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한의원
배명은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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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한의원 #배명희 #텍스티

 

몇 달 전 새집으로 이사 후 심적으로 부담이 되었던지 일주일가량 귀신으로 추정되는 이에게 혼나는 꿈을 꾸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에게 뭐라고 하는 꿈이었다. 오래전 이사 간 집에서 첫날밤을 자는데(하필 그날 남편은 일주일간 교육을 떠났다.) 밤새 묘지를 헤매는 꿈을 꾸었다. 다음 날 출근해서 물어보니 아파트가 지어진 장소가 예전에 공동묘지였다고 했다. 또 다른 하나, 친척 아주머니랑 할머니 그리고 내가 함께 묘지를 걸어 다니던 꿈을 꾸었다. 며칠 뒤 아주머니 딸에게 전화가 왔는데 꿈을 꾸었던 날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나한테 잘 있으라는 인사를 하러 오신 건가. 소설들처럼 내가 귀신을 보는 것인가.



 

오래전 <전설의 고향>이라는 드라마가 방영할 때 귀신이 나오는 내용을 못 봤다. 보고 나면 밤새 꿈이 뒤숭숭해서였다. 어떤 집에서는 혼자 잘 때 안방 코너에서 귀신이 나를 내려다보는 꿈도 꾸었지만, 지금은 어떠냐고? 보지도 않을 뿐더러 봐도 괜찮은 편이다. 그래서 일까. 수상한 한의원에 귀신이 나온다고 하니 소설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다. 디테일이 뛰어났으며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이었다.





 



실력은 뛰어나나 성격이 좋지 못해 제일한방병원 부원장 자리를 빼앗긴 한의사 승범은 병원을 그만두고 우화시로 내려와 한의원을 차렸다. 건너편의 수정 한약방은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승범 한의원만 한가했다. 한약방을 바라보다가 수상한 낌새를 발견했다. 귀신이 한약방을 드나드는 거다. 아주머니 귀신 공실이 다가와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면 귀신 하나당 사람 환자 열 명을 데려오겠다고 했다. 돈에 눈이 먼 승범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한약방으로 찾아가 귀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치료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한약방에서 귀신을 치료한다고? 귀신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궁금한 승범에게 공실은 그들의 한을 풀어주는 게 치료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산에 사는 할머니를 찾아가 음식을 해주고 약을 다려주는 수정을 따라가 그걸 지켜본 승범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계속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사연이 있는 법이다. 귀신들도 사연이 있어 한을 풀어달라고 찾아오는데 살아있는 사람은 오죽하랴. 수정이 귀신들을 치료하는 이유가 밝혀지는데, 어쩐지 애틋하다. 소설이니까, 소설 같은 상상을 했던 거 같다. 살아 있는 누군가가 수정이 애타게 찾는 사람이 아닐까. 아주 가까이에서 수정과 티격태격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기우였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몰래몰래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화시에 처음 왔을 때 승범은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어른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은 그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싫어하는 법이다. 친절한 의사에게 가서 치료받고 싶은 건 당연하지 않나. 돈 보다는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는 승범의 모습은 그가 의사로서 성장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후 한의원이 북적거리는 건 당연하다.

 



여기에서 궁금한 게 있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겠지만, 귀신들의 사생활 혹은 사연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거다. 작가가 자료 탐색과 주변 이야기를 들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귀신이 원하는 바, 한이 서려 있는 에피소드 등 귀신 이야기에 특화된 작가라고 해도 되겠다.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더 볼거리가 많은 이야기가 될 거 같아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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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코스트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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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코스트 #테스게리첸 #미래지향

 

스파이 영화에서 제일 사랑받았던 게 007시리즈다. 남자 배우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으며 유명한 여자 배우 또한 본드걸로 등장하여 짜릿함을 주었다. 나는 007시리즈보다 제이슨 본 시리즈를 특히 좋아했는데 맷 데이먼 때문이기도 했다.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며 보았다. 본 시리즈는 다 챙겨보았던 듯하다. 미스테리나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여 자주 챙겨보는 편이다. 아마도 나는 짜릿함을 즐기는가 보다.

