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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 - 역사 교과서를 찢어버려라
임지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6월
평점 :
책의 형식은 서간문.... 책에서 편지를 받는 사람들은 어찌되었건 이 세상에 굵직한 흔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세상의 평가와 지은이의 지식이 어우려져 서간체 특유의 친밀함과 더둘어 내적인 이야기와 역사적 사실이 버무러져 새로운 사실로 이끌어간다.
그 새로움은 사실상 기존 역사에 대한 부정과 절단이다. 기존 역사라 함은 민족주의와 국민국가를 뼈대로 한 역사를 말한다. 인위적으로 그어 놓은 지리적 경계로 인종과 민족을 나누고 나서 그 국가, 민족, 인종이 마치 최초부터 존재하는 원초적인 원형으로 제시되는 역사야 말로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일종의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더우기 자신의 정체성을 구하기 위해 보이는 동양국가들의 오리엔탈리즘의 내재화와 서양의 서양중심적인 시각들은 역사라는 것이 단순하게 과거의 사실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역사적 행위의 배후에는 언제나 그 행위를 추동시키는 힘들이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그 추동되는 힘들을 새롭게 규정하는 것이 역사서라 할때 역사는 사실상 이데올로기의 전쟁터일 수 밖에 없다.
역사를 고정되거나 구획된 국가의 발전사로 보기 이전에 왜 하나의 국가는 역사를 편찬함에 과거의 사실을 '이렇게 취합'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점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민족주의 전통이 강한 이 땅에서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은 살아가기 참 척박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에서 편지를 받는 대상들의 면면이다. 극우 민족주의자들 부터 좌파 사상가들까지 면면이 흥미로운데 편지를 보내는 저자는 이들에 대해 부정할 것은 부정하고 긍정할 것은 긍정하는 미덕(?)을 보여준다. 게바라에게 혁명적 인간성에 대한 과도한 주장이 미치는 억압적인 영향을 이야기하고, 민주집중제를 주창한 레닌을 비판하고 노동자계급의 민주주의를 주창했던 로자 룩셈부르크에 대해서는 오히려 당내에서 억압적이고 독단적이었던 모습을 일깨워주고 있다.
흥미로운건 김일성과 박정희에 대한 편지글들... 이 두사람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고개를 끄덕일만한데 공통점은 결국 민족의 발전이라는 '환상'으로 하나는 정치종교를 창설하시고 또 한분은 자본주의 경제발전을 도모하셨다는 점..그런데 두 사람 모두 정치종교와 경제발전을 목표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채용하셨지만 ... 결국 그 바탕은 민족주의를 공유했다는 점이 날카롭게 대비되고 있다. 박정희의 입장에서는 경제는 살렸지만 정치종교는 실패했고, 김일성의 경우에는 정치종교는 성공했지만 경제발전은 실패했다고 해야 하나? 그럼에도 그 둘이 이 땅에 미친 파괴적 영향은 현재 진행중이다.
어쩌면 이 편지글들을 좀 더 정확하게 읽기 위해서는 임지현 교수의 다른 책들을 좀 더 읽어야 할 듯 하다. 공감하면서 주억거리다가 그럼 출구는 어떻게 가야하는지 생각해보면 흐릿하게 어떤 상이 나오지 않는다. 그건 어쩌면 국민국가 이상을 생각하지 못한 나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새로운 시각을 갖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흥미롭고 유익하다. 연관된 독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