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미나토 카나에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백에 이어 두번째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을 본다.   

한적한 시골마을 어린소녀가 살해되고 살해자와 그 사건현장을 직접 목격한 네 소녀는
그 날 이후 정상적이 못한 삶을 살아간다. 네 소녀는 살인자와 대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의 얼굴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네 소녀가 성인이 되
었을 때, 그녀들 각자는 의외의 상황에 처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결국 각자 다른 살인
사건과 연루되고 만다.  

소설의 전개는 개별적 형식을 통한 고백을 통해 이루어진다. 편지로, 연설로, 상담으로,
대화로 네소녀는 어린시절의 경험이 그들의 성장과 성격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담담하게 고백해 나간다. 그리고 그 고백은 남들에겐 잊혀진 사건이 굴레처럼 그녀들을
촘촘하게 죄고 있음을 밝혀낸다. 그리고 사건의 결과와 상관없이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
지 못한 사실과 그로인한 죄책감을 속죄하고자 발버둥치면 칠수록 그녀들의 인생은
기이하게 흘러가야 했다.  

남들이 보기엔 평범하게 자랐을지라도 내부에는 불안함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의
소녀들... 그리고 그녀들이 모르고 있었던 과거의 연관성은 소녀의 모친이 마지막으로
그녀들에게 고백하는 순간 정점을 이룬다.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 역시 각자의 시점에서 사건과 자신의 연관성을 진술하면서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해가듯이 '속죄' 또한 각자의 시각이 겹쳐져야 사건의 내용과
범인의 실체가 밝혀지도록 되어있다. 무언지 모를 투명한 판에 그려진 선들을 겹쳐야
전체 그림이 보이도록 만든 정교한 작품이지만, 소녀들의 진술을 결국 하나로 모으는
것은 살해당한 소녀의 어머니가 진술한 고백이었다.

자신이 행하지 않은 일에 대한 죄책감으로 살아가는 날들. 과거의 기억에 짓눌려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그로 인해 받은 상처로 자신을 파괴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녀들을 괴롭힌 것은 그녀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기심,
편견, 질투 였다. 그러한 부정적 감정들이 사건과 용해되면서 자신을 파괴하는 단초가
되었던 건 아닐까?  

누구를 위한 '속죄'였을까? 그것은 자신을 기만한 자기에 대한 속죄가 아니었을런지...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읽혀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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