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책소개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01559.html
여자들의 사상
우에노 지즈코 지음, 조승미·최은영 옮김, 현실문화
남을 난도질하다 자기 손을 조금 벤 이를, 그것도 피라고 위로했다. 여성 혐오(여혐) 발언은 폭력이다. 폭력엔 단죄뿐. 그 상식이 엎어졌다. 험구가 연민도 받았다. 남성중심주의의 심도가 경악스럽게 재측정됐다. 여성에겐 무기가 더 필요하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에서 제도·문화뿐 아니라 여성 안에까지 깃든 여혐을 분석하며 기계적인 젠더 균형을 타박한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그 평생의 공부를 푼 책이 <여자들의 사상>이다. 여성주의라는 사상이 문화적 지진을 일으켜 가부장제의 모순들이 자빠지고 더러 죽기도 하는 과정에 그는 생생히 있다.
1부에서 20세기 일본 페미니즘의 대표 사상가 5명을 다룬다. 이 중 4명이 시인으로 출발했다는 데 주목. 당시 여자들은 자기만의 경험을 표현할 사회적 언어가 없어 사상가가 아닌 예술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의 생각, 경험을 언어화”한 페미니즘은 “남자의 말로 된 세계”라는 “현실과 싸우는 (첫) 무기”가 됐다. 충분하진 않아도, 신통했다. 여전한 “혐오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건 사상”이라, 그는 더 말하고 읽자 한다.
2부에 푸코·사이드 등 외국 사상가들의 젠더 이론이 두둑하다. 동성애 및 여성 혐오를 파고든 이브 세즈윅이 특히. 한국에 번역출판된 적 없는 퀴어비평의 확립자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