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연의 1 : 도원결의 - 모종강본 원문 대역 삼국연의 (모종강본 원문 대역) 1
나관중 지음, 모종강 엮음, 박기봉 옮김 / 비봉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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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작가가 풀어 쓴 소설로 된 『삼국지』를 읽은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처음 『삼국지』를 읽을때는 나라를 차지하려 싸움만 하는 내용들이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열 권으로 된 책을 겨우 다 읽고는 이십 년 동안 읽지 않았다. 아이들을 키우며 아이들에게 삼국지만은 읽혀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100권 가까이 되는 만화 전집을 사 주었고, 아이들은 밤을 새워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삼국지 만화를 읽어주어야겠다 생각만 했지 다른 소설들을 읽느라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몇해를 지나왔다. 오래전에 읽은 삼국지를 이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것 같아 다시 읽어야 할 때가 된것 같다고 느낄 즈음에 이 책을 만났다. 나관중이 썼고, 모종강이 풀어 쓴 『삼국연의』다. 원문대역이라 삼국지를 제대로 읽을 수 있겠다 싶었고, 이십 년 전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기도 했다. 

 

  난 『삼국지』가 그저 삼국지 인줄만 알았다. 위, 촉, 오 세 나라를 가리키는 삼국이야기. 삼국을 다스렸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쓴 이야기일 거라고만 짐작했다. 저자 박기봉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여태 알아왔던 『삼국지』가 원래는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였다는 것. 말 그대로 '삼국지'는 우리나라의 조선왕조실록 처럼 역사서를 나타낸다는 것. 『삼국연의』는 삼국시대의 역사적 사실들을 충실하게 기록할 필요도 없고, 진실이어야 할 의무도 없는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예술적 표현인 역사소설임을 이야기했다. 우리도 역사 소설을 읽을때 사실적인 인물과 허구의 인물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버무려 있고,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수 있게 하지 않나. 『삼국연의』도 그러한 역사소설인 것이다.

 

  자 이제 소설을 읽어볼까. 총 12편의 이야기로 되어 있는 『삼국연의』의 첫 번째 책은 '도원결의'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는 유비, 관우, 장비가 만나 복숭아밭에서 형제의 의를 맺고 마음과 힘을 합쳐서 의로운 일을 하겠다는 맹세를 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삼국연의』에서 가장 현명한 군주라는 유비, 그의 곁에서 의형제를 맺은 관우와 장비가 보필하니 가장 든든해보이는 유비였다. 유비는 아랫사람을 현명하게 다룰줄 알았고, 간계를 쓴 편지를 받더라도 그 의중을 파악할 줄 아는 이였기에 이에 대처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다른 장수들은 간계를 쓰면 간계에 넘어가고 휘하에 있는 장수들을 부릴줄 몰랐다.

 

  예부터 남자들은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지만 여자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도 물론 여자지만 여자를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왕윤이 동탁과 여포를 잡기 위해 가기 초선을 쓴 '연환계連環計'를 보아도 그렇다. 왕윤은 여포에게는 딸이라 칭하며 초선을 시집보내기로 해놓고는 동탁에게는 가기라 하며 바치겠다고 한 것이다. 동탁과 동탁의 수양아들을 이간질시켜 이 둘을 치겠다는 이간계였던 것이다.

 

 

 

 

 

  여성을 앞세운 계책은 1권에서 또 나타난다. 양표가 헌제에게 말한 계책으로 곽사와 이각의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반간계反間計를 쓴 것이다. 질투가 많은 곽사의 처를 이용해 곽사가 이각의 처와 정분이 있다고 하며 이 둘을 갈라놓는 것이다. 여자의 질투가 어떠한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알수 있는 부분이었다.