 


메디컬 스릴러의 여왕이라고 일컫는 테스 게리첸의 소설은 처음이다. 007시리즈에서 은퇴한 제임스 본드를 보는 느낌이었다. CIA에서 활약했던 첩보원들은 은퇴한 뒤에는 CIA에서 제공한 안전가옥에서 지내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 같다. 비록 위장 이름이 있지만 얼굴이 알려진 그들을 찾아내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일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전직 CIA 요원이 주인공인 소설로 미국의 메인주의 시골에서 닭을 키우는 여성의 활약을 나타낸다.




 


60세의 매기 버드는 시골 마을에서 닭을 키우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이웃집 소녀와 할아버지와 왕래도 뜸하다. 어느 날 CIA에 속한 젊은 여성이 찾아와 예전에 시라노 작전에 참여했던 사람을 찾아달라는 도움을 요청한다. 그 후 매기의 집 앞에 시체가 발견되며 과거 CIA의 전직 요원들이 마티니 클럽을 결성한다. 그들은 마을 경찰보다 한발 앞서 정보를 모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경찰서장 대행 조 티보듀를 앞서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경찰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것이다.


 

의사 출신 작가라고 해서 메디컬 스파이 소설인 줄 알았다. 물론 매기가 첩보요원 신분에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데 그가 의사이긴 했다. 요원들은 정체가 드러나지 않기 위해 다른 직업의 종사자로 나온다. 회사 홈페이지는 패션 관련 수출입 담당자로 사진까지 등재되어있을 정도다. 태국의 허름한 식당에서 만난 남자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만 하는 복잡한 내면의 심리가 디테일하게 표현되었다. 스파이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로맨스다. 첩보 요원은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한 삶을 꿈꾸기가 어려운 직업이다. 사랑했던 사람을 향한 애틋한 감정과 이웃집 소녀에 대한 연민이 제대로 표현되어 있었다.

 


과거 시라노 작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시체로 발견됐다. CIA에서 은퇴한 노쇠한 사람들로 구성된 이들의 활약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기에 즐거웠다. 현직에 있는 요원들만 첩보 업무를 제대로 하는 건 아니다. 비록 행동은 느려도 각자가 가진 비범한 두뇌로 자신을 쫓는 자가 누구인지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그런 짜릿함이 살아있었다. 아울러 은퇴한 요원들로 이루어진 마티니 클럽의 재결성도 기대해볼 만하겠다. 그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바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비록 요원으로 활약할 때는 업무에 바빠 자신의 삶을 살 겨를이 없었겠으나 은퇴 후 함께 활동했던 요원들과 시골 마을에서 어울려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감정을 조금씩 잊지는 않을까.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일 터이므로 필요한 존재로 살아가도 되겠다.

 


마지막 반전이 의외였다, 매기가 사랑했던 대니가 살아 있기를 바랐던 거 같다. 비록 스파이로 판명이 나도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 위안이 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했다. 복수에 눈이 먼 사람에게도 한때 자기를 챙겨주었던 마음을 잃지 않았다는 게 의외였다. 냉철하면서도 따뜻함을 가진 사람을 보았다. TV 시리즈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궁금하다. 마티니 클럽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가 클 것 같다.

 

 

#스파이코스트 #테스게리첸 #미래지향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영미문학 #영미소설 #스파이소설 #스릴러 #스릴러소설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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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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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때에야보이는것들이있습니다 #슈테판츠바이크 #다산초당


 

친구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대체로 모른척한다. 나 같은 경우는 본인이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인데 당사자가 받아들일 때는 서운하기도 할 거 같다. 모른 척해주었으면 하는 것과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네는 방법 중 어느 것이 맞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친구를 놓치는 경우도 생기는 거 같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말처럼 굴욕이나 수치심으로 영혼을 다친 사람에게 주저 없이 다가가는 용기가 필요한 것임을 말이다. 무엇보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공감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짧은 에세이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컸기 때문이다. 세계 석학들이 사랑한 작가의 미공개 에세이는 그의 생애 마지막 2년의 기록이다. 전쟁 시기에 느꼈던 작가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으며 돈의 가치가 하락한 시대에 느꼈던 돈의 의미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다. 더불어 살아갈 용기를 준다.




 


돈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작품이 걱정 없이 사는 기술이다. 츠바이크가 반려견 카스파와 함께 나선 산책길에서 만난 사람이 안톤이다. 그는 허름한 옷차림으로 걷다가 개에게 다가와 몸에 진드기가 묻었다며 떼어주고 무심히 떠난 사람이다. 그는 마을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왔고 물건이든 돈이든 필요한 만큼만 받을 뿐 이상의 것은 받지 않았다. 아울러 안톤처럼 살아간다면 부조리가 반복되는 사회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른다고 츠바이크는 말했다.


