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새로운 명령
한윤형.최태섭.김정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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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요일 어느덧 나의 시선은 K-팝스타 경연에 쏠리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넘고 10명의 신인 가수 지망생들이 생방송 무대에 선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탈락한다. 물론 10명의 실력이 종이 한 장이라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 차이는 그날의 컨디션이나 미션으로 선택한 곡에 따라 틀릴 것이다. 그리고 오늘 게임의 룰에 따라 한 명이 탈락했다.

 

남은 사람들은 안도하며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고, 탈락한 사람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방송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탈락한 자가 뿌리 땀과 눈물은 잊혀질 것이다. 다시 관심을 받는다 해도 남아있는 자들에 비해 그 정도가 덜할 것이다. 그것이 이른바 룰이다. 그리고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그건 그가 원해서 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정은 무모한 도전을 가능하게 하여 성공에 이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경우 아무런 보상없이 심리적인 만족만으로 그쳐야 할 경우가 발생한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이 책의 문제제기는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법의 주문처럼 성공을 보장하는 단어 '열정'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가? 대한민국이 IMF체제를 통과하면서 부쩍 늘어난 주문이 바로 열정이다. 이 열정은 앞으로 미래를 전개해 나갈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되어 버렸고, 앞으로 삶의 고비에 어떻게든 증명해야 할 과제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열정을 위해서라면 장시간 노동도 노동이 아니게 되었다. 그건 자신이 좋아서 즐기는 취미처럼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정에 불타는 사람에게는 노동과 유희가 융합되어 버린다. 자본주의가 마지막으로 점령한 것은 바로 노동자들의 마음이었다.

 

이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여러부류가 있다. 이른바 전문직이면서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직업, 영화관계일, 프로 게이머, 각종 고시생들... 이른바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가는 젊은이들의 인터뷰는 인상적이다. 그러나 그들의 열정은 어느 덧 추상적인 가치들은 배제되고 구체화 되어가고 있다. 바로 바늘구멍 같은 취업이다. 이제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남들과 다른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들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 최고의 무기는 열정이다. 그럼 다른 스펙은?  이른바 토익점수나 봉사활동, 학교 생활에서의 특이점 등등은 기본이다. 이런 기본이 갖춰지고도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 기업에게 무언가 특별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열정인 것이다.

 

사실 취업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자본주읙의 생산력의 발달이 가져온 생산성은 이제 많는 노동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적재적소에 일정한 인력만 있으면 사실상 현재의 생산성을 유지하는데 문제는 없다. 결국 실업은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인 것이다. 여기에 이른바 산업예비군인 구직자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취업이다. 그러니 취업자는 그 살벌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노동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들 보다 무언가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해 내야 한다. 그 증명하지 못하는 검증을 나타내는 마법의 단어가 열정이다. 그러나 열정 속에는 자본이 노동자 스스로가 자본에 복종하고 협력하겠다는 내면화 작업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니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작동하고 있다.

 

해답은... 아이러니하게 열정이다. 그건 다른 방향의 열정... 경제적 문제가 걸국 정치적 문제임을 깨닫고 그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을 펼쳐내야 할 새로운 열정... 여기에 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이래저래 열정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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