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철학하다 -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에드윈 헤스코트 지음, 박근재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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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펜을 잡고 무언가를 끄적이고 싶을때, 예를들면 펜의 색깔과 느낌을 시험한다던가 할때 내가 주로 그리는 것은 몇 개의 별과 집 모양의 그림이다. 삼각형의 지붕, 사각형의 벽면, 그리고 창문을 그려놓는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현관문과 현관문에 동그란 손잡이까지 그려넣는다. 나에게 집이 무엇이기에 나는 자꾸 집을 그리는 것일까. 집을 그리고 나무 한두 그루쯤 그려놓았던게 아마 초등학교 시절부터가 아니었을까. 그만큼 나에게 집이란 무엇이길래 자꾸 집을 그리는 것일까. 나는 사실 결혼도 하지 않으려했지 않았나. 그런데도 나만의 집을 갖고 싶었던 것일까. 집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깊이 들어있었던 것인가.

 

  퇴근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으로 향한다. 곧바로 집에 가면 아무도 없지만 퇴근후 집에 가는 게 좋다. 하루종일 긴장하며 지냈던 시간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흥얼거리며 나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설렘이 먼저 다가선다. 음악을 틀어놓고 샤워를 하고 대충 집안 정리를 끝낸 다음 책을 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소파에 앉아 쿠션 두개는 등에 받치고, 무릎위에도 쿠션 한 개를 올려놓은 뒤 책을 편다. 출근하기 전에 읽었던 페이지를 펴고 책을 읽는 시간.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그 시간이 비록 짧더라도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편안한 옷을 입고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는 시간이 참 좋다. 어떤 친구는 혼자 있는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하지만, 내가 홀로 있는 시간은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그 시간의 소중함을 자주 깨닫는다. 내가 사용하는 가구들. 거실벽과 부엌벽 양쪽벽면을 차지하는 책장. 오후까지 불을 켜지 않아도 환한 빛이 들어오는 부엌. 햇볕이 좋은 날이면 앉아 있기 좋은 거실, 발코니의 화분들. 우리집. 우리집에서의 시간. 

 

  건축과 디자인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는 에드윈 헤스코트의 『집을 철학하다』라는 책을 읽었다. 다양한 모양의 집을 만날 수 있는 책인줄 알았더니 집을 이루는 각각의 공간들 즉 부엌, 거실, 침실, 서재와 창문, 문 손잡이, 책, 옷장 등의 역사와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가 각 공간들을 말하는데,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의 의미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아래의 사진은 프랑수와 부셰가 그린 「퐁파두르 부인」이란 그림이다. 책 속에서도 이 그림이 수록되어 있고, 퐁파두르 부인에 관련된 일화를 언급하는데 '침실'에 관련해 말하는 부분이다. 퐁파두르 부인은 프랑스 루이 15세의 정부였고 한때 왕궁의 안주인 역할까지 했었다. 중산층 출신인 퐁파두르 부인이 현대적 의미에 가까운 침실을 궁전에 도입했다고 한다. 베르사이유 궁전을 개조해 작은 방을 만들었고, 이런 방들은 섬세한 무늬로 장식돼 기품과 사적 공간의 개념으로 바꿨던 것이다. 이는 '로코코'라는 양식으로 불리워졌다.

 

