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
박순주 지음 / 정은문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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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거대한서점진보초 #박순주 #정은문고

 



일본의 도쿄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가 고서점 거리 진보초. 다양한 책에서 진보초에 관련된 글을 읽고 진보초를 거니는 나를 상상했다. 쌓여 있는 헌책 더미들. 장르별로 다양하게 구성된 서점을 구경하며 책과 노니는 기분을 가질 것 같다. 일본어를 알지 못해도 각 서점만이 가지는 특징들을 본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책 여행일 것이다.



 

아마 작년에 진보초가 배경으로 나온 소설을 읽으며 이 책을 구입했던 것 같다. 책과 서점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 또한 일본에서 거주하고 있는 저자가 직접 진보초를 찾아가 서점 대표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사진 자료와 함께 서점이 만들어진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탐구할 수 있게 했다.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 종이책을 파는 서점은 여러모로 경영난을 겪겠지만, 자신들의 특장점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손님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세계의 서점들을 방문하는 책 여행자들에게 빠질 수 없는 장소이기도 하다.



 

점점 사라져가는 서점이 현재까지 존재한다는 것, 서점을 이끌고 있다는 것은 큰 자부심일 것 같다. 100년 이상 된 서점이 코로나를 겪으며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점을 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선대부터 이어온 서점 대표들은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고 현재에 이르렀다. 서점은 문학을 비롯해 인문, 과학, 예술 분야 등 전문 서점으로 구성되어 독자들은 자기 취향에 맞는 서점을 찾아 거닐면 된다.

 



우리나라의 헌책방 거리 중 가장 유명한 장소가 부산 보수동 책방일 것이다. 몇 년 전 부산 여행 시 방문하고 좀 실망했었는데, 진보초는 어떨지 궁금하긴 하다. 광주 계림동에서 책 한 권을 찾고자 헌책방을 훑은 적이 있다. 헌책방이 꽤 많았던 거로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인터넷 서점이 헌책방도 겸하고 있어 작은 책방이 유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다.



 

책의 첫 장 <파사주 바이 올 리뷰스>라는 서점은 책장 하나를 빌려 주인으로서 책을 구입하고 재고 관리와 SNS에서 홍보도 하며 오프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한다. 이사를 하며 책을 정리했으나 아직도 많은 상태에서 이런 점은 괜찮아 보였다. 직접 책 판매자가 되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좋은 책을 선별하는 안목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종이를 소중히 한다는 것은 책을 소중히 한다는 것이다. 오래된 책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그만큼 옛날 책을 아껴 다음 세대에게 점점 확산시키는 것이다.” (243페이지)

 



개인적으로 종이책을 선호한다. 전자책에 대한 홍보를 보아도 흥미를 끌지 못한다. 눕거나 앉아서 읽을 수 있으며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는 종이책 고유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보관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다. 거실 전면, 부엌 식탁 앞 전면, 방 등에 있는 책장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버겁기도 하다. 책방 한 칸을 셰어할 수 있다는 발상이 새로웠다. 한번쯤 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진보초 거리와 서점인의 시각에서 책방을 경영하는 것과 서점만의 장르별 특징을 담았다. 물론 책방 골목 사이에 있는 맛있는 카페며 식당을 곁들여 방문해보고 싶게 만들었다. 책 여행자로 산다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유럽 뿐 아니라 세계의 책방을 다니는 에세이를 읽은 적 있는데, 책 여행을 한다는 자체로 감동이었다. 훗날 전국의 서점 뿐 아니라 세계의 서점을 돌아다니는 나를 상상해볼 수 있었다.

 


 

#하나의거대한서점진보초 #박순주 #정은문고 ##책추천 #문학 #에세이 #에세이추천 #한국문학 #한국에세이 #진보초 #서점 #고서점 #헌책방 #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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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의 한국사 한 권 - 한 줄 코드로 재밌게 읽고 평생 기억하는
서경석 지음, 염명훈 감수 / 창비교육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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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의한국사한권 #서경석 #창비교육



 

과거 우리의 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살아갈 수 있으며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의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우는 작업이다. 끊임없이 역사를 공부하면서도 자꾸 그 사실을 잊는다. 유명한 방송인이자 한국어교원 자격을 취득했을 뿐 아니라 공인중개사 자격에 이어 한국사 자격까지 취득한 서경석이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한국사에 대하여 한 권으로 집약하여 책을 펴냈다. 그동안 해왔던 한국사 강의를 바탕으로 한 그의 노력과 열정이 묻어나는 책이었다.

