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재테크 행복한 가계부 - 행복한 돈 이야기
제윤경 지음 / Tb(티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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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인가? 만기된 적금이 있어서 은행을 찾았다. 예금이율이 고작 3.5~4% 정도되던 때였다. 약 700만원의 돈을 어떻게하면 좀 더 불릴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이른바 분산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나의 결심은 은행 상담창구에 앉으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담직원은 내게 “고객님, 주가가 앞으로 상승할 것을 예측하는 상품과 반대로 하락할 것을 예측하는 상품, 두가지가 있는데요. 이 중 어느 것에 얼마 하시겠습니까.” 잉? 주식??? 주식에 대해선 일자무식인 내게 주가가 상승이냐 하락이냐를 고르라니...그야말로 안개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때 이런 소리가 들렸다. “음...그럼 2억은 @@에 2억5천은 ##에..” 누군가 싶어 돌아보니 옆창구에서 상담받던 사람(척 봐도 돈 꽤나 있어 보이는 마나님)이었다. 내 귀에 ‘억’ ‘억’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머릿속에선 게임끝....상황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아, 분산투자라는 것도 ‘억’정도는 손에 쥐어야 하는 거구나...’

 

그 후의 일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잔뜩 풀이 죽어서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했을 거고, 직원의 요구에 따라 서명을 했다. ‘제공받고 설명들었음.’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같은 행동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나만 겪은 게 아니었다. 내 가족, 친구를 비롯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먼저 나 자신부터 파악하자!!

돈은 어떤 것일까....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돈을 단순히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함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불행한 재테크 행복한 가계부>에서도 바로 그 점을 지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신이 평소 돈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혹 돈맹은 아닌지 체크해보고 돈맹의 문제점과 극복방안들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금융맹’이라고 해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아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맹의 증가가 사회 전체의 저축률을 저하시킬뿐 아니라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 금융맹...자신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가진단을 해 볼 수 있다.

 

 

얼마전부터 사람들은 ‘돈을 모으려면 은행을 떠나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금융이관이라곤 오로지 은행만 알고 있던 내게 이 말은 충격적이었다. 증권사나 종합금융사는 나같은 일반 서민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고학력 부모를 둔 아이들이 일류대학에 진학하는 확률이 높듯이 부모의 금융에 대한 무지 역시 자식들에게 그대로 대물림된다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자신이 먹을 복은 타고 나기에 낳기만 하면 저절로 큰다고 하던 게 불과 30년 전이었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모든 금융상품은 상품일 뿐! 똑소리 나는 소비자가 되자!

“금융도 소비의 대상이다.” 이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듯 금융상품도 상품이기에 잘 보고 골라야 한다고.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우리는 대개 제일 먼저 제조회사를 따진다...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재산을 맡기는 곳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면을 보이고 있다. - 89쪽.

그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행을 공공기관쯤으로 착각하는데 그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고 한다. 거기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종사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할당을 채우기에 급급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고객의 자산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상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대출이라도 받을라치면 금융기관에 한껏 머리를 조아리고 굽신거리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불리한 대출조항에 항의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일이다. 왜냐면 대출상품도 상품의 하나일 뿐이니까.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하고 생긋 웃는 금융기관의 얼굴 뒤에 숨겨진 수많은 부조리...놀랍다. 하지만 이런 금융기관의 이중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금융소비자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된다고 한다.

 

 

자신이 부담하고 있는 여러 형태의 수수료만큼 서비스를 요구하고 원칙에 부합하는 금융거래를 당당히 주장해야 한다. - 93쪽.

이 책의 3장에서는 여러 상황에 따라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언급하고 있다. 모르는게 약이 되는 시절은 지났다. 알면 몇 배 이득이지만 모르면 손해를 보는 것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펀드 가입할 때 물어볼 사항,
   대출받을 때 꼭 해야할 질문,
   은행에서 보험 가입할 때 물어봐야 할 사항, 
    변액보험 권하는 설계사에게 물어봐야 할 것...질문에 대한 답변을 올바른 설계사와 피해야 할 설계사로 구분해 놓았다.

