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그리다 폴앤니나 산문
기믕서 외 지음 / 폴앤니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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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그리다 #폴앤니나


 

독립책방 혹은 동네서점을 여행하는 사람이 꽤 많아 보인다. 나도 어딘가로 여행을 갔을 때 그 지역의 책방을 검색해보곤 한다. 시간이 맞으면 서점을 서성거린다. 아마 책 좋아하는 사람의 공통적인 특징이 아닐까. 여기, 스무 명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기억의 공간, 혹은 담소의 공간인 서점을 그렸다. 편리하다는 핑계로 동네서점 보다는 인터넷 서점을 더 이용하지만, 책방이라는 공간을 다루는 이야기는 언제든 환영이다. 책방이 그림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무니 작가가 그린 <숭문당> 편을 보니 이십 대 시절, 혹은 그보다 어렸던 시절의 <국제서림>이 떠올랐다. 차 안 다니는 거리 입구에 있는 서점이어서 약속 장소는 항상 서점이었다.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거나, 날씨가 추운 날에 서점 안에 들어가 베스트셀러 코너를 기웃거렸던 추억의 장소였다. 무니 작가에게도 <숭문당>은 그런 곳이었던 것 같다. 작가는 서점이 계속 그 자리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있어 주었으면 하는 장소가, 아직도 영업 중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들이 그린 서점 중에 서울에 있는 서점은 가보지 못했다. 지방 서점 중에서 통영의 <봄날의 책방>과 광주의 <유림서점>은 다녀온 장소라서 반가웠다. 특히 궁금한 서점이 <홀로상점><메종 인디아 트래블앤북스>, <경기서적>, <더숲, 초소책방>이다. 아니다. 사실 다 가고 싶은 책방이다. 그림 속 책방과 작가의 책 이야기가 고스란히 마음속에 들어왔다. 하나의 챕터를 읽고, 서점 지도로 들어가 서점의 위치와 실제 서점 외부와 내부 등을 확인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 때문에 서점이 더 빛났다. 다양한 방법으로 서점을 탐방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광주의 <유림서점>은 절판된 책을 구하러 다닐 때 가보았다. 물론 원하는 책을 찾지는 못했다. 서점 옆에 카페가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든 서점을 유지해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해야겠다.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점심 먹고 쉬엄쉬엄 걸어가 서점을 기웃거려야겠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다양해서 좋았다.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점은 우리가 왜 책을 읽는가에 대한 답변 같았다. 책이 주는 위로, 서점이라는 공간이 좋은 이유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누구라도 들어가고 싶은 서점,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과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책의 역할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때로는 순정만화 톤으로, 때로는 동화 속 그림처럼 동네서점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이 말을 거는 거 같았다. 서울에 가면 책방투어를 해도 좋겠다. 하루에 두세 군데씩 장소를 정해 책방에 들어가 책 구경하고, 책도 산다면 오래도록 기억나지 않을까. 어느 소설가가 운영했다는 <소설가의 오후> 책방이 문을 닫아서 아쉬웠다. 진킴 작가의 말처럼 거장들이 좋아한 위스키를 마시며 소설을 읽으면 좋았겠다. 특히 소설을 주로 읽는 내가 좋아할 공간일 것 같아 궁금했는데 아쉽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책방과 가까운 장소라면, 이 책을 들고 가야겠다. 마치 서점 투어인 것처럼 함께 간 사람에게 책 이야기를 하고, 그림에서 느꼈던 서점과 실제 서점의 차이를 설명하며 즐기고 싶다. 책 몇 권쯤 사서 들고 오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을까. <서점을 그리다>는 새로운 책 지도, 안내서가 될 듯하다. 다녀올 때마다 스티커 하나씩 붙여도 좋겠지.


