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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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 작가를 처음 만난 게 해리 홀레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 <스노우맨>이었다. 추리소설을 꽤 읽었지만 북유럽 추리소설은 처음이 아니었을까. 짜릿함은 기본이고 전혀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해리 홀레 시리즈 뿐만 아니라 요 네스뵈의 작품을 다 읽어본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게 만난 해리 홀레 시리즈 중 대망의 열 번째 작품이 바로 <폴리스 POLICE>다. <폴리스 POLICE>는 어떤 작품일까? 어떤 내용을 다루었을까? 궁금할 수 밖에 없다. 그 전 작품이 <팬텀>이었다. 해리 홀레의 부성애를 부각시킨 작품. 그가 사랑했던 여자 라켈 페우케의 아들 올레그가 훌쩍 크고 망가진 모습으로 나왔었다. 그 귀여웠던 올레그가, 사랑스러운 아들이었던 올레그가 마약으로 망가진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더군다나 살인범 용의자로 말이다. 해리 홀레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머나먼 홍콩에서 올레그를 지키기 위해 오슬로로 돌아왔었다. 그리고 올레그를 구했다. 해리 홀레에게 라켈은 첫사랑과도 같은 존재다. 늘 그리워하지만 결혼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던 연인이었다.

 

 

 

<팬텀>의 다음 내용이 <폴리스 POLICE>다. 즉 경찰이었던 해리 홀레와 해리 홀레를 도왔던 많은 경찰들의 이야기. 그에 맞게 해리 홀레를 도와주었던 우리에게 익숙한 경관들의 이름이 나열된다. 여러 시리즈에서 도움을 주었던 이름 하며, 아주 잠시였지만 사랑을 느꼈던 경관들의 모습까지 만날 수 있다.

 

어쩐지 대망의 결말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경찰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새로운 해리 홀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경찰이 피해자가 되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며 우리는 해리 홀레를 기다리게 된다. 해리 홀레의 기막힌 수사 기법을 그리워하는 건 우리 뿐만이 아니다. 그를 그리워하는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 최고 책임자인 군나르 하겐과 과학수사과를 이끄는 베아테 뢴 그리고 비에른 홀름, <스노우맨>에서 활약했던 카트리네 브라트 까지 그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더군다나 오슬로 경찰청 대부분의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했던 해리 홀레를 사모하는 여성들까지 등장한다. 바로 경찰대학에서 그의 강의를 듣는 여성이다. 과연 해리 홀레는 오슬로 경찰청의 형사들에게 도움을 주게 될까, 아니면 라켈과 올레그와 약속했던 대로 형사와는 거리를 두는 강사로서의 해리 홀레로 남게 될까.

 

 

소설의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어떤 결말을 맞을까. 내가 상상했던 대로의 결말일까. 아니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의 이러한 예상을 뒤엎기라도 하듯 요 네스뵈의 반전이 준비되었다. 이 맛에 추리소설을 읽는다.

 

소설의 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떤 사건에 관계했던 경찰들이 차례로 목숨을 잃는다. 이 사건에 관계된 사람이 누구인지, 누가 경찰들을 죽이는 지가 관건이다. 과거 미성년인 소녀들을 성폭행하고 죽인 발렌틴 예트르센의 용의자로 떠오르지만 그는 교도소에서 누군가에 의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맞아 죽었다. 도대체 경찰 살인범은 누구란 말인가.

 

7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읽느라 어깨 혹은 목뒤가 아파 한나절 동안 부항뜨는 걸 반복할 정도였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결말을 예상할 수 없었기에 거의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읽었던 듯 하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 예상하지 못했던 살인자의 발견이었다.

 

 

 

모든 살인 사건엔 동기가 필요하다. 살인 사건의 동기가 무엇인가가 관건이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경관들의 죽음이 안타까웠다. 이런 걸 기대했던 게 아니었다. 주인공 즉 해리 홀레를 도왔던 자들이 살아 남아 아주 오래도록 그의 곁에 남아있기를 바랐다. 사건 현장을 바라볼 때 뭔가를 찾으려하지 말고 탐색하라던 해리의 수상 방식.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의 말이 맞았음을 떠올린다.

