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회화
그리스부터 이어져오는 서구의 회화는 크게 보아서 사실과 표현이라는 두가지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비교해 볼 때 이집트의 회화는 이후 지속되는 서구회화와는 매우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왕의 새 사냥(도17)과 연못이 있는 정원(도18)의 그림을 봅시다. 왕은 우리가 앞서 본 규범에 맞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왕은 크고 왕비인 듯한 서 있는 여자는 그 보다 작고, 왕의 다리 사이에 있는 여자는 더 작습니다. 새들은 모두 옆면으로 그려져 있고 물 속에 있는 물고기까지 옆면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보이려면 우리 눈이 물 속에 들어가 있어야겠죠. 즉 화가가 한 시점에서 모든 사물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고 각 사물마다 다른 시점에서그린 것입니다. 어린애들 그림 같다고요? 그러나 오리 한 마리, 물고기 한 마리를 그린 묘사력을 보십시오. 관찰력이 매우 뛰어난 묘사력이지요. 우리는 지금도 이러한 묘사력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순수미술분야가 아니지요. 바로 자연도감의 그림들입니다. 도감의 그림들은 새나 물고기를 옆으로 그립니다. 그래야 그 특징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이집트 미술을 이해하는 힌트가 되지요? 네, 바로 이집트 미술은 사물의 특징을 정확히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보는 시점에서의 사물이 아니라 사물의 특징을 전달하는 관점입니다. 이러한 관점을 이해하면 연못 그림(도18)도 전혀 엉뚱하지 않습니다. 연못은 위에서, 오리와 물고기 그리고 연꽃은 옆에서, 나무는 옆에서 본 모습입니다. 아마 한 시점에서 연못을 보았다면 우리는 연못이 사각이었는지, 연못 속에 무엇이 있는지 몰랐을 것입니다. 나무들에 가려서 연못이 거의 안 보였을 테니까요. 이 그림은 우리에게, 네모난 연못이 있고, 연못 주위엔 나무들이 빙 둘러 있었으며, 연못엔 오리와 물고기, 연꽃이 떠다니고 있었음을 마치 말로 전하듯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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