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고 가을이다.
몇일 피곤함에 쩔었다가 아무런 일정도 없는 토요일을 맞이하니
몸이 비명을 지르며 알아서 까무라친다.  

늦게나마 몸을 추스리니
10월이고 가을이다.
그냥 이러저러한 상념이 고개를 쳐들고...
가을에 맞춤한 시 한 편이 생각난다.  

  

길 - 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처럼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빰의 얼룩을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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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9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0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