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김경희 지음, 김세희 각본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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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먼저 보았다. 좋아하는 배우 신하균이 출연한 영화였고, 예고편에서 보았던 영화적 스토리는 애잔한 마음을 갖게 했다. 드라마 미생에서의 신예 강하늘과 연기파 액션배우 장혁이 출연한 영화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책을 먼저 읽었으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나중에 읽게 되었다.

 

 

  책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다시 쓴 글이었다. 영화와 다른 스토리, 즉 소설이 먼저 나오고, 소설 원작을 영화화 한게 아닌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소설로 만든 작품같았다. 얼마전 TV에서 「정도전」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할때 고려의 마지막과 조선 개국에 대한 스토리 때문에 챙겨보았었다. 드라마에서 주축을 이루었던 인물이 정도전, 이성계, 이성계의 아들 5남 이방원, 정몽주 등이었다. 이방원이 조선을 개국할때 큰 역할을 했었고, 조선을 개국하고 나서도 얼마간 개국공신으로서 대접받지 않을까 했었다. 하지만 정도전은 이방원의 권력에 대한 욕망을 미리 알아보고 태조 이성계의 아들 8남 이방석을 세자로 삼았다. 이에 격분한 정안군 이방원의 욕망과 김민재의 대결, 즉 정도전의 사위인 김민재 장군의 숙명과 사랑을 다룬 내용이다.  

 

 

 

 

   영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책은 쉽게 읽혔다. 책을 읽으며 영화속 인물이 그대로 대입되었고, 대사 또한 그대로였기에 술술 읽혔다. 조선의 개국, 격동의 시대에 정안권 이방원과정도전의 사위인 김민재, 경순 공주의 남편이자 김민재의 아들인 부마 진은 모두 한 여자와 얽혔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을 미처 알지 못했던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 여자에 대한 욕망 때문에 강상죄를 저지르고 만 남자, 아무런 욕심없이 한 여자를 깊이 사랑했던 순수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아무래도 여배우가 세 남자와 베드신을 했다는 기사때문에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반감되기도 하고, 어떤 스토리길래 하는 호기심이 생긴것도 사실이었다. 왠지 내가 기대했던 내용, 즉 권력 투쟁에 한 복판에 선 김민재의 강력한 남자다운 습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권력 투쟁에서도 한 여자를 지키고자 했던 한 남자의 순수한 욕망을 그린 이야기일뿐이었다.  

 

 

 

  제목때문에라도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라는 소설과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순수의 시대」의 아름다운 장면들과 내용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아무런 기대없이 봐야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실망을 낳는 법. 소설도 영화도 기대 이상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신하균의 연기는 볼만했다.

 

  조선시대의 역사속 인물을 다루는 소설이나 영화는 늘 단골소재이다.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고, 다양한 시각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다. 김민재라는 허구의 인물을 내세워 정도전과 이방원의 대결, 권력에 대한 욕망때문에 어떻게 사람을 이용하는지 알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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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 다이어리
에마 치체스터 클락 지음, 이정지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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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 애완동물을 기르는 집이 정말 많아졌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분들이 말씀하시길, 사람이 들어와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보다, 반갑다고 어서오라고 꼬리를 흔들며 맞이하는 강아지가 훨씬 더 좋다고 하신다.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추운 날 따뜻한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가도 신랑이 들어오면 얼른 나가 맞이해야 하는데, 사실 뭉그적 거릴때가 있다. 그럴때면 슬며시 미안한 감이 들기도 하는데, 신랑은 꼭 한마디씩 한다. 물론 그럴때는 몇 번 안되고 대부분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얼른 침대에서 뛰쳐 나가, 반갑게 맞이한다. 반갑게 맞이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이처럼 사람보다 오히려 반갑게 맞이하는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런 사람들을 대변하듯 애완동물과 함께 하는 일상들을 그림과 함께 글을 써 책으로 내는 작가들이 많아졌다. 이런 책이 과연 많은 독자들에게 읽힐까 싶지만, 이것은 나의 우려일 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읽는 것 같다. 그만큼 애완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영국의 에마 치체스터 클라크라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가 자신의 반려견 '플럼'과의 알콩달콩한 일상을 담았다. 반려견 플럼이 화자가 되어 플럼을 글을 쓰고 작가 에마가 그림을 그렸다 한다. 이 그림일기는 한 해, 일년간의 일기로 플럼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작가 에마가 바라보는 플럼이 아니라 반려견 플럼이 에마를 바라보고, 다른 친구들을 만나는 이야기식으로 된 그림일기인 것이다.