 

책은 단지 텍스트의 집합이 아니다. 누군가의 흔적이 고스란히 스며든, 시간의 상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책을 산다. 읽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 삶의 일부를 들이기 위해서. 책은 때로는 방을 채우는 오브제가 되고, 때로는 내 기분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서점은 나에게 쉼의 공간이고, 책은 그 안에서 건져 올리는 작은 조각들이다. (115페이지, 치유 작가 편)

 


나에게 책과 서점은 그런 존재다. 삶이 고단하고 마음이 흔들릴 때, 조용히 들어가 숨 고를 수 있는 나만의 작은 피난처. 여러분에게도 그런 의미의 공간이 있을까? (127페이지, 땡란 작가 편)


 

책을 읽는다는 건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움직이는 일이었다. 단지 글자를 눈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냄새를, 어떤 기억을 함께 떠올리는 일. 책 속 장면 보다도 책을 읽던 나와 내 주변이 먼저 떠올랐다. (15페이지, 기믕서 작가편)


 

책 냄새 짙게 풍기는 그림들, 각자의 그림체로 그려진 서점들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물 것 같다.

 

 

#서점을그리다 #폴앤니나 ##책추천 #문학 #에세이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한국문학 #그림에세이 #서점 #동네서점 #독립서점 #서점이야기 #서점여행 #일러스트레이터 #서점투어 #올해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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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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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푸른벚나무 #시메노나기 #더퀘스트



 

카페도도 시리즈의 작가 시메노 나기는 소박하지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하는 작가다. 카페를 경영하는 주인공과 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교감과 그들의 이야기가 퍽 다정하다. 카페를 운영하는 여성 3대의 이야기를 전한다. 카페 앞마당에 있는 100년 넘은 산벚나무가 소설을 이끌어간다. 서른 살의 히오는 매일 아침 정오에 문을 열고 오후 6시가 되면 문을 닫는 카페를 운영한다. 할머니 야에가 호텔을 경영했고, 엄마는 그 장소에 레스토랑을 했다. 히오는 카페 문을 열기 전에 출근하여 마당을 쓰는 게 첫 번째 일과다. 다과와 함께 말차와 센차, 호지차를 내는데,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다른 다과를 직접 구입해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커다란 벚나무가 있는 카페를 상상해본다. 봄이면 온통 분홍빛으로 꽃을 피우고, 비가 내리면 잠시 수그러들었다가 더 활짝 핀 카페 앞마당은 모두가 좋아하는 장소다. 벚나무가 소설을 이끌어간다고 했다. 사람들은 알지 못하게 몰래 꽃눈을 틔우고, 계절이 바뀌는 것과 동시에 꽃망울을 터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낙엽을 쓸어 나무 밑동으로 모으는 히오를 지긋이 바라보기도 하며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핀다.

 






책을 읽다 보면, 산벚나무가 카페 체리 블라썸의 지킴이 같다. 히오, 엄마 사쿠라코와 아버지, 할머니 야에를 돌보았던 존재 같다. 햇살이 좋은 봄날, 기지개를 켜듯 힘이 가지 쪽으로 힘차게 뻗어나갈 때, ‘아무래도 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모양이다.’라고 외친다. 설렘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느낌이다.



 

카페 체리 블라썸을 찾는 손님들은 저마다 산벚나무를 바라보거나 조용히 차를 즐긴다. 2주일에 한 번씩 꽃을 관리해주는 미야코는 계절과 날씨에 맞는 꽃을 골라와 장식한다. 그런 미야코의 꽃과 함께 계절을 잇는 다과를 준비하는데 그 이름 또한 어여쁘다. 예를 들면 사쿠라모찌는 벚꽃 피는 계절에 떡 반죽에 앙금을 넣고 벚나무 잎사귀 세 장으로 감싼 과자다.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과자에 반하듯 바라보게 된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꽃집 미야코 씨와 가방을 만드는 가나, 외국인 여성과 일본인 남성 부부, 두 명의 여자 친구, 화과자점을 하는 모녀들이 저마다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로는 심상한 답변을 하는 게 위로하는 일이라는 걸. 누군가의 관계를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것 또한 상대방을 향한 배려라는 걸 배운다.

