'로 돌아가는 철없는 짓도 나름 할만한 것 같다. ㅋㅋ 

나이라는게 나이 차이라는게 절대적인 숫자의 차이는 없는듯 하다는게 요즘 드는 생각이다. 취기가 서서히 밀려온다. 서서히...그런데 기분은 아주 좋다!! 내가 좋아하는 낮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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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0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까지 햇빛눈물님께서 여자분이라는 사실을 추어도 의심치 않았습니다. ㅎㅎ
그런데........ 군대를 다녀오셨군요. ㅋ

음, 햇빛눈물님의 페이퍼로 인해, 오늘 안 그래도 기분 쳐지는데,
냉장고로 맥주(제가 좋아하는 호가든) 찾으러 갑니다. 지금은 일요일 오후 1시랍니다. ^^

햇빛눈물 2011-04-03 21:12   좋아요 0 | URL
여자도 군대갔다왔을 수 있죠...ㅋㅋ 물론 저는 남자이지만. 호가든 저도 무지 좋아하는 맥주인데, 한때는 집에 항상 상비할때도 있었는데...같이 근무하는 제 또래 여자들이 저보고 하는 말이 "니 안에 여자 있다."라고 하더군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04-0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질과 칠레의 인구통계를 보면 재밌는게 있어요.브라질 백인 비율이 50%가 넘는다고 나왔는데 물론 객관식 시험에 대비해선 그렇게 외워야겠죠.그런데 속사정을 알면 재밌습니다.브라질이 워낙 혼혈이 많이 된 나라라서 지금 백인인 사람들도 그 윗대에는 혼혈인 경우 후손이 흑인이나 물라토가 나오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해요.그러니 공식통계에 비해 혼혈이 훨씬 더 있을 거라는 거죠.
또 칠레의 통계인데...칠례 백인 비율이 절반이 안 된다고 하는 통계도 있는데 가끔 90%가 백인이라는 통계도 있어요.이건 칠레의 혼혈인인 카스티조가 백인비율이 많은 혼혈인데 이들과 백인을 합쳐 백인으로 분류하면 백인비율이 훨씬 많아지지요.카스티조는 메스티조와 백인의 혼혈인데 메스티조가 백인과 현지 인디오의 혼혈이니, 백인 백인 현지인디오의 비율로 피가 섞인 거죠.백인에 더 가까운 외모구요.공식통계의 이면에 이런 사정이 있어서 재밌죠.

햇빛눈물 2011-04-03 21:1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도 혼혈인구 비중을 보며 과연 누구는 백인, 누구는 흑인, 메스티소, 물라토 등 어떻게 그렇게 구분할 수 있을까(물론 기계적인 구분이야 가능하겠지만) 생각했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래서 저도 학교 시험문제나 제도권의 공식적 자료같은 것들이 어쩌면 정말 현실과 동떨어진게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일일이 이런 애기를 다 하기도 힘들고...정말 노자님 박학다식하십니다. 전공이 무엇일까 궁금해지네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04-04 17:37   좋아요 0 | URL
외신기사를 정독하고 방송의 여행다큐, 자연다큐,문화유산다큐를 열심히 보지요. 물론 유명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국적,인종 등을 자세히 알아보는 버릇도 들여서 그런가 봐요.

cyrus 2011-04-0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군필자이지만,, 군대 경험 가지고 자랑의 장광설을 펼친다거나 군 복무 부대에 대해서 최전방이냐 후방이냐고 따지는 거 싫어하는 편이에요. ^^

햇빛눈물 2011-04-12 08:45   좋아요 0 | URL
그렇죠...근데 남자들 중에 그런거 따지는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 심지어 여자들도 그런 사람 있습니다. 후방에서 근무했다고 하면 무지 편하게 근무한지 알고 무시하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