 

신적일 정도로 수사에 탁월한 재능을 선보였던 경찰을 그렸던 동시에 직업인으로서의 경찰, 개인으로서의 경찰의 다양한 모습을 그렸다. 경찰인 직업이지만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 실수를 반복하느냐 반복하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또한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 즉 살인 동기를 찾는 작업이 중요하다. 동기를 알게 되면 사건이 어떤식으로 이어지는지 알아챌 수 있다. 다양한 가설을 세울 수 있는 거다.

 

그럼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있다. 다음 시리즈를 예상할 수 있는 인물이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해결되지 않아 찜찜함으로 남아 있고 다음 내용을 기대하게 만든 인물, 해리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이야기도 시작될 것 같다.

 

#폴리스 #요네스뵈 #비채 #해리홀레 #해리홀레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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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 맺힘 문지 에크리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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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읽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문학평론가 김현의 글을 드디어 읽었다.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물론 핑계에 가깝지만 이처럼 읽게 되어서 얼마나 좋은가. 이미 작고한 작가이기에 그의 글을 만나지 못하는 수도 있기 때문에 이처럼 그의 산문에서 가려 뽑은 『사라짐, 맺힘』은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겠다.

 

첫 문장에서부터 마음을 울리는 감정을 가졌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것에 대한 비평을 한다는 것, 여행하며 보고 느꼈던 것들, 문화적인 다양한 생각들, 미술관을 방문하며 화가의 그림과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들로 엮여졌다.

 

작가들의 에세이가 사랑받는 이유는 작가의 생각을 고스란히 들려주는 것 때문이다. 아파트에 생활하며 땅집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어도 아파트를 고집하는 아내때문에 땅집에 대한 아름다움을 누리지 못하는 감정들. 그리고 한때 많은 아이들에게 '니네 집 몇 평이냐?'로 계급을 갈랐던 평형에 대한 일화는 그때 그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물론 지금도 빈부의 격차를 가르는 것일 수도 있다.

 

또 내가 생에 못 견디도록 싫증이 날 때 나는 또 어디로든지 가는 방황의 여행을 시도하리라. 거기에는 그러면 또 나에게 그의 내밀한 설화를 보내주는 불빛이 있으리라. 하여 나는 이 진저리 나는 생에서 순간적으로나마 '진정한 생'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16페이지)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많은 여행을 하고 비평적인 시각으로 쓴 글임에도 따스하면서도 명쾌한 사유가 들어있었다. 우린 누군가의 글을 읽고 내 삶의 한 순간을 그려본다. 직시하지 못했던 나의 속마음을 알아채기도 한다. 내가 진정 꿈꾸는 삶이 무엇인가. 생에 대한 좀더 근원적인 질문을 건네게 된다.  

 

 

 

사람의 사람됨은 그 문화적인 두께에서 나온다. 그 두께는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에 같은 처소에서 살면서 쥐는 체험의 두께이다. 나무를 자르면 나이테가 보이고 돼지의 살을 자르면 그 겹이 보이듯이 사람의 두께도 또한 조심스럽게 자르면 그 결이 보인다. (52페이지)

 

위 발췌 문장은 "'라면' 문화 생각"이라는 부분에서 라면에서 느끼는 문화적인 면과 사람의 두께에 관하여 말한다. 라면 하나에서 이처럼 문화적인 면과 사람의 두께와 결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란 매우 힘든 연상 작용인 것 같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처럼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사유를 펼친다.

 

책은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책읽기가 괴로워질 때에는 그것을 고쳐야 한다. 때때로 책읽기가 일종의 정신적 도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슴이 뜨거워질 정도로 괴로운 일이 생길 때 대개의 경우 책을 읽으면 그 괴로움이 많이 삭는다. (69페이지) 

 

책을 읽는다는 걸 즐거운 고통이라고 말하는 문장들이다. 맞는 말이다. 때로 나에게 책읽기는 정신적 도피다. 괴롭고 힘든 일이 있을 수록 책읽기에 빠져든다. 책의 내용에 집중해 있노라면 내가 가졌던 고민, 고통들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나에게 고통을 주었던 일들은 한낱 과거의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경험을 자주 해봤기에 이처럼 좋은 문장이 없다며 이 문장 만큼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 건 많은 독서가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일 수도 있다. 다만 다시한번 알리고 싶을 뿐이었다.

