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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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비크의마지막하루 #프로테그뤼텐 #다산책방

 


명절을 보내고 헤어지기 전 가족 중 두 사람이 부고 문자를 받았다. 나 또한 명절이 시작된 주말에 부고 문자를 받은 상태에서 결혼식보다 장례 알림이 더 많다고 탄식했다. 죽음은 우리 앞에 예고 없이 다가온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가깝게 맴돌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죽음을 바라보고 삶을 생각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그렇다면 죽음을 보라. 삶의 무상함을 느끼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배운다. 어제 웃었던 사람이 내일 웃는다고 보장하지 못한다.



 

2023년 노르웨이 브라게 문학상 수상작인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는 죽음을 바라보는 마지막 하루를 이야기한다. 피오르를 오가는 배를 몰았던 닐스 비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왔다. 삶의 고통을, 삶의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을 태워 피오르를 건너며 다양한 삶을 접했다. 깨닫는 것은 간단하다. 최선의 삶을 살아야 한다. 내게 어떤 일이 다가와도 떨지 말 것.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거다.

 






아내와 함께 살았던 집에서 마지막 인사를 한다. 아내의 체취가 깊게 배어있는 것을 바라보고, 탁자에 앉아 커피를 만들며 지난 추억을 회상한다. 머문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뒤돌아본다. 그의 곁에는 오직 루나만이 있을 뿐이었다. 몇 년 전에 사고로 죽은 개였다. 루나와 이야기하며 배에 오른다. 어떤 사람이 기다릴지, 그의 삶을 관통했던 시절을 떠올릴 것이다.

 



마지막 항해를 하는 날에 그를 기다리는 건 그가 태웠던 죽은 자들이었다. 자기 배에 태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의 배에 탑승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지에 남겼다. 탑승료를 지불했던 첫 승객 네스뵈 부부를 시작으로 배를 거쳐 간 승객들을 떠올렸다. 닐스의 마지막 항해는 사랑했던 아내 마르타를 기다리는 일이었다. 마르타와 처음 만나 사랑했던 때, 결혼했던 때를 떠올렸다. 자유분방하고 그의 귓가에 대고 했던 나지막한 말들, 첫 번째 뇌졸중으로 마르타의 미소는 일그러졌다.

 



기타 소년 욘을 태우고 그와 첫 번째 여행을 떠올린다. 욘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폭력을 가했다. 무력을 사용하는 건 범죄행위라며 말하며 욘을 구했다. 그의 배에 탔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사람의 삶이었다. 어떤 생각,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그의 삶을 대변한다. 마지막으로 띄운 배에서 사람을 태우며 과거의 일들을 복기하고 그는 마지막 사람을 기다린다. 그의 모든 것, 그의 삶의 원천인 마르타였다. 마지막 하루는 마르타를 기다리는 일. 피오르를 건널 때마다 기다리고 기다렸을 것이다.



 

삶은 얼마나 단순한가. 과거의 일을 떠올리면 너무도 순식간에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는 시간이 영원했으면 바랄 테지만, 우리 삶은 짧다. 이런 책을 만날 때마다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고 하지 않나. 불평불만을 늘어놓기보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말이다. 가장 단순한 게 진리라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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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연애로 시작하여 다양한 경험을 하며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영국 사회의 남과 여의 위상과 결혼에 대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반면 조지 엘리엇이 그린 결혼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다룬다. 다양한 관계만큼 다양한 삶을 지나온 이의 감정이 녹아들어 관계의 다양성을 엿보게 했다.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책에서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보고는 언젠가는 꼭 읽어야 하는 작품으로 꼽아두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작품인 만큼 기대가 컸으나 방대한 양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책이기도 하다. 처음 구매해 작정하고 읽기 시작했다가 일 년이 다 되어간 시점에 다시 꺼내든 책이다. 어떻게든 끝을 보아야겠다는 마음이었달까.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제 맛이니까.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생각에 가까워지게 될 테니 말이다


 

