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하나는거짓말 #김애란 #문학동네
거짓말 게임을 시작해보자. 자기에 대하여 말할 때, 슬그머니 하나의 거짓말을 보태어 설명한다. 질문하고 대답하며 거짓말 찾기를 시작하여 상대방을 알아간다. 이런 소개법 괜찮겠다. 사람과의 관계를 편하게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효과를 준다. 소설 속 거짓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거짓말보다 말을 안 하는 쪽을 선택하는 편인데, 말을 꼭 해야 한다면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 대답할 수도 있겠다. 그 사람이 알고자 하는 답변을 해주는 것일 수도 있을 테니. 자연스럽게 거짓말이 그 사람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김애란의 소설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기다린 만큼 애틋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지우, 소리, 채운이 주인공으로 그림으로 이어진 이들의 관계는 빛을 발한다. 모르는 관계일 것 같은데, 가까운 곳에서 거리를 좁혀가는 관계를 형성한다. 지우와 채운, 소리는 힘겨운 계절을 보내고 있다. 가까운 가족을 잃은 사람은 그 빈 자리를 더 느끼게 되는 법, 상실의 아픔을 견디며 혹시 내 잘못은 아닐까 침잠한다.
그림으로 소통하는 관계다. 지우가 올리는 <용식 일기>나 <내가 본 것>을 그림으로 그린다. 그림을 본 사람은 그림에 대하여 평하고 혹시 나를 가리키는 건 아닐까 고심한다. 우리는 빛을 찾아 헤매는 인간인지도 모른다. 어두운 구석, 나를 반겨줄 사람이 없는 듯한 세상에서 나를 비춰줄 빛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청소년들을 생각한다.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용식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할 수 있고, 누군가를 불러야 했을 때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법이다.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 하나는 수면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것만큼 위로받는 것도 없다. 비록 비밀을 감추고 있다고 해도. 언젠가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면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다. 그때는 틀리다고 생각했지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가족의 죽음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낸다. 지우는 암에 걸린 엄마가 실족사가 아닌 스스로 목숨을 버렸을 거라 여기고 상처받는다. 엄마가 없는 선호 아저씨의 집에서 살며 방학 동안 공사장에서 돈을 벌어 독립하고자 한다. 소리는 자기의 손에 닿는 생물체의 죽음을 감지할 수 있다. 생사를 알기 위해 눈을 뜨자마자 아픈 엄마의 손을 잡아 확인했다. 채운은 교도소에 간 엄마를 위해 진실을 말하려 하고, 병원에 누워있는 아버지가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소리는 그림으로 자신을 감추고자 하고, 지우는 만화로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다. 채운은 지우가 그린 만화를 보고 그게 자기 이야기였음을 알게 되어 두렵다. 소리가 지우를 위해 지우의 반려 도마뱀을 돌봐주며 용식이 바라보는 지우의 이야기, 즉 용식 시점의 <용식 일기>를 그리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누군가를 위해 다른 시점으로 바라보는 장면은 생각의 변화를 일깨운다.
꿈에서 나는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돌아왔다. (235페이지)
지우와 소리, 채운이 각자에서 하나로 가까워지는 장면에서 우리는 삶의 다양성을 본다. 살아남은 사람은 주변 인물들과 함께 관계를 이어가며 살아가야 한다. 함께 걸어갈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위안을 주지 않는가.
#이중하나는거짓말 #김애란 #문학동네 #책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문학 #한국소설 #장편소설 #신간소설 #베스트셀러 #베스트소설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