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지 마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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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삶을 사는 젊은이들의 소식이 종종 들린다. 그동안 무관심했는지도 모르겠다. 안타까워하면서도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지 않았나, 괜스레 마음이 시리다. 소위 보기 좋은 직장에 다니려고 아르바이트 인생을 사는가 싶기도 했다. 어불성설이다. 너무 몰랐다. 애타게 직장을 찾지만 내게 주어지지 않은 번듯한 직장은 너무 먼 거리에 있는 듯했다.


 

기다렸던 이기호 작가의 신작은 지방 언저리에서 오늘을 사는 청춘들을 그렸다. 좋은 대학을 다니지도, 집안이 좋지 못해 부모가 머물 집을 마련해줄 수도 없었다. 보증금이 없는 월세 삼십 만원의 원룸에서 정용과 진만은 하루하루를 산다. 호주머니에는 월세 낼 돈도 빠듯하지만, 내일을 기다린다. 내일은 더 나은 날이 되겠지, 웃으며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





 

정용과 진만은 다양한 일을 한다. 폐지 줍는 할머니를 만나고, 편의점에 혼자 와서 먹을 것을 사는 아이도 바라본다. 돌봐줄 가족이 없다고 여겨 학교 발표회에 함께 가주지만 정용의 마음과는 다른 걸 알게 된다. 월세를 아끼려 친구와 살아본 적이 없기에 정용과 진만의 관계를 백 퍼센트 공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반 부담하기로 했던 것을 하지 못했을 때의 마음이 짐작된다. 미안하고 조금은 부담스러웠을 거로 보인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자산이다. 그게 경제적인 측면이 아니어도 마음 한 조각 나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함께 살다 보면 때로는 싸우는 일도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해 마음을 다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소설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의 삶이 있다. 어렵게 돈을 모아 식당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가 터져 영양실조로 쓰러진 사람도 발견할 수 있다. 구급차에 실려 가는 한 남자를 바라보는 정용의 그 마음이 짐작되었다. 카 푸어족의 고단한 마음, 100원짜리 동전만 한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주운 진만의 마음도 안타깝다.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오갔겠는가. 금을 팔면 자기에게 돌아올 돈을 계산해보고 떨리는 마음을 안고 금방에 들어가는 진만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하는 견고한 직장인. 지금 시간 말고, 지금까지 쌓아온 나머지 시간으로 급여가 결정되는 삶이란 무엇일까? 정용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캔 커피를 마시고 있었지만, 정용과 남자의 시간의 크기는 엄연히 달라 보였다. (214페이지)





 

다양한 일을 하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 사람들의 삶조차 자유롭지 못한 거 같다.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모여 오늘을 사는 거다. 오늘 하루를 버티면 내일을 기다릴 수 있을까.

 


그동안 이기호의 짧은 소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유머와 위트를 기다렸다면 오산이다. 다만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그렸다. 그들을 지켜보며 마음 한구석이 시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삶은 판타지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는 결말은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조금씩 변하겠지만 많은 것이 변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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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1-0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2-11-09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thkang1001 2022-11-10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eeze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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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종이 신문을 구독했다. 신문 1면에 나오는 정치인들의 행보보다는 나는 문화예술 면을 더 좋아했다. 주말 섹션을 아주 좋아하여 일부러 챙겨 읽고는 했다. 물론 지금이야 구독 해지 후 디지털 기사만 읽고 있지만 기자들의 노고는 익히 알고 있다. 좋은 기자와 그렇지 않은 기자의 판단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자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거로 여기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은 기자들이 있다는 걸 우리는 느낀다.

 


이에 반해 고도일보 송가을은 정의로운 기자다. 사회부에서 특종을 터트리고 정치부 말진으로 오게 되며 정치인들을 곁에서 바라보며 취재하는 기자로 나온다. 현직 기자인 저자의 행동과 마인드가 그대로 드러났을 거로 여겨진다. 제보가 들어왔을 때 팩트 체크를 하여 기사를 내보내는 점은 아주 기자다웠다. 기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기사부터 내보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그동안 보아왔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페이지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의 시선을 끈다. 정치적인 기사를 가끔 클릭한다. 기분이 저조해지는 걸 느끼며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여기지만 며칠 지나서 또 읽고는 한다. 기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서다.


