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 영화들은 말랑말랑하고 왠지 감성을 건드리는 그런 영화들만 본 듯하다.
일단 장르는 로맨틱한 분야이고 코믹한 것도 없지 않았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들이다. 헤피엔딩.... 경멸하면서도 무한 빠져드는 딜레마적 단어...
<네버엔딩스토리>
일단 영화 내용 상 절대로 네버 엔딩이 되지 않을 영화임에도 영화제목은 <네버엔딩 스토리>다.
한국 영화에서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시한부 인생'에 닥친 주인공들의 유쾌 상쾌하면서 필연적으로 닥쳐올 절망을 맛깔스러운 '사랑'으로 버무린 영화다. 특히 죽음을 맞이하면서 질질 짜고 절망에 탄식하기 보다는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깔끔하게(?)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적절한 소재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 시대의 사랑법 중 남녀 미팅 주선 문화에 대한 생각 하나, 장례 문화에 대한 생각 하나. 그리고 막연하나마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깨닫게 되면 삶에 대한 태도가 더 진지해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변에 대해 더 세심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운명을 알아버리는 건 절망이자 새로운 희망일 수도 있겠다. 피하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니 최선을 다해 마무리를 지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사랑'이라는 진부한 주제는 항상 '죽음'이란 운명과 마주쳐야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모양이다. 죽음앞에서도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 진부하면서도 떨쳐버리지 못하는 희망히다.
<오싹한 연애>
코믹 로맨틱이긴 한데... 사실 그냥 웃으면서 보면 되지 별 내용은 없다. 역시 로맨틱 코메디 특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어나간다는 내용인데...글쎄다. 그 어려움이 왜 귀신이어야 하는지...그 귀신의 맹목성에 대해서도 공포 영화보다 못하니 공포와 로맨스을 어설프게 섞어 놓으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설픈 영화가 되어버린 모양새다.
귀신의 개연성이 떨어지다 보니 거기에 휘둘리는 인물의 개성들이 영 살아나지 않는다.
<원더플 라디오>
라디오를 즐겨 듣는 개인적 경험으로 이런 라디오 소재의 영화는 항상 즐겁다. 라디오 방송의 뒷이야기를 몰래 훔쳐보는 맛도 있고, 나름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는 영화평에 기대를 했던 영화다. 결론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라디오를 통해 살아가고 소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름 심금을 울리는 대목이 있었고, 사람들의 삶이란 이렇게 저렇게 지지고 볶는 가운데 느껴지는 무엇이라는 느낌이 좋았다. 다만, 라디오 방송을 둘러 싼 권력관계는 너무 어설프거나 로맨틱 코메디가 드러내는 위기의 설정에 올바른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방송권력은 그 자체의 방송 설정으로 부터 파생된다. 그 권력의 정점에 있는 방송국간부, 피디, 진행자, 작가들의 모습이 얼마나 현실적이었는지는 판단이 유보된다. 그 세계에 있어 보지 못했기에 그들의 삶과 노동에 대해 뭐라 평하지는 못하지만 그다지 현실적이지 못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뭐 로맨틱 코메디 영화에서 다큐멘터리를 요구하는 그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임에도 영화의 바탕이 방송이라는 특수한 삶의 현장임을 고려하면 좀 아쉬운 대목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방송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조연들의 등장은 참 빛나는 영화가 아닐가 한다. 주연들보다 오히려 조연들에게 애정이 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