 

  아래 그림처럼 글씨체도 이쁘고, 그림도 편안하게 다가온다. 개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물에서 놀기 좋아하는 플럼을 보면서, 개나 아이들이나 물 좋아하는 것은 똑같구나 싶어 슬며시 입가를 늘이기도 했다.

 

 

  플럼의 주인 에마를 친구처럼 받아들이는 플럼. 그리고 에마와 함께 사는 루퍼트를 아빠라고 부르는 면도 재미있었다. 남자들이 낚시를 할때 강물이나 바닷물이 좋은 플럼이 물을 헤집고 다닐때, 개 땜에 물고기가 다 도망갔다며 아빠가 툴툴거릴때도 마냥 즐겁기만한 플럼이 귀엽게 느껴졌다.

 

  우리가 예쁘다고 아이들을 치장해 사진을 찍거나 할때 아이들의 기분을 생각하기 보다는 내 기분 좋으라고 찍는 경우가 많다는 걸 느끼게 된 점이 있다. 에마가 플럼과의 일상을 블로그에 올리는데, 에마는 플럼에게 꽃을 꽂거나 모자를 씌우거나 해서 사진을 찍는다. 또 웃음거리가 되겠다는 둥,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다는 등의 플럼의 속내를 마냥 무시할 것만은 아닌것 같았다. 내 친구도 보면 카톡이나 카카오스토리 사진에 자신이 키우는 개의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누워있는 모습, 앉아있는 모습등을 찍어서 말이다. 혹은 멀리 여행갈때 개를 누군가의 집에 맡기거나 하는데 주인이 올때까지 목을 빼고 간절히 기다린다는 점. 알면서도 할수 없이 그렇다는 걸 알겠지만 개의 입장에서 본 마음들을 무시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사실 만화로 되어 있어 한 시간이면 뚝딱 읽어버릴 것 같아 책이 도착하자마 펼쳐 들었는데, 책 무게도 만만치 않고, 일 년간의 일상이 그려진 그림일기의 내용이 휘리릭 넘겨서는 안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하룻밤을 넘기고 그 다음날까지 읽게 되었다.

 

  플럼의 일상을 읽으며 이런 강아지 키우면 너무 귀엽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애완동물이라면 질색을 하는 내가 말이다. 사람이 주체가 아닌 개의 시선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수채화로 그려진 그림의 역할도 컷던것 같다. 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에게도 편안함을 주는 책이었으니까. 개를 좋아하는 분이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 이런 개 한 마리 키우고 싶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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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노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리모노프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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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로 만난다.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보다는 가상의 인물의 삶을 말하는 글을 더 읽는 것 같다. 때로는 작가의 소설이 작가의 삶 인양 생각하기도 하고, 소설속에서 작가의 생각들을 듣는다. 또한 분명 허구라고 밝혔어도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여전히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 이건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프랑스 작가 엠마뉘엘 카레르는 실존 인물인 러시아 정치인이자 작가인 에두아르드 리모노프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썼다. 객관적으로 그의 삶을 조명하는 르포씩 글이 아닌, 소설적 장치로 그의 삶을 이야기한다. 작가가 그를 처음 만나 기사를 썼을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가가 리모노프에 대해 표현하기를, 우크라이나 출신의 깡패로 출발해 소비에트 언더그라운드의 아이돌, 맨해튼의 거지, 억만장자의 집사를 거쳐 파리의 인기 작가로, 발칸 반도를 헤매던 사병으로, 그리고 이제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 혼란기에 청년 무법자들의 당을 이끄는 카리스마 넘치는 늙은 보스로 변신해 있다.(38페이지) 라고 했다.

 

 

 

  리모노프라는 한 개인의 이야기와 함께 2차 세계 대전 종전 이후의 현대사, 러시아의 현대사를 알수 있는 작품이었다. 소설속에서 주인공의 삶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 시대의 역사, 그 나라의 문화를 함께 알 수 있는데, 이 소설 또한 우크라이나와 소련을 거쳐 러시아로 변천해 온 러시아의 문화, 정치를 알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정치인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신랄하게 말하는데, 작가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나라에 왔던 고르바초프와 옐친, 현재의 푸틴에 이르기까지 정치 역사를 알수 있는 것이다.

