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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소설이 날 것 그대로 현실을 보여준다면...
박범신의 소설을 최근에 읽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잘 읽지도 않았고 작가에 대한 묘한 편견 같은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나마 '은교'와 '소금'에 이어 세번째 소설이다.
솔직히 '은교'도 그렇고 '소금'도 그렇고 중년과 중년을 넘어선 남성의 시각이 굵게 그려진 작품들이라 어떤 점에서는 불편함이 없지 않았다. 그냥 남자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너무 강조하는 듯 해서.. 이 사회에서 힘들여 노동하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남성들을 위로하는 듯 해서...
'비지니스'에서는 오히려 '여성'의 시각이 두드러진다. 솔직히 여성적인 시각이 두드려져 있는지 모르겠다. 항상 여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보니 어느 철학자 말대로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을 해야 하므로...그냥 이렇게 정정하련다. 이 소설에서는 여성이 주인공이고 그녀의 독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이제 지금의 시대는 비지니스의 시대이다. 깔끔하게 서로가 서로를 필요한 만큼 요구하는 시대. 그것이 기본적인 관계로 전환되어버린 시대. 그런 시대를 견디지 못하면 도태되어 버리는 시대. 그러한 시대에 대한 자조와 비판이 이 소설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은 물질적이고 향락적인 발전이다. 어느 도시의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대비는 발전과 저발전의 알레고리일 것이고 이 발전된 도시와 쇠락하는 구시가지의 대비는 현재의 사람들의 가치관이 어느 곳으로 이동하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그런 비지니스적인 관계가 초래하는 냉혹한 관계에 대비되는 위험한 관계는 사랑이다. 그렇다 노작가에게 구원과 위기는 사랑에서 온다. 시대가 아무리 강요하더라도 인간은 사랑의 열정을 품고 산다.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빠져든다.
"알고 보면, 진실로 두려운 것은 사랑밖에 없었다. 주리에게도 진짜 함정은 사랑이었고 내 젊은 날 역시 그러했다. 사랑만이 '비지니스'가 아닌 유일한 것이었으므로, 언제나 위태로운 추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았다"
그렇게 사랑으로 위태롭게 추락하는 소설의 주인공은 그 사랑으로 인해 새로운 구원을 얻는다. 그것은 비지니스로 유지해야 했던 주인공의 삶이 철저하게 파괴됨으로서 얻어지는 구원이었고 그 권이 진정한 구원일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소설의 말미에는 이렇게 묘사된다.
"간간이 바람 소리도 들렸다. 창이 가끔 떠는 소리를 냈고, 그리고 먼 곳에서 바다가 돌아 눕는 소리도 났다. 이곳에 자리 잡은 뒤부터 귀가 더 활짝 열린 모양이었다. 어떤 날 깊은 밤엔 작은 별들이 몸을 뒤채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지금.... 참 좋아..."
나는 흐뭇해서, 나도 모르게 혼잣소리를 했다"
우리는 이것을 구원이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