이를테면 결혼의 허상을 말하는 작품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재와 다르지 않다. 거창한 꿈을 가지고 시작한 결혼에서 그저 이상일 뿐임을 깨닫는 일. 그때부터 삶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19세기의 영국, 평범한 사람들의 결혼 풍속과 선거법 개정, 종교 문제 등을 말하는 작품이다. 작품의 중요한 인물은 도러시아 브룩과 캐소본, 리드게이트와 로저먼드, 메리와 프레드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다. 도러시아는 성녀 카타리나에 비견할 정도로 신앙심이 두텁고 남다른 지적 성취감이 뛰어난 인물로, 자기보다 스물일곱 살이나 차이가 나는 캐소본 목사와 결혼해 그 뜻을 이루고자 한다. 캐소본은 도러시아 생각했던 것처럼 연구 성적이 뛰어나지도 않았을뿐더러 도러시아를 조수로 이용할 뿐, 그녀의 지적 능력은 전혀 생각지 않는 편협한 남자였다. 도러시아와 윌 래디슬로가 가깝게 지내자 그것을 염려해 도러시아와 윌이 재혼할 경우 유산을 받지 못하도록 유언장을 작성했다.

 


미들마치에 새로 정착한 터시어스 리드게이트는 파리에서 의학을 공부했고, 의학의 발전뿐 아니라 과학적 탐구를 위해 불합리한 관행에 저항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왔다. 다른 의사들이 사용하지 않은 청진기를 사용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인물이었다. 자신의 이상을 채워줄 로저먼드와 결혼했지만,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 좌절했다. 로저먼드가 리드게이트와 결혼한 이유는 그의 준남작의 조카라는 지위 때문이었으며 사치품을 들이는 등 리드게이트의 빚을 더할 뿐이다. 상상해 보라. 리드게이트가 로저먼드와 마주 앉아 가구를 저당 잡히지 않기 위해 접시 등을 다시 돌려주자고 말하는 장면을. 만약 우리가 빚을 독촉받는다면, 리드게이트처럼 배우자를 달래 돈을 절약하자고 말하지 않겠나.

 


이 작품에서 가장 현명한 인물은 바로 메리였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프레드를 좋아했다. 프레드는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나 목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고 친척의 유산만을 기대해 빚을 졌다. 프레드가 목사가 될 인물은 못 된다는 것을 알고 그가 목사직을 받으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프레드는 케일럽을 도와 땀 흘리며 일했을 때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어떤 일을 해야 즐거운지를 깨달았단 것이다.


 

나는 당신이 필요하니까. 당신은 세계를 일주하고 이제 우리 사이에 정착하러 온 여행자와 같고, 그러므로 대척점에 관한 내 믿음을 고무해 줄 거요. (1, 300페이지)

 


모든 것이 새로운 면모를 띠었다. 남편의 행동, 남편에 대한 순종적 감정, 둘 사이의 온갖 갈등, 더 나아가 윌 래디슬로와 자신의 모든 관계가. 그녀의 세계는 경련을 일으키며 변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바는 시간을 두고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2, 107~108페이지)


 

아마도 많은 독자는 미들마치의 방대한 양 때문에 쉽게 도전하지 못할 것이다. 상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을 이야기하는데,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보니 좀 두꺼울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도러시아를 사랑하나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그 주변에서 머무는 윌 래디슬로는 좀 답답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상속되어야 할 유산을 가로챈 불스트로드 씨의 불합리한 행동과 이후에 일어날 일들마저도 세세하게 표현하여 작가가 생각하는 결혼의 허상과 영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인물상을 그렸다.


 

자신이 죽은 뒤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재혼하는 것을 막고자 유언장을 남기는 것 또한 얼마나 편협한가 말이다. 결혼은 연애의 다음 단계가 아닌 현실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상과 현실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결혼에 대한 기대, 배우자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지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결혼이 허상이 되지 않게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가장 자유로울 때 비로소 내 삶은 나를 향해 열려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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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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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유령 #조예은 #현대문학

 


나는 아무래도 일제 강점기 시대에 특별을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분야의 책을 읽어도 일제 강점기 시대면 매력을 느끼고 만다. 암울한 시대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쓴 사람에 대한 애정과 그 시절에도 일상을 살기 위해 애썼던 보통 사람들에 관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기에 그렇다. 다각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조예은의 작품은 장르 소설임에도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일제 강점기의 역사와 그 잔재인 적산가옥에 얽힌 사람과 집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조예은이 안내하는 작품으로 들어가 보자.

 



일본식 정원이 딸린 적산가옥은 현운주의 외증조할머니가 살았던 집이었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 외증조할머니의 보살핌 아래 자랐던 운주는 적산가옥을 일주일에 너덧 번은 찾아왔다. 적산가옥에서 죽겠다는 할머니의 평소 말처럼 외증조할머니는 10월의 어느 날 기이한 자세로 숨져 있었다. 외증조할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대학 졸업 후 일본 오사카로 건너갔던 운주는 열심히 일하며 승진을 기대했으나 번번이 미끄러지고 급기야 홋카이도로 발령이 났다. 일본에서의 시간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며 적산가옥을 고쳐 게스트하우스를 열어볼까 고심 중이다.