 

기자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취재를 위해서는 기자와 정치인, 기업인과 기자는 필요 불가결한 관계겠지만 굉장히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것 같았다. 서로를 위해 정보를 주고받는 관계에서 인간적인 관계로까지 발전될 수도 있다는 거다. 정치인의 선거 취재를 위해 나선 기자는 그 대상을 가리켜 우리 후보라고까지 말하는 부분에서 관계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내용의 진행이 빠르고 깔끔 명료하다. 드라마로 나오면 재미있을 거로 여겨졌다.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의 역할과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보여주기식 행동도 마다하지 않은 정치인의 행보는 너무도 잘 알고 있어 입가에 미소까지 지어진다. 정치인의 뻔한 행동과 국민에게 알 권리를 행사하는 기자의 역할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 역할의 중심에 송가을이 있다.


 

정치부의 말진으로 오게 된 송가을은 꾸미에 들어가게 되는데, 여기에서 꾸미는 기자들 네다섯 명의 모임을 뜻하는 일본어에서 유래했다. 에이스 꾸미를 잡아야 의원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다. TTS 연훈석과 대한신문 배정민 그리고 NBS 박동현이 있는 꾸미에 들어가 박동현과는 핑크빛 기류를 만들기도 한다. 드라마의 소재로 딱이라는 얘기다.




 

권력의 정점은 정치인에 있던가. 입법을 관장하는 곳. 정치에 입성하기 위해 정치인과 거래하여 정보를 사고파는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물이 났다. 나라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정치인이 필요하겠지만 점점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소설이지만 소설보다 더한 일이 실제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게 문제다.

 


사람들이 외면하는 이들, 약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기자. 난 그게 좋은 기자라고 생각해. (323페이지)

 


좋은 기자란 어떤 기자일까에 대한 생각을 엿보게 한다. 기자의 역할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는 기자. 국민에게 알 권리를 행사하는 기자. 바른 생각을 가진 정치인을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에 차가운 시멘트 바닥도 마다하지 않는 것을 높이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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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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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가 가진 힘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과거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 주연의 레인 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로 나왔다. 그 영화는 자폐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 자폐가 가진 특징과 가족에게 영원한 숙제처럼 남는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에서도 최근에 챙겨보았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물론 우영우 변호사처럼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라는 것을 안다. 이처럼 대중매체에서 거론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폐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

 


처음 자폐증에 대한 병명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들은 자기 안에 갇힌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의사들은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었고, 백치나 정신박약 등의 한 갈래로 보았던 거다. 자폐증이라는 병명이 생긴 것은 2차대전 즈음이었다. 자폐증이라는 병명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돌렸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엄마가 자녀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병이라고 일컬었던 거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싶었으나 받아주는 학교가 없었다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거라는 염려였던 것 같은데그 또한 하나의 차별과 편견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시설에 입소했을 때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것과 수은이 들어간 MMR 백신과 자폐증 사이의 관련성을 의심해 논란이 되었다.


 


자폐에 대한 100년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폐 스펙트럼을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폐증에 얽힌 100년의 역사를 우리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로 채워 읽기도 쉬웠고,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라는 것도 하나의 작품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몰랐던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고 인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을 알게 했다. 자폐의 역사를 읽으며 자폐인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폐인의 가족에 대한 이해도 필요할 것이다.