 

이제 착한 소비자의 탈을 벗어던지자. 때로 영악하고 똑소리 나는 당당한 금융소비자가 되자.

 

 

 

행복해지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얼마전 내가 하는 독서모임 사람들과 이 책을 가지고 얘길 나눴다. ‘아직 다 읽진 않았지만 이러이러한 내용이 있더라.’는 얘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런 얘길 했다. “그것도 다~ 돈이 있을때 얘기지.  지금 사는 것도 빠듯한데, 무슨 재테크를 하겠냐”

 

나도 그런줄 알았다. 신랑월급에서 매달 정해진 지출 금액을 빼고 나면 다음 월급날까지 살림하기도 벅차다. 근데 내 주제에 무슨...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3년전 나는 알토란 같은 내 돈의 주인노릇을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주입식 교육을 받던 학창시절엔 선생님께서 “이거, 아~~~주 중요하다. 시험에 꼬~옥 나온다. 자, 밑줄 긋고. 땡요땡요땡요, 별표 다섯깨!!”하고 중요한 것들을 알려주셨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이젠 스스로 변해야 살아남는다. 그래야 행복해진다. 누군가 물고기를 잡아주길 기다리지 말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터득해보자.




매일 시간을 투자하자.

우선 책에서 알려준 여러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등록해놓고 수시로 들락거려야 한다. 메일함 쇼핑몰에서 보낸 쇼핑정보만 빼곡하게 채울 게 아니라 메일인터넷 신문의 ‘메일링 서비스’도 받아보자. 그래서 하루에 20~30분 정도 시간을 내서 틈틈이 금융공부를 해야 한다.

 

 

금융기간 방문의 날을 정하라. 일주일에 한 번 ‘금융기관 방문의 날’을 정해서 한번에 한군데씩 방문해보자... 펀드가입에 대해 상담을 받아보자. 투자상품 관련 안내책자, 전단지를 가져와서 다음번 방문때 자세히 물어보도록 하자. - 188쪽.

 

만약 타임머신이 있어서 내가 3년전 그 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하고 상상해본다. ‘망설이지 말고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는 거야. 어떤 상품인지 자료를 달라고 하고. 그리고 몇 군데 더 둘러보면서 비교해봐야지.’...생각만해도 흐뭇하다. 내 돈의 주인이 된 나의 모습이...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을땐 실용서를 굳이 양장본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괜히 책 가격만 비싸게시리...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갈무렵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나처럼 금융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게 어떤 것일까...어떻게하면 어렵지 않고 쉽게 알려줄 수 있을까...고민했음이 눈에 띄였다.

 

 

이 책은 한번 읽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눈먼 생쥐가 코끼리 다리를 만지며 건물 기둥이라고 우기는 격이 되지 않으려면 가까이 두고 몇 번이고 연거푸 읽으면서 책에 손때를 묻혀야 한다.

너도나도 돈은 모으는 것이 아니라 불리는 것이라며 무언가 특별한 테크닉을 찾는데 열심입니다.... 이 책도 분명 돈에 관한 책으로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모으고 잘 불릴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정과 방법을 이야기합니다...돈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돈 그 자체에 욕심내는 불행한 재테크가 아니라 미래를 계획하는 행복한 재무설계가 필요합니다....-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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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쉽게 하기 - 인물 드로잉 -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배운다! 스케치 쉽게 하기 3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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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공식적인 첫 인물화는 초등학교 1학년때 그린 엄마의 얼굴이었다. 미술시간에 부모님의 얼굴을 그리는데 그 중에서 잘 그린 그림 몇 장은 교실 뒤쪽에 전시를 한다는 거였다. 나름대로 열심히 그리고나서 완성된 그림을 보니 왠지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뭘까...곰곰히 생각하다 마지막으로 그려넣은 것, 그건 바로 인중이었다. 코에서 입으로 나란히 이어지는 두 개의 굴곡...그것을 나는 마치 화룡점정이라도 되는양 까만 크레파스로 두 줄을 그려넣었다.


