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넷우익 -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
야스다 고이치 지음, 김현욱 옮김 / 후마니타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거리로 나온 넷우익...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재특회 즉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에 대한 기록이다. 이건 머 시민모임이란 명칭을 달고 있을 뿐이지 전통적인 시민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 이야기다.

 

재특회의 기반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진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집회를 조직하고 항의를 하는 시민모임으로 발전한 것이다. 여기서 인터넷이 가진 어두운 면이 나타난다. 검증되지 않은 자료와 정보로 사람들에게 오도된 인식을 심어주고 그 인식을 바탕으로 직접 행동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들의 언어는 욕설과 차별이 범벅되어 있어 저열하고 이들의 인식은 인터넷 상에서 겉도는 피상적인 사실을 근거로 하여 저렴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일본의 평범한 시민들에게 무언가 해방감을 던져주고 있었다.

 

일단 재특회에서 활동하는 일반 시민들이 있다. 저자인 야스다 고이치는 많은 재특회 회원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다. 이들의 특징은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 평범하고 오히려 유순하고 순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함께 모이면 저열해지고 비열해 진다는 점이다. 일본 내 소수파인 재일 한국인을 대상으로 끊임없는 욕설과 저열한 인신공격을 감행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일본의 약자를 대변하는 듯한 포지션을 취한다. 일반 일본시민에 비해 형편없는 권리를 누리는 재일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기가막힐 일이다.

 

주요한 희생표적은 재일 한국인이지만, 중국인이나 다른 이주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에 기생하여 온갖 특권을 다 누리면서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온갖 범죄란 범죄는 다 저지르는 사람들로 상정하고 있다. 그러니 이들이 인간으로 보이겠는가?

 

재특회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람을 모으고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으로 지지를 이끌어 낸다. 이러한 방식은 한국에서는 오히려 좌파가 많이 사용하는 선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보수라 칭하는 사람들이 더욱 잘 사용하는 듯하다. 그들의 발언은 직설적이다. "떠나라" "꺼져라", "죽어버려'... 이러한 발언은 지켜보는 자들로 하여금 혐오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많은 일본의 네티즌들이 환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할말(?)을 한다고 느낀다고 한다.

 

개개인으로 볼때 순박하기까지 한 이들이 행동하는 보수로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 집단을 통한 정체성의 확립이 커 보인다. 다른데서는 한없이 나약하고 무기력하지만 재특회에서만은 인정받고 존중 받는 느낌을 받는다. 더구나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하던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동료가 곁에 있다는 사실은 나약한 개인을 영웅으로 나아가도록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안들이 심리 저변에는 사회적 심리가 깔려 있다.

 

"무언가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분노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국가적인 분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그것은 반드시 보수우익이라 불릴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안과 불만이 종착점을 찾다 도착한 지평이 우연히 애국이라는 이름의 전장이었을 뿐이다. 여기서 적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인다. 한국, 언론, 언론에 돈을 대는 스폰서, 그리고 그 관련자들이다. 이들은 일본인을 위한 방송을 빼앗고 일본인의 마음을 빼앗고, 급기야 영토와 재산까지 빼앗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부조리는 모두 그곳으로 수렴된다. 그 분노의 선두에서 달리는 것이 재특회라면 그 밑에 광대한 수맥이야말로 그런 '분위기'가 아닐까?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재특회는 '태어난'것이 아니다. 우리가 '낳은'것이다. "

 

우리도 마찬가지다. 최근의 일베 현상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들이 재특회처럼 집단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다. 이미 노인들 중에서 '애국보수'를 참징하며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젊은이들이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야 일베들이 개인적으로 돌출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들이 언제 조직화된 힘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더구나 현 정권의 행태는 이러한 꼴사나운 보수를 지원하고 키워주기 위해 안달하고 있으니... 일본보다 더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에게도 보이는 '분위기'가 아닐까? 사회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과 불안이 잠재적으로 이땅의 이주민들에 대한 혐오와 극도의 애국주의로 무장한 새로운 운동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특히나 국가주의 성향이 강한 이 땅에서는 막연한 불안감이 아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불안감이다.  이 르포가 일본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한국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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