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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5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추리소설 작가 중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잘 읽히고 흥미도 있다. 그런데 마지막을 덮으면 무언가 아쉬워진다. 딱히 뭐라 꼬집지는 못하지만 (물론 내공이 부족해서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물론 이건 순전하게 개인의 취향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이 딱 그렇다. 미국 추리소설답게 선도 굵고 사건의 스케일도 크지만 해결된 후의 마지막이 뭔가 허전하다.
어쩌면 순전하게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전작 '시인'에 등장한 기자 잭 매커보이다. 그리고 매커보이는 우연히 살인사건과 관계된 짤막한 기사 작성으로 항의를 받아 연쇄살인 사건의 단서를 잡는다.
이미 연쇄살인범 '시인'의 정체를 밝히고 소설까지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한 매커보이는 어려운 신문사의 사정으로 해고를 통보 받은 상태다. 여기에 중요한 사회적 배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쇄 매체는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기자들은 전체적으로 감원당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소설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매커보이는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도 아니고 고액의 연봉을 받는 베스트셀러 기자다. 그런 기자마저도 시대를 거스르지 못하고 감원대상이 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냉정한 미국의 현재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이 가지는 배경의 첫번째 미덕이다.
두번째 연쇄살인범의 지능적 범행은 일반적인 범죄의 틀에서 벗어난다. 우선 정보의 비대칭성이 문제다. 살인마는 정보를 획득하고 가공하고 그 정보를 통해 범행을 저지르고 은페하며 심지에 다른 사람에서 누명을 씌워 빠져 나간다. 이러한 범행 수법은 개인적 정보가 인터넷에 존재하는 이상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나타낸다. 자신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제 인테넷에 자신의 신상이 공개되는 순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추세는 제브리 디버의 소설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의 계속 나타나는 추세가 될 것이다. 결국 범죄자의 지능의 진화는 사회가 지닌 배경의 정보통신 기술의 진화와 더불어 진화해 나갈 것은 틀림이 없다.
이러한 배경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매커보이는 정보환경에 뛰어나지도 않고 그에 대한 충분한 전문가도 아니다. 다만, 직감으로 사건의 개요을 보고 그 사건의 배후를 따라갈 뿐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때문에 사건의 해결에 대해서는 무수하게 많은 우연과 인연이 겹쳐지게 된다. 결국 소설의 결말이 나타나는 순간 우연과 인연으로 해결되는 구조가 마음에 들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더구나 범죄의 수법이 아무리 하이테크로 진화하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의 어둠은 진화하지 않는다. 어두움이 표출되는 방식이 진화할 뿐이다. 따라서 형식이 아무리 진화하더라도 심층에 드러나는 어두움은 어떻게든 표현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그것이 생략되어 버렸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알지 못한다고 해도 작가가 창조한 세상에서 범인의 심리적 원인을 끝까지 미궁으로 남겨논 것이 아마도 가장 아쉬운 대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