 

 

 

 

 

 

 

작가라는 사람들, 참 많이 만나 봤어요. 특히 러시아 작가들은요. 그 사람들 다 겪어봤는데, 참 괜찮은, 딱 한 사람이 바로 리모노프였어요. 정말이지, 내가 여태껏 만난 사람들 중에 점잖은 걸로 손에 꼽을 수 있는 사람이죠. (471페이지)

 

  책을 읽는 내가 보기에도 그가 썩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던데, 그의 책을 읽은 독자들은 나름의 생각을 하는 것도 같다. 러시아 문학을 강의하는 한 여성이 한 말이다. 그의 책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반해, 이처럼 그가 쓴 글에 대해 호감이 있고, 작가에 대해 괜찮고, 점잖은 표현을 쓴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 자체가 에두아르드의 목표는 아니었다. 그것은 진정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즉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기 위해, 무엇보다 유명해지기 위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뿐인데, 파리 생활 4~5년 만에 그는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57페이지)

 

  타인의 눈에 흥미진진한 인생을 살고 있는것처럼 보여도, 자신이 생각하는 삶은 다를수도 있다. 작가 엠마뉘엘 카레르가 리모노프에게 그의 흥미진진한 삶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고 하자, 자신에 대해 '한마디로 말해 개떡같은 인생'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 리모노프는 좀더 나은 삶을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반(反)푸틴 운동의 주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리모노프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뉴스에서 푸틴에 대한 기사가 나올때면 수박겉핥기 식으로 제목만 보고 넘어갔었는데 제대로 듣지 않은게 조금은 안타까웠다. 전혀 무지한, 소련으로 이어진 러시아의 역사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잘 모르니 리모노프의 이야기가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정치적인 면이 나올때는 책장이 더 더디 넘어갔으니까. 소설이라고 하는 것을 5일이 넘게 읽었으니 꽤 오래 읽었다.

 

  엠마뉘엘 카레르가 리모노프의 삶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한 사람의 삶이 다른 사람의 눈으로 비춰져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를수 있다는 것? 현재도 여전히 살아있으면서 반푸틴 운동을 펼치고 있는 그를 보며 젊은이들은 그를 우러러 볼수도 있겠다. 여전히 진행중인 삶. 나 아닌 타인의 눈으로 자신의 삶을 그린 글. 그의 삶을 소설로 쓰여진 느낌은 어떨까, 리모노프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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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3-1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는데 시간 엄청 걸렸어요
 
경관의 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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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복을 좋아해 경찰 영화를 즐겨보았고, 지금도 경찰관 소재의 영화나 소설을 읽기를 즐긴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많은 연관이 있는 경찰이고, 또 제복을 입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눈의 띄는 직업이기도 하기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많은 경찰관들이 있기에 비리를 저지른 경찰관이 뉴스에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그럴때면 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의 동질감이랄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신문을 볼때면 대를 이어 군인이 된 가족들, 대를 이어 경찰관이 된 가족들의 사진이 게재되기도 하는데,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대를 이어 경찰관을 하는 사람들도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 싶다. 형제가 함께 경찰관을 하는 가족도 보았다. 서로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되기도 할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삼 대에 걸쳐 경관을 하고 있는 이야기 『경관의 피』를 읽었다. 경찰 소설이기에 앞서 삼 대에 걸친 한 가족사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60년에 걸친 일본사를 엿볼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주재 경관을 하며 마을 사람들과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는 경관의 모습들을 담았다. 아버지가 직장을 다니면 직장에서의 아버지의 모습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아버지의 모습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주재 경관을 하고 있으면 가족들이 함께 머물며 아이들이 아버지의 일하는 모습을 보기 때문에 자신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배우며 자라는 것이다. 좋은 아버지를 만났을때 아버지의 직업을 자연스럽게 물려받게도 된다. 주재 경관으로 있었던 할아버지 세이지를 따라 경관이 되었던 아버지 다미오. 약물중독자에게서 소녀를 구하다가 죽은 아버지 다미오를 따라 경관이 되었던 가즈야가 그들이다.