 

  천하의 간웅이라고 알고 있는 조조를 말하는 부분도 참 재미있다. 조조의 숙부 허소가 조조를 가리켜, '치세에는 유능한 신하가 될 테지만, 난세에는 간사한 영웅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부분이었다. 숙부 허소는 조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조의 행보를 보면 자기가 살기 위해서 곁에 있는 이들을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부분을 보면서 맞는 말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즈 같은 세상에서도 조조같은 간웅들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람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형제라고 불리우는 이들도 이용한다는 점이 특히 그럴 것이다.  

 

  사람을 제대로 보고 적재적소에 쓸 줄 안다는 것. 이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 사람을 제대로 부릴 것이다. 사람을 제대로 부리지 못해 피해를 많이 보는 것처럼, 사람을 제대로 보는 눈을 지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국연의』1권에서는 모종강의 '삼국지 읽는 법'도 괘 여러 페이지로 적혀져 있었고, 한 회가 끝날때마다 모종강의 서시편이 수록되어 있어서 『삼국연의』를 더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오래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삼국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서로 삼국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 나라를 다스리지 못하면 누군가의 그늘 아래서 때로는 쉴 줄도 알아야 하고 숨도 골라야 하는 법. 힘이 되지 않는데도 무작정 달려가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삼국연의』1권을 읽었는데 점점 재미있어져서 큰일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달랑 두 권.

 

매 회가 끝날때마다, '~~ 어찌될지 모르겠거든 다음 회를 읽어보아라.' 이 문장 때문에 다음 회가 궁금해 미치겠다. 읽지 않고는 못배긴다. 다음 회를 향해 손가락이 바삐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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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사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9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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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나토 가나에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본 사건이 아니라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건의 전개에 우리는 내내 긴장하며 읽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사건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 『꽃 사슬』에는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세 명의 주인공은 이름에 눈, 달 꽃을 의미하는 한자를 가지고 있다. 미유키美雪, 사쓰키紗月, 리카梨花가 이들이다. 작품은 이들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외할머니가 병원에 누워 계시고, 자신은 학원이 부도가 나 급여도 받지 못해 돈이 필요한 리카. 외삼촌에서 지내며 외삼촌이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다 가즈오를 만나 결혼한 미유키는 가즈오가 자신을 사랑해서 결혼했는지, 외삼촌이 시켜서 결혼했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 시민회관에서 꽃 그림 강의를 하는 사쓰키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작품속 여성들에게 이들을 이어주는 매개는 꽃이다. 파란 용담, 하얀색, 연보라색, 진보라색의 코스모스, 고산지대에서만 사는 성주풀이 이들을 이어준다. 그리고 매향당에서 파는 화과자 종류인 단팥이 든 긴쓰바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 화사한 색깔을 자랑하는 꽃, 꽃과 긴쓰바에 대한 추억들. 이들 모두를 연결해주는 이는 K라는 이니셜을 가진 사람이다.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 세 여성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세 주인공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서는 이들이 하나로 엮여져 있음을 알게 된다.

 

 

 

 

 

 

 

 

  책 속의 또다른 주인공을 볼까. 그것은 화가 가사이 미치오의 그림이다. 가사이 미치오의 그림 「미명의 달」은 책 속에서 새로운 건축물로 태어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린 소나무 계곡에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하며, 그림을 그렸던 계곡에서 죽은 이를 성주풀로 그려 그곳에 추억을 남겨두기도 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었던 각자의 이들이 모두 하나를 이루고 있었음을 책을 읽어갈수록 알게 되었다. 세 사람의 사슬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아는 순간, 이들이 가진 진실, 혹은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사람은 생각도 못 한 곳에서 서로 연결되어서, 한 번 사슬을 끊어도 다른 곳에서 연결되어 있나 봐요.  (236페이지)

 

 

 

