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미 빨갱이 작가로 찍히신 분이라 이런 소설을 썼을까?  

소설은 시대의 자화상이라고 한다면, 이 소설은 그대로 이 시대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모습들보다 현재 당면하고 있는 정치, 사회적 모순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 그 모순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87년 체제 이후 정치적 민주화의 일정한 성과를 그대로 부정하는 경제적 독점에 대한 경고다.  

조정래는 이미 80년대에 '태백산맥'이라는 걸출한 장편으로 그 시대적 사명에 온 몸을 던져왔다. 그 후 '아리랑'과 '한강'을 잇는 작품은 그대로 한국의 현대사를 소설로 승화시켰다. 그의 소설 속에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모순과 아픔이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기에 사실 읽는 사람에게 불편함을 준다. 그리고 그 불편함이 바로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아픈 충고임을 알게한다.  

'한강'이 80년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종결된 것은 아마도 작가가 당대를 서술하기에 좀 더 많은 숙고의 시간이 필요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강'에 이어 가장 최근의 배경을 가진 소설이 바로 '허수아비 춤'이다. 이 소설은 결코 낯설지 않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이고 사실 뉴스에서 많이 보고 들은 이야기들이다. 재벌의 행태가 비판받고 있지만 그들의 권력은 철옹성이다. 결국 이 나라의 법과 제도는 어떻게 하면 재벌의 재산을 합법적으로 지켜줄 것인가에 몰두하는 듯 보이고 실제로 결과는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돈의 힘이 개입된다. 그리고 그 금권은 실제 민주주의를 압살한다.  

재벌의 비자금을 통한 변칙적 재산상속은 일반적 재산의 상속이 아닌 기업의 지배권을 상속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 결과를 위해 합법적으로 내는 세금은 그야말로 생색용일 뿐이다. 이것을 합법적 절세라는 표현으로 무마한다면 그것 역시 사기일 뿐이다. 그러한 일이 법의 외관을 가지고 버젓하게 행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여기에 항의를 제기하거나 문제를 삼는 일은 철저하게 외면된다. 법조계나 정치계나 기업의 후원금을 받지 않는 곳이 없고, 심지어 언론사는 이제 기업의 나팔수가 되어 불리한 것은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하고 마치 기업이 없으면 이 나라가 절단날 듯 선전하고 이 땅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하도록 세뇌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돈의 권력으로 무너진다면 그것은 공화국이 아니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가 아니며, 돈을 가진 자가 주인이 되는 나라가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이 땅의 민주주의는 결국 재벌을 비판하고 올바르 경제활동을 행하도록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노예처럼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쓴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을 체포하고 조사해서 삼성의 비자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양심선언을 했지만 공권력은 무시했다. 그리고 파장이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무마시켜 버리고 오히려 숨겨놓은 비자금을 합법적으로 승계하도록 해 버렸다. 이런 조사는 정치적 반대파를 겨냥한 무리한 수사에 비하면 수사한 축에도 끼지 못할 것이다. 시간을 끌면서 사람들이 잊을때 쯤이면 바로 무마해버리는 고질적 행태는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한' 기업인들의 공로를 생각한다는 상투적 말로 사람들에게 정당함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제 이 말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처럼 되었다.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문제라기 보다. 기회의 형평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문제이다. 이런 문제가 올바르게 해결되지 않으면 사회는 내부적으로 썩어 들어간다. 공적인 업무를 해야 할 사람들이 동에 팔려 공적인 사안을 왜곡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상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면 누가 이 사회를 위해 헌신하겠는가? 누가 자신의 노동에 긍정적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른바 배운 사람들의 행태는 지식이란 결코 중립적이지 않음을 알려준다. 이러니 공부 잘하고 똑똑한 놈들이 사회에 해악을 끼칠때는 더 파괴적이다.  

사실적이기에 더 불편하고 불쾌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이 사회는 참 숙제가 많은 사회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 소설에서는 시민운동을 하는 건강한 시민들에게 기대를 많이 하던데...서울시장으로 시민운동가가 당선이 되고 정치적으로 많은 변화가 올 기회가 왔다고 하지만... 노동이 빠진 시민운동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왜인지 모르겠다. 재능교육 농성장이 철거되었다. 자본의 부당한 해고에 저항하던 해고 노동자의 농성천막이 시민운동 출신 서울 시장 취임 후 철거되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딴나라당을 이기는게 성공이 아니다. 그건 전제조건일 뿐... 갈길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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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1-11-0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면서 암울함을 느꼈습니다. 우리사회가 정의사회가 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중첩되어 있음을 깨닫는 순간 다리에 힘이 빠지더이다. 우리가 꿈꾸는 사회가 춘몽이 되지않도록 더많은 감시와 각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왜이리도 먹먹할까요?

머큐리 2011-11-08 10:5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조그만 일을 하면서.. 그 먹먹함을 달래고 있습니다..^^; 안될 확율이 더 높겠지만...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죠..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주눅들지 않으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