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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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만큼 나를 위로해주는 것도 없다. 활자중독에 가까운 나는 활자가 없으면 불안하다. 뭐라도 읽어야 할 게 없으면 과자 봉지에 있는 글이라도 읽어야 한다. 예전에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책을 읽지 못하는 거였다. 소설이었다. 소설을 읽을 수 없어 불안했다. 문학 중에서도 특히 소설을 좋아한다. 타인의 삶을 읽는 일이 좋다. 아마도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부르는 책은 특별할 게 없는 거 같지만, 그 어떤 것보다 특별하다. 읽은 책에 대한 공감, 새로운 책의 발견이다. 정여울 작가가 권하는 책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읽고 있는 책 중에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있다. ‘문두스라고 불리는 교수 그레고리우스가 다리 위에서 한 여자를 구한 뒤 수업을 팽개치고 그 길로 바로 리스본으로 향하여 경험한 감정의 깊이를 나타낸 소설이다. 학교와 집 밖에 오갈 줄 몰랐던 그레고리우스가 이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삶이다. 포르투갈의 도시에서 프라두의 삶을 파헤치는 모험을 시작한다. 누구나 꿈꾸지만 실행하지 못한 일들. 그러고 보면 세상은 얼마나 열려 있는가.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작가의 산문을 오랜만에 읽었는데, 작가만큼 문학을 사랑하는 작가도 없는 거 같다. 문학이 일상인 작가의 생각이 그대로 나타난 산문이었다. 좋은 작품은 여러 번 읽어도 좋은 느낌을 준다. 읽을 때마다 다른 인물들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삶을 문학에서 경험한다.

 


문학은 어쩌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를 말하는 부분에서 왜 고전문학이 사랑받는지를 깨닫게 된다. 가든파티가 끝난 후 화려한 모자를 쓰고 장례식에 참석했던 로라의 부끄러움의 탄식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문학의 힘을 느끼게 된다.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문학이 필요한 시간은, 이곳에서는 마음껏 울어도 괜찮은 시간, 이곳에서는 마음껏 세상을 향해 소리쳐도 되는 시간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시간입니다. 우리가 미처 표출하지 못한 모든 슬픔과 분노와 열정과 희망이, 바로 이 시간, 문학이 필요한 시간을 통해 비로소 힘찬 날갯짓을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11페이지)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힘을 말하는 책이다. 작가는 다양한 독서 경험과 글쓰기로 우리를 문학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출퇴근길, 버스 안에서 나는 책을 펼쳐 든다. 기다림의 시간에도 책을 읽는데, 책을 읽는 타인의 모습을 보는 일도 무척 좋다.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수록된 사진 속에서 장소를 불문하고 책을 펼쳐 든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궁금함에 책 제목을 유심히 바라볼 것 같은 풍경. 뮌헨의 지하철역, 쿠바의 거리, 프랑스 니스에서 책을 읽어주는 전기수의 풍경에서 작가가 느꼈던 설렘과 떨림이 공유되는 듯하다.


 




문학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오이디푸스를 읽을 때 여태 비극의 신탁에 갇힌 오이디푸스만 보았던 것 같다. 작가로 인해서 오이디푸스를 추락의 운명을 이겨내고 자기의 삶을 지켜낸 용기에 관한 책으로 읽을 필요도 있다는 것을 배운다. 어떤 것을 바라보느냐,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책은 다양한 방법으로 읽히고 감동을 준다. 문학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다. 읽을 때마다 다른 감동, 다른 삶의 방법을 가르쳐주므로 그렇다.

 


업무가 많은 신년 초, 문학 작품을 제대로 읽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였는지도 모르겠다. 문학을 읽는 시간은 나의 피로를 푸는 시간, 나에게 위로를 주는 시간이다. 삶의 모든 순간에 책이 필요하다. 특히 문학이 주는 힘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한 권의 책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삶의 모든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문학이 주는 즐거움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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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스무 살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7
최지연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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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 막상 스무 살이 되어보니 새로운 시작이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백지상태였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사춘기에도 하지 않던 방황이 시작됐다. 성장소설을 읽는 이유는 과거의 나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한테 말을 거는 느낌으로 책을 읽는다.

