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책이다. 그래도 더 안타까운 책이기도 하다.

 

 

 

 

 

 

 

 

 

 

 

 

 

3년이 흘렀고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치유의 길은 끊나지 않을 듯 하다. 그 길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끊을지 알 수도 없다.

잊혀져 가고 있다가 불현듯 사람이 죽으면 다시 생각나는 사건이 이른바 '쌍용차 정리해고'사건이라면 과장된 말일까? 

사람이라도 죽지 않으면.... 사회는 아무런 문제 없다는 듯 흘러간다. 아니 사람이 22명이나 죽어갔어도 이 사회는 아무 문제없다는 듯 흘러간다.

 

대한문 앞에서 비닐로 분향소를 차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에 영정을 모아놔도 그건 그저 불법가설물이고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의 눈에는 철거해야할 불법시설물일 뿐이다. 그곳에 얼마나 많은 절망과 슬픔이 있는지 뒤돌아 보지 않는 발걸음 속에서 고통을 삼키며 지켜야할 마지막 인간에 대한 희망이 있음을 '의자놀이'는 이야기 한다.

 

기적적인 경제성장으로 다른 제3세계 나라들이 부러워하고 선진국들도 놀라워한다는 대한민국의 대기업에 버젓한 일자리를 둔 노동자들에게 닥쳐온 날벼락 같은 현실을 보면,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가 주는 허상이 날 것으로 벗겨진 듯한 충격을 받게 된다. 더 무서운 사실은 그들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별로 큰일이 아닌 듯 받아들여진다는 사실...

언젠가 악마 그랜져(?)인지 뭔지.... 기르는 개를 차 뒤 트렁크에 묶어 놓고 달려 개가 사망한 사건을 두고 사회가 떠들썩했었다. 그런데 22명의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애완견의 죽음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있는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 현실인걸까?

 

해고는 살인이다.... 아닌라 생각하는가? 누군가는 뛰어난 개인적 능력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직정은 단순한 돈벌이의 장소가 아니다. 고통스러운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웃고 땀흘릴 수 있는 장소이자 가정에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 직장에서 아무런 잘못도 없이 회사가 해고통보를 한다면 무슨 느낌일까?

 

몇마디 사회학적 단어로 풀어나갈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이 책 갈피마다 스며있다. 현실을 보다 선명하게 깨닫고 그 현실에 대한 분노를 품고 연대를 느끼게 했다는 면에서 르포르타주의 장점이 두드러진 책이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을 느끼게 해 주고 그 고통이 결코 우리가 외면했던 그들의 고통만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는 시민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는 시민인가? 파업노동자는 시민인가? 해고된 노동자는 시민인가? 아니 이들은 국민이라는 지위를 가지기나 하는가? 난 공권력이 노동자들에게 유난히 잔인하다는 사실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생각한다.

아무런 정치적 권리도 없고 헌법적 기본권도 없이 나라의 경제를 좀 먹는 빨갱이인 이들이 누리는 권리는 무엇일까? 실직과 배타적 시선, 그리고 자살.....

아마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한 다는 점에서 자살이야 말로 이들이 자신의 존재와 존엄을 사회에 알리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었는지.... 더불어 이들의 자살에는 유서가 없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다는 절망감...

 

울컥울컥 하면서 읽었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자본과 경영자들, 노무관리자들, 조현오을 비롯한 공권력, 용역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외면한 사이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 사실이 안타까워 나온 책이니 만큼 소중하고 소중하다.

 

이 책에 대한 논란은 따로 생각하련다.... 다만 이 책을 구입함으로 쌍용차 해고자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간다는 사실은 강조하련다. 그리고 조그만 도움보다 더 큰 새로운 인식을 얻을 수 있음을 알려주련다. 쌍용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그들에 대한 폭력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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