 


자폐적 다름의 인식의 확산은 자폐인 가족과 의료진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눈물, 싸움의 결과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집단이 있으며 그 하나가 자폐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자폐인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 나서 자폐인임을 밝히며 이해를 바라고 배려해주는 사회가 된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거다. 우리와 다르다고 하여 배척할 필요도 없으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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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10-03 2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영하 북클럽 도서라고 들었어요.
저 아는 분이 이 책 한동안 품절됐었다고 해서, 제 책 빌려드렸었죠.
이 책 번역자가 의사시고 지금은 캐나다 거주하면서 출판사도 하고 계시더라구요^^

Breeze 2022-10-05 07:55   좋아요 2 | URL
좋은 책입니다. 그레이스 님도 읽으셨겠군요.^^
 
아주 작은 죽음들 - 최초의 여성 법의학자가 과학수사에 남긴 흔적을 따라서
브루스 골드파브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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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리즈 CSI : 과학수사대를 무척 좋아했다. 라스베가스, 마이애미 시리즈와 뉴욕 시리즈를 이어 보았는데, 과학수사대의 활약이 신기했고 과학적으로 밝혀낸 법의학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과학수사를 비교해 보았으며 과학수사가 제대로 되어 억울한 죽음의 진실과 누명을 밝혀내길 바랐다.

 


미국 최초의 여성 법의학자 프랜시스 글레스너 리의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법의학이 있다. 1930년대 하버드대학교에 최초로 법의학과를 설립하기 위해 애쓴 인물이다. 프랜시스 글레스너 리가 걸어온 삶의 발자취를 살펴보며 현재의 법의학이 있게 된 과정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미니어처로 만든 디오라마는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인형의 집으로도 보이는 디오라마는 사건 현장을 섬세하게 나타냈다.




 


법의학이 생기기 전 사건을 조사했던 코로너는 시신을 관찰하고 사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그들은 불명의 시체를 다른 관할지역으로 몇 번을 이동시켜 돈을 챙겼다. 이런 문제점을 알게 되어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검시관의 필요성을 느꼈다. 프랜시스는 오빠 조지의 하버드대학교 동창 조지 매그래스의 능력을 높이 샀다. 매그래스는 병리학 수련을 받은 미국 최초의 검시관으로 미국 최초의 법의병리학자였다. 하버드 의대 강사도로 임용되어 법의학에 관한 강의를 했다.





 

매그래스가 들려준 이야기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플로런스 스몰의 화재 사건이었다. 플로런스의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렸고 남편 프레더릭은 다른 지역에서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있었다. 완전범죄를 해냈다고 생각했으나 매그래스의 부검으로 플로런스의 목에 감겨있는 끈과 머리에 총알을 맞은 흔적도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프랜시스는 결백한 자의 누명을 벗겨주고 죄인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려는 매그래스의 노력을 존경하게 되었다. 사망 장소를 묘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 프랜시스는 몇 년 전에 만들었던 미니어처 교향악단과 사중주단을 떠올리고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법의학은 다리 세 개짜리 의자에 비유할 수 있다. 세 다리는 각기 의학, 법학, 경찰이다. 이 중 하나라도 약하면 의자가 주저앉는다. (175페이지)

 


미국 전역의 코로너가 검시관으로 대체되려면 매그래스 같은 사람 수백 명을 육성해야 했다. 검시관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프랜시스는 주의회 의원들을 설득했고 법의학과를 하버드 대학교에 만들고 싶었다. 프랜시스는 매그래스와 하버드 의대를 모두 지원하고 싶었다. 젊은 여성으로서 하버드대에 들어갈 수 없었으나 하버드대에 대한 애정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버드대에 기부하고 싶었으며 법의학 교수의 봉급과 법의학을 가르치는 외부 강사의 사례비와 여행 경비로 책정했다.





 

독학으로 법의학을 공부했던 프랜시스는 법의학 관련 책을 사비로 모아 법의학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프랜시스의 경제적 지원과 아낌없는 노력은 현재의 법의병리학을 발전시켰다. 그의 노력과 경제적 지원이 일으킨 성과와 변화는 놀랍다. 법의학과 과학수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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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10-03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CSI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게 봤어요. 과학 수사라는 게 얼마나 유용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밝힐 좋은 도구가 되는지 잘 알겠더라구요. 그런 법의학의 시초가 매그래스라는 병리학자로군요. 멋져요. 이 책 너무 재미있겠습니다.^^

Breeze 2022-10-03 18:50   좋아요 0 | URL
읽어보면 좋아하실 듯합니다.
여러모로 유용한 독서였습니다. ^^
 
깊은숨
김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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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집을 읽는다는 건 작가에게 좀 더 다가가는 일. 작가의 문체에 익숙해지고 작가가 추구하는 생각의 깊이에 빠지는 일. 짧은 소설이라 여운이 깊어 좀처럼 소설의 인물들에게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던 책이었다. 김혜나라는 작가의 이름을 각인시켰던 시간이었다.