 



어머니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딸의 입장 또한 이해된다. 화과자점의 시그니처 디자인에 자신만의 색을 입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어머니의 이해와 배려가 아닐까. 서로 관계가 소원해졌어도 믿고 기다리면 상대방의 진심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잠시 서운했다고 해서 상대방과의 관계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표지가 정말 예쁘다. 아마도 벚꽃 피는 계절에 이 책을 구입하지 않았나 싶다. 온통 분홍색으로 물든 산벚나무 앞에 서서 바라보는 있는 여성의 모습이 이 소설을 나타내는 것만 같았다. 물론 시메노 나기의 감성을 좋아하기도 한다. 지극히 일본인다운 감성을 가졌다. 혼자서 묵묵히 일하고, 미래에 대하여 고민을 하지만, 결국엔 제 자리를 찾는 여성들의 성장을 다루었다.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는 가까운 듯 먼 듯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다정함이 스몄다.



 

사람은 사라져가는 눈앞의 현실에만 관심을 보이지만 과거가 있었기에 미래도 있는 법이다. 과연 알기나 할까. 오늘이라는 하루는 면면히 이어지는 시간의 한 조각이라는 사실을. 삶은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다. (21~22페이지)

 



벚꽃은 봄에 꽃을 활짝 피웠다가 여름이면 벌써 내년의 꽃눈을 형성한다. 더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가을에는 나뭇잎을 붉게 물들였다가 겨울에는 잠을 자듯 움츠려 꽃눈을 보호한다. 봄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면 하나둘씩 꽃망울을 터트리는 것이다. 계절은 거스를 수 없다. 그 푸르던 벚나무도 이제 노랗게 물들었다. 벚나무는 우리가 몰랐던 꽃눈을 아무도 모르게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았다. 잔잔한 일상의 소중함을 말하는 것 같다.

 

 

#그해푸른벚나무 #시메노나기 #더퀘스트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일본문학 #일본소설 #산벚나무 #벚꽃 #체리블라썸 #올해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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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그림의 마음 - 조선의 두 천재 정선과 김홍도가 옛 그림으로 전하는 휴식과 위로
탁현규 지음 / 지식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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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그림의마음 #탁현규 #지식서재

 

간송미술관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미술관을 1년에 두 번 전시했을 때였다. 그때 전시한 게 <민속인물화대전>으로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 등의 조선 산수화 및 인물화 전시였다. 눈앞에서 혜원의 <미인도>, 단원 김홍도 등의 그림을 보며 감탄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도 가봤지만,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간송미술관 전시였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의 애틋한 마음을 알지 모르겠다.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고사인물화를 엮은 책이다. 두 거장의 그림으로만 구성되어 그림을 더욱더 깊게 느끼고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그림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책 속에 수록된 그림이라 자칫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설명해주어 그림을 보는 능력을 키워주었다. 그림 설명을 읽으며 놀란 게 그림 속 인물들에 관한 표현이었다. 그림 속 작은 인물에서 느껴지는 화가의 의도에 재차 감탄했다.

 



겸재 정선의 그림은 <귀거래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동진 시대의 도연명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시가 <귀거래사>. 겸재 정선 이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바탕으로 그림, 10폭 병풍으로 된 <귀거래도>. 집으로 향하는 배에 앉아있는 도연명의 모습이 압권이었다.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물을 배경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도연명과 냇물이 흐르는 초가집에 술병을 놓고 앉아있는 도연명의 모습은 흡사 신선처럼 여겨진다. 겸재 정선을 가리켜 왜 조선 최고의 화가라고 일컫는지 탄복하며 그림을 바라보게 된다.





 

산수화에서 소나무는 많은 의미가 있다. 겨울에도 푸르름을 간직하여 선비의 꼿꼿한 기개를 나타내며 그림을 받쳐주는 기둥이 된다. 저 멀리 너른 밭이 보이는 그림 앞면에 소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그림의 모든 것을 아우른다. 정선의 <유연견남산>은 채색을 쓰지 않고 먹빛으로만 만물의 기운을 나타냈다. 너른 밭, 남산 자락의 여백에서 비움의 미학이 두드러진다. 겸재 정선을 떠올리면 당연히 <인왕제색>이다. 평생의 벗 사천 이병연이 세상을 떠나자 추모하는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다. 짙은 구름이 내려앉은 먹빛의 인왕산에서 화가의 슬픔이 짙게 풍긴다. <총석정><통천총석정> 그리고 금강산을 그린 <금강전도> 또한 압권이다. 바라볼수록 아름다운 그림이다. 그림을 실제로 보고 싶을 정도로 감동이었다.