 

  소설 『경관의 피』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묵직하다. 직업인으로서의 경찰관. 아버지로서의 경찰관. 일에 몰두하다보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부족하기 마련이고,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식의 입장을 나타냈고, 어느 순간에 아버지로서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들을 담았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부모를 바라보는 감정과 부모가 된 내가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은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후의 일본, 어머니의 친척집에서 얹혀사는 세이지는 적은 돈이라도 월급을 받기위해 경관이 되기로 했다. 정전후 일본은 군대를 없애고 경관들을 대대적으로 모집했다. 국가와 국민들의 치안을 위해 힘써야 할때였다. 세이지는 주재 경관이 되고 싶었고, 주재 경관이 되려면 그에 따른 실적을 올려야 했다. 세이지가 출근하는 경찰서 부근에는 우에노 공원이 있었고, 그곳에는 전쟁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과 남창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미소년처럼 생긴 남창이 죽고 세이지는 그의 죽음을 조사하지만 수사반은 유야무야 없어져 버렸다. 그후 그가 살고 있는 셋집 부근에서 또다른 한 미소년이 시체로 발견되고, 세이지는 주재 경관이지만 개인적으로 남창 사건과 함께 조사를 시작했다. 

 

 

 

   주재경관으로 있던 아버지 세이지가 철로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다미오는 아버지의 경찰학교 동기인 삼촌들의 도움으로 학교를 다녔고, 경찰관이 되었다. 국립대학을 들어갈 정도로 높은 성적에 경시청에서는 그를 홋카이도 대학에 러시아 문학을 배우며 학교에 다니라고 한다. 공산당 활동을 했던 학생들의 틈에 들어가 스파이가 되어 공안활동을 하는 업무가 주어졌다. 그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진 다미오는 많은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하여 안정을 취했고, 드디어 아버지가 머물렀던 주재 경관이 되었다. 아들 가즈야는 자신을 멀리했지만 주재 경관이 되면서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할아버지 세이지의 의문의 죽음을 조사하던 아버지 다미오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대학 졸업후 경관이 된 가즈야. 주재 경관이 되기전 아버지의 폭력이 싫었던 가즈야는 아버지가 공안으로 근무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버지가 조사했던 할아버지의 의문의 죽음. 의문스러운 사진의 발견과 함께 드디어 진실에 다가서기 시작했다. 

  

  형사 사건을 다룬 형사들의 모습은 그들과 닮아 있다고 했다. 그들과 대치하려면 그에 따른 체력과 체격을 키워야 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은연중 그들의 모습과 비슷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자기 가족은 경찰관이 안되었으면 하는 것도 있었으리라. 내 아는 이 중의 한 사람도 자신의 동생이 경찰시험에 합격했다니까 두말없이 다른 시험 다시 보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 경관은 경계에 있다. 흑과 백, 어느 쪽도 아닌 경계 위에 서 있어.

 

우리가 하는 일을 시민이 지지하는 한, 우리는 그 경계 위에 서 있을 수 있어. 어리석은 짓을 하면 세상은 우리를 검은색 쪽으로 떠밀겠지. (672 페이지)

 

  일본의 과거의 현실의 경관들의 삶을 제대로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꽤 탄탄하고 촘촘한 구성으로 경관들이 사건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다해 싸우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위 문장은 어느 직업에서나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경찰관 만큼 법과 범죄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도 드물 것이다. 경계에 서서 그 선을 지키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고 나는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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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3-0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분도 이번에 아버지를 따라 방향을 바꾸어서 경찰의 길을 준비하고 있는데 멋있기도 하고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이 책을 보니 읽고 싶어지네요
 
영원히 사랑해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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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상대방에게 '영원히 사랑해'라는 말을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영원히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고. 사랑을 할때는 사랑이 삶의 모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난후 그때의 죽을것 같았던 사랑의 감정들도 어느새 희미하게 변해가는 수도 있다. 영원히 사랑할거라고 맹세하지만, 그 말을 했던 자신부터 사랑의 감정이 옅어지기도 하니 사랑이 변한 것인지, 사람이 변한것인지 헷갈릴때가 있다.

