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땅
김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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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작가가 최근 우리의 아픈 역사를 말한다. 인간 존엄의 역사를 바라볼수 있다. 이 소설은 1937년의 강제 이주 가족들의 이야기다. 김숨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깊게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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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자주 가던 책방에서 소설 한 권을 발견했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라는 제목을 가진 소설이었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말하는 소설을 읽고는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았으나 오래전 출간한 작품 한 권밖에 없었다. 전작을 읽고서 작가의 신작에 목말라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뒤에야  『잠옷을 입으렴』이 출간되었고, 또 몇 년의 시간이 지난 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출간되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출간하자마자 구입해 홍콩 여행시 숙소에서 책장을 넘기는 걸 아쉬워하며 읽었었다. 지금 그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사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 드라마로 방영된다면 더 아름답겠다고 여겼으나 아직까지 드라마화되지 않았다. 


이렇듯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잠옷을 입으렴』,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라는 소설을 쓴 작가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의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표지 또한 마치 첫사랑을 소환하듯 연한 핑크빛이다. 산문집에는 나뭇잎소설이라 하여 짦은 소설이 아홉 편이나 수록되어 있어 이도우 작가와 더 가까워지는 듯 하다. 작가가 소설을 쓰며 드는 생각들을 마주할 수 있어서다. 작가가 바라보았던 시선과 생각들이 소설 속 주인공의 상황으로 그대로 나타나는 것과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소설 속 인물들의 생각에 이입되었다. 마치 세 소설의 주인공들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까지 한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은섭이 쓰는 굿나잇 책방의 블로그 비공개 글을 사랑하였다. 책방에 들여온 신간 소식과 굿즈에 대한 생각, 무엇보다 좋아했던 건 해원에 대한 마음을 쓴 글이었다. 목해원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들을 고스란히 표현했는데 아마도 그 설렘이 좋았던 것 같다. 또한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의 공진솔과 이건 피디의 애틋함은 사랑을 바라보며 드는 감정들과 라디오가 주는 감동이 컸다.  『잠옷을 입으렴』은 또 어땠나. 둘녕이라는 이름과 수안이라는 이름이 주는 어린 날의 기억때문에 아련하였다. 


소설을 쓰는 건 그래서인 것 같다. 정든 대상을 혼자서 보고 느끼기엔 아쉬워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 기왕 들려준다면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 '우리 마을에 작가고 아담한, 무슨 사연이 숨은 듯한 폐가가 있습니다. 그 폐가를 어떤 청년이 빌려서 책방을 열었습니다.'라고 쓰고 싶었다. (27페이지)



 


책과 영화를 보며 끝없이 타인의 삶과 만나는 건 이런 간접경험에 대한 욕구가 아닐까. 르 클레지오의 말처럼 '나는 나의 인간성과 나의 육체를 떠나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우리를 끊임없이 타인의 삶과 고백 속으로 탐험하도록 밀어 넣는 것 같다. (75~76페이지)


산문집은 작품의 주인공들과 함께 하는 추억의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을 작가의 개인적인 느낌으로 바라볼 수 있어 더 생명력을 얻는 느낌이랄까. 사람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삶을 기억하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 이야기에 빠져 있다 보면 내가 가진 시름은 저만치 물러나는 느낌이고 새로운 인물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느낌때문이다. 


기말고사 시간에 단편 소설을 읽고 8절지에 요약해서 쓸 것과 다시 16절지만큼 요약할 것, 그리고 8절지에 쓴 것과 16절지에 쓴 요약본의 차이점과 공통점에 대하여 16절지 만큼 요약하라는 시험에 대하여 말하였다. 인터뷰 글들을 써서 편집자에게 건네면 사진 사이즈때문에 글을 줄여달라는 전달을 받았던 일화를 말했다. 이것을 네 박자 리듬의 글쓰기라고 표현했는데 작가가 줄여 쓴 문장을 읽고 있으면 줄여쓴 문장이 더 아름답다는 느낌을 가졌다. 글쓰는 작가로서 고민과 생각들을 말하는 부분이 많았다. 