 



정선과는 또 다른 풍을 그린 화가가 김홍도다. 정선의 그림은 선비의 기개, 산수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되었다면 김홍도의 그림은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화려함보다 수수한 매력이다. 김홍도의 그림은 8폭 병풍으로 된 <고사인물도><취후간화>부터 시작한다. 마당에 핀 매화를 바라보며 술을 즐기는 불그스름하게 취기가 돈 인물 그림이 인상적이다. 오래된 고목이 된 매화가 반쯤 피어있는 그림에서 배를 띄운 장면은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있다. <적벽야범>의 인물은 바위 절벽 아래 강물에 배를 띄우고 절벽을 바라본다. 강물에 아무것도 그리지 않아 여백의 아름다움이 있다. 고목에 흰점이 박히듯 흩뿌려져 있는 매화 그림에 언제나 감동한다.

 



그림과 관련된 이야기를 설명하며 전체 도판과 부분 도판을 수록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다. 매화를 호분으로 점을 찍어 그린 정선의 <고산방학>과 김홍도의 <서호방학>을 비교해봐도 좋을 것 같다. 각자의 아름다움을 느끼면 될 터, 취향으로 가를 수 없을 것이다.

 



정조 임금에게 사랑받았던 김홍도가 마지막으로 바친 그림이 8폭 병풍 <주부자시의도>. 정조는 주자의 시를 배우는 것이 시대에 맞는 선비가 되는 좋은 길이라 여겨 아송이라는 책을 편찬했고, 주자의 시 8편을 골라 김홍도로 하여금 그리게 했다. 정조 임금이 배우고 실천하고자 했던 내용의 시를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다.



 

삼성 그룹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그림이 꽤 많이 수록되어있다. 이건희 컬렉션에서 본적이 있어 반가웠다. 김홍도가 죽음을 앞두고 그린 노년의 쓸쓸함과 슬픔이 묻어난 <추성부도>는 의미가 깊다. 김홍도의 태어난 해와 사망한 해를 몰라 안타깝다고 했다. <추성부>는 북송 시대 문장가인 구양수의 산문시다. 구양수의 시를 그림으로 그린 게 <추성부도>. 바람결에 휘날리는 나뭇잎, 가을의 쓸쓸함은 곧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처럼 비유되기도 한다. 가을의 황량함, 슬픔의 탄식을 읊조린, 김홍도 평생 최고의 걸작이라고 일컫는 그림이다.

 



근대문화예술도 좋지만 조선시대의 산수화나 인물화가 좋다. 김홍도의 그림은 다양하게 보고 읽었으나 겸재 정선의 그림 위주로 나온 책은 드물었던 것 같다. 언젠가 정선의 그림만 수록된 책을 읽어봐야겠다. 그림은 보는 만큼 안목도 좋아지는 법이라는 걸 느꼈다.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조선 그림의 마음을 들춰보시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그림의마음 #탁현규 #지식서재 ##책추천 #한국미술 #한국예술 #그림 #회화 #예술서 #김홍도 #정선 #국립중앙박물관 #간송미술관 #호암미술관 #미술해설 #미술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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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1-03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네요. 내 취향에 꼭 맞는 도서라 찜합니다.
 
최선의 철학 - 고대 철학가 12인에게 배우는 인생 기술
권석천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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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철학 #권석천 #창비교육

 



중앙일보 논설위원이자 칼럼니스트인 권석천의 고대 철학가 12인에게 배우는 인생의 지혜를 논하는 책이다. 삶의 모든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서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궁극적인 질문을 통해 삶의 지혜를 알 수 있게 한다.

 



사상가들의 철학을 글 몇 줄로 알고 있다고 여기지 않았나, 반성하게 하는 글이었다. 소크라테스 하면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것과 악처에 대한 일화만 기억하고 있었다. 저자는 철학가의 사상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소크라테스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마흔이 되었을 때 철학자의 길을 걸었다. 아테나이 거리를 걸으며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었으나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새로운 신을 믿는다는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친구와 제자들의 권유에도 망명하지 않고 죽음을 택했다.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며 삶의 통찰력을 배울 수 있도록 했던 그는 신념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된다. 또는 친구들에게 질문을 하여 해답을 얻으려 하는 것과 비슷하다. 질문을 통해 내가 원하는 방향, 삶의 가치를 정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여, 당신은 침묵을 지키며 조용히 살아갈 수 있지 않았나요?”