  그렇다. 우리는 어떤 인연으로도 묶여있는 이들이다. 꽃 사슬이 아니어도 어떤 인연으로도 묶여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인연, 내 곁에 있는 이들이 있음에 고마워하며 기쁜 감정을 가지는 것. 우리 모두는 꽃 사슬처럼, 어떤 사슬로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외로울때 어딘가를 가고싶을때 나의 곁에서 나와 즐거움을 함께 하는 친구, 나의 힘의 되어주는 가족. 그외 나와 인연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이들이 나의 꽃 사슬이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고마움, 기쁨, 즐거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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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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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 요나손의 전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으려고 준비하고 있다가, 영화가 개봉하는 바람에 영화부터 보게 되었다. 기상천외한 모험과 유머, 풍자가 가득한 내용이었다. 잠깐 지루해 했다가도 100세 노인의 행동에, 같이 따라다니는 인물들을 바라보며 웃을수 밖에 없었던 영화였다. 영화를 본 후 책을 읽어야지 했다가, 작가의 다음 작품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 작품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부터 읽게 되었다.

 

이 작품 역시 풍자와 유머러스한 내용의 소설이었다. 책을 읽어가며 내가 예상했던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닌 전혀 뜻밖의 삶을 살아가는 여자, 놈베코의 이야기였다. 놈베코의 이야기를 하려면 그녀의 주변 인물을 소개할 수 밖에 없다. 다섯 살때부터 살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부터 스웨덴으로 오기까지의 여정과, 스웨덴에서의 삶이 이어지는데, 놈베코의 삶은 기상천외하다. 이런 일에 진짜로 생긴다면 어떨까. 이런 여자가 실제로 있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상상을 할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소웨토(인종분리를 위해 흑인 주거로지로 삼았던 곳)라는 곳에서 다섯 살 때부터 분뇨통을 나르는 여자가 어떻게 스웨덴의 국왕과 수상을 만나게 되었을까를 나타내는 여정을 다룬 글인데, 그녀가 지나가는 곳마다 기상천외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무도 글을 알지 못하리라는 까막눈이들만 있을것 같았던 그곳 소웨토에서 자신만의 셈법으로 셈을 하는 여자의 이야기는 놀라웠고, 유머스러웠다.

 

까막눈이 여자 놈베코와 필연적으로 엮일 수 밖에 없는 홀레르와 홀레르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홀레르와 홀레르의 이야기를 하려면 그의 아버지 잉마르의 공화주의적인 사상을 아들인 쌍둥이들에게도 주입시키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공화주의적인 사상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은 넘버1이었고, 넘버2인 홀레르는 아버지의 사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소웨토에서 분뇨통을 나르던 여자가 어떻게 해서 오두막을 나왔는지도 흥미로웠다. 옆집 오두막에 살던 남자의 죽음으로 인해 그의 집에서 숨겨져 있었던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세상밖으로 나왔지만, 나오자마자 백인의 차에 치여 그 죗값을 치루기 위해 7년동안 청소부로 일하려 백인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도망은 꿈도 못꿀 이중 철책으로 둘러 쌓여 있었고, 그곳은 핵무기 연구소였다. 청소부로 일하며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읽고, 핵무기를 만드는 방법들을 섭렵한다. 돈으로 대학을 졸업한 핵무기 연구소의 백인 남자는 자신보다 지식이 훨씬 뛰어난 흑인 여자에게 의지하게 되는 식이다. 어떻게 핵무기연구소장이 이리 멍청할 수 있단 말인가.

 

 

 

요나스 요나손의 이 작품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보들이었다. 도대체 정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드물었던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놈베코가 가진 폭탄 때문일 수도 있지만, 국왕이 닭피를 튀겨가며 닭을 잡고, 손을 걷어 부치고 수상이 설거지를 한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요나스 요나손의 책속에서는 벌어지는 것이다.