 


책 한 권을 낼 때마다, 다음 작품은 더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명작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능한 한 오래 사랑받을 가치 있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하지만 마음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쓰는 동안 스트레스는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땐 멍하니 은퇴 후를 상상해본다. 글쓰기에서 한 발자국 멀어지면 오히려 글이 주는 기쁨을 더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249페이지)  


작가의 소설을 더 자주 읽고 싶다. 그러러면 부지런히 소설을 써야 할텐데, 작가가 말하길 아주 느린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느리게 쓴 작품이지만 작품 속에 녹아든 작가의 모든 감정들, 사물이나 인간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 좋다. 그래서 더 아쉬운 마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작품을 더 자주 보고싶다는 것. 작가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산문집도 좋지만, 작가가 창조하여 빚어내는 새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어서 만나고 싶다.  


#밤은이야기하기좋은시간이니까요  #이도우  #위즈덤하우스  #사서함110호의우편물  #잠옷을입으렴  #날씨가좋으면찾아가겠어요  #책추천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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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이토는 『달팽이 식당』과 시골에서 대필가로 활동하는 따스한 이야기 『츠바키 문구점』과 그 다음 이야기 『반짝반짝 공화국』으로 작가의 책을 읽으면 마음이 어느새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한다. 이 책은 작가가 『츠바키 문구점』을 쓸 당시 약 1년 간의 글을 모은 에세이다.

 

 

봄이면 집안에 꽃을 피울 수 있는 화분을 들여놓곤 하는데 언젠가 하얀색 꽃을 피우는 히아신스와 수선화 구근을 사다 심었었다. 그 다음해에 또 꽃이 피는 걸 바라보며 죽지 않고 살아난 게 마냥 신기했다. 오가와 이토는 히아신스 구근을 사다 심어 조금씩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정경을 그렸다. 히아신스 향을 제대로 맡아본 기억이 없는데 저자는 꽃은 좋아하나 향은 아니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인공 방향제를 가리켜 향이 아니라 악취라고 표현했다. 나도 한때 인공적인 향이 좋아 빨래를 할 때도 섬유유연제를 꼭 사용했고 향수도 매일 뿌렸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기분이 아주 우울할 때만 뿌리곤 하는데 인공적인 향보다 더 좋은 게 자연의 냄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햇볕에 바짝 말린 햇볕 냄새를 아는지. 그것처럼 청량한 향이 없다.

 

 

작가는 유리네로 뇨키를 만든다. 삶은 유리네를 바싹 구워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뿌려 트뤼프 소금을 살짝 넣어 만든 간단한 요리다. 유리네가 무슨 식재료인지 궁금해 검색해보니 백합근이라고 하는데 백합뿌리를 먹는다는 얘기인가. 더군다나 그가 키우는 개 이름도 유리네다. 같은 뜻으로 쓰인 건지 다른 뜻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츠바키 문구점』을 읽어서인지 그 소설의 교정을 보는 과정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가만히 소설 속 정경을 떠올렸다. 연필과 지우개와 빨간 펜을 사용해 열심히 교정하고 있을 작가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소설 속 대필가였던 포포가 쓴 글씨가 좋아 몇 번이고 손으로 따라 써보았었는데 작가 역시 글씨 쓰기 수업을 받았으며 연습한 일화를 말했다.

 

 

내가 지양하는 것은 틈.

시간에도, 공간에도, 인간관계에도 틈을 만들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생각 없이 살다 보면 물건은 계속 늘어나니 의식해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요 없는 물건은 손에 넣지 않는다. 집에 들이지 않는다. 인생에 덧붙이지 않는다. 이런 의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25페이지)

 

 

『츠바키 문구점』 책이 나오고 몇 번의 행사를 거치고 난 후 작가는 여름을 독일에서 보내기 위해 냉장고의 음식을 서서히 비우기 시작했다. 뮌헨에서 두 달, 베를린에서 두 달을 보낸뒤 귀국하게 되는 일정이었다. 『마리카의 장갑』의 배경이 되었던 라트비아를 방문했던 이야기를 한다. 라트비아에서 샀던 꿀로 만든 영양크림과 꿀비누가 좋은 이유를 말한다. 보존료를 넣지 않았고, 천연 재료로 만든다. 또한 라트비아에 갈 일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이 '에비야'라는 연고다. 꿀을 사용한 만능 연고로 화상, 찰과상, 생채기, 벌레 물린 데 등 어디에나 사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마리카의 장갑』을 읽을 때도 아름다운 라트비아의 풍경을 그렸지만 이처럼 일상에서 라트비아를 느낀다는 건 큰 기쁨일 것 같다.