하지만 그게 치명타였다. 선생님께선 “이런 걸 그리면 어떡하니? 엄마 얼굴이 엉망이 됐잖아!”하고 지적하셨다. 그리고 당연히 내 그림은 교실에 걸리는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요즘처럼 한 반 인원이 30명 정도가 아니라 7,80명 정도였을 때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데도 그 일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박힌 가시 같았다. 내가 엄마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다니...


이 책 <스케치 쉽게 하기 - 인물드로잉>은 이렇게 그림을 그릴 때 범하기 쉬운 오류와 실수를 짚어주고 있다. 바로 보이는 형태보다 마음속에 간직된 형태를 묘사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범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림도 하나의 언어나 마찬가지여서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를 배워야 하는 것처럼 그림도 몇 가지의 기본 요령을 익히고 반복해서 스케치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거였다.


우선 ‘사람’을 그리는 방식을 배우고 난 다음에 특정한 ‘어떤 사람’을 그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입(글)을 통해 그림을 그리기 위한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 듣고 나니 왠지 그림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저자가 일러주는 대로 우리 얼굴엔 어떤 법칙이 있으며 얼굴의 윤곽은 어떤지를 알고 꾸준히 연습하면 나도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


사실 우리 얼굴의 법칙에 관해선 미처 몰랐던 것들이 많았다. 두개골은 둥글고 눈은 가운데 있다는 것에서부터 얼굴은 좌우대칭이 아니란 점(이건 내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 귀는 생각보다 크며 목은 생각보다 굵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서양인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얼굴을 스케치하는 데 있어서 가장 힘든 점은 반드시 닮게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일 것입니다. - 14쪽.


또 그림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됐다. 그림자는 단순히 그림에 명암을 넣어 입체감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서 얼굴 근육에 변화가 생기고 그로 인해 얼굴의 윤곽도 달라진다는걸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빛과 그림자를 그린다는 것으로 바꿔 말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보는 것은 빛과 빛에 의해 반사되는 면 그리고 빛의 반대 방향에 생기는 어두운 그림자를 통해 그 형태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39쪽.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얼굴의 법칙이나 윤곽, 그림자가 나이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의 얼굴은 성인에 비해 전체적으로 둥근 형태이며 여자에 비해 남자의 얼굴이 좀 더 강하게 표현된다는 것, 또 얼굴의 여러 각도에 따라 터치나 명암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림을 통해 직접 보여주고 있다.