 

츠바이크는 전기 작가로도 유명하다. 마리 앙투아네트메리 스튜어트, 마젤란등의 전기를 썼다. 그가 로댕과의 에피소드를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츠바이크가 옆에 있다는 것도 잊은 채 궁극적 목표를 향해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와 동시대 사람이었다니, 또한 인연이 있었다는 게 반갑고도 신기했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우리는 이런 폭력 앞에서 남들은 모르는 끔찍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우리가 쓰고 생각하는 언어와 똑같은 언어로 이 법령들이 작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작품으로 봉사하고자 했던 바로 그 독일 문화를 빙자하여 이런 잔혹함이 자행됩니다.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나라가 우리 조국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114페이지)

 


작가로서 히틀러의 행태를 안타까워하는 게 엿보인 문장이다. 블라스코 이바녜스의 소설에서 하르트로트의 아이디어가 히틀러를 통하여 독일인의 독일 신념이 되었다는 거다. 어떤 책에서 히틀러가 미국의 인종 차별에 관한 역사를 차용했다고 읽었던 것 같기도 한데 츠바이크는 25년 만에 읽은 하르트로트가 반미치광이가 아니라 현실적인 캐릭터였다고 했다. 이로써 블라스코 이바녜스의 소설이 세계를 위협하는 시초가 되었다고 말이다.

 


츠바이크의 에세이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전쟁을 바라보는 작가로서의 침묵과 침묵으로 인한 억압과 공포에 대하여 말했다. 삶의 의미는 이처럼 불시에 깨닫게 된다. 울부짖음에 가깝다. 그 사실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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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본 남자
데버라 리비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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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을본남자 #데버라리비 #민음사

 

책을 다 읽고 한 달 가까이 지났다. 그동안 리뷰를 쓰려고 노트북을 켰으나 한 문장도 나아가지 못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도 잊어버렸다. 다시 책을 들여다보니 그제야 조금씩 보이는 것이 생겼다. 신간이 나오면 훓어보곤 하는데 아마도 제목이 인상적이었거나 아무튼, 사전의 홍한별 번역자 때문이었던 듯하다.


 

소설의 주인공 솔 애들러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솔 애들러가 어떤 사람인지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사진작가 제니퍼 모로를 사랑하는 것 같았으나 습관처럼 다른 사람에게 한눈을 파는 모습이 낯설었다. 1988년의 솔 애들러가 런던의 애비 로드의 횡단보도에 섰을 때 차 한 대가 멈추지 않고 다가와 엉덩방아를 찧었을 때 차에서 다가온 남자가 육십 대의 울프강이었다. 울프강은 왜 나이를 묻고 솔을 빤히 바라보았으며, 제니퍼의 나이를 말하자 어린 여자친구가 있어 좋겠다고 했는지를 책을 다 읽고서야 기억해냈다.





 

제니퍼 모로의 의도대로 애비로드에서 걸어가는 사진을 찍은 뒤 결혼하자고 청했으나 단번에 이별을 선언한 장면에서 제니퍼의 마음은 어떤 거였을까. 아마도 솔 애들러를 꿰뚫어 보지 않았을까.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혼재하여 독자들도 솔 애들러를 따라가느라 마음이 바빴다.


 

솔 애들러가 통일되기 전의 동독에 연구차 방문했을 때 모든 동유럽 언어 능통자이자 통역자, 감시자인 발터 뮐러의 만남은 의미심장하다. 솔 애들러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인물이기도 하고, 발터의 동생 루나와도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 전에 파인애플 통조림이 있다. 1988년의 동독은 필요한 물건을 마음대로 구할 수 없었다. 런던에서 파인애플 통조림을 가져가기로 했으나 놓쳐 루나와 발터의 어머니를 실망하게 하는 물건이다.

 


갑자기 미래를 보는 솔 애들러는 발터 뮐러에게 1989년에 동독과 서독으로 나뉜 벽이 무너질 거라는 걸 알지만 말을 삼간다. 또한 그가 세 가지 토마토를 심는 모습도 보인다. 어떤 남자와 함께 토마토를 심고 가꾸는 모습은 솔 조차 낯설었다.

