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권영화제가 5월 26일 부터 6월 1일까지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1996년부터 개최된 영화제로 올해로 21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쟁취', '영상을 통한 인권의식과 인권교육을 확산'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이 사회의 인권을 신장하기 위해 힘겹지만 쉬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게 어떠실지...

 

<슬로건 해제>

나는 오류입니까
나는 다른 이들에게 조심스레 물어 보았습니다.
그들에게서 내가 ‘틀렸다’는 시선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내가 틀릴 것이라 가정하고, 늘 나를 지켜봅니다.
내 휴대전화를 보고, 사진을, 글을, 통신기록을
마치 틀렸다는 증거를 찾으려는 듯이 주시합니다.
내 머리모양, 옷매무새 하나까지도 그 증거가 될 것 같습니다.

나는 오류입니까
내가 나에게 되물었습니다.
나는 다른 몸을 가진 여성/남성/혹은 다른 누군가가 되기도 하고,
나는 이주민이 되기도 하고,
나는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다 협박을 받게 되기도 하고,
나는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다 허공으로 몸을 던지게 되기도 하고,
나는 테러 의혹으로 감시당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도 오류인 걸까요?

그러다 잠시
질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내 마음의 외부와 마주합니다.
지금 당장은 나만을 향하는 불안들이 영화 속 '삶들'과 만납니다.
영화 안/밖의 사람들이 모두 나일 수도 있다가, 나였다가
이내 섞입니다.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 사이
내가 오류라는 불안은 저만치 다른 곳으로 옮겨 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나는 오류입니까
나의 존재 자체를 오류라고 하는 것들에 대한 물음이며, 항변입니다.
내 몸이 규격화된 여성/남성의 몸이 아니라서 틀렸다고 하는 성별이분법에,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국적이 없기에 내가 틀렸다고 하는 법에,
나 스스로 몸을 던지게 만드는 노동환경에,
나와 내 가족이 이성혼 관계나 혈연관계가 아니어서 가족이 아니라고 하는 제도에,
그날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나를 틀렸다고 하는 국가에,
이제 이 물음은 이것들만을 향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오류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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