캐묻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35페이지)







 

비극 안티고네를 쓴 소포클레스를 통해 신념을 위해 침묵하지 않는 용기를 배운다.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의 딸이다. 오이디푸스가 방랑길에 오른 뒤 외삼촌 크레온이 왕이 되며 형제의 시신을 수습하는 것 때문에 반목하게 되었다. 같은 신념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법이다. 죽는 한이 있어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안티고네와 달리 이스메네는 원칙을 지키되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스메네가 현실적이며 합리적 사고를 하는 것 같다. 안티고네처럼 행동하다가는 현실에서도 부러지고 말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구부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지 않나. 신념을 품고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논하는 저자의 글이 와 닿는다.



 

신념을 품고 산다는 것은 결코 세상과의 대립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확고한 기준을 세우고,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입니다. 건설적인 대화와 토론을 향해 마음을 열어놓는 과정입니다. 내 주장과 다른 생각에도 마음을 열고 근거와 논리를 재정비할 때 문제를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신념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61페이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모든 문학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저자는 일리아스를 가리켜 공감의 중요성을 알려준 최고의 참고서라고 일컬었다.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에서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와 싸우다 죽자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작품이 시작된다. 헥토르를 쫓아가 그가 죽자 시신을 돌려보내 주지 않다가 프리아모스 왕이 찾아와 아버지의 마음으로 호소하자 그제야 헥토르의 시신을 양도했다. 죽음은 신들의 영역이라고 보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의 다툼과 각 인물의 활약이 돋보였던 책으로 아킬레우스의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사회 생활하면서 혹은 책을 읽으며 맥락을 잘 찾아야 한다. 맥락이란 무엇인가. ‘어떤 일이 발생한 배경이나 전후 관계를 일컫는다. 저자는 헤로도토스의 역사팩트 너머에 있는 맥락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아울러 맥락과 함께 열린 관점이 중요한데 헤로도토스는 역사를 기술할 때 들은 것을 그대로 전할 수 있으나 다 믿을 의무는 없다고 말한다. 즉 어떠한 사실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지지한다고 표현했다. 이런 것을 열린 관점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맥락을 찾는 일은 새로운 통찰을 하는데 중요한 일임을 강조했다.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맥락은 무엇일까? 내 일상 속 작은 변화들, 내가 일시적 유행이라고 치부했던 것들 가운데 진짜 중요한 흐름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맥락이란 것은 강한 확신의 순간이 아니라 의심의 순간에 발견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관건은 열린 자세로 그걸 잡아내느냐, 닫힌 자세로 그걸 놓치느냐에 달렸습니다. (253~254페이지)

 



개인적인 경험은 공감력을 키우는 큰 주제다. 문학에서도 개인적인 경험을 변주해 공감력을 키우고 좋은 작품으로 거듭나지 않나. 독자에게 책을 읽는 경험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대리 경험하는 것과 같다. 타인의 삶을 비교하고 성찰하며 미래의 삶을 계획한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그 방법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철학서를 한동안 읽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 길이 막히면 이정표를 확인하는 것처럼,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싶을 때 철학서를 읽으면 삶의 방향이 보이는 걸 느낀다. 머리를 내리치는 도끼처럼 책 속에서 배울 수 있다. 언론인 손석희의 말처럼, 또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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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집 - 기억도 마음도 신발도 놓고 나오는 아무튼 시리즈 44
김혜경 지음 / 제철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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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술집 #김혜경 #제철소


 