 





소설을 보고 가장 놀랐던 건 운주의 남편, 우형민의 정체였다. 일반적인 남편은 별채의 어두운 장소에서 보았던 유령과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사람일 것이었다. 그러나 우형민은 운주에게 오히려 위협이 되는 인물이었다. 현운주와 우형민, 운주의 외증조할머니 박준영과 유타카의 관계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었다.

 



박준영은 일제 강점기에 간호사 자격증을 딴 인물이었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원장의 권유로 개인 집에서 간호 업무를 하게 되었는데 어릴 적 보았던 일본의 갑부 가네모토의 집, 붉은 담장집이었다. 붉은 담장집의 환자는 가네모토의 아들 유타카였다. 연못 속의 금붕어를 난도질하는 듯 이상한 행동을 일삼는 그를 보살핀다는 게 마땅찮지만, 가네모토가 숨겼던 비밀을 알아버린다. 가네모토의 친아들이 아니었을뿐더러 그에게 이용당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유타카와 박준영의 연대가 시작된다. 유타카의 말, 미래의 어느 순간을 말하는 단어는 적산가옥을 부유했다. 적산가옥에서 영원히 살게 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집은 자신의 벽에 깃든 모든 역사를 기억한다. 안에 살던 사람은 죽어도 집은 남는다. 오히려 죽음으로써 그 집의 일부로 영원히 귀속된다. 먼저 무너뜨리지 않는 한 집은 누군가의 삶을 담으며 존재한다. (10페이지)

 



집에 담긴 역사는 사람에 의해 영원히 기억되는 것 같다. 사람은 떠나도 유령은 기억의 장소를 떠나지 못하고 부유한다. 적산가옥에서 머무는 유령처럼 말이다. 별채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 손대지 않았는데도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연못에 서 있는 어린 소년의 정체. 띄엄띄엄 들리는 사람의 목소리. 두려울 수밖에 없다. 과거의 기이한 정체와 현재 곁에서 위협을 가하는 정체에 긴장의 숨을 들이킨다.

 

 


나는 말과 말을 이어주는 일이 좋았다. 언어를 배울수록 나만이 드나들 수 있는 문을 가지는 기분이었다. (25페이지)

 


내가 지나온 단어들. 언어에 담을 수 없는 마음들. 이미 잊어버린 것과 아직 잊지 못한 것. (195페이지)

 



유타카가 외증조할머니의 기억으로 꿈에 나타난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었다. 박준영에게 알려주었던 미래의 일을 운주에게 인식시키고자 했다.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의문이 들었다. 운주는 적산가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적산가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나.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군산의 건물, 과거 영욕의 역사를 가리키는 건물이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나 또한 근대문화의 거리를 걸었고 소설의 장소가 된 건물을 방문하여 서성거렸던 기억이 있다. 건물에 스며든 기억을 기록된 역사와 상상력으로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후속작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적산가옥의유령 #조예은 #현대문학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문학 #한국소설 #현대문학핀시리즈 #핀시리즈 #핀소설 #핀시리즈_장르 #추리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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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 - 신뢰와 호감을 높이는 언어생활을 위한
MBC 아나운서국 엮음 / 창비교육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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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나들이 #어휘력편 #MBC아나운서국 #창비교육

 

어렸을 적부터 책을 읽고 국어를 좋아한 사람으로서 맞춤법을 꽤 잘 안다고 여겨왔다. 시간이 지나며 맞춤법 기준이 바뀐 걸 자각하지 못하고 옛날식 맞춤법으로 글을 쓰는 경우가 생겼다. 잘못 쓰는 단어가 많다는 거다. 센 발음대로, 우리가 아는 대로 읽다 보니 틀린 단어가 꽤 많았다. 기억하기 위해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였다.

 


오래전에 TV를 자주 보던 시절에 MBC에서는 <우리말 나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짤막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지금도 진행하는 것 같은데, 최근에 본 적은 없다. 창비교육에서 펴낸 우리말 나들이 어휘력편MBC 아나운서국에서 엮은 책이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공부하듯 읽었다. 아마도 최근에 어느 기사를 떠올린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금일을 금요일로, 사흘을 4일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경종을 울리는 듯한 책이기도 했다. 바른 언어를 향한 길잡이로써 손색없는 책이다.