 

 

 

책 속에서는 다양한 바보들이 등장하는데, 배운 사람이건 배우지 않은 사람이건 이해할 수 없는 바보들의 원자 폭탄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풍자와 유머로 가득 찬 소설은 읽기에 부담이 없다. 읽고 있다보면 저절로 실소를 터트리기도 한다. 100세 노인이 돈이 가득 든 가방을 가지고 튄 일도 즐거움이듯, 놈베코의 여정을 따라가는 일도 책을 읽는 즐거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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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한의학 - 낮은 한의사 이상곤과 조선 왕들의 내밀한 대화
이상곤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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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TV 드라마에서 허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전국 시청률 40%를 넘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드라마였다. 드라마에서 허준이 어의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었는데, 그는 권력을 좇는 의사이기보다는 사람에 대해 측은지심으로 바라보았던게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지 않았나 싶다. 물론 허준의 측은지심과 별도로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었다. 드라마 속에서보면 어의로서 궁궐내의 왕을 치료하고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왕이 승하하기라도 하면 어의 또한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그만큼 어의의 역할이 중요했고 왕의 건강이 중요했던 것이다.

 

  이번에 읽은『왕의 한의학』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를 참고로 해 왕이 처방받은 약을 통해 왕의 질병을 살펴보았고, 왕의 질병을 통해 조선의 역사, 역사속의 비밀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사람에게는 체질도 중요하지만,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당쟁에 휩싸여, 혹은 왕족들의 권력싸움의 한가운데서 버텨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었다. 

 

  조선의 왕들이 특히 많이 걸린 병이 종기라고 했다. 최근에는 보기 드물지만, 오래전 내가 어렸을때만 해도 종기가 꽤 많았었던것 같다. 고약을 사러 약방에 심부름을 가곤 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가 어렸을때도 종기가 있었던 듯 한데, 조선 시대에서야 더 흔한 질병이었으리라. 종기 뿐만이 아니다. 조선의 왕들은 학질도 많이 걸렸으며 안질, 소갈병(당뇨병)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소갈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고생했다. 왕에게는 왕의 곁에서 왕의 건강을 보살피는 어의가 있었는데, 어떤 어의가 있는가에 따라 왕을 살리기도 했고, 잘못된 판단으로 왕을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환자의 역사, 즉 환자가 살아온 삶의 흐름과 이력을 읽고 질병의 함의와 맥락을 통찰하려 한다. 환자가 느끼는 신체적 고통만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이유를 되새기면서 환자의 상태를 수용하고 이해하려고 애쓴다. 한의사는 환자와의 만남을 통해 질병이 던지는 메시지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157페이지)

 

  우리가 흔히 야사(野史)가 진짜 숨겨진 역사가 아닐까 싶다. 야사속에서 많이 나오는 정조 독살설에 대해 나도 어느 정도 사실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 책 속에서 정조에게 처방했던 약들과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니 저자가 말한 것이 사실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인삼을 강하게 거부했지만, 정조의 체질을 간과했던 어의의 실수가 정조의 죽음을 부르지 않았는가 말이다. 조선의 왕 중에서 가장 장수한 왕 영조가 특히 인삼을 많이 복용했다고 했다. 인삼의 효능이 아무리 좋아도 정조의 몸에는 맞지 않았다는 것. 아무리 좋은 인삼이라도 결국엔 사람의 체질에 맞게 처방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

 