100페이지도 훨씬 못 미치는 얄팍한 책, 여기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까...하고 처음엔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노력 여하에 따라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인물의 전체 윤곽을 잡는 것에서부터 세부 표현, 그림자나 명암을 표현하는 과정의 그림이 좀 더 크게 그려졌다면 한 터치 한 터치 자세하게 볼 수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나의 첫 인물화에 대한 얘기를 고등학교때 미대 다니는 언니에게 털어놓았다. 그때 언니는 “어머, 그 선생 너무했다야. 어린 애가 그런 것까지 그렸으면 자세히 관찰했다고 칭찬해줘야지, 그렇게 면박을 주냐?”고 했다. 왠지 면죄부를 받은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와 같은 8살인 큰아들은 요즘 유캔도에 미쳐있다. 아들은 생일선물로 유캔도 장남감을 사달라는 쪽지를 온 집에 도배를 하고 틈만 나면 유캔도 캐릭터를 그린다. 엄마 얼굴도 좀 그려달라고 사정하다시피 부탁을 하면 어쩌다 한번 선심 쓰듯 내 얼굴을 그려준다.  내 얼굴의 점이나 잔뜩 독이 오른 뾰루지도 그리는 게 탈이지만...하지만 그 엄마에 그 아들이니 어쩌겠는가. “어머, 엄마 얼굴 자세하게도 봤네, 고마워.” 할 수 밖에...그림은 무언가를 그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니까.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은 재능과는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복입니다. - 책 속표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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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지각하는 아이 책꾸러기 6
김상희 글 그림 / 계수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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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얼굴로 살며시 문을 여는 두 아이의 얼굴이 그려진 <매일 지각하는 아이> 이 책을 보고 제일 처음 떠오른 것은 바로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이었다. 매일 지각하는 존에게 무작정 반성문을 쓰라고 강요하는 선생님은 권위적인 교사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 책의 선생님은 달랐다. 매일 지각하는 지민이를 야단치는 게 아니었다. 지민이가 학교에 지각하지 않도록 타이르고 짝꿍에게 지민이와 함께 학교에 오라고도 한다. 그런데도 지민이가 지각을 하자 반 아이 전체를 보내고 나중엔 선생님이 직접 나선다. 아침 일찍 지민이네 집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선생님은 알게 된다. 지민이가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학교 가는 길에 펼쳐진 들꽃과 나무를 보고 그 아름다움을 즐기고 다리 다친 아기새를 돌봐주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이 지민이와 함께 등교한 그 날, 선생님도 지각을 하게 된다. 지각한 선생님을 나무라는 교장선생님 뒤에서 지민이반 아이들과 선생님은 활짝 웃는다.


사실 요즘 아이들에게 자연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다. 특별히 계획을 세우고 찾아가야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즐기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이 책은 용기를 북돋아준다.


아이가 매일 지각을 한다면 분명 걱정스러운 일이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걱정거리를 넘어 가슴 아파해야 할 일이 아닐까. -- 작가의 말 중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안타깝게도 저자의 그런 의도가 오히려 치명적인 흠이 되고 말았다. “얘들아. 자연과 친구가 되어보렴”하고 소리 높여 주장하고 싶어도 은근히 숨겼어야했다. 굳이 제일 마지막 장면에 “찾았다. 저기, 선생님과 아이들이 자연과 친구가 되었네! 정말 신나는 일이지?”하고 주제를 완전히 드러내는 얘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들은 숨겨진 것을 찾아내는 선수들이다. 해야할 말을 콕! 찍어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그림속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활짝 핀 들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뭔가를 관찰하며 웃고 있는 모습! 거기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덧붙인다면 “찾았다. 모두 여기 있었네!”...이 정도?


이 책의 흠은 또 있다. 아이들이 독서발표를 하는 날, 선정된 책을 보면 이미륵의 <무던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이 책의 주인공인 지민이는 과연 몇 학년인가? 작가는 ‘햇살반’이라고 했는데...대략 1,2학년일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1,2학년 아이들이 <무던이>를 읽고 독서발표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미륵의 <무던이>는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한 무던이가 그 사실을 남편에게 얘기하고 소박맞는다는 내용이다. 적어도 초등 고학년인 5,6학년이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왜 이 책에서 언급한 것일까. 같은 출판사의 책이어서?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각하고 미안해하는 아이, 속상한 선생님의 표정이 그림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마치 순정만화를 그린듯한 그림체가 아들은 거슬리는 모양이다. 몇 번 읽고서는 “엄마, 이거 여자애들 책이잖아!”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숱하게 봐왔어도 특별히 거부반응을 보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역시 아이들 눈은 어른과 다르다. 어른의 눈에 이쁜 책이 아이들 눈에도 이쁘게 보이란 법은 없는 모양이다. 등장인물이나 주변 풍경이 무척 아름답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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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2007-09-0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계수나무 출판사 최영미부장입니다. 리뷰가 참 좋았습니다. 전화 한 번 주시겠어요? 011-274-6480 566-6288입니다.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 1
리들리 피어슨.데이브 배리 지음, 공보경 옮김, 그렉 콜 그림 / 노블마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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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 시절 나는 걸핏하면 추락하는 꿈을 꿨다. 멋지고 파란만장하고 신나는 꿈을 꾸다가도 결말은 꼭 어딘가에서 떨어졌다. 깊은 잠에서 순간 깨어나보면 베개와 이불은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나의 꿈을 엄마는 키가 크려고 그런다...고 말씀하셨지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이문열의 책과는 정반대로 날개도 없이 높은 곳에서 뚝! 하고 떨어지는 그 섬뜩함이란...