 

문학평론가라고 하면 만화 같은 건 아주 우습게 생각할 줄 알았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뉴스와 문화 영화를 상영하는 대신에(예전에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 뉴스와 문화 영화를 상영했다) 짤막한 만화 영화를 상영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했다. 1984년에 개봉되었던 최인호 원작의 동명 영화 <깊고 푸른 밤>을 보고 나서 드는 여러 생각들을 담은 글에서 나타낸 말이다. 그는 문학 뿐만 아니라 영화와 미술 그리고 음악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음악의 산조에 대해 말하는 부분은 과히 감탄할 만 했다. 해금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해금 연주곡에 빠져 정신없이 음원을 구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글이었다.

 

여행이란 자고로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 낯선 사람들 틈에서 비로소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이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느끼는 것들. 문학평론가 김현에게서도 느껴지는 감정들처럼. 삶의 무게, 시간의 두께, 문학과 글쓰기의 두께가 총 망라된 주옥같은 문장들의 집합체였다. 그의 글을 이제라도 읽어, 다행이다. 

모르는 사람들 틈에 있고 싶다. 매일 나무 우거진 공원길을 산보하고 싶다. 오후 7시면 카페에 나가 모르는 사람들 틈에 끼어 맥주를 마신다. 그래 네가 그토록 원하던 모든 것을 이제는 할 수 있다. 그러니 행복한가?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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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몬태나 특급열차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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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을 제대로 알기란 힘들다. 모든 사람이 말하는 좋은 작품이 내게는 아닐수도 있기 때문이다. 취향의 차이도 존재하고, 그 책을 읽을 때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자주 하는 말 중에 내가 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책이 나를 선택한다,라는 거다. 책이 나에게로 오는 것이다. 그동안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책을 몇 권 읽었지만 무척 좋다고 여기지 못했다. 이 책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에서야 비로소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매력을 발견했다. 그동안 읽어왔던 작품들에게 내가 마음을 열지 않았던 탓일까.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는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이 일본에서 꽤 많은 인기를 얻었고, 말년에 일본과 몬태나를 오가며 쓴 글을 모은 작품이다. 이 작품이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아 권총으로 자살해 유명을 달리했다.

 

작가가 말년에 느꼈을 미국과 일본의 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두 나라가 가진 차이점들을 짧은 소설로 엮은 것이다. 일본 작가의 작품 속에서 드러난 일본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그 시절에 느꼈을 일본의 사회상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들어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에서 일본 여성의 정조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미국인 젊은 남자와 일본 여성이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했을 때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말했다.

 

그 이야기 속에서 보통의 연인 사이와 함께 산다는 것의 차이점을 말하는데 어쩐지 씁쓸해졌다.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의 마음이 안타까웠달까. 남자의 집에 갈때면 늘 그의 칫솔을 썼던 일본 여성이 자기 칫솔을 욕실에 가져다 두었을때 그게 싫었던 남자의 행동. 기쁜 마음으로 욕실에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못했던 여성의 슬픔이 느껴져서였다. 이것 또한 하나의 이별의 방법일텐데 그 여성이 느꼈던 감정의 무게가 얼마나 컸을까.

 

 

 

옛날 옛적에 살기 위해 오십 개 단어만 써야 하는 난쟁이 기사가 있었는데, 그만 단어를 순식간에 다 써버렸다. 이제 그에게는 갑옷을 입고 재빨리 검은색 말에 올라타 불이 잘 붙는 숲으로 들어가서 영원히 사라져버릴 만큼의 시간만 남게 되었다. (171페이지, 「추운 왕국 기업」 전문)

 

131편으로 된 단편소설은 꽤 짧다. 에세이처럼 읽혀지기도 했다. 그만큼 작가의 마음속 이야기가 편안하게 쓰여 있었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있어 답답했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편안하게 읽혀졌을 수도 있다. 힘을 뺀 이야기라서 좋게 느꼈다고 할 수도 있다.