아무튼 시리즈에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만 있는 줄 알았더니 아무튼, 술집도 있다고? ‘기억도 마음도 신발도 놓고 나오는이라는 부제만 보아도 술꾼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 아무튼, 술집을 읽으며 술과 술집에 대한 다양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작가를 만든 세계 즉 아무튼 시리즈를 읽는 일은 이처럼 즐거운 일이다. 공감하고 웃으며 새로운 주제를 향한 기웃거림이 계속된다. 명절 전 책이나 몇 권 사볼까 하고 둘러보다가 아무튼 시리즈 중 술집을 발견했다. 김혼비 작가가 이어서 쓴 건가 싶어 살폈더니 다른 작가의 '술집 이야기'였다.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걸 반영하는 것 같다. 어렸을 적 처음 밥집이었던 술집의 기억부터 작가가 범상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글감은 가족사부터 나온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아빠와 관련된 기억을 불러오며 술집 순례가 시작된다.

 


김혜경은 술집의 이름을 그대로 말한다. 술집의 맛있는 안주부터 술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마인드까지 자칫 소설처럼 여겨지는 다양한 에피소드에 절로 흥이 났다. 집보다는 주로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김혜경이 결혼하려고 집을 구할 때도 걸어서 갈 수 있는 술집들이 모여 있는 곳, 망원동을 외쳤다고 할 정도다. 소위 단골 술집이라고 하면 술집에 관한 혹은 술버릇에 관한 에피소드 몇 개 정도 있을 터. 다음 날이면 기억이 나지 않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 그때는 많이 취한 거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도 여러 번. 하지만 술 마시는 장소, 혹은 분위기가 좋아 절주를 할지언정 금주는 못하겠다고 외친다.






 

김혜경의 술집 이야기는 독자를 북적이는 장소로 이끄는 듯하다. 사람들이 모여 있고, 저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장소에 가깝다. 홀로 술을 즐기려 찾은 장소에 김혜경 작가가 있다면 서로 건배하며 술에 관한 역사를 토론할 것만 같다. 술을 마신 다음날이면 친구가 되는 관계가 되어 있을 것 같지 않나. 거침없이 마시고, 낯선 이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술집에 관한 이야기였다.

 


술 좀 마신다는 사람은, 어쩌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잔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맥주나 소주를 마실 때 종이컵은 절대 용납 못 한다는 사람 여기 있다. 한창 캠핑에 빠져있을 때 유리로 된 소주컵을 가지고 다닌 적도 있었고, 깨지지 않는 스테인리스 컵을 사서 가지고 다녔다. 타 지역으로 여행갈 때 지금도 챙기는 컵이기도 하다. 펜션이나 리조트에 의외로 술잔 없는 경우 많다. 소주는 소주잔, 맥주는 맥주잔, 위스키잔, 와인잔 저마다 용도에 맞게 필요하지 않느냐 말이다.

 


술집은 잊고 사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잊기 위해서 마실 때도 있고, 잊어야 할 만큼 마실 때도 있다. 잊다가 잃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알코올이 다량으로 함유된 보통의 술자리는 어쩔 수 없이 휘발성이다. (중략) 그런 자리를 거듭해본 분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망각은 괜히 선물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모두의 품위 유지를 위해 적당히 흘려보내는 미덕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술자리, 그런 의식 있는 자리들의 집합소가 술집이다. (108페이지)

 


김혜경은 광고회사에 다니는 회사원, 팟캐스트 시시알콜에서 김풍문이라는 이름의 진행자다. ‘시시알콜은 술 마시며 시를 읽는 팟캐스트다. 언젠가 외로울 때 혼술하며 들어보고 싶다. 집에 가듯 술집에 간다는 김혜경을 보며 인생 참 재미있게 사는구나여겼다. 내친김에 시시알콜을 켰더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대낮에 들으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술 마시며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금요일을 애타게 기다린다. 바로 술의 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평일이 끝나는 금요일 이른 저녁부터 어떤 안주에 어떤 술을 마실까 생각하며 즐거워한다. 소주 약간을 맥주컵에 붓고, 맥주를 3분의 1 정도만 채운 소맥 첫 잔은 짜릿하다. 소맥 서너 잔을 마신 후 소주를 주로 마시는데 금요일을 그리워하는 기분을 알까. 맥주, 소주, 위스키, 브랜디, 와인 등 주종을 가리지 않고 즐기는 술꾼들의 파티는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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