 

 

개를 데리고 펭귄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편과 독일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애견 미용에 관한 베를린과 도쿄의 다른 점을 말한다. 내 주변에도 개를 키우는 친구들이 많아 애견 미용실에서 미용을 했다는 말을 자주 들었었다. 도쿄도 우리와 다르지 않는 모양인데, 베를린에서 언어 장벽 때문에 유리네의 미용에 대하여 고민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일본인 애견 미용사가 베를린에 있어 든든하다는 표현을 했다.  

 

 

고양이를 키우며 느낀 게 꼭 아이를 키우는 것 같다는 거다. 나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고양이의 성격 또한 처음 데리고 왔던 딸의 성격과 아주 비슷하다. 놀아달라고 떼쓰고 모든 물건들을 발로 차고 다니며 호기심이 왕성하다. 또한 놀아달라며 내 발을 물기도 하는데, 잠이 오면 잠투정을 하듯 내 곁을 서성거린다. 이러한 것들을 작가에게서도 느꼈다. 키우고 있는 개 유리네가 아파 계속 설사를 했다. 밤중에도 두세 번은 화장실을 가는데 저자는 반사적으로 일어나지만, 아빠들은 원래 그런건가. 쿨쿨 잔다고 했다. 아이 어렸을 때 배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어 울어 젖힐때 나는 그야말로 반사적으로 눈이 떠져 아이를 돌보지만 남편은 쿨쿨 잤었다. 어쩌면 그럴 수 있나 의문이 들었었는데 유리네의 아빠 또한 남편과 다르지 않았나 보다. 남자는 어째서 이럴까, 하며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를 말하는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올해를 휴식의 해로 잡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었다. 그동안 마음껏 휴가를 내지 못해 가지 못했던 유럽 여행도 가려고 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하늘길이 막혀 옴싹달싹 못하고 있다. 뮌헨과 베를린 그리고 라트비아에서 겪었던 일들을 글로 읽고 있노라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펭귄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펭귄에게 저녁 약속이 있으면 와인 한 잔과 간단한 안주로 저녁을 대신하는 삶에서 삶이란 복잡하게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보통날들. 그 속에서 발견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글이었다.

 

 

#양식당오가와  #오가와이토  #위즈덤하우스  #츠바키문구점  #반짝반짝공화국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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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의 초기작이 사회파 미스테리를 다루었다면 최근의 소설은 휴머니즘을 말한다. 그래서 자꾸 그의 소설을 찾아 읽는다. 그가 말하는 휴먼 미스테리를 보며 우리가 살아갈 방향을 생각한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정의를 말하는 소설을 읽으며 수많은 질문을 자신에게 건네고 있었다.

 

만약 여러분의 가족이 뇌사 상태에 빠져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살아 있다고 믿을 것인가, 죽었다고 여길 것인가. 무엇하나 딱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게 가족에게 닥친 비극 때문이다. 담당 의사는 심장은 뛰지만 뇌사 상태로 보이며 장기 기증에 대해 묻는다면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혼을 합의한 부부에게 위기가 닥쳤다. 곧 초등학교에 입할할 미즈호가 수영장의 물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다. 너무도 가슴이 아픈 부부는 여러가지 생각을 거듭하게 되고 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장기 기증을 하기로 했다. 마지막 인사를 할때 마치 대답을 하듯 움직이는 딸의 움직임을 느낀 부부는 아이는 살아있다며 연명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금전적인 이유때문에 이혼은 하지 않기로 하고 가즈마사와 가오루코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뇌나 경추가 손상된 환자의 뇌를 연결해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던 회사의 직원 호시노의 도움을 받아 수술을 했다. 미즈호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지 않고 호흡을 할 수 있으며 움직이는 장치를 연결해 미즈호의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한다. 누워서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는 미즈호는 살아있는 것처럼 그렇게 가오루코의 보살핌을 받았다.

 

엄마인 가오루코에게는 그토록 소중한 딸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몇 년동안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미즈호는 살아있는 상태인지, 죽었다고 봐야할지 주변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기도 한다. 가오루코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미즈호의 담당 의사는 상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뇌사 상태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지쳐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연명치료에 대한 선택을 앞두고 고민한다. 자가호흡을 하지 못할때 인공호흡기를 끼어야 하는지, 심장이 멎었을때 심폐소생술을 해야할지 질문앞에서 여러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미즈호의 엄마인 가오루코의 선택에 공감을 하면서도 과연 미즈호가 살아있다고 봐야하는가, 다른 사람의 의견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의 의견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장기기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수많은 아이들이 장기 기증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이들의 장기 기증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아이를 두 번 죽이는 것처럼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역시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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