 

 

 

많은 작가들이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을 꼽았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 대한 매력을 여태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 작품은 정말 좋았다. 내가 제대로 그의 작품에 매력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처럼 한 작가를 만나는 것도 어떠한 계기가 필요한 것 같다. 그동안 좋다고 여기지 못했던 책들을 제대로 읽어야 겠다,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왜 많은 작가들이 그의 이름을 말했는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번역자 김성곤의 말처럼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을 읽고 싶거든 이 작품을 먼저 읽고 과거의 작품들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비로소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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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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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우리를 사로잡는다.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이라니. 어떻게 두부 모서리에 맞아 죽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때는 1944년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인 때, 한 연구소에서 이등병이 반듯이 누운 시체로 발견된다. 시체를 발견한 이즈카 이등병과 연구소의 박사 그밖의 대위와 특무첩보기관에서 나온 도네 소좌는 누가 죽였는지, 어떻게 죽였는지 미스테리다. 죽은 이등병의 후두부를 강타한 건 뾰족한 모서리로 짐작되었다. 실험실의 주변에 무기라 할 수 있는 건 저녁 간식으로 나온 두부 밖에 없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시체 주변에 떨어진 두부 조각과 둥그런 모양의 냄비 밖에 없었다.

 

모든 살인 사건에서 해결되지 않을 때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다른 방법, 다른 시선이 필요한 법이다. 밤새도록 자전거 페달을 밟았던 이등병, 어느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구조인데 누가 그를 살해했던 것일까. 정말 스파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의문이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아무래도 태평양 전쟁시의 상황이어서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더 눈에 들어왔다. 자살공격단으로 인간 어뢰를 사용했고, 페달식 에너지 추진기 즉 젊은 병사를 시켜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게 하는 장치를 개발했던 연구소의 박사는 이 장치에 병사를 가두고 폭약과 같이 밀봉해 미국 본토에 떨어지게 한다고 했다는 거다.

 

인간의 목숨을 하찮게 여겼던 그들의 잔인한 행보에 다시한번 놀랬던 작품이다. 더불어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는지 궁금하게 여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저 미스테리 소설로만 썼던 건지 태평양 전쟁 당시 행해졌던 잔혹한 실험을 고발하는 의도로 썼는지 말이다.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단편임에도 하나의 작품을 마칠 때마다 꽤 긴장하며 읽었고 결말이 궁금해 쉽게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 장편을 선호함에도 단편이 가진 재미에 빠질 수 있었다.

 

그저 무작정 사람을 죽여보고 싶다고 외치던 한 젊은 남자가 신문에서 살인사건을 살펴보다가 발견한 게 ABC 살인 사건이라는 점이었다. A 지역에서 A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과 B지역에서 B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죽었던 거였다. 현재 주식과 도박 등으로 돈을 날린 남자가 D지역의 D를 죽이기 위해 C지역의 C를 연습삼아 죽였다. 그런데 벌써 누군가 D지역의 D를 죽였다는 게 문제가 된다. 「ABC 살인 사건」의 결과는 아찔할 뿐이다.

 

반듯하게 누워 있는 여자의 입에 수직으로 꽂힌 대파와 케이크 세 조각이 놓여진 채 발견된 여자의 시체,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한지 알려주는 무시무시한 작품이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이었다. 단편 속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사내 편애」라는 작품이었다.

 