  저자는 책은 벽돌과 마찬가지로 건축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다. 나는 이 사실을 책이 없는 집을 방문하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집에 책이 없다는 사실은 내게 충격적이었고 오싹한 느낌마저 들었다. 책이 없는 집이라니! 단 한 권의 책도 없었다. 내부장식은 과도하다 싶을 만큼 완벽했지만 책의 부재로 집은 미완성의 느낌을 주었고 심지어 집이 안쓰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느낌은 일종의 상실감이었다. (33페이지) 라고 말했다. 나도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면 맨처음 보는게 그 집에 책이 있는가, 어떤 책이 있느냐이다. 집안에서 한 권의 책도 발견할 수 없다면 나 또한 굉장히 놀랄 것도 같다. 저자는 건축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인 책과 서재를 따로 분리해 설명하고 있었다. 서재의 용도는 집필 공간 혹은 집필에 필요한 책을 읽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외국영화를 볼때면 신랑이 이제 막 결혼한 신부를 안고 문지방을 넘는 로맨틱한 장면이 있었다. 책에서도 문지방에 대해 말하는데, 우리는 어렸을때 복 달아난다고 문지방을 밟지 말라는 이야기를 어른들한테 들었었다. 이와 같은 의미로 사악한 영혼을 피하고자 신부를 안고 문지방을 건넜다고 했다. 문지방은 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경계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해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벽'에 대해서 말할때 프루스트가 자신의 침실 벽에 코르크로 덧대 바깥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고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해 추억에 집중했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라는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처음 결혼하고서는 아직 정이 들지 않은 내 공간이 어색했는지 부모님이 계신 친정집이 그리웠다. 가고 싶은데 못가게 되면 우울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친정집도 불편하고 현재의 시간을 살고 있는 내 집이 제일 편하다. 아마도 이건 내가 살아온 시간이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쌓인 시간이 마음 저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하게 지금도 가끔 한번씩 꾸는 꿈이 있다. 꿈 속에서 나는 오래전 시골에서 살았던 집이나 언덕을 오르는 길, 논밭이 펼쳐져 있는 길들을 걷고 있었다. 가본지 20년쯤 되었는데도 어렸을때 자랐던 곳이 꿈에 나올때면 참 신기하다. 마치 그림처럼 선명하게 추억의 장소들이 떠오른다. 아마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 시절들을 그리워하기 때문일까. 내 기억의 편린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집을 지탱하는 벽은 앞서 그 집에 살았던 모든 이의 영혼과 그 집에 대한 모든 기억, 그 집을 향한 모든 그리움을 품고 있다. (맺는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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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드타이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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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전쯤 이 책을 읽었다. 그때 출간할때는 『아들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아들의 방이라.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아이 방을 한번씩 점검한다. 침대위 이불을 정리하고, 베개도 반듯이 하고 책상 위를 점검한다. 때로는 책상 서랍에 펼쳐져 있는 편지 같은 것을 살펴보기도 한다. 아이가 중학교때는 더 염려스러웠었다. 아직 자신의 생각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할까봐 염려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런게 덜하고 아이 스스로 어느 정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나이가 되고 보니 아이의 어떠한 결정에 수긍해주는 편이다.

 

  거의 4년 만에 『홀드타이트』라는 이름으로 개정된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역시 아이를 둔 부모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책속에서 있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법은 없으니까. 부모는 항상 아이를 살펴보고, 아이의 행동을 주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어느 정도의 선을 그어놓고 해야 되지 않을까.

 

  아들이 죽어 휑한 집을 '죽어있는 집'이라 표현했다. 쌍둥이 아이들이 있었지만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은 그 모든 것을 준다해도 필요없고 오직 죽은 아들이 돌아왔으면 하고 바랠지도 몰랐다. 이런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그리고 죽은 친구때문에 좋아하던 아이스하키마저 심드렁해하고 방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는 아이 애덤을 바라보는 부모 티아와 마이크가 있다. 아들 친구였던 스펜서가 자살하고 아들이 걱정된 부부는 아이의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아 컴퓨터에서 아이가 하는 모든 것 이메일이나 메신저등의 내용을 볼수 있게 했다. 아이가 먼저 말해주기를 기다리지만 묵묵무답인 아이가 염려스러워 한 행동이었다. 이건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아이에 대한 염려때문에 했다고 한다면 많은 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술집에서 매리엔이라는 여자가 어떤 남자와 여자에 의해 차에 태워지고, 신원파악이 힘들게 얼굴이 뭉개질 정도로 맞아 죽고 창녀들의 거리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사건과 티아와 마이크의 아이 애덤이 사라지는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자가 사라졌다. 마트에 갔다가 아이를 데리러 가야하는데 사라져버렸다. 티아와 마이크는 애덤의 행방을 찾으려 GPS 기능을 통해 아이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다가가 누군가의 집 앞에서 아이가 안전한지 확인해보고 싶지만 마땅한 이유를 댈수 없어 머뭇거리고 있었다.  