 



선사시대부터 삼국과 가야, 남북국과 후삼국에 이어 고려, 조선,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사건과 정국을 나타냈고, 그의 암기법 한줄코드는 우리가 공부한 역사의 주요 사건을 잊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진 자료와 삽화로 역사의 한 장면을 나타내고 왕의 업적을 숫자와 함께 연상할 수 있도록 했다.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역사 강의다.

 






저자는 이 책을 어린이와 청소년 친구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고 바랐다. 현장 체험 학습, 가족여행으로 문화재를 접했을 때 그 의미를 실감할 수 있도록 말이다. 어떤 장소에 방문했을 때 역사적인 배경을 알고 나면 장소의 깃든 내력을 기억할 수 있다. 입구에 붙여둔 해설을 보는 것보다, 누군가 옆에서 설명해준 말이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보고 듣고 읽는 일이 중요하다.



 

드라마나 영화로, 다양한 저자들에 의해 출간된 조선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편이다. 반면 선사시대나 삼국시대, 고려의 역사는 잘 알지 못한다. 그만큼 사료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의 개국 과정이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고려의 개국 과정도 재미있는데, 그중의 하나, 드라마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태조 왕건>이라는 드라마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궁예의 유명한 말과 드라마의 막바지에 왕이 되는 스토리에 지루해했었던 것도 같다.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해 매주 시청했다. 서경석이 진행하던 <느낌표>에서 일본의 경매 시장에서 발견된 김시민 장군에게 내린 교서를 국민 모금 운동을 벌여 진주시에 돌려주었다고 한다. 김시민 장군이 일본과의 진주성 싸움에서 크게 승리를 거둬 선조가 전쟁 후에 그의 공을 치하하는 교서였다. 역사의 한 장면에 서 있었던 저자가 한국사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역사적 사건을 시대에 흐름에 따라 기술했다. 깊은 내력은 알지 못하지만,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세부적인 역사서를 읽으면 더 유용할 것 같다. 초등학생들이나 중학생들 혹은 역사의 흐름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좋을 역사서다.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한국사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앞으로의 서경석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바다.

 

 

#서경석의한국사한권 #서경석 #창비교육 ##책추천 #한국사 #한국역사 #역사책추천 #한국사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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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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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늦은시간 #클레어키건 #다산책방


 

클레어 키건의 소설은 비움과 여백의 미학이 아닐까 싶다. 꽤 짧은 소설임에도 마음속 다양한 감정이 벅차오른다. 과도한 설명보다 간결한 문장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다. 클레어 키건의 소설을 읽고 나면 한동안 소설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작품의 주인공에게 이입되어 그저 가만히 있게 된다. 마음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부유하고 주인공이 느꼈을 감정을 음미하게 된다. 그렇기에 클레어 키건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작품은 표제작 2022년에 발표된 너무 늦은 시간을 비롯해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2007), 남극(1999) 등 수록된 세 편의 단편은 거의 10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나온 작품이다. 아일랜드의 역사, 문화와 더불어 여자와 남자들의 관계를 말한 작품으로 과거의 우리나라와 비슷해 한편으로 공감하고 다른 한편으로 불편한 감정이 생겼다. 여성과 남성을 가르는 차별과 폭력에 대한 단상이 이 소설의 주제다.





