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사기극 - 자기계발서 권하는 사회의 허와 실
이원석 지음 / 북바이북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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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인 '자기계발서를 권하는 사회의 허와 실'에서 보이 듯이 자기계발서적의 본격적인 비판서이자 자기계발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사회의 구조를 들여다 보는 책이다.

자기계발 서적을 통해 성공하는 사람은 자기계발서적을 저술한 사람밖에 없다는 냉소가 있듯이 자기계발서적이 과연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이제서야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되어서야 날아가는 법.

 

자기계발서적의 원류는 미국이다. 자기계발서적 자체가 구조적으로 종교적 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베버가 저술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고려한다면 그 친연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기독교적 정신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그 작동하는 구조조차도 종교적인 성격을 배제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고 자기계발서적에 대한 믿음이나 구원, 치유의 성격과 그 자족적 만족의 성격을 보아도 종교적인 맥락과 떨어질 수 없다.

 

자기계발서적은 크게 윤리적 자기계발과 신비적 자기계발로 나눌 수 있다. 자기 계발이라는 단어에서 보이듯 가장 우선적인 면은 자조의 개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듯이 스스로 노력하는 자가 성공한다는 것이 윤리적 자기계발의 근복적 사상이 될 것이다. 초기 척박한 환경에서 자연과 싸우면서 사회를 건설해야 했던 미국의 정신이 녹아 들어가 있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신비적 자기계발의 단계로 진입하면서 자기 계발은 이제 노력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이 세계를 움직이는 법칙을 이해하고 그 법칙만 따라하면 성공은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어떤 것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신비주의 자기계발의 대표적 저서가 '시크릿'이로 이런 신비주의의 성공은 이제 사회가 더 이상 스스로에게 노력하는 자에게 개방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을 뿐이다.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개인이 기댈 수 있는 것은 하늘의 도움 뿐이다.

 

한국 사회가 미국 사회를 일종의 에덴동산으로 생각하고 따라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해도 사실상 자기계발의 열풍은 IMF체체를 겪으면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기존의 질서는 모조리 해체되고 개인이 생존의 벼랑끝으로 몰리고 기업이 무너지는 때에 무언가 해법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에 자기계발서의 열풍이 불었다. 자식과 마누라만 빼고 모조리 바꾸어야 한다는 대기업 총수의 말에서 이미 혁신과 변화는 이 어려운 시대를 이겨나갈 방법이었고 어떻게 변화하고 혁신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에 목말라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자기계발 서적은 일정한 이데올로기를 함유하고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파고 들어가기 시작한다. 정리해고가 인생의 기회가 되고 안정적 직장에서의 근무가 인생의 실패가 되는 사회가 도래했을을 설파하고 무엇보다 개인이 스스로 학습하고 자신을 바꾸어야 성공한다는 사고를 퍼트리기 시작한다.

 

기업의 경우에도 이건 손해볼 것이 없는 것이었다.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 있음으로 기업이나 사회나 국가는 사실상 개인에게 아무런 보상을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생의 성공이나 실패는 모두 개인의 노력에 따른 것이므로 실패한 자에게는 별다른 보상이나 혜택을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는 역경속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일대기를 찬양하며 이들의 성공에는 피땀어린 이들의 노력에 있음을 선전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들과 같이 노력만 하면 사회에서 언제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퍼트린다. 그러나 이러한 환상 속에서 무한 경쟁으로 돌입해야 하는 개개인의 삶은 지옥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자기계발의 강조는 주체의 변화를 강요한다. 지금 찌질한 현재의 자신이 아닌 성공할 수 있는 주체로의 변신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러한 강요는 주체의 변화를 내면적으로 끌어내기 보다는 어떤 기술적 측면을 강조하고 계량화하는데 중점이 있다. 결국 내면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외면적인 변화만 이루어질때의 내외면적인 충돌은 주체의 분열을 가져올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충돌이 최근의 힐링 열풍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 자기계발의 어떻게 평가할까 물론 비평서이니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능적인 부분에 대한 일종의 해결책으로 일정부분은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전체적인 자기계발서적의 작용은 이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덮고 사람들에게 의무적인 자기계발은 강요하고 차별을 공인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 자기계발서적은 결국 쓰레기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다만, 이러한 자기계발서를 대체하고 공동체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대안은 어디있는지에 대한 답답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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