 

 

 

 

  아들 애덤의 친구인 DJ의 아버지 허프는 경찰서장이다. 자신의 아이 DJ를 위해 거짓말을 한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 서로의 아이를 구하려는 아버지 대 아버지로서 대면을 해야하는데, 마이크는 자신의 아이만을 걱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서로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려는 부모의 모습. 부모들은 모두 자식의 허물을 덮으려 하고, 부모가 책임을 지려고 한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인지 묻고 싶지만 나 또한 나의 상황이 책에서처럼 상황이 비슷하다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자식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자식을 더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자신을 보호해 줄것이라는 걸 아는 아이들이 더한 행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부모는 모르는 것일까. 

 

 

 

  그저 힘들다는 넋두리를 누군가를 죽여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이. 두 명의 여자를 죽인 남자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아내 카산드라에 대한 죽음에 대해 복수를 하겠다는 이유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자신을 파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깊은 마음에 숨어있던 감정들을 이번 기회에 표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똑같은 내용의 소설을 개정판으로 다시 읽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애덤과 티아와 마이크의 상황만 기억나고 여자들이 죽은 사건은 기억이 희미해져 있었다. 전혀 새로운 책을 읽는 기분으로 읽게 되었다. 다시 읽어도 전혀 새로운 책을 읽는 듯한 느낌. 그래서 책을 여러번 읽으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처음에 읽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두세 번 읽고 난뒤에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처럼.  

 

 

 

  1박2일동안 수련회 다녀온 아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넸다. '잘 다녀왔느냐고, 친구들하고도 많이 친해졌냐고.' '즐겁게 보냈고 친구들과도 친해졌다.' 라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때로는 걱정을 해도 싫어하고, 때로는 자기에게 관심이 없는것 같다는 말을 하는 아이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게 적당하게 선을 지켜가며 말하는게 참 힘든 일이다. 그래도 나는 아이를 살펴볼 것이다. 아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을 것이다. 아이의 안녕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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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기들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우열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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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과 얼마만큼 살아야 우리는 그 사랑에 대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영원히 같이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마음이 변해 사랑이 식어 헤어지기도 하는 것을 볼수 있다. 결혼은 하나의 약속이지만, 도저히 같이 살 수 없을 경우에는 헤어져야 마땅하지만. 사랑이란 거? 사랑이란 무엇일까? 아무리 질문하고 해답을 찾으려해도 이것 만큼 어려운 문제도 없는 것 같다. 늘 사랑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사랑에 목말라하는 이들을 보라.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지만 여전히 헤어진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을 꿈꾸는 우리. 사랑해서 결혼해 다른 사람 같은 거 바라보지 않을것 같지만 실제로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만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지만 늘 사랑이야기를 읽는 건 다른 사랑을 꿈꾸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과는 다른 사랑, 다른 사람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런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총 17편의 단편 중에서 수록된 『풋내기들』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오리지날 버전이다. 내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지 않았기에 『풋내기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풋내기들』은 레이먼드 카버가 직접 쓴 글이며, 편집자 고든 리시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펴내면서 많은 부분, 오십 퍼센트 이상 덜어내 책을 만들었다. 이번에 읽게 된 『풋내기들』은 레이먼드 카버가 고든 리시에게 넘긴 원고를 복원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려 보려 하지만 사랑만큼 어려운게 또 있을까. 함께 사랑하다가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 결혼한 상태에서도 여전히 사랑에 대해 궁금한 이들의 이야기였다. 이 작품의 표제작 「풋내기들」은 사랑에 관한 담론이었다. 

