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지각하는 아이 책꾸러기 6
김상희 글 그림 / 계수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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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얼굴로 살며시 문을 여는 두 아이의 얼굴이 그려진 <매일 지각하는 아이> 이 책을 보고 제일 처음 떠오른 것은 바로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이었다. 매일 지각하는 존에게 무작정 반성문을 쓰라고 강요하는 선생님은 권위적인 교사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 책의 선생님은 달랐다. 매일 지각하는 지민이를 야단치는 게 아니었다. 지민이가 학교에 지각하지 않도록 타이르고 짝꿍에게 지민이와 함께 학교에 오라고도 한다. 그런데도 지민이가 지각을 하자 반 아이 전체를 보내고 나중엔 선생님이 직접 나선다. 아침 일찍 지민이네 집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선생님은 알게 된다. 지민이가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학교 가는 길에 펼쳐진 들꽃과 나무를 보고 그 아름다움을 즐기고 다리 다친 아기새를 돌봐주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이 지민이와 함께 등교한 그 날, 선생님도 지각을 하게 된다. 지각한 선생님을 나무라는 교장선생님 뒤에서 지민이반 아이들과 선생님은 활짝 웃는다.


사실 요즘 아이들에게 자연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다. 특별히 계획을 세우고 찾아가야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즐기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이 책은 용기를 북돋아준다.


아이가 매일 지각을 한다면 분명 걱정스러운 일이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걱정거리를 넘어 가슴 아파해야 할 일이 아닐까. -- 작가의 말 중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안타깝게도 저자의 그런 의도가 오히려 치명적인 흠이 되고 말았다. “얘들아. 자연과 친구가 되어보렴”하고 소리 높여 주장하고 싶어도 은근히 숨겼어야했다. 굳이 제일 마지막 장면에 “찾았다. 저기, 선생님과 아이들이 자연과 친구가 되었네! 정말 신나는 일이지?”하고 주제를 완전히 드러내는 얘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들은 숨겨진 것을 찾아내는 선수들이다. 해야할 말을 콕! 찍어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그림속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활짝 핀 들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뭔가를 관찰하며 웃고 있는 모습! 거기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덧붙인다면 “찾았다. 모두 여기 있었네!”...이 정도?


이 책의 흠은 또 있다. 아이들이 독서발표를 하는 날, 선정된 책을 보면 이미륵의 <무던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이 책의 주인공인 지민이는 과연 몇 학년인가? 작가는 ‘햇살반’이라고 했는데...대략 1,2학년일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1,2학년 아이들이 <무던이>를 읽고 독서발표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미륵의 <무던이>는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한 무던이가 그 사실을 남편에게 얘기하고 소박맞는다는 내용이다. 적어도 초등 고학년인 5,6학년이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왜 이 책에서 언급한 것일까. 같은 출판사의 책이어서?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각하고 미안해하는 아이, 속상한 선생님의 표정이 그림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마치 순정만화를 그린듯한 그림체가 아들은 거슬리는 모양이다. 몇 번 읽고서는 “엄마, 이거 여자애들 책이잖아!”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숱하게 봐왔어도 특별히 거부반응을 보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역시 아이들 눈은 어른과 다르다. 어른의 눈에 이쁜 책이 아이들 눈에도 이쁘게 보이란 법은 없는 모양이다. 등장인물이나 주변 풍경이 무척 아름답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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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2007-09-0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계수나무 출판사 최영미부장입니다. 리뷰가 참 좋았습니다. 전화 한 번 주시겠어요? 011-274-6480 566-6288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