인간과 컴퓨터 운영체제의 사랑을 말했던  「그녀 Her」 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기업에서 직원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마더컴이라 불렸다. 인사고과를 장악한 프로그램의 인간미를 나타내기 위해 일종의 버그를 만들었는데 문제는 마더컴이 료이치료를 노골적으로 편애한다는 거다. 부장이 그에게 모닝 커피를 배달하기도 하고, 어떤 상사는 마더컴에게 말 좀 잘해주라는 말까지 하게 되었다. 결말은 놀랍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이라서 헛웃음을 쳤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구라치 준이라는 작가의 매력에 빠진 것 같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자국의 과거사를 미스테리 형식의 글로 나타낸 것도, 컴퓨터 프로그램의 노골적 편애를 받았던 SF 형식의 내용도 좋았다.  「ABC 살인 사건」의 경우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오마주 했다고 한다. 그 외에 밀실 미스테리로 보였던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 과 평소와 다른 바깥의 상황에 귀를 기울였던  「밤을 보는 고양이」 또한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몇 편의 소설을 펴낸 것 같아 작가의 이름이 기억에 없어 내 블로그를 검색했더니 역시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꽤 매력적인 작가인데 말이다.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에서 어수룩하게 보였지만 사건를 명쾌하게 해결했던 네코마루 선배의 시리즈가 따로 있는 것 같아 반갑다. 매력적인 작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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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나의 집 모중석 스릴러 클럽 46
정 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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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작가, 정윤. 그가 말한 가족에 대한 화두는 한국인이 가진 많은 문제점을 도출시킨다. 어렸을 때 우리집에서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나곤 했던 일들이 바로 가족간의 폭력 문제다. 만약 부부싸움을 했을 때 누군가 경찰에 신고했다면 가족의 일이라며 조용히 무마되었던 게 과거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 절대 간과되어서는 안될 문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니 이 또한 어렵다.

 

결핍을 메우기 위해 보호되어야 할 가족 구성원에게 폭력을 가한다는 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어쩌면 비겁하다. 눈 앞의 것에 눈이 어두워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흔히 말하길 폭력은 대물림 된다고 한다. 부모에게 사랑받았던 사람은 자식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법이다. 반면 부모에게 학대를 당했던 사람은 자식에게 절대 하지 않아야 할 행동임을 알면서도 부모를 답습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국에 거주하는 대학의 생물학 교수인 경에게는 백인 아내 질리언과 사랑하는 아들 이선이 가족이다. 가까운 곳에 역시 대학교수인 부모가 살고 있어도 서로 모르는 사람들처럼 지낸다. 물론 최소한의 한도내에서 할 일을 할 뿐이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가했던 폭력을 보고 자란 경은 부모와 몹시 불편한 사이다. 오래전의 한 사건이후로 더이상 어머니를 때리지는 않지만 경에게 부모는 어린 날의 상처 혹은 고통이었다.

 

 

 

 

학자금 대출과 무리한 담보 대츨을 했던 경과 질리언은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가 결국엔 집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경기 불황으로 집을 구매했을 때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팔아야 하는 경은 방이 여섯 개나 되는 부모의 집으로 들어가자는 질리언의 말을 전혀 반갑지 않다. 공인중개사가 방문한 날 숲 쪽으로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여성이 달려오고 그가 어머니 임을 발견한다. 한국말을 모르는 경은 어머니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또 아버지의 폭력이 있었다고 여기게 된다.

 

하지만 쌍둥이 형제가 어머니를 강간하고 아버지에게 폭행을 가했던 사건이 벌어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과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 온 질리언에게 화를 낸다. 이선과 질리언에게 어떠한 해도 입히고 싶지 않은 경. 그는 끊임없이 지난 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만다. 부모를 보살펴야 하지만 못내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제대로 된 직장과 큰 저택, 타인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가족이지만 문을 닫고 들어가보면 상처와 고통 뿐이라면 그 집은 안전한 곳일까. 할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장 행복해야 할 길임에도 집안이 안전하지 않다면 그것 만큼 불행한 경우도 없다. 오히려 가족이기에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 읽고 책을 살펴보니 이 책이 모중석 스릴러 클럽에 속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추리문학으로 봐야할까. 나는 순수문학으로 읽었다.

 

가족간의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이 더 어려운 법.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화해의 시도를 할 수는 없었을까. 나는 아무래도 해피엔딩의 소설을 바란 것 같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가슴 졸였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보는 것도 부조리한데 미국인의 시각을 가진 사람이 바라보는 한국인의 의식은 이해못할 일들이다. 무엇보다 가족을 중요시여기는 미국인의 시각과 부모가 한국인인 재미 한인의 불편한 시각이 부딪쳤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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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9-06-2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사건들을 만나야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