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가 시작되는 날이자 설 전날 들려온 가장 반가운 소식은 지엠대우 비정규직 투쟁이 타결되어 농성중이던 노동자가 농성을 풀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농성을 지원하기 위해 단식을 진행하던 지회장도 단식을 풀었을 테다... 처음 촛불집회에 지엠비정규직 복직을 위해 선전전에 나왔던 지회장의 얼굴은 오랜 단식으로 확고한 브이 라인이 생성되었고 가끔 자기전에 먹고 싶은 음식들을 생각한다고 말하던 그 아련한 표정이 안쓰럽기만 했는데...  

겨울에 농성을 한다는 것은... 정말 목숨을 내놓은 일이다. 더구나 이번 겨울처럼 이상 한파와 눈보라가 수시로 덮쳐오는 겨울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사측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간간히 들으면서도 언제나 완고한 사측의 입장을 알고 있었던지라 이번 협상의 타결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15명 중 1명이 하청에 재하청을 받은 직원인지라 회사가 강경하게 거부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하청이건 하청에 재하청이건 지엠의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자라는 점이 틀리지 않을 진데 회사는 결국 고용에 대한 최소한의 부담만 지려고 했던 것이 틀림없다.  

추운날 농성장 앞에서는 드럼통에 나무를 때우면 농성을 지원나온 노조, 시민,사회단체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비닐과 침낭으로 밤을 함께 지새운 많은 자원자들이 있었다. 내부 사정도 많이 복잡했지만 그래도 설전에 협상이 타결되어 다행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설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의미가 각별할텐데...  

더이상 물러날 수없는 사람들의 싸움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다시 의식을 바꾸고 받아들이고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차별받는 사람이 있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그리고 그걸 용인하는 사회의식 또한 병들어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절차적 정당성도 중요하지만 소외받는 사람들이 없도록 정치를 변화시키는데 의미가 있다. 어쩌면 정치를 다시 이해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를 다시 수정하는데 현실에서의 싸움이 그 기반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신봉하는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해 회의하고 삶은 경계에서 밀려난 사람들과 연대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치와 정의가 아닐까.... 

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618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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