 


스무 살의 은호. 엄마에게 남자가 생겼으면 하고 바랐다. 그 이야기를 대학의 상담 선생님에게 했다. 마음속에 있던 생각을 꺼낸 것이다. 은호는 대학에 오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날개 달린 듯 자유로울 줄 알았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게 삶이다. 상담 선생님과 일주일에 한 번 상담을 받으며 자기 마음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왜 엄마에게서 자유롭고 싶은지 그 과정을 말하는 소설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가 이혼하거나 싸웠을 때 자기 탓을 한다. 어릴 적 은호도 그러지 않았을까. 어린 시절에 성장이 멈춘 듯 자기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은호가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던 윤지 선배 또한 마음의 짐을 가지고 있었다. 왜 행정학과에 오게 되었는지, 행정학과 수업은 제쳐두고 철학 동아리에 더 열심이었는지, 자신의 선택이 아닌 타인의 강요된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윤지가 은호에게 하는 말 중 살고 싶다면 먼저 죽어야지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기존의 나를 죽여야 새로운 나로 살 수 있다는 장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이 말은 어쩌면 헤르만 헤세의 작품 속 상황과도 일치한다. 새로운 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거의 나에게서 나올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거다.

 


은호에게 상담 선생님은 새로운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안내자에게 가깝다. 과거의 나를 들여다보고 왜 은호가 엄마와 다투는지, 일밖에 모르는 엄마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불편한 존재로 느끼는지 말이다. 그 간격을 좁히기는 어렵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걸 우리는 은호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윤지 선배가 학교를 그만두고 바다에서 나오는 해양 쓰레기로 드림캐처를 만들었듯 은호 또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커피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상담 선생님과의 시간이었다. 묻혀두었던 과거의 나를 마주하면서 엄마와의 관계의 변화를 일깨우는 것이었다.

 


나는 우선 내가 뭘 원하는지, 그걸 왜 원하는지, 진정으로 원하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내 감정과 결정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전처럼 내 감정과 결정을 믿지 못해 불안해하며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보다 내가 나를 지지해 줘야 했다. (236페이지)

 


발췌 문장을 눈여겨 읽을 필요가 있다. 내가 진정으로 뭘 원하는지 알면 삶은 달라질 수 있다. 내 의지와 선택에 의해 미래의 나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걸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매 순간, 열려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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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문학과지성 시인선 574
정현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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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는 건 언어의 사유를 품에 안는 것. 시를 읽음으로써 우리 안의 마음과 대화하는 일. 마음속에 침잠하는 일.

 


그저 시가 좋아서 읽는다. 한 편 두 편 읽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감정의 파도를 겪는다. 깊이 생각하여 이해하고자 다가가는 시도를 하게 된다. 정현종의 시는 그렇게 우리 마음속으로 다가와 똬리를 틀 듯 머물렀다.

 


출퇴근길에 일주일 동안 읽었다. 그럼에도 내가 제대로 이해했나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 그저 읽었다고 해야겠다. 최승희 교수가 담근 살구 술을 생각해보고 정성을 다해 빚은 술을 마시며 살구나무를 바라보는 시인의 감성을 헤아려본다. 그냥 흘러가게 둘 수 없었을 것이다. 눈에 띄는 게 살구나무였을 것이다. 내후년쯤 살구나무에 열매가 열리면 술을 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약간 불그스름한 빛을 띤 살구 술에서 우리의 노고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말했다.

섬기려면 살구나무 같은 걸 섬기는 게

그래도 그중 나은 거라.

매년 가을 떨어진 나뭇잎을 모아

그 나무 밑을 파고 묻어

거름이 되게 한다고 하니 말인데,

아침저녁으로

그 살구나무에 절을 하는 게 좋겠다.

경배할 만한 건 필경

나무 정도가 아닐까 믿어 의심치 않는바…… (8~9페이지, 살구나무에 대한 경배중에서)

 


종이 신문을 제대로 읽지 않은 지 좀 되었다. 신문의 역할과 중요성을 일깨우는 시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신문에 대한 시인의 생각이 들어있는 시다.

 


신문들은

그런 기관이어야 하리.

우리 사는 데가 살 만한 곳이 되기를 바라

생각과 느낌이 지극한

간곡한 마음들이 모이는

자리이어야 하리.

아침놀이어야 하리. (17~18페이지, 아침놀중에서)


 

신문의 날에 부쳐 쓴 시다. 신문이란 자고로 아침놀처럼 세상을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편 가르기가 아닌 진실만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 같았다.


