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노자 - 오십부터는 인생관이 달라져야 한다
박영규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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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모상을 치르고 생각이 많아졌다. 인간의 삶이 영원할 것 같지만 아주 짧다는 사실과 그동안의 삶을 반추해보았다. 내가 잘못했던 일이 먼저 떠올랐고, 내게 주신 사랑에 보답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한편으로 인생이 이렇게 짧고 허무한데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아웅다웅하지 않는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고, 최소한의 것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나. 깨달음을 얻었다

 


나이 오십은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소위 백세 시대의 딱 중간이다. 덜도 더도 아닌. 그 나이에서 우리는 과거를 뒤돌아보고, 미래의 삶을 생각해야 하는 때다. 그때는 옳다고 여겼으나 지금은 아닌 것들이 많다. 떠올려보면 후회가 많은데, 지금도 똑같이 행동한다면 문제일 터다. 마음을 다잡고 인생의 후반기를 생각하는 게 좋은 때다.




 


오십이 넘은 나이, ‘인생 전반전에 대한 반성문이자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나에게 바치는 나만의 도덕경이라고 저자는 밝혔다. 따라서 인생의 전반전을 살아온 우리에게 제시하는 삶의 지침서라고 봐도 좋겠다. 멈춤과 비움에서 오는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오십은 삶에서 꽤 의미 있는 나이이긴 한가 보다. ‘오십에 읽는시리즈의 동양철학서가 꽤 나온 걸로 보면 말이다. 내 경우는 전부터 도덕경을 읽고 싶었던 생각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꽤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그리고 읽어야 할 동양철학서로 인식될 것 같았다.

 


이 책에서 밝힌 도덕경의 중요한 골자는 멈춤과 비움 그리고 통찰이다. 유방을 도와 천하통일에 큰 공을 세운 한신과 장량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토사구팽이 권력의 속성임을 안 장량은 지방으로 내려가 민생을 살피는 데 주력했고, 한신은 본인이 황제가 되려고 나섰다가 목숨을 잃었다. 멈춤의 지혜를 알지 못했던 결과다. 저자 또한 삶의 속도를 늦추고 멈추는 습관을 들였더니 다른 세상이 보였다고 말했다.

 


산책을 하며 내 길을 걷고, 발견하고, 세상과 연결되고 소통한다. 산책이 없으면 나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며 내가 좋아하는 일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 것이다.

산책을 할 동안 나는 모든 걸 버린다. 과거의 나를 버리고 욕심을 버리고 집착을 버린다. 그럼으로써 나는 모든 걸 얻는다. 비워진 머릿속에 새로운 지식들이 채워지고 비워진 마음속에 새로운 영감들이 채워진다. (215페이지)

 


산책을 하며 마음을 비우고, 비운 만큼 채워진 순간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 점심 후 근처 공원을 이삼십 분 걷는다. 초록 잎들이 올라온 나무 사이를 걷고 있노라면 시름을 잊는 듯하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비우는 일을 반복하며 새로운 힘을 얻는다.


 

대변인실에서 근무하던 시절 과격한 논평으로 말빚을 졌던 일화를 밝히며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우고 싶다고 말한다. 되돌리고 싶어도 되돌릴 수 없는 게 말로 지은 업이며, 말이나 글로 남긴 자취는 지울 수 없다는 거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실언을 하게 된다.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경청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어머니들이 먼저 가셨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가 먼저 가시고 아버지들만 남았다. 병원에 자주 다녀야 하지만 살아계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새삼 느끼고 있다. 아울러 부모님들을 보며 우리의 미래를 예상한다. 거울처럼 비추는 부모님들을 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운다. 자연 속에 한낱 스쳐 지나갈 뿐이면서 애면글면하며 살지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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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4-23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한 정신의학과 의사가 쓴 책에서 가끔 환자가 책을 권해달라고 하면 노자의 도덕경을 권한다고 했더군요. 그래서 저도 마침 이 고전에 관심이 가던 중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