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간만에 남아 도는 시간에 영화를 본다. '이미테이션 게임'과 '킹스 맨'
두 영화 모두 인류와 정보통신에 관한 영화이고 현대의 전쟁은 정보전쟁임을 드러내는 영화이다. 왠만한 첩보물과 비교해도 손색없이 재미있는 영화들이었다.
킹스맨... 현란한 액션들과 최첨단 무기들... 마치 007 영화가 현대적으로 부활하면 이런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은 영화다. 인류의 질서를 파괴하는 악당들에 대항하는 영국 비밀조직 킹스맨의 활약을 다루고 있는데 영화의 배경은 일종의 사회진화론과 가이아 이론인 듯하다. 지구가 점점 이상한 징조를 보이는 것은 하나의 유기체로서 일종의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 숙주인 지구를 죽이는 것은 바로 인간이다. 이런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는 자체적으로 병을 치유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데 그것이 바로 이상기후 현상인 것이다. 인간이 어떠한 노력을 해도 이상기후를 잡을 수 없는데, 그건 원인인 인간 스스로를 자체적으로 조정하기 전에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다고 인류 전체를 몰살시킬 수 없는 법. 결국 생존할 인류와 멸절시킬 인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성서에서 지겹도록 반복되는 구원과 선택의 문제가 반복 되는데 여기서 구원의 대상은 신에 대한 믿음이나 헌신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부와 권력일 뿐이다. 맘몬의 시대에 딱 들어맞는 구원이 아닐까 한다.
영화에서 첧학적 사고를 만나는 것이야 이제는 흔한 일이 되어 버렸는데, 현락한 액션을 통한 시각적 만족에 일종의 철학적 전제를 던져준다는 의미에서 흡족하게 관람했다. 더우기 현재의 정보통신과 신경생리학을 통합하여 이루어지는 인류절멸 계획은 그 상상의 황당홤보다 오히려 극사실주의적인 현상으로 보여서 가볍게 웃을 수 만도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현재의 인류는 정보통신을 활용하면서도 그 거미줄에 갇혀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속에 던저져있다. 이른바 감시사회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문제는 기본적인 인간의 자유의 문제이지만 이 기본적인 권리가 항상 무너질 상황에 놓여 있으며,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인류는 양날의 검을 쥐고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이미테이션 게임.... 독일의 암호통신기 '이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2차대전 당시 암호분석을 행하던 학자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앨런 튜링이 있었다. 이 영화는 튜링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2차 대전을 종결시키기위해 직접 전선에서 싸우지는 않았지만, 후방에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해 투쟁했던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자, 특출한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주변과 잘 동화되지 못해 차별을 받아야 했던 천재 수학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조국을 위해 헌신했음에도 정보기과으로 부터 끊임없이 감시를 받아야 했고, 결정적으로 동성애자임이 밝혀서 탄압받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도 정보와 통신의 발전이 인류의 생활.. 심지어 전쟁에 까지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찰이자 정보와 통신을 장악한 자는 거의 신처럼 군림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러한 권능을 결코 일반인이 알 수없도록 하는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드러내고 있다.
일명 튜링머신은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컴퓨터의 원형적 모태가 되었고 인류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선악과를 따서 건네 준 튜링은 신이 아닌 인간의 편견의 저주로 인해 동성애를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다가 자살한다. 애플의 한입 베어먹은 사과 로고는 이런 튜링을 기념하기 위한다는 설이 타당하게 느껴지는 경우다. 더우기 애플은 무지개색 사과를 채택한 적이 있는데 무지개가 동성애를 상징한다고 한다면 튜링과 애플로고의 연결은 더 강고해 지는 것 아닌지... 어쩌면 튜링이후 컴퓨터가 발전한 생태계에서 애플은 또 다른 선악과를 우리에게 제공하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영화 두 편으로 올 설 연휴는 그마나 영양가 있게 보냈다고 해야 하나 ...후... 이제 낼이면 출근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