 


서른 살과 쉰여섯 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183페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내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했나, 하면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쉰여섯의 그에게 사람들이 찾아와 친절하게 대하고 아기 다루듯 보살피는 모습도 낯설다. 그는 과거의 어느 시점에 갖혀있는 듯하고 좀처럼 과거의 기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거야, 제니퍼 모로. 우리는 젊고 어리석고 경솔했지만, 그래도 난 한순간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이런 거야 솔 애들러.” 제니퍼는 여전히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너는 너무 무심하고 다른 데에 가 있곤 해서, 나로서는 너에게 가닿는 유일한 길이 카메라를 통하는 것이었다.” (276페이지)

 


통일되기 전 동독에서의 기억과 통일 후의 발터와의 만남, 그의 곁을 지키는 제니퍼의 무심한 배려는 그의 다른 여정을 예상하는 것 같았다. 그는 늘 애비로드를 걸었고, 걸을 때마다 일이 생겼다. 마치 그의 앞날을 예상이라도 하듯. 젊음은 한순간이라고 말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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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김영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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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이름은어디서왔을까 #김영희 #행성B

 

어릴 때부터 숲에 머무는 것을 좋아했던 저자는 국립수목원에서 근무하며 산림교육 전문가가 되었다. 어릴 적 숲에서 만난 쇠뿔현호색에 이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러한 이력을 저자의 가끔은 숲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를 읽고 알게 되었다.

 



식물을 기르면서 식물에 대한 사랑이 커졌다. 자라는 모습,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는 걸 보며 기쁨을 느꼈다. 나무나 화초뿐 아니라 텃밭에 자라는 작은 식물들까지 관심을 두게 되었다. 아주 작은 꽃을 피운 식물을 눈여겨보고 사진을 찍어 이름을 검색해보곤 했다. 식물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지식을 넓히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김춘수 시인의 이라는 시에서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고 했다. 이처럼 이름은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자기의 존재를 표현함과 동시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도 이름을 먼저 물어보는 이유와 같다. 저자가 명명한 쇠뿔현호색을 찾아보고 그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쓴 것처럼 말이다.

 



식물의 이름을 알고 싶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며, 곧 그들과 사랑에 빠지겠다는 열린 마음입니다. 이름을 알고자 하는 당신의 마음은 그 자체가 이미 사랑입니다. (11페이지, 프롤로그 중에서)

 



봄이면 도로변에 하얗게 핀 꽃을 보며 이팝꽃인지 조팝꽃인지 항상 헷갈렸다. 텃밭 돌담 앞에 삼색 조팝나무를 심고 나서 그 구분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누군가 물어보면 정확하게 설명해줄 수도 있다. 이처럼 이름이라는 것은 알고 나면, 작가의 말처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또 한 가지 알게 되었다. 그해 이팝꽃이 많이 피면 쌀농사가 풍년이라는 말이다. 고봉으로 담은 쌀밥 같다고 해서 이팝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유를 생각하니 우리 어렵게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텃밭에 독일 장미 등을 심어 가꾸고 있다. 사계절 피는 장미라 꺾어 집에 가져와 꽃병에 꽂아 봤으나 집에서는 금방 시들어버렸다. 햇볕 때문인 것도 같은데 그 뒤로 장미는 꺾어오지 않는다. 봄이면 텃밭 냇가에 하얀 찔레꽃이 피어 향기를 전한다. 전에는 그게 찔레꽃인지도 몰랐다. 여동생이 가르쳐주어 찔레꽃이란 걸 알게 됐고, 검색해보니 장미과에 속했다. 저자가 찔레꽃을 가리켜 청순한 들장미라고 표현한 부분이 좋았다. 앞으로 찔레꽃이 필 때면 들장미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정원이나 공원에 가면 보라색과 노란색으로 된 꽃창포를 볼 수 있었다. 나는 그게 단옷날 머리 감을 때 사용한다는 창포인 줄만 알았다. 창포와 꽃창포가 학명과 속명이 다를뿐더러 창포에 비해 꽃이 아름답다고 하여 꽃창포라 불린다. 노란꽃을 피우는 노랑꽃창포나 보라색 꽃창포를 보면 비교해봐야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 식물의 이름을 알고 나면 식물에 대한 애정이 더 솟는 법이다. 식물의 이름에서 비롯된 학명과 쓰임, 자생지 등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된다. 더불어 식물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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