그런 내게 피터팬은 우상이었다. 날개도 없이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데다 나이도 먹지 않고 언제나 아이인 피터팬!! 너무 멋지지 않은가. 이 세상 어딘가에 실제로 피터팬이 있어서 언젠가는 내가 잠든 방으로 뛰어들 것 같은...환상에 빠지곤 했다.


<피터팬과 그림자도둑>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린 시절의 환상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어른이 된 이후로 줄곧 혼란스럽고 뒤숭숭하던 꿈자리가 마치 환...해진 느낌!


<피터팬과 그림자도둑>은 우리가 알고 있는 <피터팬>의 후속편이지만 내용상으로는 <피터팬> 훨씬 이전의 이야기다. 전작인 <피터팬과 마법의 별>을 읽지 않은 상태라 내용 연결이 될까...걱정을 했지만 때로 전작의 내용을 본문에서 잠깐씩 언급하고 있어서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선 피터팬과 팅커벨, 고아소년들, 후크선장 외에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마법의 별가루를 수호하는 별지킴이를 비롯한 몰리, 조지와 그 반대편인 옴브라경, 슬랭크, 네레자 선장이 엄청난 힘을 가진 마법의 별가루를 둘러싸고 일대 격전을 벌인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옴브라경의 능력이 큰 볼거리였다. 절반은 인간, 절반은 그림자인 그는 상대방의 그림자를 이용해 영혼을 빼앗아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드는가 하면 그림자의 기억을 읽어낸다. 그래서 마법의 별가루가 영국 런던으로 옮겨졌다는 것과 별가루의 반환 장소가 스톤헨지라는 것을 알아내는데 그 정도가 좀 지나친 것 같았다. 사건을 이끌어가는 것을 오로지 그림자도둑인 옴브라경에 의존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책표지에서 언급되었듯이 <피터팬>의 원작자인 제임스 배리가 런던의 뒷골목에서 피터팬을 도와주는 신사로 까메오 출연한다. 피터와 헤어지면서 그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피터, 참 멋진 이름이야”...어떻게보면 이 책에 작은 재미를 주기 위한 장치이지만 왠지 억지로 끼워맞춘 듯했다.


옛말에 ‘형만한 아우 없다’고 했듯이 영화도 속편 영화는 전작보다 재미가 없다고 했다.


바로 이 책을 읽을 때 내가 우려했던 점이었다.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다가 괜히 원작의 느낌까지 손상시키는 건 아닐까...생기발랄하고 용감하며 모험을 즐기는 피터팬을 구태여 내 어릴적 동심에서 끄집어 낼 필요가 있을까.


결론은 글쎄...알 수 없다. 내 환상속의 피터팬의 성격이 다소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원작보다 내용의 깊이가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재미있다. 또다른 후속작이 출간된다면 잠깐동안 망설이다가곧 서점으로 달려갈만큼...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에서 환상과 꿈을 펼쳐가기보다 학원 순례를 하며 학습에 열중해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선물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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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전사 유캔도 vol.2 - 할인행사
하라다 마사키 감독, 쿠로다 료헤이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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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인 아들이 작년부터 유캔도 유캔도...노래를 부르더니

유캔도 가방, 유캔도 티셔츠, 유캔도 장난감, 유캔도 시계...

모든 걸 유캔도로 통일시키려는군요.

집에서 텔레비젼도 안 보는데 어떻게 알았을까...궁금하지만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어린이날 선물로 1편부터 사주려다가

2편에 유캔도필통이 있길래 먼저 구입했는데요.

아들내미 정말 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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