 


일곱 편의 단편은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했다. 같은 인물은 요가를 하는 인물일 테고, 한국을 떠나 밖에서 생활하는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한국을 그리워하지도 않은, 자신의 생각에 침잠해 있는 인물들이었다. 아빠가 없는, 레즈비언인, 요가 강사로 일하는 인물들의 세계에서 우리가 가진 다양성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기도 했다.

 





우리는 줄곧 내 생각에 빠져있는 듯하다. 내가 가진 생각의 틀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마치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바깥의 세상을 보려 하지 않는다. 물론 나의 존재, 타인의 존재에 대하여 탐구하는 인간에 가깝다. 시선의 확장, 사고의 전형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독서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라는 존재는 어느 누구에게서 발생한 게 아니고, 어느 누구에게 속해 있지도 않았어. 나는 그저 존재할 뿐이지. 마치 그날 바라본 친어머니의 눈처럼, 그 속에 담긴 하나의 영혼처럼, 나도 그저 존재하고 있어. 내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은 나의 친부도 친모도 아닌, 나 자신이었어. 내가 찾아야 할 존재는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진실. (139페이지, 아버지가 없는 나라중에서)

 


일주일에 세 번, 저녁은 포기해도 요가는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명상 음악을 들으며 몸의 이완을 위해 무념의 세계에 도달하고자 한다. 물론 어설프지만, 점점 유연해지는 신체의 변화에 즐거움을 느낀다. 실제 요가 강사로도 활동하는 저자의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요가하는 인물이다.

 


탁주를 빚는 수업에서 만난 민서의 남자 친구 진수와 함께 셋이서 헤어지기 싫어 서울의 거리를 걷는 여경. 여경이 부다페스트에서 머물게 되었을 때 진수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전 지구적 팬데믹 때문에 서울에 들어오지 못하여 집 밖에 나가기도 벅찼던 시기에 탁주를 빚어 진수에게 주고 왔던 기억.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여경의 본심에 의문을 품었던 것 같다. 민서는 어떤 마음으로 여경을 바라보고 있는지, 진수는 여경에게 어떤 마음인지. 마음을 숨기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저절로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코너스툴이라는 서점을 운영하는 호산 씨와 통하는 게 많아 친해지고 싶다.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하면 막힘 없이 대화했다. 이오진 작가는 자기가 쓴 소설을 호산 씨에게 보내고, 호산 씨의 습작을 오진 작가에게 보내 평가받고자 한다. 이성 간의 관계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보낸 편지에 답장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지만 관계의 차단에는 당황하고 만다. 코너스툴에서도 그렇고, 레드벨벳에서도 그렇다. 레드벨벳에서도 주인공은 토론식 영어 수업하는 해럴드와 중국식 찻집에서 이야기하는 게 좋았다. 해럴드는 아내가 있어 더 이상의 만남은 불가하다고 했다. 연애를 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선을 넘기려고 한 적도 없는데 왜 불편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관계의 정의는 누가 하는 것인가. 물론 호산 씨의 아내나 해럴드의 아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입장에 따라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의 정체성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소설 속 인물을 대입하여 이해할 수 있는 부분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가르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는 독자이므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무엇 때문에 힘든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순간,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쉰다.

 


김혜나 작가의 이름은 정유정 작가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에서 알게 되었다. 궁금하던 차였는데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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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9-2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마음 속 김혜나는 방황하는 청춘들의 불발탄 같은 것이라서.... 이 책도 좀 그런가, 궁금해서 말입니다, 역시 좀 야~한가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