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심리를 다루는 추리물은 좋아하나, 공포물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포물을 읽는데 이처럼 짜릿한게 없다. 밤에 꿈에 나올까 무서우면서도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에 계속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는 밤중이었다. 꿈에 나타날까, 애니가 귀신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날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소설은 소설일뿐인가.

 

『초크맨』의 작가 C. J. 튜더의 신작이 나왔다. 『애니가 돌아왔다』라는 스릴러 소설이다. '나는 네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라고 쓰인 메일을 받은 조 손은 도망갔던 자신의 고향 안힐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안힐 아카데미의 영어 교사로, 추천서는 가짜였고, 해리 교장에게 어떻게든 좋은 이미지를 주려 했다. 인생의 마지막 과도 같은 곳. 도박으로 많은 빚을 지고 도망오다시피 했던 곳이다. 그는 아주 싼값에 시골집을 빌렸다.

 

소설의 시작은 시골집에서부터다. 자신의 머리를 총으로 쏘아 자살한 줄리아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날아간 그의 아들 벤의 시체를 경찰이 발견했다. 아들 존의 시체 옆에는 '내 아들이 아니야'라는 글씨가 피로 쓰여져 있었다.

 

이 소설은 비밀과 비밀의 문에 다가간 사람들 그리고 그에 대한 진실을 알아가는 내용이다. 열다섯 살의 조는 스티븐과 닉, 크리스와 함께 길이 막힌 폐광을 발견했다. 지하 계단으로 이어진 곳에 갔다가 죽은 사람들의 해골로 보이는 것들을 발견했고, 애니가 자신을 따라 들어왔다. 해골들에서 수많은 딱정벌레들이 나오자 도망치다가 누군가가 휘두른 쇠지렛대에 의해 사랑하는 동생 애니가 죽었다. 48시간이 지난후 애니가 돌아왔다. 흙 묻은 잠옷과 맨발인 상태로.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끔찍히 사랑한 애니였으나 동생 애니가 아니었다. 애니의 겉모습을 했을 뿐인 가짜였다. 소설은 도박 빚에 몰린 조 손의 현재와 스티븐의 아들 제러미에 의해 다시 반복되고 있었다. 또한 과거의 순간을 그리며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고 있었다. 사람은 변하기 힘든 법인가. 마을의 오래된 역사와 지하에 파묻힌 많은 사람들의 시체, 그리고 진실들.

 

그게 인생의 문제다. 절대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 이게 중요한 순간일지 모른다고. 손톱만 한 단서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 당신은 여유를 두고 그 순간을 흡수하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나간 다음이라야 붙잡을 만한 순간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219페이지)

 

이처럼 공포스럽고 과거의 기억들이 공존한 곳으로 조 손은 왜 돌아왔는가. 과거를 참회하고자 했던 것인가.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과거의 일이 다시 반복되고 있는데 이것을 제자리로 돌릴 수 있을 것인가. 해결법은 그 밖에 없는가.

 

인간은 마음속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건지도 모른다. 내재되어있는 악을 애써 누를 뿐. 어떤 순간에 누구나 악인이 될 수도 있는 법. 진부한 표현이지만 소설과 결말과 반전때문에 정신없이 빠져 읽었다. C.J. 튜더를 가리켜 왜 여자 스티븐 킹이라고 일컫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이제 닫힌 변기 뚜껑이 있다면 함부로 열지 못할 것 같다.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튀어나오려고 변기 뚜껑 안에서 움직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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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1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삶의 어떤 순간이 막힐 때마다 역사적 순간을 기억한다. 과거의 역사는 현재의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에게 치욕적인 역사에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하겠다며 다짐한다. 우리나라의 역사 뿐만 아니라 우리 삶도 그렇지 않겠는가.

 

역사책으로 유명한 최태성을 TV에서, 라디오에서 먼저 만났었고, 그의 역사책을 누군가에게 소개하기도 했었다. 역사에 관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 책은 과거 어느 시기의 역사를 말하는 게 아닌 인문학의 관점으로 본 역사다. 역사의 한부분을 제시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글이라고 보면 된다. 강의실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듯 쓴 글이라 귀담아 듣는 기분을 느꼈다. 즉 청중이 된 느낌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다양한 역사서를 읽어왔지만 이처럼 인문학의 관점으로 본 역사도 꽤 좋다고 본다.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도 해볼 수 있고, 미처 알지 못했던 에피소드를 보며 무릎을 치기도 한다.

 

강연할 때마다 저자가 퀴즈를 내는 게 있다. 고려시대 귀족들이 즐겨 하던 고급 스포츠는 매사냥이었다. 매를 날려 보내면 토끼나 꿩 같은 작은 짐승들을 잡아채 오는데, 자기 매를 사용했다. 매 주인들은 매에 하얀 깃털을 달아매 이름표를 달았다. 이 이름표가 무엇일까다. 그것은 시치미라고 한다. 매가 비싸 시치미를 떼어내고 자기 것인양 했다고 해서 시치미를 뗀다고 한단다. 이런 걸 보면 참 재미있다. 역사적 사실을 알면 더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왕실도서관인 규장각은 정조에 의해 세워졌다. 정조는 자기 사람을 키우기 위해 규장각을 만들었고 당파나 신분에 관계없이 젊고 똑똑한 관료들을 뽑았다. 이때 서얼 출신의 박제가나 유득공 등도 있었다. 정조가 키운 학자 정약용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정조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우리 역사가 많이 달라졌을 거라는 만약이라는 가정을 제시한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세종대왕과 정조다. 독살설을 제시할 정도로 정조의 죽음은 많은 안타까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이상을 펼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안타까운 거다. 