 

  두 부부가 마주 앉아 진과 토닉워터를 앞에 두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허브와 테리 부부, 나, 닉과 로라 부부다. 이 두 부부는 첫번째 배우자와 이혼했고 새로운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다. 신학대학에 다녔으나 그만두고 다시 의대에 다녀 의사로 일하고 있는 허브가 테리와 함께 살았던 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테리를 너무 사랑해서 죽이려고까지 했으며, 테리와 헤어진 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허브와 달리 나름대로 자신을 사랑했다는 테리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허브는 얘기 중에 자신의 병원에 왔던 한 노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린 소년이 낸 사고때문에 병원에 오게 된 이 노부부는 서로의 생사를 알게 되었을때 다른 방에 입원해 있으면서 상대방의 안부를 궁금해했고, 배우자를 보지 못해 꽤 우울해 했다. 사고가 난지 몇개월이 흘러 노부부중 아내 애나가 상태가 더 좋지 못했고, 헨리가 휠체어를 타게 되어 아내 애나를 보러 갔을때 눈빛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다해 손을 잡았던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을 본 허브와 간호사는 병실 밖으로 나와 계속 눈물을 흘렸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던 이들.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이들의 진정한 사랑을 엿볼수 있는 장면이었다. 간호사가 엉엉 울었을때 나 또한 노부부가 만나는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 노부부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사랑이 어떻다고 확실하게 정의할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에도 노부부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 어쩌면 숭고하게 느껴지는 사랑이었다.  

 

 

 

 

 

"우리가 사랑이 뭔지 얼마나 알겠어?"

 

"뭐 그건 내 이야기도 마찬가지야, 이런 얘기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내가 보기에 우린 사랑에 순전히 풋내기들이야." (383~384페이지 중에서 발췌) 

 

 

  「풋내기들」 에서 허브는 현재 테리와 살고 있지만 자신의 아이들의 엄마, 즉 첫번째 아내를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했었겠지만, 지금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사람이다. 한때는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했을텐데 그에 대한 감정은 퇴색되어버렸다.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부러워하면서도 자신이 가진 것을 보지 못하는 허브가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사랑을 가졌을때는 그걸 보지 못하는 수가 있다. 먼훗날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을지도 모른다.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글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술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것도 같다. 「정자」에서, 우리는 중요한 일들을 언제나 술을 마시면서 결정했다. 술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를 할 때도, 식탁이나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여섯 개들이 맥주나 위스키 한 병을 앞에 두고 있었다. (67페이지)를 봐도 그렇고, 작년에 읽었던 『대성당』에서도 느꼈던 바다. 일상 생활에서 술은 많은 역할을 하지만 알콜중독이 되어 버리면 문제 발생한다. 『풋내기들』 중에서 여러 편의 소설에서 음주 때문에 힘들어하고 음주 때문에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는 걸보며 우리의 일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을 다 읽고났더니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편집자 고든 리시가 어떠한 부분을 어떻게 편집했는지 궁금해졌다.  『풋내기들』에 비해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내용은 많이 짧아졌다고 하는데 그 부분도 비교하며 읽어보고 싶다. 어떤 소설가가 왜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을 추천하는지, 이제 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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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5-03-3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작가, 멋진 소설, 근사한 리뷰. 잘 읽었어요. ^^

Breeze 2015-03-31 09:13   좋아요 0 | URL
좋은 작품입니다. ^^
 
[세트] 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1~2 세트 - 전2권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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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서를 읽는게 좋다. 역사서 중에서도 특히 조선시대를 좋아해 조선시대의 역사서가 나오면 일부러 찾아 읽고 소장하고자 한다. 이번에 읽게 된 『역사저널 그날』 또한 고려말 조선을 열게된 인물 정도전이 이성계를 만난 '결정적 그날'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TV를 잘보지 않아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잘 알지 못했었는데, 이 책은 매주 일요일 방송되는 KBS의 「역사저널 그날」을 책으로 나타낸 글들이다. 책을 다 읽고 인터넷에서 「역사저널 그날」을 검색해보았다. 검색 사이트에서 동영상이 있어 몇 개를 보았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책으로 만나기전에 TV로 보았으면 더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TV에서 역사 드라마를 할때 되도록 챙겨보려고 하는 편이다. 드라마로 보면 우리가 미처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했던 역사를 새롭게, 더 자세하게 알게 되는 것 같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것을 알수 있었다.  

