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랑해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누군가를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상대방에게 '영원히 사랑해'라는 말을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영원히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고. 사랑을 할때는 사랑이 삶의 모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난후 그때의 죽을것 같았던 사랑의 감정들도 어느새 희미하게 변해가는 수도 있다. 영원히 사랑할거라고 맹세하지만, 그 말을 했던 자신부터 사랑의 감정이 옅어지기도 하니 사랑이 변한 것인지, 사람이 변한것인지 헷갈릴때가 있다.

 

 

  사랑할때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핑크빛이지만 어느새인가 빛을 잃어가고 상대방에 대한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때, 그 사람의 단점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반면 사랑의 시작이라고 믿었던 감정들이 병적인 집착으로 나타날때 우리는 뒷걸음칠 수 밖에 없다. 자신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다가가지만, 상대방에 느끼는 것은 집착이며 구속이다. 사랑한다고 믿는 이를 그 사람의 정신을 잃게 만들어서라도 자신 곁에 머무르게 한다는 것. 이런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을수도 있다. 다만 그 대상이 내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는 것.

 

 

  작가 다니엘 글라타우어는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로 시작해 『일곱번째 파도』까지 이메일로 전해지는 설렘, 두근거림, 어느샌가 사랑에 물들어버린 이야기를 담은 작가였다. 이번 신작도 그런 느낌을 갖게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의 이런 바람을 무시한 채 사랑과 집착에 관한, 거의 추리소설이라고 할만한 소설을 썼다.

 

 

  서른일곱 살의 유디트. 왠지 클림트의 작품 속 유디트를 떠올렸지만, 책 속의 유디트는 팜파탈의 여성은 아니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남자에 대한 두려움을 겪는 여성이다. 유디트는 조명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부활절 즈음 우연히 자신의 발을 밟은 한 남자 한네스를 우연히 만난다. 유디트에 대한 아름다운 외모에 대해 칭찬하고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친다. 유디트의 친구들과도 친분을 쌓고, 유디트의 가족에게도 그가 얼마나 유디트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애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가족들의 환심을 사고 유디트에게 다가오지만, 그의 과도한 애정표현에 자신이 진정으로 한네스를 사랑하지 않음을 알고 이별을 통보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상대방이 이별을 통보하면 상처는 남지만 순응하는데 반해 그의 반응은 예상을 달리한다. 그리고 유디트에게 환청이 들리고 어느샌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일까지 생겼다. 가족과 친구들은 정신질환을 앓게 된 유디트를 안타까워하고, 유디트를 극진히 돌보는 한네스에 대해 입을 모아 칭찬한다. 모든게 잘 될거라는 말과 함께.

 

 

 

  사람의 생각이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의 차이는 누군가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판단이 달라지기도 한다. 멀쩡하기만 했던 유디트가 왜 환청에 시달리고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해야했는지 어느 누구도 알수 없어할때, 한네스가 모든 사람을 포섭해버렸을까봐 애를 태웠던 것 같다. 유디트에게는 모든 게 의심스럽고 분명 한네스가 자신을 감시했을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무엇보다 유디트를 두렵게 하는 것은 그가 가려고 하는 방향을 미리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가 가려고 하는 길은 너무 가팔라서 그의 빠른 걸음 속도를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그래서 늘 숨이 가빴다. 잠시 멈춰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61페이지) 

 

 

  사랑에도 완급 조절이 필요한 것 같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빨리 갔다가는 상대방은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나는 수도 있다. 반면 너무 천천히 와도 바라보는 나는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그처럼 다양한 사랑을 하고 있는 우리들. 대부분의 우리들은 주변에서조차 아무런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일을 꾸민 한네스 같은 남자가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다니엘 글라타우어는 이 작품에서 독자들에게 많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이메일이 가지는 한계점, 편지로만 된 글이기에 상대방의 속마음을 알수 없어 궁금했던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에서처럼 이 작품도 여러가지 궁금증이 일게 했다. 한네스의 정체, 그의 진심 그리고 유디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수 없게 만들었다.

 

 

  사랑과 집착에 대한 그 경계는 때로는 모호하다. 하지만 이것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날때에서야 과도한 집착은 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다 읽고나서도 유디트에 대한 안타까움과 한네스의 정체에 대해 충격에 빠져 있었다. 세상엔 별 사람들이 다 존재하는구나. 신문과 방송에서 기사로 접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임을.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임을 알았다. 어쩐지 두렵다. 이런 일들이 소설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더욱 두려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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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3-07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볼펜으로 줄을 긋기가 조금 그래서, 연필로 긋는데, 뒤굴거리는 샤프는 몽땅 심이 떨어졌고, 연필도 심이 뭉툭해져서, 플래그를 쓰다보니, 줄긋는 것보다 책도 보호되고 좋아요. 바로바로 찾을 수도 있고, 근데 사진에 있는 거는 엄청 많이 쓰기에는 비싸서, 포스트잇처럼 생겼는데 길쭉하고 작은 게 있어서 그걸 써요. (엉뚱한 소리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