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서 소외된 노동자... 이제는 아예 노동할 자유도 잃어버린 노동자...

영화 카트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영화를 못 만들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영화 속 현장과 현실이 겹치면서 우리는 도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가 답답해서 였다. 


얼마전 대법원에서 쌍용자동차 대량해고가 합법적이라 판결했다. 회사의 거짓말을 모두 인정하여 당시 정리해고가 법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의 옳고 그름은 한편으로 밀어 놓고 대량으로 정리해고가 아무런 윤리적인 판단없이 이루어지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이 영화는 꼭 봐야한다. 

영화 처음에도 나왔듯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고 한 그 '실화'에 주목해야 한다. 그 '실화'의 시대적 배경 역시 빠지면 안된다. 그 이유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참여정부 시절이기 때문이다. 


보수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 지칭했던 그 시절,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닥친 해고의 칼날은 자칭 좌파정권 하에서도 자행되었던 것이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소모품처럼 사람을 해고해도 괜찮다고 신호를 준 것이 그나마 이 땅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권이 들어선 시기에 일어났다고 하는 점에서 이 영화는 하나의 상징를 보이고 있다. 

이러니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에 대한 이 정부의 대법원의 판단을 그저 보수적이라 비판할 수 있을까? 최소한 노동에 관한 한 이 사회는 보수적 시각을 버린 적이 없었다. 


영화의 극적 구성이나 리얼리티는 잘 살려져 있다. 다큐멘터리처럼 투박하지 않고 연기자들의 연기도 좋았다. 몇번씩이나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들도 감동적이었고 ...


그럼에도 무언가 석연치 않다. 이만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평범한 마트 노동자가 대기업과 정면으로 맞붙어 싸우는 투사가 되는 것조차 자연스럽게 연출된 이 영화에서 무언가 빠진 것이 있어 불편해 진다. 아마도 나의 편협함도 한 몫햇으리라. 


그래서 이쉬움을 토로한다. 당시의 싸움은 홈에버 노동자들의 단독 싸움이 아니었다. 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비롯해 수많은 사회단체들이 함께 했다. 그들의 파업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것은 여러 사람들이 결집해서 이루어진 '연대'에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연대는 이후에도 이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더불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은 바로 연대의 정신이었다. 


영화에서 '연대의 정신'이 빠지자 관객의 시선은 연민과 동정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단치 처참하게 싸우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 싸움의 종말은 항상 패배였다. '연대'를 했었지만 패배 했었다. 그러나 그 패배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지금의 영화 속에서 희망을 찾기란 요원하다. 아니 어쩌면 감독은 아직도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노동에서 해방된 세상이 아니라 노동에 종속되는 세상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노동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노동에 종속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에서 노동운동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이전에는 노동을 착취하는 세상을 뒤엎는 것이 노동운동이라면 이제는 최소한 노동이라도 보장해 달라고 싸우는 것이 노동운동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을 뒤엎지 못해도 인간 답게 대접해 달라고 노동을 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빨갱이가 되었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지니 이제 정규직을 유연화하여 비정규직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새누리당에서 이야기한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분열이 자본의 의도였지만 노동을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노동자는 모두 노동자였지만 분열되고 갈라진 노동계급은 스스로 몰락하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이란 딱지를 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결국 노동자들의 단결 밖에 없다. 그리고 단결과 더불어 연대가 필요하다. 이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연대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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