 

  책에서는 패널들이 한 말들을 역사적 사실과 자신들의 생각을 말한 것들을 글로 정리했다. 글로 되어 있어 장면을 상상하며 역사적인 그날에 있었던 이야기와 패널들이 하는 이야기를 종합해 역사속에 숨은 이야기들까지 읽는 일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드라마나 역사서에 있었던 이야기에서부터 우리가 일반적으로 더 궁금해 하는, 어쩌면 진실에 가까운 야사를 이야기할때는 더 흥미로웠다.

 

  작년에 KBS에서 했던 드라마 「정도전」을 챙겨보았었다. 그 드라마를 보며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다. 시대가 바뀔수록 역사적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게 되는데 정도전이라는 인물도 그랬다. 책은 고려말 정도전이 자신의 이상을 구현할 새 왕조를 창조할 인물로 이성계를 선택했고 정도전이 이성계를 만나러 찾아가는 때부터 시작되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울때 알고 있었던 정몽주와 정도전의 대립, 이성계를 위해 정몽주를 죽였던 정안군 이방원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여러번을 읽어도 역시 재미있는 부분이다.

 

  책에서는 여러 대담자들이 나와 역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그날'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을 여러 사람의 시각으로 말하고, 역사학자의 이야기로 실록에 있는 역사적 사실을 말한다. 만약 그때 만나지 않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가정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데 우리도 한번쯤 어떠한 것에 토론할때 그렇지 않던가. 아마 다른 세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랬을 것이다, 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우리 조선의 역사에서 무리없이 왕위를 이어받은 왕들은 몇 되지 않는다. 태종의 왕자의 난, 세조의 계유정난을 비롯해 인조반정과 중조반정이 있었다. 소위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라 한다. 승자가 왕이 전 왕의 실록을 작성하는데 만약 연산군의 폭정을 작성할때면 그가 했던 행동중에 좋지 못한 행동들을 더 부각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한가지가 있다. 바로 세조가 왕이 되기 위해 일으켰던 '계유정난'에 대해서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나 또한 계유정난은 계유년에 일어난 변란, 즉 세조의 쿠데타라고 알고 있었는데, 계유정난의 정 자가 편안히 할 정(靖) 자라고 한다. '난'을 편안히 했다'라는 뜻이라니 얼마나 웃기는 말인가.

 

  얼마전에 읽은 『왕의 한의학』이란 책이 생각난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를 통해 왕의 질병을 살펴보았고, 왕의 질병속에서 조선의 역사와 역사속의 비밀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책에서 한 말이 생각났다. 우리나라 조선 왕조에서 왕에 대한 독살설이 제기되었는데 이는 왕의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긴 종기때문에 단명한 왕이 많은 걸 알수 있었다. 책에서 문종의 단명설에 대해서도 나타나는데 역시나 소헌왕후의 3년상, 이후 세종의 3년상을 치루며 면역체계 이상으로 단명할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문종의 단명으로 인해 어린 세자 단종이 즉위하였고, 세조가 계유정난을 일으킬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까지 전해주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새롭게 알게 된것, 세종 대에 이룬 여러 업적이 사실 세자인 문종이 참여하여 이룬 것이 많았다는 것이다. 과학분야에 있어서 문종이 20여년을 참여해 이뤄냈다는 것. 왕이 된지는 2년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자 시절부터 정사를 본게 29년에 가깝다는 사실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역사 서적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한두 가지의 책만 읽어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다양한 역사 서적을 읽어야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를 접할 수 있다는 것. 어떻게 보면 TV에서 패널들이 나와 재미있게 흥미위주로 진행되었을수도 있지만, 이렇게 다르게 본다는 것도 아주 좋은 역사 공부가 되었다. .   

