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이 -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모드 쥘리앵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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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문득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건네본다. 내가 원해서, 내 선택으로 지금에까지 왔다. 만약 누군가의 강력하고도 계획적인 상황하에 갇혀 선택이라는 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삶을 산다면 어떨까. 이 세상에는 우리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누군가를 납치하여 감금상태로 자기의 아이를 낳게 한다거나 몇십 년 동안 감금 상태로 지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언젠가 본 소설 『룸』에서도 그러한 내용을 다루지 않았나. 나는 모드 쥘리엥의 에세이도 그것처럼 그럴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아버지는 친아버지다. 자기가 원하는 딸을 만들겠다는 비뚤어진 생각으로 전기가 흐르는 철책이 있는 집에서 감금하다시피 딸을 키웠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책은 그 소녀의 이야기다. 서른네 살의 루이 디디에가 아마빛 머리카락을 가진 여섯 살 자닌을 아버지인 광부의 허락을 받고 데려왔다. 자닌을 학교에 보내고 대학교육까지 시켰다. 그 이유는 완벽한 아이를 위한 교사로서의 역할을 위해서였다. 자닌이 대학을 졸업후 준비가 되었다고 여겼을때 자신의 아이를 낳게 했다. 그 아이가 바로 모드 쥘리엥이다. 



세 살때부터 육중한 철책 문이 있는 집에서 갇혀 살게 되었다. 교육은 엄마로부터 받았으며 문학과 글쓰기, 철학 등을 배웠다. 아버지에게서는 독일어를 배웠고 모든 악기를 연주하길 바랐기에 피아노, 아코디언 등을 음악 선생을 통해 배웠다. 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게 각종 훈련을 받았다. 정원 일과 지하실, 혹은 청소 등을 스스로 해야 했으며 인부를 불렀을 때도 그들을 도와야했다. 모드의 아버지는 프리메이슨의 높은 지위를 갖고 있었으며 모드를 '선택받은 인간'  혹은 '우월한 존재' 즉 초인으로 만들고자 했다.   



인격적, 육체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다. 보통은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법이지만 모드는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 어머니 또한 하나의 피해자였으니 모드를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했을때 아버지의 질책을 두려워했다. 오히려 감시자에 가까웠다. 이 부분에서 놀란 점이 모드의 어머니 또한 아주 어린 나이부터 아버지에게 교육되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버지가 동물을 키우게 했다는 점일 것이다. 셰퍼드 린다를 키우게 해주었으며 말과 오리 등을 키우게 해주었다. 부모님에게 받지 못하는 애정을 동물로부터 채웠다. 모드에게 사랑하는 동물들이 없었더라면 아마 견디지 못했으리라.  



이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한번 놀랐다. 왜곡된 사고로 인하여 모든 것에 준비된 아이를 만들어가기 위해 했던 행동들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충분히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음에도 나가지 못했던 모드의 어머니 또한 정말 이해되지 않았다. 모드가 처한 상황을 알 수 있었음에도 누구하나 도우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놀라웠다. 모드에게 몰랭 선생님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가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면 지금도 여전히 그 집에서 갇혀 지내야 했을까. 




모드 쥘리엥의 에세이 내용이 너무 터무니없어 나는 자꾸 소설을 읽는 것만 같았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위해 모드 쥘리엥이 했던 모든 행동들이 감탄스러웠다. 누구도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다. 미리 지쳐 모든 것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모드를 지탱해 준 것이 문학과 음악이었다. 부모님 몰래 침대 밑에 숨겨두고 읽었던 책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이런 삶을 살았던 사람은 대체로 사회에 적응하기가 힘들다. 조그만 방 하나가 세상의 전부였던 『룸』의 주인공도 걷는 연습부터 했던 것처럼. 태어나서부터 세상의 중심이었던 가족과 집으로부터 탈출했음에도 적응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비로소 자유로워졌음에도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심리치료의 도움으로 살아갈 힘을 얻었던 것처럼 이제 모드는 심리치료사의 길을 걷는다. 그럼에도 이십여 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 시간만큼 고통스러운 기억때문에 힘들었을 거라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몸이 갇혀있는 것과 마음이 갇혀있는 건 다르다. 마음의 감옥때문에 힘든가. 그럼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자유를 얻을 수 있었던 모드 쥘리엥의 이야기를 읽고나면 우리 안에 갇혀있는 마음으로부터도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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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2-10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reeze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Breeze 2020-12-16 10:54   좋아요 1 | URL
댓글이 늦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서니데이님도 서재의달인 축하드리고 연말 즐겁게 보내세요. ^^

scott 2021-01-09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은 선뜻 책장을 펼치기 힘겨울만큼
한아이에 인생을 어떻게 뒤흔들고 망쳐놨는지,,,,,

브리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Breeze 2021-01-11 11:4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중얼거리고 읽었습니다. ^^

얄라알라 2023-01-2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 부터 알라딘 서재에서 이 에세이 리뷰를 볼 때마다 꼭 봐야지 했다가 드디어 2023년 읽고, breeze님의 리뷰를 다시 읽으니 더 와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