 






책은 4장에 걸쳐 헷갈리는 맞춤법을 소개하는데, 제대로 알면 헷갈리지 않는 맞춤법과 잘못된 발음에서 이어진 틀린 표현, 아는 만큼 바르게 쓰는 외래어 표기법, 올바른 언어생활에 도움을 주는 순화어로 강조했다. 현재는 우리말과 영어를 혼용하여 표현한다. 또한 아직도 일본식 표현을 사용하는 우리말로 순화하여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을 밝혀보고자 한다.


 

갑 티슈각 티슈, 곽 티슈 중 어느 게 표준어일까. ‘은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 쓰여 작은 물건을 세는 단위를 이른다. 그래서 곽 티슈나 각 티슈가 아닌 갑 티슈라는 것을 기억하자.


 

김치를 담궈서 방에 있는 냉장고에 넣고 방문을 잠궜다. [x]

위 예문에서 보자면, 김치를 담궜다는 틀린 말이다. 김치를 만들었다는 건 담갔다가 맞다. 또한 방문을 잠갔다가 맞다. 김치 담근 날이면 김치 담았다라고 말하였는데, ‘김치를 담갔다라고 해야 한다.

 


혹시 부종으로 부은 상태를 붓기라고 사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바른 표현은 부기. SNS에서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부기보다는 붓기가 더 많이 나온다. #부기 #부기차 #부기빼기 #부기제거 #부기관리 #부기빼는법 #부기완화 등으로 해시태그를 바꿔서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어제 라면을 먹고 잤더니 부기가 있다.’라고 말해야 한다.


 

얼만큼 날 사랑해? [x]

얼마큼 날 사랑해? [o]

얼마만큼 날 사랑해? [o] (162페이지)


 

졸리다와 졸립다 중 어떤 게 바른 말일까?

친구들과 톡방에서 주로 졸려, 졸립다 라고 말했던 것 같다. ‘졸립다’, ‘졸렵다는 잘못 쓰인 말이다. 표준어는 졸리다’ ‘졸리어(졸려)’, ‘졸리다로 활용할 수 있다. 일상에서 소리 나는 대로 말하고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주 틀리는 표현 중 좋아할는지가 아닐까. ‘‘좋아할는지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불확실한 사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ㄹ는지라고 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잘못된 표현을 사용한다.

 


일본어 표현이 많다. 그중의 하나가 감청색 혹은 감색인 곤색이다. 지금이야 감색 보다는 영어로 네이비라고 표현하지만, 우리말 표현을 알고 사용하면 좋겠다. #감색 #감청색 #짙은청색 #어두운남색 #검남색 #진남색 #반물색 이다. 개인적으로 반물색이라는 순우리말이 참 예쁘다. 반물색을 참 좋아하는데 그렇게 표현해 보고 싶다.

 


만전을 기하다라는 게 나온다. 공문서를 작성할 때 이 말을 자주 사용한 것을 보았고 나 또한 기안문 작성 시 그대로 사용했는데, 2024년 초부터 순화어 중 최선을 다하다라는 표현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책에서 보니 반가워 덧붙인다.


 

책을 읽으며 업무와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아 아들과 남편에게도 읽어볼 것을 권했다.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책에서 나온 우리말 퀴즈를 냈다. 답을 맞히는 것을 보고 서로 응원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질문을 건네볼 생각이다.

 


 

#우리말나들이 #어휘력편 #MBC아나운서국 #창비교육 #우리말나들이어휘력편 ##책추천 #인문 #인문교양 #글쓰기 #언어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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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5-01-26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이 보면 ‘국어‘라는 말부터 일본말이고, ‘어휘력 편‘이라는 말씨도 일본말씨입니다.
우리는 ‘국민학교‘라는 이름에서 ‘국민‘이 ˝일본 우두머리를 섬기는 백성˝이라는 뜻이기에
‘초등;으로 바꾸었으나,
막상 다른 모든 곳에서는 버젓이 ‘국민‘을 쓰고
‘국어‘라는 군국주의 일본말을 안 버립니다.

‘순화어‘도 일본말이고, ‘퀴즈‘도 일본을 거쳐 들어온 영어이고,
˝공문서 작성˝도 일본말입니다만,
이런 말씨 하나하나를 느끼는 자리부터 돌아볼 때라야
비로소 낱말을 새롭게 살피고 배우면서
우리 삶과 살림을 사랑으로 가다듬을 수 있을 테지요.