 

첫 번째 너무 늦은 시간은 한 남자의 일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그는 차라리 점심을 먹은 후 산책할 걸 그랬다며 후회하고, 직원들은 그에게 괜찮냐는 질문을 한다. 괜찮은가를 묻는 직원들이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저 직원을 향한 일반적인 배려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과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비로소 진실을 알 수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쓴 작품이지만, 결코 바뀌지 않는 가족과 여성을 향한 성차별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식사를 하고 있는 가족, 아빠와 남동생과 카헐은 식탁에 앉아 있고, 어머니 혼자 요리할 뿐 아니라 어머니가 자기 접시를 들고 자리에 앉으려고 하자 발을 거는 남동생과 킥킥거리며 웃는 아버지를 기억한다. 만약 아버지가 그때 웃지 않았다면, 아버지가 다른 남자였다면,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자문하는 장면을 보며 안타까웠다. 여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 남자들의 행태가 나오는 작품이었다. 아버지의 행동을 그대로 배운 남자는 연인에게도 같은 행동을 한다. 여성 혐오와 차별이 이 작품의 핵심 요소다.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은 하인리히 뵐의 하우스에서 머물며 글을 쓸 수 있는 프로그램에 선정된 여성 작가가 주인공이다. 글을 쓰려는 작가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 오고, 독문학 교수라는 남자가 집을 둘러보고 싶다며 집 앞에 와 있다고 말한다. 저녁에 다시 오라고 말한 작가는 방문할 손님을 위해 케이크를 굽는다. 차와 케이크를 게걸스럽게 먹은 남자는 작가라면서 글은 쓰지 않고 하인리히 뵐의 집에서 케이크나 굽고 있다고 질책한다. 감시 차원에서 나온 방문자의 행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언어가 과거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만약 남성 작가였어도 같은 행동을 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에 실린 남극은 추리소설처럼 위협적이며 공포스럽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집을 떠날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라는 문장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라는 문장도 다분히 역설적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가 일탈을 꿈꾼다는 것 자체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여자는 가족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도시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남편과 아들, 딸의 선물을 고르고 난 뒤 짧은 원피스를 차려입고 술집으로 향했다. 바에서 한 남자가 다가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요리를 해주겠다며 자기 집으로 데려간다. 씻는 것부터 요리, 모든 것을 다 해주는 남자가 좋아 그가 원하는 대로 짜릿한 밤을 보냈다. 하지만 소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보살펴야 했던 여자가 타인에게 보살핌을 받고, 여자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남자가 유혹한다면 쉽게 넘어갈 것 같다. 남극의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정리되지 않은 집, 식사를 스스로 하는 법이 없는 가족만 보다가 다정한 남자를 만나면 반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사람이란 믿을 수 없는 법.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어 있는 여자가 상상하는 모든 죽은 것, 혹은 남극과 죽은 탐험가들의 시체가 그녀의 마음을 가득 채울 뿐이다.

 


가부장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문화에서 점점 변화를 이끌어 왔다. 누군가의 희생과 강력한 주장이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차별과 여성 혐오의 불협화음. 그 속에서 미래를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문학 작품 속에서 찾는다. 공감과 감동, 미래를 향한 우리들의 발걸음이 짙게 배어 있던 작품이었다.

 

 

#너무늦은시간 #클레어키건 #다산책방 #다산북스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영미소설 #영미문학 #아일랜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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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씨 2025-07-2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마지막 작품 <남극> 결말 보면서 헉 했어요.
이 남자가 호텔로 다시 찾아왔을 때 쎄~하긴 했는데, 이럴 줄이야...
 
HERB for BEAUTY - 향기로운 오일이 된 식물들의 모든 것
심나래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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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포뷰티 #심나래 #에이엠스토리

 




향기로운 오일이 된 식물들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허브 포 뷰티는 아로마테라피스트인 저자 심나래가 쓴 허브의 생태, 문화, 역사, 과학을 아우르는 책이다. 평소 허브에 관심이 많아 궁금했던 내용이었다. 허브의 다양한 역사와 허브의 활용법이 자세히 나와 있어 허브와 아로마테라피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유익했던 책이었다.

 




향수를 만드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본 적이 있다. 몇 종류의 에센셜 오일의 향을 맡게 하고 네다섯 가지의 향을 블렌딩해 향수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평소 좋아했던 샌달우드와 시더우드에 뮤겟과 부케 향을 조합했더니 꽤 마음에 들었다. 다른 건 플라워 향이 강한 라벤더와 일랑을 섞은 향수를 만들었는데 내가 선호하는 향은 아니었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사용하는 향수의 기본이 되는 에센셜 오일이 만들어지는 과정, 패턴 형식으로 된 각 식물의 일러스트와 허브의 역사를 함께 읽을 수 있어 흥미진진했다.