 

모처럼 한가한 주말 오전, 친구들과 함께 이른 점심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 날씨가 추워 얼마 가지 못하고 돌아오긴 했으나 걷는 길의 공기는 상쾌했다. 길을 걷다 보면 느끼는 감정들. 두세 명이 걷는 길과 혼자 걷는 길은 그 차이가 크다. 오롯이 혼자 있는 광경은 처음 맞이하는 것처럼 설레기까지 한다. 그 길에서 유연한 사고를 한다. 갇혀 있지 않고, 열린 마음을 갖는 것. 산책의 효과가 아닐까.

 


이 단순한 활동은 얼마나 풍부한가.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듯한 시간이라니!

사물사물하는 보석,

이 시간이 없으면 어떻게 살까.

세상의 시간이 아닌 때를

고해가 아닌 데를 걸어가느니. (42페이지, 산책중에서)


 

최근에 읽었던 소설에서 길을 걷는 것 자체를 철학하는 거라고 표현했다. 산책을 한다는 건 나를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는 일. 저 너머로 가는 나를 붙잡는 일.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일. 이제껏 느껴보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를 펼칠 수도 있는 일. 깊이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책의 뒤편에 실린 시를 찾아서라는 산문은 시의 예술성과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 시는 예술이며,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므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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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직업 - 20년 차 신문기자의 읽고 쓰는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곽아람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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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타지역으로 이사했을 때 느꼈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갑자기 시작된 육아에 적응할 수 없었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도시는 감옥에 가까웠다. 그 생활을 삼사 년 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좀 더 빨리 책을 읽을 걸 하고 후회했다. 물론 아이들 위주의 책은 읽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읽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시 직장을 나가면서 책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다양한 블로그를 탐색하던 중 만났던 게 곽아람 작가가 운영하던 블로그였다. 작가가 쓴 글에 감동을 받았다. 특히 그림에 관련된 글에 감탄했고, 자주 들여다보았다.


 

나만 아는 작가와의 인연이 좋았다. 작가가 펴낸 책을 꽤 읽었고, 신간 소식에 늘 귀 기울인다. 이번 책은 작가가 20년 동안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느끼는 쓰는 직업에 대하여 말한다. 작가의 글을 쓰는 직업과 주말에 쓰는 글로 인해 20년을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우리도 매일 직장을 그만두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 눈을 돌린다. 어떤 사람들은 요리를 배우고 어떤 사람들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학원을 다닌다. 나는 요가를 하고 책을 읽었다. 퇴근 후 읽는 책으로 인해 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일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개인의 감정이나 문체가 들어가지 않은 건조한 글이 신문의 역할이다. 최대한 건조한 문체로 사실만 전달할 것을 배우는 신문기자의 일을 좀 더 다르게 보게 된 거 같다. 신문기자라는 직업인이 가져야 할 냉정함이 있어야 하는데, 사적인 작가의 글은 무척 다정했다. 신문기자라는 직업과 잘 어울리지 않은 것 같은데, 이 말은 자주 듣는 모양이었다. 아마 여성적인 외모와 감성적인 글 때문일 것이다. 자기의 문체를 버리고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말해야 하는, 나를 버리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 기자도 녹록치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직장인에게 월요일은 맞이하고 싶지 않은 요일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주일에 한 번은 당직을 서고 토요일 출판팀을 이끄는 작가는 금요일까지 마감을 마쳐야 토요일 신문을 낼 수 있다. 월요일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는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새로운 일에 적응하고 있는 나도 일요일 저녁부터 부담스러워지니 모든 직장인의 애환이 아닐까.

 


토요일 책 관련 기사를 좋아하여 오랫동안 보수신문을 구독해왔다. 인터넷 기사가 일반화되고 신문을 읽지 않은 기간이 길어지자 구독 해지를 했었다. 정치면을 잘 보지 않기 때문에 관심 없었는데 보수신문을 읽는다고 주변에서 꽤 많은 말을 들었었다. 저자도 보수 신문인 조선일보의 기자로 20년을 근무하고 있다. 기사를 올렸을 때 정치적 성향이 다른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의 댓글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취재를 할 때마다 자문한다. 이 일은 옳은가? 기사를 쓸 때마다 생각한다. 이 글은 공정한가? 나 자신이나 회사의 이익보다 공익을, 옳고 그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직업을 가진 것에 때로 감사하다. (179페이지)

 


문화부 출판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의 직업의식을 제대로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오르한 파묵을 인터뷰하며 찍었던 사진이 표지에 사용됐고, 빨간 머리 앤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번역해 소개했던 역자 신지식 선생님을 향한 그리움, 키라 나이틀리를 인터뷰하며 느꼈던 감정을 말했다.