Breeze 2025-01-26 17:04   좋아요 0 | URL
그동안 모르고 사용해왔던 말이 정말 많아요. 숲노래님 말씀으로 또 배웁니다.
 
셰리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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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시도니가브리엘콜레트 #녹색광선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를 좋아한다. 그가 주연한 영화 콜레트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기사를 보고 작가의 이름을 기억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작가들의 소설을 꽤 읽었는데도 콜레트의 작품은 생소했다. 기회가 되면 콜레트의 작품을 읽어보리라 생각하던 차에 녹색광선에서 출간한 셰리는 꽤 반가운 소식이었다. 작가이자 마임 배우, 무용수인 콜레트는 20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독보적인 작가로 일컫는다. 작품을 다 읽은 다음 영화 콜레트를 보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편의 이름으로 출간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 클로딘 시리즈는 젊은 여성들에게 사랑받으며 콜레트의 헤어스타일, 드레스 등 밈처럼 작용하였다. 그러한 장면들을 보며 작품이나 작가의 삶이나 미래를 앞서 나간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셰리는 콜레트가 첫 번째 남편 윌리와 이혼 후 자기 이름으로 쓴 작품이다. 자기보다 스물네 살 아래인 셰리와의 사랑과 욕망, 그 후에 오는 절망의 감정들을 담았다. 레아는 친구의 아들인 셰리와 6년째 만났지만, 레아와 셰리의 어머니는 그를 동년배의 젊은 여성과 결혼을 시키고자 한다. 셰리에게 누누라고 불리는 레아는 마흔아홉 살의 사교계의 여성으로 셰리의 젊음을 바라보며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낀다. 나이를 숨길 수 없는 피부와 주름을 강하게 인식한다. 레아는 셰리가 결혼하기 전까지만 가볍게 만나는 거라고 여긴다.

 






나이 든 여자의 집착과 젊은 남자의 자신감은 어느 순간 무너지기 마련이다. 젊은 남자가 역시 젊은 여성과 결혼하자, 나이 든 여자는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멀리 떠났다. 자신의 집착을 버리는 연습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늦은 밤 셰리가 찾아왔을 때 그를 붙잡고 싶지 않았을까. 젊은 아내를 떠나 자기 곁에서 머물러주었으면 하고 바랐을 것이다.

 



레아가 셰리와 밤을 보내고 난 후 흐트러진 자기의 모습을 보고, 정원사나 농부의 아내처럼 보인다고 한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셰리를 사랑하면서도 그의 젊음을 부러워하고, 반대로 늙어가는 자기를 바라보는 게 싫었을 것이다. 늘어난 뱃살, 숨길 수 없는 주름. 할 수만 있다면 젊음이 영원하길 바랐을 것이다.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혹시 네가 네 소유이자 책임인 암사슴을 겁주게 될 것 같으면, 자제하고서 그 순간에 내가 가르쳐 주지 않은 모든 것을 생각해내길 바라. 그러고 보니 너한테 미래에 대해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구나. 용서해, 셰리. 나는 너를 마치 우리 둘 다 한 시간 뒤에 죽기라도 할 것처럼 사랑했어. 난 너보다 24년 먼저 태어났으니까 어느 정도 운명이 정해진 셈인데, 내 운명에 널 끌어들인 거야. (198페이지)



 

성숙한 여성과 젊은 남성의 파격적인 사랑과 욕망을 다룬 소설이라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도록 소개되지 못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여자와 남자의 관계보다는 나이 든 여성으로서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언젠가는 사랑도 빛이 바랜다. 그러한 것들이 슬펐다. 사랑하면서도 보내주어야 할 시절이 온 것이다.

 



다양한 경험과 상상이 삶의 변화를 꾀한다. 콜레트는 넘치는 재능으로 소설을 쓰고 몸으로 표현하는 공연, 사랑에도 거침없었다. 어떻게 보면, 작가들은 앞서가는 사람이다. 여성의 삶에서 탈피해 진정한 삶의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누구의 아내가 아닌, 한 인간으로 살고자 했던 콜레트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레아는 콜레트의 다른 분신이 아니었을까. 자기의 작품에서 추구했던 게 실제로 일어났으니 미래를 내다보았음이 분명하다.



 

사진에서 보는 콜레트는 상당히 자유분방하게 보인다. 유행을 앞서가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삶을 살았던 그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젊음이여, 안녕. 삶이란 무릇 이런 것. 좌절하고 고통받으며 순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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