 

 

  사랑할때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핑크빛이지만 어느새인가 빛을 잃어가고 상대방에 대한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때, 그 사람의 단점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반면 사랑의 시작이라고 믿었던 감정들이 병적인 집착으로 나타날때 우리는 뒷걸음칠 수 밖에 없다. 자신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다가가지만, 상대방에 느끼는 것은 집착이며 구속이다. 사랑한다고 믿는 이를 그 사람의 정신을 잃게 만들어서라도 자신 곁에 머무르게 한다는 것. 이런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을수도 있다. 다만 그 대상이 내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는 것.

 

 

  작가 다니엘 글라타우어는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로 시작해 『일곱번째 파도』까지 이메일로 전해지는 설렘, 두근거림, 어느샌가 사랑에 물들어버린 이야기를 담은 작가였다. 이번 신작도 그런 느낌을 갖게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의 이런 바람을 무시한 채 사랑과 집착에 관한, 거의 추리소설이라고 할만한 소설을 썼다.

 

 

  서른일곱 살의 유디트. 왠지 클림트의 작품 속 유디트를 떠올렸지만, 책 속의 유디트는 팜파탈의 여성은 아니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남자에 대한 두려움을 겪는 여성이다. 유디트는 조명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부활절 즈음 우연히 자신의 발을 밟은 한 남자 한네스를 우연히 만난다. 유디트에 대한 아름다운 외모에 대해 칭찬하고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친다. 유디트의 친구들과도 친분을 쌓고, 유디트의 가족에게도 그가 얼마나 유디트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애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가족들의 환심을 사고 유디트에게 다가오지만, 그의 과도한 애정표현에 자신이 진정으로 한네스를 사랑하지 않음을 알고 이별을 통보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상대방이 이별을 통보하면 상처는 남지만 순응하는데 반해 그의 반응은 예상을 달리한다. 그리고 유디트에게 환청이 들리고 어느샌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일까지 생겼다. 가족과 친구들은 정신질환을 앓게 된 유디트를 안타까워하고, 유디트를 극진히 돌보는 한네스에 대해 입을 모아 칭찬한다. 모든게 잘 될거라는 말과 함께.

 

 

 

  사람의 생각이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의 차이는 누군가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판단이 달라지기도 한다. 멀쩡하기만 했던 유디트가 왜 환청에 시달리고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해야했는지 어느 누구도 알수 없어할때, 한네스가 모든 사람을 포섭해버렸을까봐 애를 태웠던 것 같다. 유디트에게는 모든 게 의심스럽고 분명 한네스가 자신을 감시했을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무엇보다 유디트를 두렵게 하는 것은 그가 가려고 하는 방향을 미리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가 가려고 하는 길은 너무 가팔라서 그의 빠른 걸음 속도를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그래서 늘 숨이 가빴다. 잠시 멈춰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61페이지) 

 

 

  사랑에도 완급 조절이 필요한 것 같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빨리 갔다가는 상대방은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나는 수도 있다. 반면 너무 천천히 와도 바라보는 나는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그처럼 다양한 사랑을 하고 있는 우리들. 대부분의 우리들은 주변에서조차 아무런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일을 꾸민 한네스 같은 남자가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다니엘 글라타우어는 이 작품에서 독자들에게 많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이메일이 가지는 한계점, 편지로만 된 글이기에 상대방의 속마음을 알수 없어 궁금했던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에서처럼 이 작품도 여러가지 궁금증이 일게 했다. 한네스의 정체, 그의 진심 그리고 유디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수 없게 만들었다.

 

 

  사랑과 집착에 대한 그 경계는 때로는 모호하다. 하지만 이것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날때에서야 과도한 집착은 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다 읽고나서도 유디트에 대한 안타까움과 한네스의 정체에 대해 충격에 빠져 있었다. 세상엔 별 사람들이 다 존재하는구나. 신문과 방송에서 기사로 접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임을.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임을 알았다. 어쩐지 두렵다. 이런 일들이 소설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더욱 두려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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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3-07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볼펜으로 줄을 긋기가 조금 그래서, 연필로 긋는데, 뒤굴거리는 샤프는 몽땅 심이 떨어졌고, 연필도 심이 뭉툭해져서, 플래그를 쓰다보니, 줄긋는 것보다 책도 보호되고 좋아요. 바로바로 찾을 수도 있고, 근데 사진에 있는 거는 엄청 많이 쓰기에는 비싸서, 포스트잇처럼 생겼는데 길쭉하고 작은 게 있어서 그걸 써요. (엉뚱한 소리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