 


해마다 10월이면 출판계는 들썩인다. 노벨문학상을 누가 탈 것인가 인데, 늘 예상을 벗어난다. 노벨문학상에 관한 글은 직업인으로서 노벨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 수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조이스 캐럴 오츠보다는 덜 유명한 사람일 것, 출판 자료가 적당한 맞춤형 수상자가 받기를 바랐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작가의 수상. 노벨문학상 특집을 준비해야 하는 노고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자들의 진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책을 꺼내 읽는다. 출퇴근 시 읽으려고 가방에 책 한 권은 꼭 가지고 다니고, 자려고 누운 침대에서 책을 읽어야 한다. 나를 버티게 하는 책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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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3-01-09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은근 다작이네요 .
저도 작가의 그림책 좋아했어서 새책소식이 반갑긴합니다. 공부의 위로는 좀 별로였는데 이책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몸과 여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4
이서수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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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태어나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다. 어쩔 수 없이 순응하며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여러 매체에서 나오는 성차별적인 언어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직장생활 20년 차가 넘어가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차별적인 발언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소설 속 인물 스스로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고백이라고 말하고 있다. 1983년생인 주인공은 억압과 불평등의 사회에서 자랐다. 몹시 마른 몸이어서 자신을 숨기듯 해야 했다. 너무 마른 몸을 가진 는 또래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반에서 가장 뚱뚱했던 아이도 괴롭힘을 당했다. 그 애와 놀면서 이중적인 마음을 가졌는데 이게 사람의 본심이 아닐까 싶다. ‘에 대하여 말하지 않고 놀았다.





 

두 여성의 화자로 된 소설로 1983년생인 1959년생인 엄마 미복 씨의 고백이 나타나는데 다르면서도 약자인 여성의 입장이 대두된다. 대학 때 사귀던 남자 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웨딩 플래너로 일하면서 보아왔던 신부들, 이직한 직장에서 상사의 성희롱적인 발언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아무 말 하지 못했던 과거의 일들이 떠올랐다. 짓궂은 농담처럼 여겼다는 게 화가 날 정도다.

 


미복 씨의 경우는 마을에 사는 여자 사냥꾼과 길쭉한 몸을 가져 여러 사람으로부터 몸이 예쁘다는 찬탄을 들었다. 1959년생인 미복 씨가 헤쳐 나가야 할 세상은 더 고달팠다.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에게 추행을 당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부를 계속하지 못했다. 봉제 공장이나 술 시중을 들었던 일을 했지만,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

 


과거의 여성이 걸어왔던 길이었다.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척하고 싶은 심리라고 해야 할까. 미복 씨가 이혼하겠다는 딸에게 건넨 말은 녹록치 않은 사회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지만 현실을 짚어주는 말이기도 하다.

 


저는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말들 중에서 유독 이라는 단어에 귀가 커졌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딸로 보지 않고 몸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어머니는 세상의 모든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몸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 뒤 이혼을 감행했습니다.

-  나는 내 몸이 아니라 그냥 나야. 나는 내 몸으로 말해지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행하는 것으로 말해지는 존재야. (65페이지)

 


주인공 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응원하는 바다. 하지만 내 딸이 같은 이유로 이혼하겠다고 하면 나도 미복 씨처럼 말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넘을 수 없는 벽과 마주한 느낌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딸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이며, 딸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딸은 내가 살아왔던 사회적 차별을 겪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직도 어느 곳에서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게 안타깝다.

 





저마다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 ‘와 친하게 지냈던 영석 언니나 결혼을 앞둔 소연 언니도 자기만의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는 이제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언어로 성희롱하는 상사에게 맥주를 끼얹고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거리를 걷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각자의 삶을 사는 거라 이해했다.

 


이런 책들이 나올 때마다 우리의 의식을 높이고 사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할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젊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생각해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작은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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