 

 

 

고려의 외교가인 서희가 거란과의 협상을 어떻게 했는지 설명하면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후의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어떻게 협상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협상가에게 중요한 건 훌륭한 말솜씨보다 정확한 눈'이라고 말했다. 정세를 볼 줄 아는 눈과 통찰력과 관찰력을 꼽았다.

 

또한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을 예로 들었다. 나도  『열하일기』를 읽으며 감탄한 부분인데, 청나라의 수레를 보고 우리나라에서 활용할 방법을 모색했다는 거다. 조선의 선비들이 청나라를 오랑캐라 하여 무시했지만 그들의 문물을 보고 유용한 건 받아들이려는 열린 시각을 가졌던 것이다.

 

또한 역사 드라마에서도 많이 거론 되었던 정도전의 이상을 말한다. 출신이 좋지 않았던 그가 큰 이상을 품고 이성계를 도와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는데 앞장섰다. 대안을 가지고 있었던 정도전을 기억하며 우리 삶에서 대안없이 성급하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저자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역사를 바로 알아야 우리 삶의 질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정치나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순간에는 늘 역사적 순간을 기억하듯, 우리에게 훌륭한 멘토도 역사적 인물에서 찾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말했다.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 수많은 길 앞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것. 역사에서 찾아보면 좋을 것이라는 걸 말한 책이었다.

 

 

 

 

 

 

 

 

 

 

 

 

 

 

 

 

 

 

 

 

역사를 공부하면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맥락이 잡힙니다. 역사에서 인간의 자유는 늘 이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이것이 바로 역사의 수레바퀴에요. 역사를 통해 우리는 사회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문제란 별로 없습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화의 움직임도 알고 보면 역사에서 그 문제를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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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구매하고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수두룩하다.

어느 책은 책장 깊숙한 곳에 있어 잊어먹고 있었고, 어떤 책들은 곧 읽을 책들 목록에 계속 쌓여가더니 이제 책꽂이 두 줄에 걸쳐 있다.

 

정리하자니 그 책들도 50권이 넘어가더라.

작년 한해동안 읽은 책이 150권을 가볍게 넘겼는데

그럼에도 읽고 싶은 책들, 갖고 싶은 책들이 있다는 건

너무 욕심쟁이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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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언제 시작되어, 언제 끝나는 것일까.

비로소 사랑이 끝났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종종 과거의 시간을 떠올린다.

처음 만났을 때의 수줍음, 말로 다 하지 못했던 사랑의 언어.

그저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건만으로도 설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은 어떤가.

 

아주 사소한 이유로 싸우고 며칠 째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 건 기본이다.

주말 내내 한 집에 있어도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다른 장소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예를 들면 아내인 지원은 거실에서 오래전 남성들의 심금을 울렸던 소피 마르소 주연의 <라 붐>을 보며 남자 친구가 씌워주던 헤드폰 안의 음악을 듣는 소피 마르소와, 바깥의 다른 음악을 듣는 남자.

같은 장소에 있으나 다른 음악을 듣는 우리.

마치 우리들을 표현하는 것만 같은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지원이 거실에서 영화 <라 붐>을 보고 영화속 삽입곡을 듣고 있을 때

서재 방에서 일주일 째 기거하던 남편 영진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어 밖으로 나가려는 그를 붙잡아 이야기 좀 하자는 지원.

이들은 마음속으로 이별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혼'이라는 말을 말할 때 비로소 이별이 현실화 된다. 

 

이별이 현실화 되기 시작했을 때 이 둘의 첫 만남을 말하기 시작한다.

스윙댄스를 배우는 동호회에서 진과 랄라 라는 닉네임으로 처음 만나 사랑의 감정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둘이서 따로 만나기 시작했다.

 

그가 만들어주었던 음악의 그 절묘함.

음악은 사랑의 시작과 확신을 주었다.

반면 결혼식에서 울려퍼지는 '사랑의 인사'라는 음악은 어떤가.

30분내내 같은 음악만 듣다보면 그처럼 지루한 음악이 아닐 수 없다.

지원의 언니 규원이 말했던 것처럼, 결혼이라는 건 같은 음악을 질리도록 들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결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거.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사랑한다고 여기는 사람과 결혼하지만

결혼은 종종 이들을 갈라놓기도 한다.

사소한 습관 하나가 모여 일주일 씩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은 이별의 단초가 되기 시작한다.

서로의 구속이 싫어지는 때, 상대방이 하는 말이 너무도 듣기 싫을 때 그걸 행복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족쇄가 되어 옭아맨다.

사랑의 감정은 저만치 사라지고, 서로를 견디지 못하게 되며 드디어 이혼이란 말을 꺼낸다.

이상하게 그냥 싸우고 말하지 않는 것과, '이혼'이라고 소리내어 말하는 건 그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마치 상상 속의 일이 현실화가 되어가듯 이들의 이혼도 현실이 되어간다.

 

그러한 과정 속에 과거의 사랑에 대한 기억은 마치 '사랑의 인사'를 묻는 듯 하다.

과거의 시간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을 기억한다.

이들의 사랑이 다시 맺어지기를 바라지만, 

그건 소설 속, 아니 판타지 속 이야기 일 뿐이다.

현실은 이혼이라는 작업을 착착 진행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이 어떤 순간에 불리게 되었는가, 를 묻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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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1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5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쓸신잡 시즌이 끝나가며 모두들 책 한 권씩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김영하가 작가가 이 책을 소개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뭉클했던 감정을 떠올렸고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절판이었는데, TV프로그램 매체 때문에

다시 판매하게 되었다.

모두 알쓸신잡 덕분인 것 같다.

 

덕분에 나도 기분좋게 예약구매를 하게 되었다.

김영하 작가가 느끼는 그 감동을 함께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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