 

인도의 의학 서적인 아유르베다에서 허브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었던 허브의 역사를 보면 고대 때부터 약용 및 치료제로 사용해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에센셜 오일을 추출할 수 있는 허브의 원산지 또한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지도를 수록했다. 에센셜 오일 추출법과 허브별 추출 부위도 다양했다. 꽃과 식물의 가지, 열매 혹은 뿌리에서 오일을 추출했다.

 






바질을 키운 적이 있다. 모양을 만들어 예쁘기도 했고, 한동안 자주 만들던 스테이크 요리 및 샐러드에 사용하려고 몇 달 정도 키웠는데 어영부영하다 죽어버렸다. ‘허브의 왕이라 불리는 바질 편을 보니 못내 안타까웠다. <동의보감>에서 바질을 나륵이라고 부르며 성질이 따뜻해 소화를 도와 속을 편안하게 하고 나쁜 기운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허브를 사용해 약용 및 치료에 이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홋카이도 후라노 지역과 제주의 보롬왓 등 라벤더 재배 지역이 많다. 보라색 꽃이 예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명소가 되는데 라벤더의 효능을 알면 더 반갑다. 라벤더가 소화 불량과 두통 완화에 효과가 있으며 휴식과 숙면을 위해 라벤더를 달인 물에 씻는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베개 속에 라벤더 잎을 넣어 잠을 자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제주 여행에서 라벤더를 한 묶음 사서 집으로 가져온 적이 있었는데, 몇 년이 지나도 그 향기가 남아 있었다. 또한 라벤더 오일을 화상 부위에 바르면 회복되는 효과가 있으며, 페스트가 유행이던 시기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라벤더를 태워 공기를 정화하는 데 사용했다고 하니 더 귀한 허브다.

 




첩보 영화에서 글이 없는 백지상태의 편지지를 불에 비추어 읽는 장면이 있었다. 백지 상태의 종이에 글씨가 선연하게 빛나는 장면을 보고 감동했었다. 영화적 장치려니 생각했었는데, 비밀 잉크로 레몬이 그 역할을 했다는 게 신기했다. 비타민 C가 풍부한 레몬은 괴혈병 치료제로도 사용했다고 하니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제라늄을 키운다. 제대로 키우기 전에는 제라늄의 냄새가 싫어 좋아하지 않은 식물이었다. 다양한 꽃을 피우는 여러 종류의 제라늄을 키우며 싫어했던 향마저 향기롭게 느껴졌다. 바쁜 출근 아침에도 꽃망울이 몇 개나 올라와 있나 확인하며 마른 잎을 따준다. 저자는 제라늄의 향을 가리켜 장미와 유사하면서도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며, 심신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스트레스 및 불안 완화에 도움이 된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가문비나무라고 불리는 스프루스는 이탈리아의 현악기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바이올린을 제작할 때 사용한 주요 목재라고 한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명명된 게 스트라디바리 가문에서 만든 악기라고 하니 더 의미있다. 우리나라의 바이올리스트 정경화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그가 제작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북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 비타민 C 결핍으로 생기는 괴혈병을 막고자 스프루스 맥주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으며, 스프루스 에센셜 오일은 공기 정화 및 살균 소독 효과가 뛰어나 기관지염과 호흡기 질환 완화에 유용하다고 하니 기억하면 좋겠다.




 

사실 이 책의 리뷰를 쓰며 많이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중요한 건 책에서 확인하시길 부탁드린다. 꽤 많은 허브의 종류를 선별해 설명하고, 원산지, 식물에 맞는 다양한 추출법과 에센셜 오일 사용법까지 기록되어 있다. 단편적으로 알던 지식이 더 풍부해진 느낌으로 한 권의 책에 허브에 관한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을 실감한다. 필요할 때마다 찾아볼 수 있는 백과사전 같다. 소장하면 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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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루비
박연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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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루비 #박연준 #은행나무

 



이제야 고백하자면, 나는 박연준 시인의 시집을 읽은 적이 없다. 시인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읽을 기회가 없었다고 해야겠다. 이것은 내가 읽은 박연준의 첫 작품. 더군다나 시인이 쓴 소설로 먼저 만났다. 이것 또한 박연준 작가를 알아가는 과정이려니 하고 생각한다. 시인이 쓴 소설을 먼저 읽으며 시적인 문장이 가득한 유년 시절의 한 소녀를 떠올렸다. 지극히 외로웠을, 그러나 루비라는 친구가 있었기에 추억할 수 있었을 여름을 떠올렸다. 무심코 다가왔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옛친구를 떠올리며 첫사랑을, 첫 이별의 기억에 침잠해 있었으리라.

