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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소설가의 산문집이다.
소설가는 소설로 현실을 드러내지만 이러한 글도 현실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점이다. 오히려 소설의 허구적 배경보다 현실의 배경이 더 리얼리티를 드러내는 점에 있어서는 또 다른 글읽는 즐거움이 있다. 게다가 김영하라니...
이 산문집은 책의 말미에 쓰여있듯이 '읽다', '말하다'라는 제목의 산문집에 앞서 나온 글들이다. 이러한 글을 쓰게 된 사정은 사색하고 글을 씀으로 인해 보다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읽다'에서는 책과 독서에 대한 산문들이 '말하다'에서는 공개장소에서 행한 강연을 묶을 예정이라 하니 다음 글들도 많이 기대된다. 특히 '읽다'에 대한 기대가 크다.
'보다'에서는 시각적 측면이 강해서인지 유독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이 산문집을 통해서 김영하가 영화를 읽는 독법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영상에 대한 글은 개인적 체험에서 영화에 대한 분석까지 다양하다. 그럼에도 그의 영화적 감수성은 대중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재미 있었다. 개인의 취향이 대중의 취향과 다를 수 있지만, 글로서는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작가가 영상에 대해서는 대중적인 감이 떨어진다는 고백에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그가 이 산문 속에서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통찰은 대중적이다. 아니 대중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글은 다 그렇지만,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실에 대해 새롭고 꼼꼼하게 사색하고 통찰력있게 마무리하는 글들은 세상살이에 정리되지 못한 사실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럼에도 어렵다기 보다는 직관적이다. 그래서 작가는 작가인 법이다.
소설가가 왜 산문집을 연달아 출간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현실에 좀 더 다가가기 위해서이다. 이미지가 흘러넘치는 세계에서 현실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그냥 바라 보기만 해서는 다다를 수 없다. 이런 문제 의식에서 김영하는 말한다.
"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데에서 좀 더 나아가야 한다. 보고 들은 후에 그것에 대해 쓰거나 말하고, 그 글과 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 접하지 않고서는, 다시 말해 경험을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타자와 대화하지 않는다면, 보고 들은 것은 곧 허공으로 흩어져 버린다. 우리는 정보와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뭔가를 '본다'고 믿지만 우리가 봤다고 믿는 그 무언가는 홍수에 떠내려 오는 장롱문짝 처럼 빠르게 흘러가 버리고 우리 정신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책상 앞에 앉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생각의 가장 훌륭한 도구는 그 생각을 적는 것이다. "
현실은 날 것 그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 속에는 수 많은 변이와 중층적인 의미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 접근한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변이와 중층에 대한 고려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사색하고 정리하는 데는 글쓰기가 최고라는 말이다. 작가니 할 수 있는 이야기이자 정확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당장 세월호만 생각해도 단순하게 배가 침몰하고 사람이 죽어간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건안에 겹겹이 싸여있는 내용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가 위치한 좌표를 알 수 없을 것이다. 현실이란 그런 것이다. 피곤하고 짜증날지 모르지만 현실에 대해 사색하는 만큼 현실은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산문집에는 통찰력있는 아름다운 글들이 많다. 문장만으로 이미 좋은 책이다. 거기에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적절한 사례까지 편하게 더해 준다. 소설이 아닌 산문으로 다가와도 김영하가 사랑스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