  왕들의 한의학을 읽으며 조선의 역사에 더 깊이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비교적 자세하게 적혀진 실록이나 승정원 일기에서 사관들이 적은 내용, 자신의 병세에 대한 왕의 설명, 신하들의 처방약에 대한 권고 등을 읽으며 왕의 건강이 곧 조선을 살리는 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조선 초기에 비해 조선 후기로 갈수록 침과 뜸을 이용한 치료보다는 보약등의 예방약으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직 한의사가 쓴 글이어서 왕에 처방한 약들로 왕의 병을 진단하는 책이려니 했지만, 여느 역사서 못지 않게 왕의 질병과 질병이 생기게 된 원인등을 역사속에서 찾았다는 점이 특별했다. 역사의 비밀과 질병의 상관 관계를 제대로 살펴본 느낌이었다. 우리가 심리 상담을 받을때도 우리가 살아온 내력을 알아야 하듯, 우리의 질병도 우리가 살아온 내력에 따라 달라질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배운 작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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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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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읽은지 20년이 지났다. 도서관에서 몇 권씩 빌려읽고, 다음 책이 들어오지 않아 애를 태우곤 했었다. 열 권의 책을 다 읽고 한동안 아무것도 못했던 시간이기도 했던 때. 이제 시간이 꽤 흘렀고, 『태백산맥』의 내용마저도 희미해져 가는 때 그의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허수아비춤』과 『정글만리』였다. 이 책들을 읽고 내가 그동안 『태백산맥』을 잊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우리가 꼭 생각해야 할 것들을 말하는 작가, 조정래의 책을 다시 읽었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꺼내주는 이야기, 『조정래의 시선』이다. 소설에서 느끼지 못했던 조정래의 민낯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에세이라기보다는 강연과 방송 출연을 하면서 했던 말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말을 하고 나면 흩어져버릴 귀중한 말들을 책으로 한데 엮어 놓은 책을 읽고 있노라니 우리가 생각해야 할것들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정글만리』를 읽어본 사람들은 알리라. 우리가 그동안 중국을 너무 몰랐음을. 물론 사업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알고 있었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중국에 대해 그저 중국은 저가 상품을 많이 내는 나라, 우리의 70년대쯤 되는 나라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중국인들을 무시하던 시대는 지났다. 십 년전의 중국여행에서 내가 느꼈던 중국과는 아주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중국의 위상이 지금 어떻게 되었던가. 갑자기 G2로 등극해버려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작가 조정래의 시선은 명확했다. 우리나라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하는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군사적으로 미국과 얽혀 있고,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많은 교역을 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미국과 중국을 잘 저울질하며 우리나라가 어떻게 나서야 하는지를 말한다. 조정래의 시선은 여느 정치가나 경제학자보다 훨씬 낫다.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지녔다고 해야 할 것이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대하소설을 세 편이나 쓰는 동안 작가는 두문불출하며 하루에 몇장씩 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가르켜 그는 '황홀한 글감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랜시간동안 취재를 바탕으로 글을 썼고, 그는 작품속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했다.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쓰는 그는 그동안 쓴 작품들의 원고지를 쌓으면 몇 층짜리 건물과 맞먹는다고 한다. 

 

소설은 상상의 소산이되 시대와 무대가 명확하면 거기에 맞는 사실과 진실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면 허황된 이야기를 황당하게 지껄이다가 독자들에게 외면당하는 쓰레기 더미를 생산할 수 밖에 없습니다.  (110페이지) 

 

문학은 그런 척박함에 뿌리내리며 피어나는 꽃입니다. 그래서 그 꽃은 영원을 향하여 시들지 않습니다. 문학을 하며 호화롭게 살기를 바라지 말고, 굶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문학의 생명은 영원합니다. 그 확신 위에서 좋은 작품은 탄생하며, 굶주리며 쓴 좋은 작품은 영생을 얻습니다. 문학은 어차피 어느 시대에나 절대다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소수가 선택하되, 그 소수가 인간사회를 이끌어갔습니다.. '작가란 인류의 스승이고, 그 시대의 산소다.' 인류적 동의로 주어진 명예입니다.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당신의 실존입니다.  (292페이지)

 

 

 

   작가는 한국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데, 장편소설이 전부 1인칭이라는 말을 한다. 1인칭은 '나'를 통해서만 다른 주인공들이 움직이게 된다. 인물들의 자율성이 박탈되고, 소설의 스토리텔링이 허약해지고, 결국은 장편소설이 소설이 되지 못하고 멈춰지게 된다. (213페이지)  작가는 역사를 치열하게 다루는 작품이 없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다.

 

  작가의 문학론, 작가의 인생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오래전에 『태백산맥』을 읽은후에 다시 『태백산맥』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40~50대가 읽어도 좋겠지만, 20~30대가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정글만리』또한 아이들에게도 방학동안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소개시켜 주었다. 아이들이 방학동안 『태백산맥』과 『정글만리』를 펼쳐놓고 읽는 모습을 보고싶다. 그래서 좀더 나은 시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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