 



박연준 시인이 쓴 첫 장편소설이다. 아마 단편이었다면 선뜻 읽으려고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다. 작품을 쓴 순간의 모든 것이 기록되었을 것이므로, 애타게 기다리다 조금 늦은 리뷰를 쓰게 되었다.






 

종종 유년 시절을 떠올린다. 엄마와 아빠의 기억보다는 증조할머니와 함께 앉아 있었던 장면이 선명하다. 우리 집에 찾아왔던 스님 할머니, 손님들을, 여름의 기억들이 아직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르는 건 그때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일곱 살 소녀 여름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고모의 집에서 자라며 예민한 고모의 시선에 거스르지 않게 책을 필사하며 사촌 겨울 언니랑 지낸다. 겨울이라는 이름을 가져서 고모의 피아노 학원도 겨울 피아노 학원이다. 여름은 갖지 못하는 이름이다. 예를 중요시하는 고모 때문에 하루하루가 길고 피로해 스스로 작은 회사원같다고 말하는 소녀의 여정을 따라간다.



 

아빠가 젊은 새엄마와 함께 집으로 들어오며 여름의 다른 생활이 시작된다. 여름이 빨간불일 때 건너온 게 루비였다. 루비는 거침없이 다가와 여름을 사로잡았다. 그때부터 여름은 루비에게 다가가고 멈추었으며 또 외면했다. 루비가 여름에게 안녕을 고했을 때 비로소 루비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영원히 내 곁에 머물 거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어느 순간 아무 이유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게 사람과의 관계인 것 같다. 때로는 쓸쓸하고 때로는 외로운 시절을 견디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유년이 시절이라는 것. 유년은 시절(時節)’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 멈추거나 끝나지 않는다. 돌아온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 컸다고 착각하는 틈을 비집고 돌아와 현재를 헤집어놓는다. 사랑에, 이별에, 지속되는 모든 생활에, 지리멸렬과 환멸로 치환되는 그 모든 숨에 유년이 박혀 있다. 붉음과 빛남을 흉내낸 인조보석처럼. 박혀 있다. 어른의 행동? 그건 유년의 그림자, 유년의 오장육부에 지나지 않는다. (80페이지)

 



어린 날의 여름이 바라보는 루비뿐 아니라 여름 주변에서 느껴지는 여자들의 분노를 말한다. 이를테면 고모와 할머니의 분노다. 할머니는 자기의 분노를 의자에서 하염없이 앉아 있는 거로 풀었다. 고모의 분노는 모아놨다가 한번에 터트렸다. 또한 고모는 내적인 것보다 외적인 것에 신경을 썼다. 타인이 볼 때는 남부럽지 않은 가족이었으나 생활비를 주지 않은 고모부, 겨울 언니에게만 허락되었던 돈에 목말라했다. 그리고 새엄마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새엄마, 아빠와 있을 때와는 다정한 엄마였으나, 새엄마도 한 사람의 여자였음을 보여주었다.



 

시간이 흐르며 루비의 기억은 희미해졌을 테지만, 그럼에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던 건 루비가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여름의 삶에서 사라져 만나지 못한 시간을 찢어진 페이지라고 명명했다. 루비와 만나지 못했던 시간, 루비의 기억을 떠올리는 작업은 찢어진 페이지를 찾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새엄마가 낳은 아기 학자를 사랑하는 여름에게 새로운 미래를 향한 발걸음임을 알 수 있었다. 기나긴 여름, 그리워지는 겨울. 누군가는 지루하고 괴로울 테지만, 지나간 것은 언제나 아쉬운 법. 오늘을, 이 순간을 잘 살아가자는 말밖엔 할 말이 없다.

 



 

#여름과루비 #박연준 #은행나무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문학 #한국소설 #장편소설 #장편소설추천 #시적인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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