 

 

 

  대담자들의 생각, 역사적 사실, 역사서에 없는 것들을 이야기 하는데 여러 사람의 말로 된 글이라 역사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것보다, 수다를 풀듯 재미있게 다가설 수 있다면 역사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덜하고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될때마다 「역사저널 그날」을 다시보기로 봐야겠다. 맛보기로 본 동영상을 몇 편 보았는데 상당히 아쉬웠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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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리미티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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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쯤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사는게 버거울때, 힘들때 한두 번쯤 죽음을 생각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실천에 옮기지는 못한다. 남아 있는 가족들 때문이기도 할것이고 혹은 아직은 사는게 죽는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할 것이다. 대중매체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많이 보이는데 그럴 때마다 죽을 용기로 살아가면 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는게 사실이다. 아직 아까운 목숨, 어린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안타까운 죽음이기에 꼭 죽음으로까지 가야 했는가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수많은 갈등과 대립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느 한가지 결정을 해야할때 이런게 옳을까, 저렇게 하는게 옳을까 부터 시작해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사는것과 죽는 것 등의 수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 내가 내린 결정에 따라야 하는건 당연한거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저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 남자가 시속 130킬로미터의 열차 선셋 리미티드에 뛰어들었다. 그를 구한 남자가 있었다. 그를 구한 남자, 즉 흑인이고 한때 살인 전과가 있는 인물로 현재 목사이다. 선셋 리미티드에 띄어든 남자는 백인으로 교수이다. 이 소설은 선셋 리미티드에 뛰어든 백인과 그를 구한 흑인과의 대화를 다룬 글이다. 대화를 나눈 공간도 한정되어 있다. 흑인 게토에 자리잡은 공동주택의 건물의 방 안이 그들이 대화를 나눈 곳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이름도 없이 '흑과 백' 만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가 자살하려고 했던 것을 막은 흑은 백과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백은 흑의 집에서 돌아가겠다고 대답한다. 그럴때마다 흑은 그를 잡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건넨다. 어떻게든 그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백은 흑의 집에서 나가려고만 한다. 흑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한때 철창안에서 누군가를 죽을만큼 상해를 입혔던 일들을. 어떻게든 백의 마음을 열어보려는 흑은 그에게 질문들을 건넨다. 친한 친구가 있느냐, 부모님은 계시느냐, 부모님이 죽음을 앞두고 있을때 만나뵈러 간적이 있느냐. 이런 것들을 질문하지만 무엇하나 시원스럽게 대답하지 않는다. 자신을 내보이지 않으려 한것이다. 누구 하나 마음터놓고 살지도 않을 뿐더라 가까운 가족에게도 무심하게 대하는 백인 교수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게 하나 있다면 포기하는 겁니다. 나는 그게 나를 끝까지 가게 해줄 거라고 봐요. 나는 거기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내가 믿었던 것들은 아주 약한거였지요. 이미 말했다시피 말입니다. 그것들은 오래 남아있지 않을 거고, 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게 내가 결정을 내린 진짜 이유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보다 깊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상실에는 익숙해질 수 있거든요. 익숙해져야만 하고요.  (126페이지)

 

  사회가 발달하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보다 개인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누군가와 소통없이 혼자서 살아간다는 것은 이런 우울을 야기하기도 한다. 살아갈 이유를 잃는다는 것, 슬프다. 지성으로 대변되는 교수지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백. 그런 그에게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려는 흑의 노력이 보이지만 그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무無의 희망만을 가지고 있는 백. 그를 어떻게 유洧의 세계로 이끌 것인가. 하느님을 향한 흑의 독백에 못내 가슴아프다.

 

  짧은 소설임에도 소설에서 내포하는 것은 커다랗다. 흑인과 백인, 지성을 겸비한 교수와 낮은 자리에 있는 목사,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이에게 건네는 진심어린 대화. 이 모든 것에도 뛰쳐나가려는 삶을 포기한 남자. 나이가 들기 때문일까. 어렵다고 생각했던 코맥 매카시의 소설이 가슴이 와닿는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 좁은 방에서의 두 남자의 대화를 읽어가면서 삶과 죽음에 관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은 무의미한 일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있다. 삶의 의미가 없는 사람에게 어떠한 말을 해줘야 할까. 할만큼 했지만 자신의 말만 하고 가버린 남자에게 어떠한 말을 건네야 한단 말인가.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무리 삶이 고통스러워도 어떻게든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흑이 백의 마음을 돌리고자 했던 바를 잊지 말아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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